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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감염 예고 - 팬데믹을 예견한 목소리는 왜 묵살되었는가
마이클 루이스 지음, 공민희 옮김 / 다섯수레 / 2024년 11월
평점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계 감염 예고
논픽션 작가 마이클 루이스가 코로나19 대유행기에 왜 사라진 미국인들이 많았을까? 세계 유수의 질병통제예방센터와 첨단 의료기술을 자랑하는 미국에서,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인가? 팬데믹을 예견한 목소리는 왜 묵살되었는가, 미국의 감염병, 전염병 관련 지휘소 역할을 하는 질병통제예방센터의 독립성 확보가 필요한 데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서 물론 이전에도 그런 경향은 있었지만, 대통령선거의 논공행상의 자리 배치 대상이 되어버렸다는 점을 지은이는 강하게 질타한다. 독립성을 유지하고 센터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 이끌어야 할 조직임을 여러 사례를 들어 강조한다.
이 책의 3부로 구성됐고, 1부에서는 주로 공중보건의가 경험한 질병통제예방센터와 미국 공중보건의 상황을 담고 있다. 2부에서는 박쥐, 조류 등의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는 마이너(비주류) 의사들, 3부에서는 시스템의 결함을, 행하지 않은 죄에 관한 소회 등을 싣고 있다. 출세를 위해 줄을 서는 부류와는 근본부터가 달라 괴짜 혹은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 이른바 일에 관한 옳은 신념과 철학을 가졌던 몇몇 보통 사람들을 통해, 미국의 허접하고 무방비한 시스템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공중보건의와 감염병에 관한 사람들의 태도
여기에 실린 사례들은 이른바 신념과 철학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외과 의사와 결혼해 3명의 자녀를 둔 30대 초반의 내과 전문의 “채리티 딘”는 고액의 연봉을 마다한 채 카운티의 의료국부국장으로 박봉의 공중보건의를 지원한다. 결국 집에서 아이들이나 돌보며 살림을 할 것을 요구하는 남편과 이혼하고 그는 주 80시간씩 일을 하는데, 그 힘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감염병과 전염병의 구분도 제대로 못 하는 공중보건의들, 1부 “무시무시한 용”으로 태어난 채리티 박사, 개를 구하기 위해 불길 속으로 뛰어들던 소방관은 감염병이란 소리에 정나미가 떨어진 얼굴로 뒷걸음치는 공포에 질린 모습, 현장에서 체포한 범인이 에이즈, C형간염이란 말만 듣고 안절부절못해 창백한 얼굴로 샤위실에 들어가 몇 번이고 몸을 씻는 사람들, 이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두 개의 얼굴, 하나는 직업정신이 투철한 믿음직스러운 직업인이지만, 그 대척에 있는 얼굴은 감염병에 관한 무지다.
이미 만들어진 대응 매뉴얼 속에 분명하게 적혀있지만, 누구도 이를 제대로 본 적도 보려는 생각도 없는 상황이 수많은 시민이 생활하는 자치단체의 보건당국이다. 시간제로 일하는 계약직 공중보건의, 은퇴한 후 생활을 위해 일하는 늙은 의사, 이들에게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맡겨도 될까?,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기계적으로 책상 위에 서류에 결재 사인만 하는 의사들에게 길거리에서 마약중독으로 알코올중독으로 감염병과 전염병에 노출된 노숙인들은 공중보건의가 지켜야 할 귀중한 생명이 아니다. 적어도 받은 돈 만큼, 딱 그 시간만 일하면 된다. 더 이상의 일을 벌이는 슈퍼맨이나 열혈의사일 필요는 없다. 오지랖이다. 이것이 미국의 공중보건당국의 민낯이다.
질병통제예방센터의 독립되어야!
우리가 아는 이미지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여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군분투, 살신성인의 모습을 담은 1995년 영화<아웃 브레이크>, 그때는 분명히 맞았고 지금은 전혀 다른 현실이다. 물론 영화다. 질병통제예방센터장은 경력직에서 대통령임명식(지미 카터 정권부터)으로 바뀌었으니, 여기서 왜 미국은 스스로 구할 제도를 마련하지 못했을까? 라는 물음에 관한 답을 찾아보자. 지은이가 제기한 의문 “왜 팬데믹을 예견한 의견은 묵살되었나?”와 같은 맥락이다.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역사에 남을 전설적인 의사 빌 포지, 많은 사람에게 ‘천연두를 퇴치한 인물’로 알려졌고, 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뽑은 마지막 센터장이기도 했다. 2020.9.23. 현 센터장인 로버트 레드필드에게 편지를 썼다.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죽어갔을 때다. “바이러스가 미국에 끼칠 참혹한 결과를 외면하지 말라, 이건 대학살이다. 물론 백악관에서는 분노하겠지만, 정치를 위해 생명을 희생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정치적 간섭없이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어떻게 나라를 이끌어 갈 것인지 방향을 설정하고, 간섭이 생기면 중립적인 감사관에게 보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해, 바로 이 대목이 해결책이다.
채리티 역시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몇몇 사람의 연구논문을 위해 이곳저곳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지만, 감염병의 분석을 의뢰하면 대응하지 않지, 폼나는 일과 안전하게 이미지관리를 하는 일은 하지만, 정치적 위험부담이 있는 일은 피하고 싶다는 센터의 태도를 정확하게 알게 된다. 이렇게 망가진 시스템 위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기란 애초부터 무리였다. 연방정부만이 아니라 주 정부 또한 마찬가지다. 주지사가 임명하는 의료국장, 보건국장은 관료다. 주지사의 업적을 위해 움직이는 로봇이다. 실제로 공중보건당국이 해야 할 일은 안 중에 없다.
이 책의 결론은 자기 일에 신념을 가진 많은 사람의 용기와 헌신으로 위기를 극복한 것이지, 연방정부, 자치주가 나서서 해결한 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짚어내고 있다. 1918년 5천 만 명이 죽은 스페인독감은 일부 조류의 체내 바이러스가 변이되면서 퍼진 것이었다. 2005년에 도 계절성 독감이 비슷한 변이 양상을, 코로나19는 어느 날 갑자기 중국 우한에서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라 주기적으로 생겨나는 패턴이 있고 그에 따라 생겨난 것이다. 막을 수 있는 재난을 예방하지 못했다, G7이 하는대로만 따라해도 18만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텐데, 백신의 생산과 보급 속도에만 관심이 있고,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사람들을 격리하는 방법은 누구도 살펴보려 하지 않았다. 아무도 어떤 조처해야 할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세계 감염은 확산하기 전에 전조증상 등으로 늘 예고를 해 왔다. 이를 애써 무시한 것은 정치였다.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질병을 통제하고 예방하는 게 아니라 정치의 입맛을 맞추는 양념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