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리언덕 - 욕망이라는 이름의 경계선
장혜영 지음 / 예서 / 2021년 12월
평점 :
유리 언덕
장혜영 작가의 <유리 언덕>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 욕망과 도덕률 사이의 고민, 효와 사랑, 아버지를 따르자니, 연인이 울고, 연인을 떠나보내자니 가슴이 미어지는 기나긴 밤이 될 것이고, 안방 극장 TV 드라마의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그렇다고 막장드라마라는 말은 아니다. 유리 언덕, 작가는 한태주의 입을 빌어 “현실은 항상 욕망의 일탈을 통제하기 위해 일종의 경계를 설치하는데 나는 이 상징적인 장치에 ‘유리 언덕’이라는 붙여보았습니다."라고 말한다. 유리 언덕은 현실에 의해 차단된 피안의 세계가 투명한 유리 너머의 물체처럼 욕망의 시선에는 포착되기 때문이다. 또한 동시에 차단 기능을 가진 넘기 어려운 언덕이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주는 암시. 프레임에 빠진 것인가, 아니면 작가가 파놓은 함정, 터널 속으로 들어온 것인가. 그도 아니면 작품의 흐름에...
이도 저도 아니다. 갑남을녀 누군들 한때, 지금도 품을 수 있고, 또 품고 사는 열정, 욕망 같은 것을 고스란히 이 소설에 담아 놓고 있는게 아닌가, 소설 "사랑방 손님"이 그러하듯, 원초적 내 안에 또 다른 나는 욕망, 내 하고픈 대로 하라고 하지만, 현실 사회를 지배하는 단단한 외피의 관습은 이를 허용치 않는다.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고, 이게 이 소설 바탕에 흐르는 관념이 아닐까, 다른 말로 ‘유리 언덕’이라는 표현하면서,
소설의 얼개, 주인공 한태주와 서다요는 그녀의 사촌 동생 혜진이 한태주의 강의를 듣는 학생이어서 만날 수 있는 그런 관계로 첫만남이 이뤄졌고 그때 둘은 서로에게 반한다. 복잡하게 얼기설기 설정해놓은 주변 인물들, 묻지 마 앤조이 상대 강바람, 앵두 누나 고정애와의 대학 새내기 때 외할머니 집에 가서 열정에 불탔던 사건, 그 후 오랫동안 잊혔던 사람, 이 두 여성과 다요의 관계 설정, 두 여성은 다요를 응원한다. 그들의 원초적 본능은 한태주와의 사랑의 결실?, 그렇지만 여기에 유리 언덕이 가로 놓여있다. 현실은 자제해야 할 처지, 마치 소설 사랑방 손님처럼...

가부장제 질서가 지배하는 가정, 한태주나 서다요 모두 그렇다. 흔한 소재이며 어디선가 들어봄 직한 그런 이야기라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한 꺼풀을 벗겨보면 조금은 다른 분위기가 있다. 늘 등장하는 소설 속 드라마 속 여주인공은 완벽한 미모를 자랑하는 여성이다. “효도“, ”정략결혼“ ”프리섹스?“ ”도덕적 책임감“ 완벽하지 않은 인간 한태주의 '순애보'라 할까, 그는 대학에서 문학을 강의하며 소설창작론, 소설비평 등을 하는 이의 세계,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들, 성에 있어 자유로운 결정이 강바람이고, 이들 관계는 마치 율리우스 시저의 여성 편력, 하지만 어느 여인도 시저를 비난하지 않았다는 전설, 왜 그랬을까? 그는 여성을 소유물로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자신과 사랑, 자신이 사랑했던 여성이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활을 할 우려가 있을 때는 이를 지원했다. 뭐 이런 태도를 가부장적 온정주의라 해도 토를 달 생각은 없다. 한태주 모습이 겹쳐온다. 적어도 그 나름의 도덕률이 존재한다.
강바람은 청소녀시절, 어머니는 죽은 아버지 회사를 물려받고, 스무 살 어린 남자(계부)를 집으로 데려온다. 계부는 엄마가 외국 출장 간 틈에 그녀를 강간, 동물적 욕구를 채운다…. 어머니에게 그녀가 당한 일을 하소연하지만, 되돌아오는 말 계부를 용서하라고, 그 댓가로 집과 가게를 떼어준다. 이후로 관계를 끊고 살아가던 그녀가 태주와 다요를 도우려고 계부에게, 다요의 아버지 회사에 일감을 줄 것을 부탁한다. 한태주의 사랑은 이들에게도 전염된 것인가... 캐나다로 떠날 계획인 강바람(윤하늘)의 사랑법...

고정애 또한 물러나 제 갈 길을 가겠노라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등장 여성 3명이 주인공이다. 한태주는 조연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성이 사랑하는 방식의 세 가지 패턴을 보여주는 게 아닌지, 다요사랑법, 바람(윤하늘)사랑법, 그리고 앵두 누나(정애)의 사랑법... 경계선에 선 이들, 유리 언덕을 넘어설 수 없나?,
누군가의 희생으로 사랑이 이뤄졌다. 그 희생자는 그 누군가이다.라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어서 막장드라마가 아니라 했고, 흔하디흔한 소재인듯하면서도 그렇지 않다고 여겨지는 이유다. 여성 각자가 주체로서 자신의 욕망과 현실, 유리 언덕을 보면서 스스로 답을 내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한다. 권선징악이라는 낡은 프레임으로 시청자의 눈물과 웃음을 끌어내는 그런 류의 소설은 아니다.
작가 장혜영의 말처럼 도덕의 중력에도 도피 대신 연대를 통해 욕망을 이루어 나가는 인물의 몸부림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