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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스토리
아자부 게이바조 외 지음, 박기옥 옮김 / 포즈밍 / 2024년 10월
평점 :
현실과 가상의 세계, 해시태그 스토리
이 소설집은 인터넷 가상의 세계와 현실이라는 경계라는 단순한 설명만으로는 이해가 곤란하다. 인터넷을 타고 퍼지는 밈, 트위터는 이제 X로 바뀌었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이중성아니 양과 음이다.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사건이 그 실체 진실은 어둠 속에 떠도는 이야기는 왜곡되고, 윤색되다 보니 사실인지 여부도 불확실해진다. 트위터는 사건 사고의 현장의 모습을 여과없이 그대로, 순식간에 세계로 퍼지는 힘은 전달력, 정보, 독해 등의 여러 요소와 함께...
미얀마의 민중항쟁 모습은 생생하게 실시간으로 이동통신망을 타고 세계 곳곳으로 실시간으로 미얀의 상황을 알게해 주었다. 더 이상 여론 조작도 통하지 않는다. 미얀마 정부는 통신망을 끊으려고 안달을 하지만...
지구촌 머나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이렇게 생생하게 실시간으로 우리에게 전달되는 전파력, 파급력은 가히...
이런 환경 속에서 해시태그에 담긴 사연과 짧막한 키워드에 품고 있는 이야기들, 일본의 새 시대 소설가들이 모여 “해시태그에 담긴 사연”을 묶었다. 4명의 작가 아자부 게이바조와 가키하라 도모야, 가쓰세 마사히코, 기나 지렌이 그들이다.
아자부 게이바조의 “인터넷_밈과_나”
[리트윗, (중략)이 유명한 사진에 나오는 여자분을 찾습니다. 저는 사진 뒤쪽에 찍힌 강아지 보호자입니다. 유기견이라.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지 모를 우리 강아지를 다시 한번 만나서 쓰다듬어 주실 수 없을까요?
여자의 얼굴은 찍히지 않았다. 그 사진 속 주인공은 요시미다. 사진 속 강아지는 하나라는 요네자와 할머니가 키우는 강아지다. 쇠사슬에 묶여있기에. 온 가족의 희망과 기대를 받는 우리 고장 신동인 언니, 친척들 사이에도 존재감이 넘치는데, 괜히 언니와 함께 있으면 공기가 무겁게 짓누른다. 숨이 막힐 듯…. 요시미의 감정은 하나에게 투사된 모양이다. 사슬이 묶인 자유를 박탈당한 짐승처럼, 아무튼 숨 막힐 듯한 집을 빠져나와 요네자와 할머니의 ‘하나’를 산책을 시킨다. 그저 마음을 털어놓고 싶은 그 누군가와. 그게 하나다. “하나야 2등이 그렇게 나빠” 나를 접기 위해 더는 기대할 수 없기에 피난처로 삼은 게 블로그였다. 가상세계….
요네자와 할머니는 다리가 불편하여 하나를 쇠사슬에 묶어놓은 채로, 산책도 시키지 못한다. 요시미는 요네자와 할머니에게 이렇게 불쌍하게 키울 거면 차라리 다른 사람한테 맡기라고 쏘아붙인다. 하나의 목줄을 풀어주고 냅다 달린다. 요네자와 할머니는 단거리 육상선수처럼 하나와 나를 쫓아온다. 나는 달리면서 얼굴을 찡그리고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어 피처폰으로 셀카를 찍는다. 바로 요시미를 찾는 트윗 글에 올라온 사진이다.
언니를 마주할 때마다 참을 수 없는 억누를 수 없는 비참한 마음이 들지만, 난 그래도 언니를 좋아해, 동생의 어리광을 받아주라…. 라고, 뒤죽박죽된 나의 세계는 뒤죽박죽인 채로 안고 가겠다. 이것은 선전포고…. 블로그를 쓴다.
전 사진 속 교복 여자애입니다. 인터넷에 밝지 않은지라 저 사진이 1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 온라인상에 떠돌고 있는지는 몰랐네요……. (중략) 혹시 실례가 아니라면 하나를 쓰다듬으러 가도 될까요. 하나가 절 기억하려나요?
블로그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 누구에게 공개될 것이라는 생각도 없이, 속마음을 들킨 것처럼. 언니에게 느끼는 양가감정, 좋아하지만, 언니를 떠올리는 순간 한없이 빠져드는 열등감 , 요시미의 엄마는 요시미에게 "요시미 답게 사는 거야, 너 답게 사는 거야"라고 말하지만, 그 말 속에 담긴 의미는 그저 요시미를 배려하려는 것일뿐, 여전히 사회에서 요구하는 어른이 되지 못한 요시미의 방황은 요네자와 할머니의 강아지 "하나"에게 마치 하나의 처지와 같은 동병상련을 느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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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나’는 하나가 어떻게 해서 유기견이 됐는지 지금 함께 하는 하나의 끊어진 과거를 잇는 이야기 요시미와 하나의 이야기, 누군가의 이야기를 찾고 있는 것이 인터넷 세상 안에 단편적 파편적으로 퍼져 아무런 의미 없이 떠돌지만, 누구에게는 알고 싶어 하는 이야기이듯. SNS, 해시태그 이야기는 이렇게 이어진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