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온 미술관 - 길 위에서 만나는 예술
손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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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발상, 거리로 나온 미술관-길 위에서 만나는 예술-

 

 

어느 도시나 지역에는 그곳을 상징하는 건물이나, 조형물 등이 있다. 또 다른 표현으로는 랜드마크라고 할까, 예전에는 중심, 표식, 알기 쉬운 뭐 그런 건물일 뿐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그리 없었던 듯하다. 즉, 도시를 대표하는 건축물은 예전에는 그저 낮익은 건물이라는 인식이었다.

 

 

우리는 ’예술작품‘을 뭐라고 생각할까?

 

 

이 책은 우리 일상 속에서 보이는 건물이나 길거리 조형물을 보는 각도를, 생각을 조금만 달리하면 미술관에 가지 않더라도 훌륭한 예술작품을 볼 수 있는 ’거리의 미술관‘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한다면 익숙함 속에 낯설음, 즉 새로운 경험을 할 수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예술작품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를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대기업 건물에 커다란 황소 한 마리, 우리를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약속장소로 알기 쉬운 랜드마크로 인식하고 있을까, 아니면 거리에 전시된 예술 작품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글쎄다 별로 생각해 본적이 있었나 싶다.

 

 

길거리 미술관’이란, 익숙한 거리의 낯설음, 새로운 발견

 

 

지은이는 ‘건축물은 도시라는 캔버스에 그려진 예술작품’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발상과 사고의 전환, 통근길에 보고 지나치던 건물들이 예술작품이라면 갑자기 거리가 달리 보이지 않을까, 그저 익숙한 거리에 관심을 가지고 보면 어느덧 예술작품으로 탈바꿈하는 게 아닌가, 갑자기 열린 ‘길거리 미술관’...갑자기 새롭게 보인다. 충분히 공감할만한 이야기다.

 

지은이는 미술평론가이면서 일간지 문화전문기자, 부국장이다. 2020년 한 해 동안 국민일보에 연재했던 칼럼 ‘궁금한 미술’을 깊고 더해 엮은 것이 이 책이다.

 

그저 서 있는 건물, 국회의사당, 예술의 전당의 탄생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가지고 보면, 이른바 건축물에 혼을 불어넣는 스토리텔링 속에서 새롭게 보이는 예술작품이 된다…. 무릎을 딱치고 싶은 대목이다.

 

 

 

 

길거리의 미술관은 언제부터, 어떤 것들이 있을까

 

 

1975년, 문화예술진흥법에서 건축조형물을 세워야 한다는 권고 규정을 두고 있다가 20년 후에 의무규정으로... 지방자치제도 부활이후에는 관광객 유치 등을 위한 조형물로... 시대와 목적에 따라서 거리에 하나 둘 세워지는 건축물과 예술품들,

거리의 조형물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첫째 동상과 조각 등 정부 주도의 기념 조형물, 둘째 문화예술진흥법(제9조,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 1만 제곱미터 규모 이상의 건축물에는 건축비용의 1%, 1995년 의무화 이른바 ‘건축비 1% 법’)에 따라 설치된 미술품, 셋째 지방자치단체의 프로그램, 넷째는 기업들의 건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설치한 것들이다.

 

 

길거리 미술관은 아직도 시행착오 중

 

 

국세청 앞에 세워졌다 4년 만에 시민들의 반발로 철거된 ‘저승사자 조형물’과 시민들의 반발을 받아들여 위치를 바꾸면서 존속시켰던 포스코 본사 앞 ‘꽃이 피는 구조물’, 지금은 명소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둘의 엇갈린 운명, 예술작품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런 역사가 있었구나는 생각이 든다. 눈이 번쩍 뜨일정도로...

 

이 책에서 몇 사례를 소개하고 있는 공공건축물은 2000년대 들어 급작스레 증가하기 시작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라든지 여러 이유를 들어 우후죽순처럼, 그러나 설치과정에서 주민의 의사를 묻는 등 민주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행정 독단으로 추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공건축조형물이 생겨난 것이다. 시행착오 속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가?, 아직은 답하기는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

 

자 본론으로 되돌아보자. 이 책은 4장을 나눠 1장에서는 익숙한 곳에서 발견하는 낯선 아름다움이라는 제목으로 공공미술 이야기를 풀어낸다. 여기서 드는 사례는 김병호의 ‘조용한 증식’을 비롯하여 조너선 보로프스키의 광화문 흥국생명에 세워진 ‘해머링 맨’, 클래스 올덴버그의 청계광장 ‘스프링’, 김영원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 ‘그림자의 그림자를 비롯해 인천공항, 코엑스 한국프레스센터, 광화문의 이순신장군 동상 등이 소개된다. 그리고 2장 도심 안의 또 다른 예술이라는 건축이야기에서는 김찬중의 울릉도 코스모스리조트, 박승홍의 국립중앙박물관 등을, 3장 거리의 예술로 훔쳐보던 그 시절로 역사이야기를 담고 있다. 박길용의 국립현대미술관, 지명건축가들 이른바 잡탕 ’국회의사당‘ 김수근의 세운상가, 김석철의 예술의 전당에 얽인 웃지 못할 이야기들, 4장에서는 관점을 바꾸고 경계를 허물다라는 제목으로 새로운 공공미술을 소개학 있다. 김승영의 금천아파트 ’누구나 마음속에 정원이 있다‘ 녹사평역의 공공미술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지하예술정원‘ 등이 그것이다.

특히 3장에서 소개하는 국가주도의 체제우월(적어도 북쪽 보다는 웅장하게라는 강박이 작용하던 시절에 지어진 건축물)의식이 예술품보다는 선전도구로, 이용되던 시기가 있었다. 참으로 씁슬한 대목이다. 100년 후, 우리 건축예술품, 건립 당시 당대의 시대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역사적인 증거는 된다. 박제화된 이데올로기의 상징이라면 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을까?, 물론 보기 나름이겠지만 말이다.

 

늘 보던 건축물, 조형물들이 거기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보면,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새롭게 다가오는 것은 왜 일까?, 바로 지배적인 사고틀때문이 아닐까, 예술작품은 창작자가 당대의 정신을 그리고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해석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면서 만들어 낸 것들을 작품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보여주기식, 뭔가 목적을 가지고 마구찍어내는 것들은 예술작품이 아니라, 쓰레기다. 그 예는 국세청앞 저승사자가 그러했고, 한때 포스코 앞 조형물도 그런 수난을 겪었다.

 

 

 

국회의사당은 너의 섬(여의도, 汝矣島), 그들의 리그의 이상한 우주선 같은 건물, 총독부의 약령?

 

지은이는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전당 건축 당시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는데, 아마도 이런 게 스토리텔링이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는 국회의사당, 평소 여의도(너의 섬= 구케우언=구태의연하고 케케묵은 어리석은 소리를 하는 곳= 왜 합리적이고 현명한 사람들이 =의사당에만 들어가면 자기 생각을 잃어버리고 어떨 때는 좀비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걸까, 그래서 나는 ’국회의원‘이라 쓰고 읽기는 ’구케우언‘이라고 읽는다) 아무튼 국회의사당에 얽힌 사연을 들어보자

 

지은이는 건축물 ’국회의사당’을 이렇게 표현한다. ‘급조된 불통의 아이콘 건축가 없는 누더기 건축물’이라고, 의사당 지붕 돔을 두고 ’마징가 제트‘ ’로봇 태권V’ 논쟁이 있었던 모양이다. 상상처럼 밋밋한 건물 위에 돔을 얹히는 참으로 생뚱맞았던 모양이다. 박정희 시대 만들어진 대표적인 건물이며 특징은 기둥과 돔이란다. 서양의 돔은 종교적 믿음이나 왕권, 국가적 이상을 상징한다. 로마의 판테온 신전, 바티칸의 성베드로대성당, 미국의 국회의사당 등이 이런 예에 속한다. 동양에서는 서구에 대한 콤플렉스, 근대화에 대한 열망 등을 바로 돔으로 표현한다.

 

국회의사당 설계도 우여곡절을 거쳐 공개됐던 1969년 당시, 언론에서는 제국주의가 식민지에 자기 나라의 위세를 보이기 위해 만든 콜로니얼 양식이라고 전제하며, 총독부의 악령이 되살아난다고 했다. 참으로 선견지명이다. 지금 국회의사당 돌아가는 꼴을 보면 아주 틀린 소리도 아닌 듯하다. 지금도 ‘돔’ 논쟁은 진행 중이다. 돔을 없애자는 의견이 여전히 존재한다.

 

자, 이렇게 건축물 국회의사당의 배경을 알고 보면, 뭔가 달라져 보이지 않을까?, 건물이란 의미는 무엇일까, 왜 예술작품이라는 표현을 할까, 바로 상징성 때문이다.

 

 

이 책은 단지 거리 예술품, 걸어가면서 보는 미술관에 초점을 맞춰 우리의 예술을 보는 눈높이와 사고의 전환 요구를 담고 있지만, 그 바탕에 깔린 의도는 우후죽순 마구잡이로 만들고 올리는 건축물과 예술작품을 구별해주시라는 우리 거리의 미술관 작품을 보면서 한 번 생각해봅시다. 그리고 이런 예술작품은 거리에 설치한 이상 공공미술이며, 이는 주민과의 소통을 통해, 합의하고, 우리 모두의 작품으로 승화되어야 할 때가 됐음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또한 건축물과 조형물 등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 잊혀진 이야기들을 끄집어 내어, 감칠맛나게 설명해주는 대목도 흥미롭다. 24시간 언제든지 볼 수 있고, 제한 인원도 없다. 완전히 열려진 미술관이 아닌가, 이런 재치 있는 발상이 돋보이는 책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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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사를 바꾼 독립운동 이야기 - 자강과 공존의 가치를 재발견하다,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김종성 지음 / 유아이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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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사를 바꾼 독립운동 이야기

 

이 책에서 다룬 독립운동 이야기는 3부로 나누어졌고, 1부에는 서유럽의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아일랜드를, 2부에서는 동유럽의 체코, 우크라이나, 모스크바 공국, 카프카스국가들, 그리고 3부는 북유럽으로 스칸디나비아, 발트해 연안, 핀란드 등 11개 이상 나라들의 자강과 독립을….

 

유럽의 지형과 역사, 로마 시대 군사방어기지에서 도시로 발달한 곳이 많다. 시오노 나나미<로마인 이야기>에서 나오는 독일의 도시들과 머리 긴 가리아인의 나라 프랑스 파리 등도 그런 도시다. 유럽 각 지역의 자리한 도시들의 성장을 중심으로 작은 면적의 국가(50개)를 이루어, 7억 4800만 명이 살아가고 있다. 이들 사이의 일어난 수많은 침략과 수탈로 점철됐던 역사, 그 속에는 작은 나라들은 대국의 압제에 항거하여 독립과 자존을 찾아가는 치열한 역정이 담겨있다. 많은 민족이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원치 않은 전쟁에 끌려가고, 차별과 강제추방 등의 수난도 겪었다. 이런 유럽 역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위기, 식량, 가스관, 유럽, 미국 등과 힘겨루기….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국가들의 독립 과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스위스가 어떻게 중립을 유지했을까, 우리 경상도 크기의 벨기에가 독립국을 유지하는 동력은 무엇일까, 이 두 나라의 경험은 현재 남북분단 상황에서 통일의 방도를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으로 뻗어 나가려 한다. 나머지 국가들도 차근차근 살펴볼 요랑 이지만, 우선 스위스와 벨기에(여기에 네덜란드와 룩셈부르크가 겹치니)의 경험을 보려 한다.

 

스위스의 중립은 자강, 한편으로는 밖으로 열린 국가여서 가능한가?

 

스위스연방은 어떻게 중립국을 고수했는가, 전쟁 억지력은 힘이다. 전쟁을 치를 준비가 돼 있어야만 중립이 가능하다. 독일, 이탈리아로부터 압박을 받았을 때, 군사력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독립유지를 어려웠을 것이다. 지은이는 알프스 에델바이스 속에 숨겨진 사자의 발톱이라고 표현했는데, 이 한 구절에 스위스의 모든 것이 담긴 듯하다.

 

스위스에는 ‘빌랜스나치온’이라는 개념은 기억해 둘만 하다. ‘더불어’ 자발적인 국가의 의지를 담고 있다. 밖으로 열린 사회란 뜻이다.

 

중립 노선의 역사 또한 깊다. 1481년 울타리를 너무 멀리 치지 말라는 성 니클라우스 충고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의 땅을 넘보지 않지만, 내 땅을 한 뼘도 내줄 수 없다는 말처럼, 아무튼 강조하는 것은 전 국토의 요새화, 그리고 중립을 유지할 수 있는 군사력, 그런데 한국은? 중국과 미국, 일본의 트라이앵글 속에 갇힌 여전히 대국의 눈치를 보는 그런 나라인가, 스위스에서 뭔가 배웠으면 좋겠다. 중국, 일본 모두 밖으로 열린 세계는 아니다. 오히려 배타적인 국가다.

 

벨기에 경상도 크기의 작은 연방, 그 힘의 원천은 불리함을 유리함으로….

 

벨기에는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를 연결하는 요충지로 유럽의 전장지로 불리는 곳이다. 지정학적으로 강대국 사이에 놓여있다. 2차 대전 후에는 중립 노선을 포기했다. 수도 브뤼셀에는 유럽연합(EU)과 NATO 본부를 비롯하여 베네룩스(벨기에, 네델란드, 룩셈부르크) 연합함대 등이 있다. 벨기에의 유럽 중심화 전략은 안전보장뿐만 아니라 유럽의 수도 같은 곳이다. 플란다스 개로 유명한 플랑드르, 브뤼셀 수도권, 왈로니 등 3개 권역으로 구성된 연방이다. 이를 들여다보면 복잡하다. 인종, 언어, 종교적으로 구분돼, 플랑드르는 게르만계, 신교. 네덜란드어권으로 전체 인구의 60%, 왈로니는 라틴계, 가톨릭, 프랑스어권으로 40%다. 브뤼셀 수도권은 언어권 경계의 예외지역으로 네덜란드와 프랑스어 모두 공용어다. 그밖에 동부는 독어권, 토착어를 사용하는 지역도 있다.

이쯤 되면 벨기에를 왜 들여다보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남북문제와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플랑드르의 분리 여론, 연방제 유지는 가능할까?

 

이렇게 인종, 언어, 종교 면에서 차이가 많은 지역이 함께 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이런 요소에 경제적인 격차가 가해져 남북분리, 경제력에서 앞선 왈로니가 먼저 분리를 주장했다가 19세기 말부터 식민지에서 금과 다이아몬드 등 귀금속이 유입되면서 동북부 항구는 공업 도시화 되고 지금도 세계 다이아몬드 세공의 80%를 차지하는 플랑드르 쪽에서 분리의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은 연방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역적 갈등과 분리 현상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까지 연방제를 어떻게 유지해왔는지를 톺아볼 필요가 있겠다. 아마도 이 작은 국가의 원동력은 작지만 강한 대국이라는 이라는 점에 있지 않을까, 경제력의 문제가 통합으로든 분리주장으로든 발전할 수 있는 동전의 양면처럼 작동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산업 혁명기에 유럽에서 볼 수 있는 트램을 포함한 철도기술은 전 세계적이었다. 오리엔트 특급의 첫 운항을 시작한 것도 벨기에 기업이었으니 말이다.

 

좀 더 벨기에 연방 유지를 위한 여러 조치와 정책들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남북통일의 문제와 중립국에 관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좋은 소재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중립국이다..라는 꿈은 현실적일까?, 언어와 종교, 인종과 각 구역의 국기문장과 국가도 다른 버전으로 부르는 이 작은 국가 벨기에가 어떻게 연방을 할 수 있었는지…. 아주 흥미롭다.

국가란 도대체 무엇으로 유지되는가를 생각하게된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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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하기 위해 그림을 본다 - 마음을 정리하는 미술치료 솔루션
김소울 지음 / 흐름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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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하기 위해 그림을 본다

 

미술치료(Art therapy), ‘치료’는 마치 정신적으로 큰 병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 지은이가 이를 깨는 데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림에 집중하는 순간, 그림 속으로 빠져들고, 나와 그림이 합일되는 경지는 우리 선조가 문방사우를 곁에 두고, 난을 치고, 사군자를 그리고 또 그림을 감상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붓 끝에 실린 감정이 매번 칠때마다 미묘하게 달라지는 삐침들, 누군가가 그려놓은 산수화를 보며 마치 자연의 풍광 속으로 내달리듯, 빠져드는 순간 몰아지경…. 아마도 그림을 본다는 것은 단지, 사물을 본다는 의미가 아닌 듯…. 미술치료에 이용하는 그림도 아마 그렇지 않을까,

 

지은이 김소울 선생은 이 책을 읽다 보면 마음에 와닿는 그림이 있을 것이고,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은 그림이 있을 것이라고….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시간은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쉽게 잃어버릴 수 있는 ‘나’을 찾아주도록 도와준다고 머리말에 적었다. 그렇다. 딱 이 말이다. 우리 선조들이 그림을 보면서 자신을 다스리는 그런 역할을 했던 것일지도. 이렇듯 미술치료라는 이름으로 다가오니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하다. 아직 ‘테라피’라는 말보다는 치료가 협소하게 들리니 말이다.

 

이 책은 장 대신에 5개의 스터디는 말로써 구분한다. 스터디에 실린 주제어들을 보자, 우선 1에서는 ‘트라우마, 자존감, 스트레스,관계’를, 2에서는 ‘방어기제, 관계, 절제, 외로움’, 3은 ‘불안감, 관계, 자존감, 관계’, 4에서는 ‘외로움, 무의식, 균형, 위로’를, 마지막 5에서는 선택, 그림을 선택하다, 감정을 선택하다로, 오늘도 행복하기 위해 그림을 보는 이유는 바로 자신이 감정에 따라 그림을 선택, 그것을 들여다보면서 힐링을. 마음의 평온상태로 되돌리는 것, ‘심리’ ‘내 마음의 상태’ ‘내 감정의 현재’에 따라 그림이 달라 보일 것이라는 결론을 담고 있다.

 

외로움, 무의식, 균형과 위로- 어제와 오늘, 그림이 달라 보이는 이유

 

감정의 변화, 첫인상과 두 번째 인상, 그리고 이후 또 다른 인상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뭔가 맞닥뜨렸을 때, 받은 인상, 지은이는 그림을 설명한다. 어떤 그림을 처음 접했을 때, 받은 인상, 이런 인상이 생기는 과정의 밑바탕에는 그날의 기분, 경험, 다양한 감정이 깔려있다. 그래서 두 번째, 세 번째, 매번 다른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음악도, 책도 모두 그렇다. 지난번에 들었던 음악과 이번에는 느낌이 달라, 왠지 더 외로운 듯한데, 지난번에 읽었을 때는 왜 이 대목을 읽지 못했지, 아니 느낌이 다른데….

 

바로 이점, 감정은 매번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림 속에 내 감정을 투사하게 되면 그 그림은 나만의 그림으로 내 감정대로 읽힐 수 있게 되는데, 그때 내 감정 상태를 자연스레 알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로 이 책의 목표다. 내 외로움이 그림을 통해 비쳐졌을까, 그림을 보면서 나는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

 

 

 

지은이는 '관계'에 힘을 싣고 있다. ‘관계’란 뭘까?, 자, 하나의 예를 보자. 잠적을 하여버린 지인, 왜 잠적하였을까, 이유는 하나 나를 찾아다오라는 것이다. 관심을 가져달라는 무언의 메시지다. 주변을 돌아보라 당신은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지인과 친구는 고정적인 관계가 아니라 지인이 친구 관계로 친구가 지인 관계로…. 이 또한 조화로운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처음 사랑했고 끝나버렸다- 뭉크

 

자, 그림에 깔려져 있는 분위기와 실린 감정을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 그림도 있다. 뭉크는 <절규>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화가다. 그의 작품<별 아래에서>은 1905년에 그린 것이다. 뭉크의 그림은 어린 시절부터 가족과의 연속적인 이별을 경험하면서 삶의 전반에 그리움이 깊숙이 배어 있다. 그의 그림에 깃든 외로움, 그리움, 쓸쓸함, 이는 그림 자체의 분위기다. 지금 이 그림을 보면서 당신은 어떤 느낌이 드는가?, 자신의 감정을 그림에 투사했다. 처음 사랑했던 여인은 남성 편력이…. 뭉크에게 상처만 남기고, 이후 두 사람과 연애를 했지만, 뭉크는 사랑이 떠나버릴 것을 두려워하여 끝내 독신으로 남았고 81세 죽었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이런 배경을 설명하지 않더라도, 그림이 말하는 것들 들을 수 있다. 이 또한 그림보기와 내 감정 확인하기에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은 심리 개념을 하나하나 이렇게 그림으로, 또 관련 이야기로 풀어내면서 자신의 감정 다루기 수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래서 아마 목차도 스터디 1~5로, 상황에 맞게 풀어낸다. 꽤 설득력이 있는 글쓰기를 하는데, 이 책의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림과 감정을 선택하는 주체는 바로 ‘나’다

 

술술 읽히는 책, 딱딱한 개념 설명과 어려운 전문용어를 나열하지 않는다. 그저 누군가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고 있는데, 그 뒤에 조용히 다가와 장황하지도 않고, 주절주절 대지도 않은 채 조용히 귓가에 대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마도 이 말은 빠뜨리지 않았을 것이다. “같은 그림과 대화를 해도 오늘과 내일은 분명 다를 겁니다. 그 차이에서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기회가 열릴 거예요.”라고, 그리고 그림과 감정을 선택하는 주체는 바로 당신이라고 말이다.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을 일일이 설명할 수 없어서 참으로 아쉽다. 감정은 아는 순간에 치유될 수 있다. 내 안에 또 다른 나의 감정을 몰라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그림이라는 매개를 통해 또 다른 나와 소통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내 안에 갇힌 나와의 대화의 시작이 감정을 알기 출발이 아닐까 싶다.

 

요즘 코로나 재난 상황 속에서 모든 게 변하고 있다. 혼자 밥 먹기, 배달음식에 익숙해졌다. 누군가와 같이 밥을 먹고, 웃고 즐기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이럴 때, 이 책을 동무 삼아 홀로 생활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책에 실린 ‘그림’만 보고 느낌을 적어두자. 며칠간 그렇게 해보고 어떤 느낌인지, 비교해보라. 그런 후에 이제 책 내용과 함께 그림을 또 한 번 봐보자. 당신의 감정은 어떤가?, 변화를 느끼는가? 아마도 이 책의 독법이 아닐까 싶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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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언덕 - 욕망이라는 이름의 경계선
장혜영 지음 / 예서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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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언덕

 

장혜영 작가의 <유리 언덕>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 욕망과 도덕률 사이의 고민, 효와 사랑, 아버지를 따르자니, 연인이 울고, 연인을 떠나보내자니 가슴이 미어지는 기나긴 밤이 될 것이고, 안방 극장 TV 드라마의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그렇다고 막장드라마라는 말은 아니다. 유리 언덕, 작가는 한태주의 입을 빌어 “현실은 항상 욕망의 일탈을 통제하기 위해 일종의 경계를 설치하는데 나는 이 상징적인 장치에 ‘유리 언덕’이라는 붙여보았습니다."라고 말한다. 유리 언덕은 현실에 의해 차단된 피안의 세계가 투명한 유리 너머의 물체처럼 욕망의 시선에는 포착되기 때문이다. 또한 동시에 차단 기능을 가진 넘기 어려운 언덕이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주는 암시. 프레임에 빠진 것인가, 아니면 작가가 파놓은 함정, 터널 속으로 들어온 것인가. 그도 아니면 작품의 흐름에...

 

이도 저도 아니다. 갑남을녀 누군들 한때, 지금도 품을 수 있고, 또 품고 사는 열정, 욕망 같은 것을 고스란히 이 소설에 담아 놓고 있는게 아닌가, 소설 "사랑방 손님"이 그러하듯, 원초적 내 안에 또 다른 나는 욕망, 내 하고픈 대로 하라고 하지만, 현실 사회를 지배하는 단단한 외피의 관습은 이를 허용치 않는다.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고, 이게 이 소설 바탕에 흐르는 관념이 아닐까, 다른 말로 ‘유리 언덕’이라는 표현하면서, 

 

소설의 얼개, 주인공 한태주와 서다요는 그녀의 사촌 동생 혜진이 한태주의 강의를 듣는 학생이어서 만날 수 있는 그런 관계로 첫만남이 이뤄졌고 그때 둘은 서로에게 반한다. 복잡하게 얼기설기 설정해놓은 주변 인물들, 묻지 마 앤조이 상대 강바람, 앵두 누나 고정애와의 대학 새내기 때 외할머니 집에 가서 열정에 불탔던 사건, 그 후 오랫동안 잊혔던 사람, 이 두 여성과 다요의 관계 설정, 두 여성은 다요를 응원한다. 그들의 원초적 본능은 한태주와의 사랑의 결실?, 그렇지만 여기에 유리 언덕이 가로 놓여있다. 현실은 자제해야 할 처지, 마치 소설 사랑방 손님처럼... 

 

 

 

가부장제 질서가 지배하는 가정, 한태주나 서다요 모두 그렇다. 흔한 소재이며 어디선가 들어봄 직한 그런 이야기라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한 꺼풀을 벗겨보면 조금은 다른 분위기가 있다. 늘 등장하는 소설 속 드라마 속 여주인공은 완벽한 미모를 자랑하는 여성이다. “효도“, ”정략결혼“ ”프리섹스?“ ”도덕적 책임감“ 완벽하지 않은 인간 한태주의 '순애보'라 할까, 그는 대학에서 문학을 강의하며 소설창작론, 소설비평 등을 하는 이의 세계,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들, 성에 있어 자유로운 결정이 강바람이고, 이들 관계는 마치 율리우스 시저의 여성 편력, 하지만 어느 여인도 시저를 비난하지 않았다는 전설, 왜 그랬을까? 그는 여성을 소유물로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자신과 사랑, 자신이 사랑했던 여성이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활을 할 우려가 있을 때는 이를 지원했다. 뭐 이런 태도를 가부장적 온정주의라 해도 토를 달 생각은 없다. 한태주 모습이 겹쳐온다. 적어도 그 나름의 도덕률이 존재한다. 

 

 

강바람은 청소녀시절, 어머니는 죽은 아버지 회사를 물려받고, 스무 살 어린 남자(계부)를 집으로 데려온다. 계부는 엄마가 외국 출장 간 틈에 그녀를 강간, 동물적 욕구를 채운다…. 어머니에게 그녀가 당한 일을 하소연하지만, 되돌아오는 말 계부를 용서하라고, 그 댓가로 집과 가게를 떼어준다. 이후로 관계를 끊고 살아가던 그녀가 태주와 다요를 도우려고 계부에게, 다요의 아버지 회사에 일감을 줄 것을 부탁한다. 한태주의 사랑은 이들에게도 전염된 것인가... 캐나다로 떠날 계획인 강바람(윤하늘)의 사랑법...

 

 

고정애 또한 물러나 제 갈 길을 가겠노라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등장 여성 3명이 주인공이다. 한태주는 조연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성이 사랑하는 방식의 세 가지 패턴을 보여주는 게 아닌지, 다요사랑법, 바람(윤하늘)사랑법, 그리고 앵두 누나(정애)의 사랑법... 경계선에 선 이들, 유리 언덕을 넘어설 수 없나?, 

 

누군가의 희생으로 사랑이 이뤄졌다. 그 희생자는 그 누군가이다.라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어서 막장드라마가 아니라 했고, 흔하디흔한 소재인듯하면서도 그렇지 않다고 여겨지는 이유다. 여성 각자가 주체로서 자신의 욕망과 현실, 유리 언덕을 보면서 스스로 답을 내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한다. 권선징악이라는 낡은 프레임으로 시청자의 눈물과 웃음을 끌어내는 그런 류의 소설은 아니다. 

 

작가 장혜영의 말처럼 도덕의 중력에도 도피 대신 연대를 통해 욕망을 이루어 나가는 인물의 몸부림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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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나라의 불행한 사람들 - 복지국가 스웨덴은 왜 실패하고 있는가
박지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행복한 나라의 불행한 사람들

 

이 책에서 다룬 스웨덴은 한국 사회에 북유럽의 선진복지 국가라는 이미지로 익히 알려져 있다. 지은이는 스웨덴에서 직장생활하면서, 어떤 분석관점을 따른 연구 문헌과는 달리 일상생활 속에서 그가 경험한 스웨덴의 이모저모를 적고 있다. 물론 다소 온도 차인가 있을 수 있다. 체감이란 매개요인이 스웨덴 사회의 현상을 읽어내는데 그 결이 다를 수 있음을 지은이도 머리글에 적어두고 있다. 그는 북유럽이 처한 현실은 우리에게 가장 위험한 미래가 될 수 있다고, 즉 그의 경험과 통계로 살펴본 스웨덴의 현실과 한국의 미래,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선험적,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때로는 전혀 익숙지 않은 눈이 정확할 때도 있다.

 

스웨덴도 대치동 못지 않은 극성이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교육문제는 우리 현실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미지의 유럽 교육이 아니라는 점은 점차 알려진 사실이다. 시사인의 자유기고가 김진경<오래된 유럽>(메디치 미디어, 2021)은 유럽식 교육에 관한 우리의 착시현상을 꼬집고 있는데, 그는 스위스의 예를 들고 있다. 김나지움 입시 대비 학원, 개인 교섭이 성황일까. 왜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을 졸업하면 스위스 상위 5%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들 할까, 이어서 "나는 스위스 교육의 궁극적 목적이 자유롭고 책임감 있는 성숙한 시민을 키우는 것인지, 국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일 잘하는 시민을 만들기 위한 것인지 의문을 품고 있다." 이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이지 않을까? 라고 했다.

 

이 책의 구성을 보자. 제목<행복한 나라의 불행한 사람들>이 표상하는 것처럼, 스웨덴 국민은 불편하단다. 부자가 돈 있는 사람이 상속세를 내지 않고, 부의 세습을 허용하는 나라, 그렇다면 복지국가를 이루는 그 바탕에는 어떤 문화가 존재할까?, 이 대목처럼 이 책은 많은 논쟁거리와 함께, 우리 사회라면 어떠하냐는 문제의식, 생각할 거리를 풍부하게 제공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먼저 스웨덴의 복지모델의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라는 머리글에 이어 1부 정말 스웨덴은 복지 천국일까 하는 문제 제기로 시작하는데, 1장에서 의료서비스를 2장에서 육아와 교육, 3장에 연금과 고용보험, 4장 스웨덴과 한국의 복지체계를 비교하고 있다. 2부는 세상에서 가장 불편한 세금의 진실, 1장에서 누가 세금을 내는가, 월급쟁이들의 쌈짓돈을 털어가는 정부를, 2장에서 탈세 감시사회, 3장 현금 없는 사회, 3부 스웨덴 사회, 그리고 스웨덴 사람들에서는 1장에 표면의 평등을, 2장 이면의 불평등과 3장 사회통합의 위기를 4장 코로나 19 방역 실패, 4부 부자나라 가난한 국민이란 제목 아래 1장 가난한 국민들, 2장 부자 기업의 나라, 3장 부동산의 고통을, 5부 지상낙원은 없다에서 1장 스웨덴이라는 반면교사, 2장 복지국가 조건을 논하고 있다.

 

스웨덴 사회의 얼개를 모두 들여다보고 있다. 복지국가의 조건에 관한 그의 생각을 적었다. 통계자료는 OECD 자료를 주로 쓰고 있다. 스웨덴의 복지 국가모델은 이미 사양화됐고, 이제 이를 어떻게 대체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글들이 많아졌지만, 이들은 모두 경제 동향만을 두고 말하는 듯하다.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다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우리는 뭘 주목해서 봐야 할까?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다

 

스웨덴은 인구 1천 명이 조금 넘는 나라다. GDP로 보면 세계 22위 정도다. 이런 조건을 대입시켜보면 복지국가 유지에 드는 비용을 산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체제 유지를 하는 이들은 스웨덴 사람들이다. 불행한 사람들이라는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달리 생각해보자.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은 3대 복지국가다(역사적으로 스웨덴은 덴마크, 노르웨이 지배에서 독립한 경위 등에서 이들 삼국의 바탕에 깔린 전통관념 등 공통적 요소가 많다). 북유럽 복지국가 기행을 하는 정수일<문명의 모자이크 유럽을 가다 1 북유럽>(창비, 2021)은 스웨덴 복지모델을 평가하면서 현재 인류가 도달한 으뜸 수준이며,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절충한 사회민주주의 모델이라고 했다. 16세 자녀까지 보육 지원, 대학을 포함한 전반적 무상 교육, 사회적 소득 격차를 최소화하는 연대임금제, 실업자·창업자에 대한 탄탄한 지원 체계, GDP 9%를 차지하는 높은 국가 의료비 지원 등은 이미 1950년대에 완비했다는 점을 들고 있는데, 이게 가능했던 것은 타협 협력 공존, 소박한 생활과 공동체와의 조화를 중시하는 스웨덴 전통문화 덕임을 주목한다. 바로 이 대목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스웨덴은 무상의료제가 아니다. 마치 의무교육과 무상 교육의 차이처럼 말이다. 지은이는 무상의료(5쪽, 23쪽)라고 하다가 무상의료에 가깝다(17쪽)는 표현을 한다. 무상의료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이 있다. 뭐 이는 옥에 티라고 해두자.

 

이 책은 스웨덴을 반면교사로 삼아서 “우리의 모델을 만들자”라는 말이다.

 

지은이가 말하는 주요논지는 상당히 알려진 내용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중요한 점은 “스웨덴은 우리 미래를 열어가는데 반면교사다”, 무조건 스웨덴모델이 최고라는 추수적 사고를 버려라. 세상에 많은 나라는 각각의 역사적, 사회적, 경제적 배경에 따라 그들에게 맞는 제도를 만들고, 운용하고, 또 경제적 사정에 따라 부침이 있다는 긴 안목으로 볼 것을 말하고 있다. 다만, 지은이가 스웨덴에서 살면서 경험했던 일상적인 모순들은 현재 스웨덴의 사회, 정치, 경제를 배경으로 나타나는 그것이라는 점 또한 유념해두자. 이를 곡해하거나 그가 말하는 취지 모든 나라는 그 나라만의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우리만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이유라고 이 책 끝에 적어두고 있다.

 

복지 국가모델로의 하나로서 북유럽형, 그중 가장 선진적이라는 스웨덴모델도 사회, 경제적 배경에 따라 변화하고 있음을…. 다만, 스웨덴 사람들이 희망을 버리지 않는 한, 여전히 변화와 발전의 가능성이 있다. 스웨덴의 전통에서 나온 모델이라는 점을….

대한민국, 의료수준은 세계적, 공공의료는 미약,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문득 드는 생각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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