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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역사 - 우주에서 우리로 이어지는 138억 년의 거대사
팀 콜슨 지음, 이진구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4년 12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주와 인류, 문명과 인간의 마음
친절한 과학 세계의 안내자, 해설자로 활동하는 지은이 팀 콜슨은 옥스퍼드 대학에서 생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다. 생물학 관점에서 환경 변화가 동물의 생태와 진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해왔다.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과학의 모든 분야의 자료를 한데 모아 이 책<존재의 역사>을 썼다고 한다. 이 책은 과학과 인문학의 만남이다.
책 구성은 우주에서 우리로 이어지는 138억 년의 기나긴 역사를, 10장에 걸쳐 담아냈다. 1장은 거대한 역사의 전제, 과학과 비과학, 과학연구의 시작으로 과학적 패턴의 이해까지를, 2장 이토록 작은 세계에서는 입자와 물질의 세계, 중력의 실체 그리고 우주의 역사를, 3장은 화학적 이끌림, 원소와 분자의 발견, 원소에서 생명까지를, 4장 미지를 떠도는 고향들 은하와 태양계, 녹색의 터전, 생명의 산실을, 5장 생명의 태동에서는 DNA의 비밀과 세포의 신비, 자가 촉매 반응 등을, 그리고 6장에서는 절멸과 번성 사이, 진화의 조력자와 새로운 종의 출현을, 7장은 '나'로 존재하는 느낌, 의식은 인간의 전유물인가? 의사결정과 행복, 뇌와 의식의 진화를, 8장에서는 기술직 유인원의 부상이라는 제목 아래, 사회적 존재로 진화, 문명을 향한 발걸음, 현대 인류의 위상을, 9장은 우리의 궤적으로 지금, 우리의 모습과 성격의 표현 형질 등을, 그리고 마지막에 존재 이유를 찾아서에서는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를 싣고 있다.
우주를 이해하면 인류 종을 이해할 수 있는가?
시간에 따른 우주의 역사, 빅뱅을 시작으로 최초의 입자가 나타난 38만 년, 최초의 은하계와 복잡해진 분자(10억 년), 태양계의 형성은 92억 년, 지구생명체 탄생은 98억 년, 인류 조상의 탄생은 137억 7000만 년이다. 지은이는 인류탄생의 역사와 우주의 역사를 통해서 인간, 인류라는 종을 이해하고자 한다. "인격"이란 무엇인지, 그 형성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과학이란 특정한 관찰 결과가 발생하는 원인을 설명하고, 미래에 일어날 현상을 예측하는데, 여기에 과학적 연구방법이 적용된다.
지은이의 궁극적인 질문은 우주가 결정론적 또는 확률론적인가였으며, 그가 얻은 결론은 후자였다. 우리는 운이 좋아서 존재하는 것이며 그렇기에 특별하다고. 자신이 특별하다는 감정은 진화가 지각이 있는 모든 생명체에 부여한 특징이라고 봤다. 우주에는 수십억 개의 은하와 소조 개의 별이 있다. 이들별 가운데 다수는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이 있을 것이고, 일부 행성은 생명체가 살지 적절한 환경일 것이다. 생명체는 이들 행성의 일부에서 등장했다고 보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기술과 과학, 인류종의 의사결정 능력은 언제부터
과학은 보편적 진리를 추구한다. 우주는 인간이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우주는 규칙이 지배하며 과학은 그 규칙을 밝혀내는 인간의 발명품이지만, 물리학, 화학, 지구과학, 생물학의 일부 주제에 관해서는 여전히 전인미답의 영역이다. 과학이 발달하고 우리의 지식이 늘어난 만큼 새로운 의문도 제기될 것이다. 우리 존재의 신비함은 인류가 궁극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한편,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인간의 지능과 사회성, 추상적인 사고 능력이 언제부터 생겨났는지, 의사결정 능력은 화석으로 남지도 않고, 해부학적으로 규명해내기란 불가능이다. 현재까지는 말이다.
문명을 향한 발걸음
호모하빌리스(도구사용자)의 등장 후 230만 년이 되어야 사물을 기본적으로 구성하는 물질의 역학을 탐색할 수 있는 대형 강입자 가속기가 출현한다. 호모하빌리스는 무리에 따라 80명가량 뭉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들의 조상과 비교하여 큰 무리를 이루었으며 이것이 지능상승요인을 작용한 듯 보인다. 과학자들은 신피질(대뇌 피질 중 가장 최근에 진화된 부위로 주된 역할은 운동, 체지각, 시각, 청각, 고도의 정신작용, 연합(학습) 등을 한다)의 크기와 사회적 무리의 규모에 깊은 연관성이 있음을 지적한다. 현재 인간의 신피질은 사회적 무리 150명을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추산되며, 이 수치는 인간이 소셜네트워크로 관계를 맺는 평균적 인원과 비슷하다(이를 던바 수라 한다) 호모에렉투스(직립하는 사람),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 이들이 아프리카를 벗어난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에 자리 잡은 후 2만 6000년 전 현재의 러시아와 알래스카 사이의 육로를 건너 아메리카 대륙 전역에 퍼진 인류, 만약에 당시의 기후 변화가 반대로 진행됐더라면 네안데르탈인이 호모사피엔스를 밀어내고 아프리카 대륙에 퍼져 나갔을까?, 꼬꼬무다.
우리에게는 왜 마음이 존재할까?
우리가 사고와 존재를 자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연의 우연의 산물일까? 표현 형질의 진화와 마찬가지로 마음의 진화도 연구하는 게 가능할까? 뇌과학과 심리학 연구가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글쎄다. 인체에서 정신의 위치를 특정할 수 없다면 어떻게 죽은 후 뇌와 피부, 근육이 부패하는 시점과 함께 사라질 수 있을까? 사후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을 수도 있겠다.
인류의 기원과 발달, 여기에 더해지는 종교와 과학의 발달은 따로 떼어놓고 논할 수 없을 듯하다. 지은이는 우주 탄생에서 문명의 진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점의 연구결과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 하나의 틀을 만들어냈다. 점으로 표현하면 하나의 점에서 점차로 퍼져가는 것처럼, 이 책의 발상 자체가 놀랍다. 우주의 출현과 인류종의 역사라는 커다란 틀, 여기에 우주의 작용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 거기에다 인간의 마음의 존재 이유, 다른 생물들도 마음이 존재할까?, 전방위적인 의문이다. 한 권에 쏟아 부어놓은 정보와 의문 제기, 이는 설명이라기보다 새로운 질문이다. 이 책은 <존재의 역사>라 적고 <존재의 이유>라 읽어야 할 듯하다. 아니면 둘을 합쳐 "존재의 역사, 그리고 존재의 이유"라고 해도 좋겠다. 이글에 쏟아지는 찬사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듯하다. 읽어보면 뭔가 집히는 게 있으니 말이다. 몰입도가 높아, 쉼 없이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