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 30년 불황을 견딘 일본 강소기업의 생존 공식
오태헌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0월
평점 :
일본의 강소기업의 생존전략
이 책<본질은 변하지 않는다>의 지은이 오태헌은 도쿄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대우경제연구소, 노무라종합연구소와 UC버클리 동아시아연구소 방문학자로. 현재 경희사이버대 일본학과에서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다.
지은이의 관점은 명확하다. 일본고용의 3대 관행(연공임금, 종신고용, 기업별노조)은 무너졌다고 말하지만 애초 연공임금과 종신고용이란 현상이 크게 보였을 뿐, 독일 등과 비교하면 평균근속연수에서 임금에서 그렇지 못함을... 아무튼 이 책의 핵심은 기업 오너 중심이 아닌 일하는 사람의 중심으로 피보다는 조직, 즉 혈연의 한국과는 다른 이에(家), 기업을 잘 이끌어서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편을 택하는 것이 어찌보면 일본강소기업의 동력이다.
이 책 내용은 일본“강소기업”의 DNA를 밝히고 있다. 지은이가 일본경제의 전문가라는 점을 돋보이게 하는 대목이자 그의 안목과 식견을 바탕으로 한 분석이기도 하다. 물론, 일본에서 100년 넘게 존속하는 기업에 관한 연구가 꽤 많이 이뤄지고 있으며, 경영학 분야에서는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기도 한 때문이겠지만... 그저 잘했노라, 기업가 정신이 이 회사를 100년 넘게 유지시켰노라는 식이 아니라 당해 회사를 찾아 인터뷰를 하고 현장을 보고 판단하며 이를 바탕으로 분명하게 핵심을 짚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우리 기업에게 반면교사로 삼을 만큼 유의미하고 유용하다. “경영의 본질을 끊임없이 생각하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겠다.
책구성은 불역유행(不易流行)의 경영원칙 3가지를 바탕으로 관련 사례 32개를 싣고 있다. 불역유행이란 바꾸지 않으면서도 변한다, 시대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의미다. 경영원칙 첫 번째는 ‘목표가 아니라 목적’ 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분명한 기업은 살아남는다. 여기에 소개하는 기업사례 11가지는 원래부터 그런 건 없다는 사고발상의 ‘티어’사례와 모방할 수 있다면 기술이 아니라는 ‘니시무라 프레시즌’의 예를 들고 있는데, 꽤 흥미롭다. 두 번째는 ‘성장이 아니라 발전’ 가만히 있어도 성장하는 기업은 없다에서는 ‘운’도 실력이라는 야마자키 금속공업의 예를, 절실하면 통한다는 가타노 공업소개가 눈에 띈다. 세 번째 ‘사양산업에도 돌파구는 반드시 있다’에서는 다시일어서다의 시로카와 정한 것은 지킨다는 야마다제작소의 예다. 32개 기업사례 중 10여개 회사의 사례는 나름대로 알고 있었는데, 지은이의 관점에서 다시 보는 것도 꽤 흥미롭다.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는 길
22년에 100년 넘는 기업이 4만개를 넘어섰다. 해마다 1천여 개 기업이 창업 100년을 맞이하고 있다. 일본의 중소기업의 쇠락, 외국으로 생산지 이전, 후지쓰의 예를 그러했는데, 연구개발분야(R&D)거점까지 외국으로 옮겼던 회사는 다시 일본으로 되돌아왔다. 그저 그만그만한 기술로는 세계 시장에서 견딜 수 없게 된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개선을 해나가는 긴장감이야말로 기업존속의 원동력이다.
바뀌지 않고 변한다. 즉, 불역유행이다. 변함없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상황과 환경에 맞추어 혁신한다는 경영태도가 그것이다. 온고지신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는 불역유행이다. 계승해야 할 본질은 무엇인가, 변해서는 안 될 본질이다. 첫째, 고객 중심, 고객제일주의, 소비자의 처지에서 제품을 보라는 말이다. 공급자 시각에서 보는 순간, 아웃이다. 둘째 본업중심, 셋째 기업이념 유지다.
여기에 시대의 흐름과 요구에 맞는 변화 또한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한다.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고객의 니즈, 시대의 흐름에 반발짝만 앞서 걷는 것, 셋째 기업이념 해석을 시대에 맞게 재해석 혹은 수정하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지속가능한 기업은 단순하지 않다. 그래서 "불역유행"의 원칙을 바탕으로 목표가 아닌 목적을, 성장이 아닌 발전을, 개발이 아닌 개선을...
특히, 개선은 가이젠(改善)이라는 도요타자동차의 유명한 슬로건이다. 개발과 개선이란 구분부터가 꽤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가이젠이란 말은 바뀌지 않고 변한다는 의미에 부합한다. 형태를 바꾸지 않고 질을 높이는 방법, 신제품개발은 기존 제품의 개선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사고방식이다. 예를 들어 왜 생산량30%를 늘려야 하는지 양적성장을 하자는 것인지 어떤 목적을 있어서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지를 분명히 해야한다. 1등이 왜 해야하는지와 마찬가지다. 즉 목적경영을 해야하는지를... 양적성장의 한계를 넘어 질적 발전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건 당연한 말이다.
전략은 변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저출생초고령화사회, 지방소멸 등 우리 경제에 앞서 경험한 일본이 앞서 경험한 것들이다. 잃어버린 30년, 헤이세이(平成)의 장기간 불경기 늪에서도 꿋꿋하게 버티며 견뎌낸 강소기업들의 DNA는, 과연 어떤 것인가? 지은이는 "불역유행"이며 여기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고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진단하고 있지만, 그 밖의 요소들은 과연 일본적인 것인가? 일본의 사회, 문화 속에서 배태된 가치관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지은이의 모노그라피(2019년 <일본 중소기업 본업사수 경영>에서는 강소기업의 특징에 초점을, 2022년<일본 중소기업 진화생존기>를 통해 DEEP경영, 그들만의 고유한 경영, 그리고 세번째인 이 책에서는 일본 강소기업의 경쟁력의 원천을 "불역유행 경영"을 봤다. 일본제조산업구조를 수직분업과 벨류체인(가치사슬)의 융합으로 봐야할지 그렇다면 한국의 제조산업의 수직분업체계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아울러 독일의 강소기업과는 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작업일 듯하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