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사라질 날들을 위하여 - 수만 가지 죽음에서 배운 삶의 가치
오은경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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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을 위한 최고의 선택 무엇인가?

이 책은 지은이 오은경이 38년 동안 간호사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죽음에서 얻은 삶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행려 병동에서, 가정 간호 현장의 기록이다. 그는 다가올 내일을 준비하듯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테네의 청년들에게 불온사상을 주입했다는 죄명으로 독배를 앞에 둔 소크라테스는 옆집 의사에게 빌린 수탉 한 마리 값을 치러주라고, 그에게 죄를 인정하고 살아남으로라고 눈물로 호소하는 제자와 지인들을 향해 말한다. 그는 철학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사유하는 것이라 말한다. 물론 법학자들은 뭐라 말할지 모르겠지만, 죽음의 철학이라는 관점에서는 소크라테스는 이미 초월했다. 영생과 윤회를 믿는 소크라테스는 죽음 또한 경험이고 과정이라 생각했을 터이지만, “지혜로운 사람에게는 삶 전체가 죽음에 대한 준비”라고 했던 키케로의 말과도 통하는 바가 있다.

죽음을 사유하는 시간의 읽고 생각할 거리는 4장 32꼭지다. 1장은 ‘죽은 자로 하여금’에서 낯선 이의 주검, 부디 평안하소서, 밀어낼수록 가까워지는 죽음 등 9꼭지의 글이, 2장 ‘살아 있는 자의 무게’에서는 희미해진다는 것- 어머니의 생, 생생해진다는 것- 어머니의 죽음, 위기의 보호자 등 8꼭지가, 3장 ‘죽음과 삶의 파수꾼’에서는 예고 없이 닥친 죽음 앞에서, 를 비롯하여 9꼭지의 글이, 4장 ‘더 나은 생을 위하여’에서는 존엄한 죽음, 품위 있는 죽음, 죽음에서 배운 삶의 자세 등 6꼭지의 글이 실려있다.

언젠가 사라질 날들을 위하여

죽음을 앞에 두고, 보인 반응은 수만 가지, 천차만별이다. 임종 연구자인 스위스 출신의 시카고대학 정신건강의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모델)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다섯 단계-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dabda:나는 이를 다비(우)다 남김없이란 뜻으로 새기련다), 다른 이의 임종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다. 하지만, 죽음을 새로운 시작과 고된 삶으로부터 해방이라는 장자(莊子)의 죽음에 대한 태도는 거부와 환영의 사이에 머문다.



장자(莊子)의 고분지통(叩盆之痛)은 장자가 부인의 장례를 치르면서 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다는 고사에서 유래됐다. 이런 모습을 본 그의 친한 친구 혜시(惠施)가 평생을 같이 살고 아이까지 낳은 아내의 죽임을 당해 어찌 그럴 수가 있느냐고 따지자, 장자가 말하기를 "아내가 죽었을 때 내가 왜 슬프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아내에게는 애당초 생명도 형체도 기(氣)도 없었다. 유(有)와 무(無)의 사이에서 기가 생겨났고, 기가 변형되어 형체가 되었으며, 형체가 다시 생명으로 모양을 바꾸었다. 이제 삶이 변하여 죽음이 되었으니 이는 춘하추동의 4계절이 순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아내는 지금 우주 안에 잠들어 있다. 내가 슬퍼하고 운다는 것은 자연의 이치를 모른다는 것과 같다. 그래서 나는 슬퍼하기를 멈췄다."(오쇼 라즈니쉬<삶의 길 흰 구름의 길>(오쇼의 장자강의, 청아출판사, 2005)


돌아가셨습니다. 대신, 좋은 곳으로 가셨습니다.

임종 과정에서 하는 연명치료는 가는 사람을 가지 못하게 잡아끈다. 그럼 그 사람은 죽음의 문고리를 잡은 채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가 된다. 대부분 사람이 임종기에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모나 자식에 한해서는 다르다. “연명치료 하시겠습니까?”라는 물음에 하지 않겠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하루라도 더 사랑하는 사람의 삶이 연장되기를 바란다. 누구나 존엄한 죽음을 원하지만,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존재한다. 잣대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나와 가족들에게. 하지만, 주변의 눈치가 두려워, 연명치료 해달라는 자식들, 실로 복잡하다. 죽음이란 두려운 것인지, 영원한 이별인지, 도대체가 알 수 없다. 다만, 불가의 해탈은 고통스러운 윤회의 고리에서 영원히 벗어나 안식과 평화를 찾는 것을 말한다. 그저 해탈이 아니다. 지은이는 바란다. 오은경 님은 좋은 곳으로 가셨다고 말해주기를 원한다고, 돌아가신 게 아니라. 좋은 곳으로,

죽음을 어떻게 볼 것인가, 조력사에 관한 생각

이 책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부록으로 붙어있다. 연명치료에 관한 우리 사회의 태도, 조력사는 아직 논의단계라 언급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소극적 안락사인 존엄사는 식물인간 상태처럼 의식 없는 환자에게 영양공급 등을 중단해 죽음에 이르게 한다. 대표적으로는 2005년 미국 테리 샤이보 사건이 언급되는데 15년간 식물인간 상태로 있던 샤이보에게 영양공급 튜브를 제거하라는 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이다. 적극적 안락사는 말기 환자나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에게 영양공급 등을 중단하는 소극적 행위를 넘어서 의사 등 타인이 치명적인 약을 처방하거나 주입함으로써 생명을 단축하는 방식이다.

조력사, 의료 조력 사망((Medical Asistance in Dying: MAiD)이라 부른다. 2015.2 캐나다 연방대법원의 조력 사망 선택권을 개인의 권리로 인정했다. 당시에는 아무튼 조력사를 네 가지 조건 아래에서만 할 수 있도록 했는데, 위중하고 치유 불가능한 의료상의 문제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첫째, 심각, 치료 불가는 질환이나 장애가 있을 것, 둘째, 신체 능력 회복 불능의 퇴행이 상당히 진행되어야 하고, 셋째, 환자가 가진 의료상의 문제가 지속적 심신의 고통을 일으켜 견딜 수 없고, 환자가 원하는 방법으로 고통 완화할 수 없는 때, 넷째, 어느 정도 가까운 시일 내에 자연사할 것이라는 합리적인 예측(RFND), 이중 가장 곤란한 것이 자연사 시기의 합리적인 예측이다. 2021년 퀘벡고등법원이 이 조항을 위헌으로 판단 삭제를 명령했고, 연방의회에서 법안을 통과, 의료 조력 사망 자격요건에서 삭제됐다. (진 마모레오, 조해나 슈넬러,<기꺼이 나의 죽음에 동의합니다>(위즈덤하우스,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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