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vs 의학 -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전쟁
예병일 지음 / 책들의정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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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질병에서 벗어나기 위한 인류의 여정


변증법의 정반합처럼, 잡았다 싶으면 또 다르게 변화하듯 질병 또한 그러하다. 질병에 관한 인간의 생각 변화와 이에 따른 패러다임이 바뀌기에, 질병은 늘 인간의 대응보다 한 두 걸음 앞서가는 듯하다. 두통이 생기면, 신의 형벌이라고, 머릿속에 악마가 들어간 것이라고 돌도끼로 머리를 쪼개버리던 시대부터 점차로, 기원전 4~5세기 히포크라테스는 인간의 몸과 마음에 병이 생기는 것은 인체의 내부와 외부환경의 부조화 또는 인체 내부의 불균형 때문이라고 하며, 이를 4체액설의 개념으로 설명했다. 황담즙(불), 물(점액), 공기(혈액), 흙(흑담즙)으로 여기에 이상이 생기면 이병도 저 병도 생긴다고 봤다. 이는 이전의 엠페도클레스는 4원소설 물질은 물, 불, 흙, 공기의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계승한 것이고, 아리스토텔레스도 그 생각에 동의하면서 여기에 몇 가지 근원적 성질들을 배당했다.


4체액설은 거의 2천 년 동안 서구 사람들의 몸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 18세에 이탈리아의 해부학자 조반니 모르가니는 질병은 장기 이상으로 발생한다고, 18세기 말 프랑스의 해부학자 샤비에르 비샤는 질병이 장기를 이루는 세포 덩어리인 조직의 이상으로 발생한다고, 19세기 중반 독일의 병리학자 루돌프 피르호는 세포 이상 때문이며, 지금은 세포의 핵 속에 들어 있는 유전자에 이상이 생길 때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책 제목<질병 vs 의학>은 가치 중립적인 듯한데, 내용에서는 질병을 적이라 규정한다. 질병은 인간의 장기와 기능의 부조화에서 비롯된다는 히포크라테스의 말처럼 조선의 세조는 <의약론>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심의(心醫), 음식으로 병을 예방하는 식의(食) 순으로 의사를 구분하듯, 질병은 인간과 함께하는 동전의 양면이었다. 몸을 다스리는 게 아니라 균형을 깨뜨리지 않고, 잘 지내는 것이리라.


이 책은 4부로 구성됐고, 1부에서는 인류, 질병과 전쟁을 시작하다는 제목 아래 질병은 신이 내린 형벌이라는 인식에서 히포크라테스, 의학을 종교에서 독립시키다, 페스트, 페니실린, 항암제 발견으로 큰 질병은 정복된 듯 보였지만, 질병의 역습으로 항생제 내성균의 출현으로 공방전이, 사회변화가 불러온 새로운 질병을, 2부에서는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에서 감염병을 다룬다. 세균과 백신, 예방접종, 바이러스가 불러온 암, 세균의 시대가 가고 바이러스 시대가 온다. 광우병 쇠고기에서 식인까지, 3부 칼과 방패 대신 칼과 바늘, 4부 인간은 질병을 정복할 것인가?


목차 순대로 보면, 고대에서 현대 질병과 의학의 변증법을 잘 알 수 있다. 의학발달의 한계는 어디일까?, 질병은 저 홀로 나타나는 법은 없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서 인간과 인간의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것이기에 예방도 가능하다. 그만큼 모두 수고를 해야겠지만, 3부의 현대 최신의학 편과 4부의 공중보건학의 대두, 생활 습관 의학 등 기술과 인간의 노력이 어우러지는 대목 또한 흥미롭다. 위 속에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헬리코박터균이 얼마쯤 있으면 정상인가, 없어야 정상인가 하는 기준은 잘못된 것이다.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할 것인가 문제이다. 


환경보호를 해야 할 가장 현실적인 이유


바로 코로나19 대유행을 경험한 우리는 이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조금만 생각해보거나 정보를 모아보면 금방 깨달을 수 있다. 바로 서식지 파괴와 인수공통감염병의 위협 증가라는 관계다. 광우병, 조류인플루엔자, 사스, 에볼라, 유행성 출혈열, 마버그열 등의 공통점은 본디 사람에게서는 발견되지 않던 동물의 감염병이었으나 20세기 후반 이후 본격적으로 사람을 향해 덤벼들기 시작한 인수공통감염병이다. 페스트, 탄저, 결핵, 광견병, 콜레라, 뎅기열도 모두 그렇다. 콜럼버스 신대륙발견 후, 유럽 이주민과 함께 들어온 천연두, 홍역, 인플루엔자, 발진티푸스 등은 선주민을 몰살시켰듯이, 여전히 인류는 시시각각 새로운 위험에 노출 가능성이 커진다. 개발로 자연환경이 파괴되면서 사람과 격리됐던 동물들이 사람과 접촉할 기회가 증가한 만큼이나, 코로나19와 같은 대유행이 오는 것을 막으려면 현재의 생활방식을 더 자연 친화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인수공통전염병은 더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A형 간염이 과거보다 증가하고 있다. 백신과 약물 개발로 확산이 멈추거나 줄어들어야 할 발병률이 높아진 이유는, 깨끗한 환경이 감염병을 일으킨다는 위생가설이다. 위생 수준이 점차 높아지고 청결한 환경에서는 A형 간염이 쉽게 일어나지 않지만, 반면에 면역력은 저하된 상태로 감염 가능성이 작아졌지만, 과거에 비해 늦은 나이에 환자들이 발생한 경우, 어렸을 때 감염보다 더 심각한 증상이 나타난다. 퇴치됐다던 결핵이 다시 등장한 이유 역시, 내성 때문이다. 기존의 결핵약으로는 치료가 잘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새로운 숙제인 셈이다.


생활습관의학(라이프스타일 의학)의 대두


20세기 전반까지 인류는 식량부족에 허덕였다. 지금도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여전히 그러하지만, 보릿고개는 없어졌다. 쌀이 남아돌 지경이다. 2차 대전 후 식량 공급이 풍부해지면서 패스트푸드가 일반화되고 음식이 남아돌 정도여서 문제가 생겼다. 많이 먹고 적게 움직이는 생활 습관에 대응하는 의학은 이제 대중화됐다. 생활습관의학은 생활 습관법의 예방, 치료, 재활을 돕고 공중보건을 개선해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받는다. 임상의가 다른 분야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사람들의 생활방식에 개입해야 한다. 약물의 일률적인 투여량도 이제 맞춤형이 되고, 생활습관 조절로 의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속적인 교육과 정보제공 또한 필요하다. 


지은이는 가장 확실하다고 믿는 것을 의심하라고 한다. 고정된 관념이 의학발달을 가로막는다고, 40년 전에 발견되어 위궤양과 위암의 원인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균은 세포학이 시작된 1870~80년대에 이미 발견할 기회가 있었지만 한 세기가 지나서 알려진 것은 의사들은 강한 산성인 위 속에는 세균이 살 수 없다는 고정된 관념이 의사들의 사고를 지배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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