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길 - 나를 바로세우는 사마천의 문장들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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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로 세우는 사마천의 문장들

 

 

2천 년 사람 사마천, 그는 궁형을 선택해서까지 세상에 남겨야 할 것이 무엇이었을까? 그가 남긴 사기는 52만 6,500자다. 이 바탕을 흐르는 초지 일관된 이슈를 집어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은이 김영수 선생은 아마도 인간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 라는 게 아니었겠냐고 말한다. 이게 사기를 평생 연구해 온 학자의 견해다.

 

이 책 역시, 이런 맥락에서 우리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를 전해주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지은이는 사기를 정제와 압축의 미학으로 규정한다. 사기의 언어들은 때로는 냉혹하기 그지없고 차갑고 서늘하고 무섭고 무겁지만, 한 글자 한 글자에는 인간에 대한 깊은 신뢰와 애정이 담겨있기도 하다는 평가하고 있다.

 

이 책 또한, 우리 시대에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하는지를 전제로 인간의 길을 통찰하기 위해 사기에서 선정한 62개의 문장을 가져와 1장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17문), 2장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16문), 3장 나를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13문), 그리고 4장 세상 사람들 속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16문)를 배치해두었다. 기실, 어떻게 사는 것인 참된 삶인지 즉, 스스로 무엇을 경계하며, 자신을 다스릴 것인지에 관한 명심보감인 셈이다. 이어서 어떤 세계관(사상 또는 철학)을 지녀야 하는지, 그리고 세상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나서야 하며, 그 속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적어두고 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내가 선택하는 최선의 삶이란 어떤 것인가, 또 내 의지대로 산다는 것의 의미,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기에 눈길이 간다. 최선의 삶은 굴원을, 내 의지대로 사는 것은 백이와 숙제 고사를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는 진승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최선의 삶을 선택한 굴원 무엇인 최선인가, -세상은 온통 흐린데 나만 홀로 맑고[게세혼탁유아독청],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요즘은 그 속도마저 빨라졌지만,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는 이치만은 변함이 없는 듯하다. 전국시대 초나라의 굴원이 그렇다. 어느 시대건 부패 정권과 세력은 있기 마련이다. 이에 저항한 굴원은 결국 조정에서 쫓겨나와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돼, 자살을 택한다. 세상 사람들은 굴원의 결벽에 가까운 사고방식을 두고,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살 수 없는 법,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박차고 나오는 행위는 시세를 모르는 게 아니냐고 말한다. 둘 다 맞는 말이다.

 

어느 선에서 시세를 따르고 어느 선에서 발을 뺄 것인가, 오늘날에도 이런 고민이 따른다. 2012년을 상징하는 한자로 거세혼탁이 선정됐다. 즉 세상이 온통 흐리다는 것이다. 굴원은 죽음으로써 시대에 강력하게 저항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내 의지대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에게는 그 무엇으로도 굴복시킬 수 없고 그 어떤 힘으로도 빼앗을 수 없는 ‘자유의지’가 있다. 오늘을 사는 인생에 내일은 없다. 훗날 역사가 나를 뭐라 부를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오늘의 행동은 제멋대로 해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사를 의식하는 이들은 후세에 부끄럽지 않는 사람이 되는 길을 택한다. 사기 열전의 첫 장에 소개하는 백이와 숙제의 고사는 이들의 죽음의 과정과 의미를 알리고자 함이다. 즉 자유의지는 인간을 존엄한 존재로 남게 하며, 인간을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며 살아갈 권리가 있음을 보여주려 한 게 아닐까 싶다.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방법- 게간위기- 진승 이야기

 

진나라가 망하다. 농민봉기의 선봉장 진승이라는 평범한 사내가 난을 일으킴으로써 진나라의 일곱 종묘가 모조리 파괴됐다. 사기는 진승을 제후반열로 끌어올려 ‘세가’에 실었다. 그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민중의 힘을 가벼이 여기지 말라는 경고”였을지도 모른다.

 

진시황이 죽자(기원전 210년), 호해가 왕의 자리에 올라 하남지방민을 북방 변경 경비에 투입하라는 조서를 내림으로써 서막이 열린 농민봉기, 징발된 900명 가운데 들어있던 진승, 비가 와서 목적지에 제시간에 대지 못하면 참수형을 당할 처지가 되지 봉기를 일으켰다. 대장부가 기껏해야 죽지 않는 정도에 만족할 수 있는가?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면 세상에 이름이라도 남겨야 하는 것 아닌가?, 왕후장상의 씨가 어디 따로 있더란 말인가?, 결국, 모 죽임을 당하고 끝난 봉기, 그러나 이 봉기는 불씨였다. 황우와 유방 세력이 일어나는 계기가 됐다.

 

민중의 진정한 힘은 자각에서 나온다. 일어나야 할 때라고 판단되면 박차고 일어나 세상을 향해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이다. 다만, 냉철한 판단과 준비된 역량이 없이, 성급하게 나서는 것은 모두를 죽게 하는 것 또한 명심해야 한다. 오늘날의 모습도 너무도 닮아 있지 않은가, 2000년도 넘는 그 아주 먼 옛날과 다르지 않음은 무엇 때문일까?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세계관

 

정의는 반드시 승리할까- 대체 하늘의 도라는 것이 정말로 이러한 것인지(당소위천도 시야비야)

사마천은 정의로운 사람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기보다는 박해를 당하거나 불행하게 삶을 마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당소위천도 시야비야 도 바로 그런 마음의 표현이다.

 

하늘이 착한 사람에게 보답을 베푼다는 것이 어찌 이 모양일꼬, 사마천은 공자의 말을 끌어다 썼다. “날이 추워진 뒤라야 소나무와 전나무의 푸르름을 실감하고, 세상이 어지럽고 더러워져야 깨끗한 선비가 드러나는 것인가”라고,

 

사마천은 구조적 모순과 개인의 잘못을 구분 지어 봤던 게 아닐까 하는 지은이의 해설이 더해져 있다.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거나 선이 악을 물리친다(권선징악)는 말이 요즘은 너무 공허한 말인 듯하다. 하나, 이를 역으로 보자면 사물과 인간의 실체와 본질을 통찰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세상에 나를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핵심은 “말”이다.

 

사기에서 눌변의 미학과 달변의 이중성, 설득력을 높이는 말의 기교, 비유와 상징의 효과 등 ‘말’과 연관된 문장들을 뽑아 실었다. 이 중, 굳건한 믿음마저 흔드는 말의 반복효과를 보자, 이는 마치 나치 독일의 선전장관 괴벨스의 이론과도 같은 맥락이다. 거짓말을 백번 반복하면 그것은 사실이 된다는 것처럼, 가짜뉴스를 계속 반복해서 의도적 유포하면 그것이 마치 사실인 양….

 

세 사람이 의심하니 그 어머니도 두려워하더라(삼인의지 기모구의), 전국시대 진나라의 재상 감무는 기원전 308년 한나라를 공격하라는 무왕의 명령을 받았다. 조정은 여기저기서 파견된 첩자들이 진나라 내부 실세들과 정보를 주고받는 상황, 감무가 출정 나가면 그에 대한 유언비어와 악의에 찬 중상모략이 예상됐다.

 

감무는 왕에게 자신을 믿는다고 맹세해달라며 증삼의 이야기를 들려준 뒤, 떠났다. 시간이 흐르자 왕은 감무를 의심했으나(변덕스러운 것이 인간의 본성인 것처럼), 감무는 자신과의 약속을 상기시켰다. 유명한 식양의 맹세다. 유언비어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그럴듯해지는 경향이 있다. 반복되는 유언비어는 굳은 믿음마저 뒤흔든다. 귀는 나쁜 말에 관심을 더 갖는다(헐뜯음이 쌓이면 뼈도 깎는다는 말이 있듯) 때로는 정치적 차원에서 정략적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사람들 속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이해관계가 해제되면 인간관계는 멀어진다, 사냥개가 아닌 사냥꾼으로 살아라, 작은 갈등이 큰 손실을 초래한다. 극과 극은 통한다. 사람의 앞날은 단정하기 어렵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고 사기는 적고 있다.

 

이해관계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을 상기하는 게 좋겠다. 사람은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다). 준비하지 않는 기다림은 시간 낭비다. 준비란 기다림 속에서 상황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깊이 생각하며, 사물과 일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것을 말한다. 그래야 한 번 날면 반드시 하늘까지 이를 것이다. 이것이 한비자가 말한 비필충천이다. 사람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 기다림이야말로 무엇보다 소중하다.

 

사기에 실린 많은 이야기 중에 62문, 그중에서 몇 개를 살펴봤다. 우선순위가 있는 것은 아니나, 이야기들은 서로 연결되기도 하고, 보충적인 성격도 있어, 정독이든, 완독이든 앞뒤로 왔다 갔다 하든,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큰 무리가 없다. 하루에 한 문씩 출퇴근길을 오가며 가볍게 읽어도 좋을 듯하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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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책 - 복잡한 세상을 횡단하여 광활한 우주로 들어가는
문병철.이명현 지음 / 유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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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한 세상을 횡단하여 광활한 우주로 들어가는 사X과X책

 

참 재밌는 이름의 책이다. 저작의 의도도 또한 범상치 않다. 지은이들이 방점, 즉 주장 점은 사회과학의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연과학의 지식이 필요하다는 사고, 즉 “융합”이다. 즉, 과학을 알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과학책을 읽으면 인간의 본성이 보일 것이다. 인간과 사회, 자연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이해와 사회과학적 통찰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이 둘이 융합된다면 문해력(인터러시)과 비판적 사고 능력을 길러 더 나은 지식체계와 세계관을 갖출 수 있으리라. 상당히 아니 아주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다.

 

이 책의 지은이들은 철학으로 공부를 시작 영국에서 국제정치학에 천착했던 정치학자 문병철과 별을 좋아해 끝내 전파천문학을 연구하며, 과학책 쓰기와 강연 등의 활동을 하는 천문학자 이명헌, 두 연구자다.

 

이 책은 3장으로 구성됐고, 1장은 천문학자의 과학책 읽기, 2장은 정치학자의 사회과학책 읽기, 3장은 우리는 이렇게 책을 읽는다는 종합 실천 편의 성격으로 여기에는 과학과 문화가 되는 과학책방을, 그리고 효과적인 책 읽기 프로그램을 다루며, “갈다(이명헌 선생이 살았던 삼청동 집에 갈릴레오+다윈= 갈다/일구다, 갈고닦다, 갈아엎다와 중의적이어서, 뜻있는 이들이 모여 주식회사 갈다를 설립) 식” 책 읽기로 마무리 짓고 있다. 특히 사전독서, 혼자 독서, 같이 독서, 보충 독서, 토론 독서 등으로 잘게 나눠서 그 활동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독서법을 고민하는 이는 이 대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다.

 

천문학자의 과학책 읽기

 

1) 사적 독서와 공적 독서의 태도

 

지은이 이명헌은 틀린 것은 과감히 건너뛰고, 정독보다는 완독하라고 말한다. 책을 읽고, 강연하는 일을 하는 터라, 사적 독서와 공적 독서의 구분법을 적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누군가에게 알려야 할, 청중들이 궁금할 내용을 찾아내서 그에 대한 답을 객관적, 보편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사적 독서야 내가 좋아서 내 감정에 따라 읽고 느끼면 그뿐이지만 말이다. 또 하나 지은이는 리뷰와 서평을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다.

 

2) 리뷰와 서평을 구분한다.

 

리뷰는 책을 읽기 전, 탐색전을 하듯 먼저 읽는 것으로 전체 흐름에 전개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고, 서평은 그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과 평가 등이 담겨있어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에 ‘리뷰’를 찾아 읽어보고 읽고 난 후에는 ‘서평’을 써보라고, 그리고 남들이 쓴 서평도 함께 읽어보라고 구체적인 독서법, 책 읽기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특히,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는 방법을 눈여겨보자. 이명현은 코스모스에 관한 강연과 글을 쓸 때, 매번 새로 책을 산다고 했다. 그 이유는 이미 눈에 익은 부분을 들어와 새롭게 생각할 기회를 놓쳐버리기 때문이라고, 새 책은 손댄 흔적이 없기에 생경한 부분, 지난번에 눈여겨봤지만 놓치고 간 곳을 새로이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나 역시 동의하는 부분이다. 같은 책을 시간을 두고 여러 번 읽을 때마다 마치 처음 읽는 듯한 느낌, 지난번 때와는 다른 느낌을 주기에 책 읽는 기쁨이란 이런 것인가 여겨진다….

과학책의 문턱 넘기의 또 하나, 읽은 책인지 아닌지 모를 때, 전통적인 독서법은 눈으로 책장을 넘기며 읽는 것이다. 지은이는 우리 사회에 넘쳐나는 유튜브, 다큐멘터리 등 비독서 정보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도 좋다고 한다. 독서는 꼭 책을 읽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왜 책을 읽는가, 하는 목적에 따라 비독서법도 활용하라고 한다.

 

3) 비독서 행위, 서평쓰기를 하라

 

서평은 남에게 보여주는 글이다. 이를 쓰기 위해서는 상대적, 관계적으로 책을 읽게 된다. 또한, 자신의 평가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철저히 읽어야 하고 많이 생각해야 한다. 또 하나, 서평을 잘 쓰려면 좋은 질문을 만들어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 질문을 만드는 과정은 과학적 사고를 기르는 데 가장 효과적이다.

 

4) 뜨겁게 달구고 제련해 단단해지는 토론의 세 가지 요건

 

첫째는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기 위한 책 읽기를 해야 한다. 둘째, 책에 대해서 다른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우선 경청하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셋째, 토론에서는 순서에 맞춰 격을 지키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는 토론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우선 내가 옳다. 내가 말하는 게 진리다. 라는 태도가 그렇다.

 

 

 

정치학자의 사회과학책 읽기

 

1)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책 읽기를 하는 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하고, 이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독창적인 사고와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진다. 책을 꾸준히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더 나아진 생각과 더 성숙한 자아를 만나게 된다. 사람이 만든 책이 다시 사람을 만드는 메커니즘이다.

 

2) 사회과학책을 읽어야 할 이유

 

지은이 문병철은 사회과학책을 읽어야 할 이유로 스마트폰을 예로 들고 있다. 기술변화와 세상의 변화, 그 속에서 놓치지 말고 쥐어야 할 것은 책이다. 기술의 변화에 적응하려면 일상생활에 파고드는 최신 기기를 다룰 수 있어야 하는 것처럼,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불거지는 사회적 이슈의 배경, 원인, 해결책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

사회과학책 읽기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위대한 지성인들과의 대화이자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고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제일 나은 방법이다. (107쪽)

 

3) 시민성을 키우는 세상 읽기- 스스로 생각하는 시민으로서 소양 갖추기를 위한 책 읽기

 

사회는 나름대로 잘 돌아가는데 사회현상을 굳이 과학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과학책 읽기는 세상 읽기다. 세상 읽기란 말 그대로 세상을 자기 나름의 시각으로 통찰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다양한 사회현상의 원인과 결과를 따져봄으로써 내가 속한 공동체가 어떤 규칙에 따라 작동하고 있는지,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는 원인은 무엇인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것들이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스스로 이해하고 해석하는 힘을 기르는 데 필요한 독서가 바로 사회과학책 읽기다.

 

4) 읽는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토론

 

위의 과학책을 읽고 토론할 때의 요건을 봤다. 여기에 하나 더해보자. (사회과학에서는 토론을 어떻게 이해하나, 사회과학 서적을 읽고) 토론할 때는 사회의 현실과 연관 지어 비판적 토론이 이뤄질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읽었다면,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통념에 따를 때, 다수의 자유를 위해 소수의 자유를 박탈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가? 라는 주제로 토론을 하는 것이다. 자, 코로나 재난 정국에서 코로나 방역을 위해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라는 현실 문제로 질문을 바꿔볼 수도 있다.

 

이때 조심해야 할 것은 확증편향, 즉 내 주장이 논리적이라는 확증에 사로잡혀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상대의 반론을 경청하면서 공감을 표현하는 것도 상대방의 경계를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토론의 기본은 똘레랑스다. “당신은 생각이 그렇군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너와 나 다 같이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겠다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은 독서와 토론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지침 혹은 안내의 예를 다루고 있다.

 

자연과학 즉, 과학과 사회과학의 융합은 사고의 폭과 깊이, 의문에 대한 과학적 원리, 증명 등 말 그대로 멀티적 사고가 요구되며, 이런 방향으로 현대 사회의 흐름이 전개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 책은 독서의 방법론과 리뷰, 서평을 어떻게 쓸 것인가?, 질문과 문제의식을 어떻게 다듬을 것인가 하는 등, 꽤 실용적이면서 공부해야 할 것들을 가득 담고 있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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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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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짧은 역사

 

이 책 제목과 달리 아주 긴 호흡의 기록들이다. 지구의 짧은 역사 46억 년, 인간이 출현은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활동 지구 밖으로까지 연구영역을 넓혔다. 2018년 ‘생명 최초의 30년’으로 사이언스의 파이베타카파도서상을 등을 받기도 했다. 타임지, CNN의 최고의 고생물학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책은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의 자연사 강의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지구의 탄생, 빅뱅, 우주의 먼지가 중력에 의해 덩치가 커지는 화학적인 과정을 거쳐 행성 모양을 갖추게 되는 물리적 지구와 생명이 지구 전체로 퍼져나가면서 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된 생물학적 지구와 산소지구에 이어 동물과 초록의 지구, 그리고 공룡 등의 멸종을 가져온 격변의 지구와 인간 출현하여 지구를 변형시키기까지 46억 년의 역사를 8장에 걸쳐 시계열적으로 정리했다.

 

 

짧은 역사가 아니라 정말로 긴 역사다. 하나하나 떼어놓고 봐야 할 것들을 묶어서 설명하니, 그야말로 한 쪽에 몇천 년에 역사가 담긴 듯하다. 쭉 넘기면 하나의 스토리가 되는 만화처럼 머릿속에서 움직인다. 지구는 지금도 조금씩 변해간다. 갑자기 초겨울 추위가 닥치는가 하면, 아프리카와 남미에서는 혹서와 가뭄이, 또 다른 곳에서는 태풍과 홍수가 하루아침에 기후변화가 일어난 게 아니라 아주 천천히 일어난다. 지은이는 자신이 있는 보스턴에서 영국 런던까지의 비행거리가 해마다 약 2.5센티미터씩 늘어난다고 말했다. 열흘이면 25센티미터, 100일이면 2.5미터 1000일이면 25미터, 약 3년 만에 25미터의 거리가 생긴다는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는 계산하기 바쁘다. 한강의 모래는 언제 생겨난 것일까? 눈앞에 보이는 웅대한 지리산, 태백산맥, 3면의 바다는 언제부터 지금의 모습이었을까 하는 생각들이, 무심코 지나쳤던 모든 것들이 산과 나무, 돌 들의 시작으로 향해 더듬어 올라간다. 지금의 지구가 아닌 인류 출현의 지구는 어떠했을까? 벼는 보리는 언제부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의문은 커진다.

 

인간이 영원불변, 고정적이라 생각했던 지구가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17세기였다. 메디치 가문의 궁정 의사 니콜라스 스테노가 글로소페트라이(침식되면서 드러난 돌)가 상어의 이빨임을 알아내, 지금의 육지가 이전에는 바닷속에 이었다고 추론했다. 이어서 18세기 말 제임스 허턴은 에든버러의 집 주변을 산책하면서 식물이 자연환경과 딱 들어맞는다는 점을 실감했지만, 한편으로는 아귀가 딱 들어맞지 않는 현상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지구 환경의 항상성이 융기와 침식의 균형을 통해 역동적으로 유지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태초, 적어도 138억 년 전의 이 우주의 원초적인 싹이 갑자기 급속도로 팽창해, 큰 폭발이 생긴다. 이른바 ‘빅뱅’으로 엄청난 양의 에너지와 물질이 밖으로 밀려 나갔다. 우주 여명기의 있던 물질은 암석, 공기, 물을 이루는 원자가 아니었다. 쿼크, 렙톤, 글로온이다. 이 원자들이 생기자 중력이 작용하여 이들을 서로 끌어당겨 밀도 높은 공이 만들어졌다. 우리가 보는 밤하늘의 별들이 뿜어내는 빛은 초속 299,792,458미터로 나간다. 태양의 햇빛은 8분 20초 뒤에 우리 눈에 보인다고 하나, 계산이 안 된다. 아무튼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 있는 것만 알 듯하다.


지구, 에베레스트산의 정상은 해양 석회암이다. 해발 8천 미터가 넘는 에베레스트산에서 조개껍데기 화석들이 나온다. 수 억 년 전에는 바닷물 속에 잠겨있었다.

 

앞으로 지구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자연 세계는 어떻게 변화할까?

 

서식지 파괴, 남획, 오염, 종침입이 만연한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구까지 더워진다면 식물, 동물, 미생물은 어떻게 반응할까? 환경변화에 직면한 생물집단은 적응하거나 이동하지 않으면 멸종할 수 있다. 생물학자들은 빠른 적응 이뤄지는 사례도 발견해 왔지만 21세기 빠른 속도로 일어나는 세계적인 변화는 많은 종에 힘겨운 도전 과제가 될 것이다.

 

기후변화는 많은 종의 분포 양상을 바꿀 것이고 전에는 서로 만날 일이 없던 종들이 한곳에 모이게 되고, 이런 일이 일어날 때 종간 경쟁과 생태계 복원력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 시대를 인류세라고 따로 구분하는 지질학자들이 늘고 있다. 인류가 주변 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쳐, 이전 시대와는 달라졌음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는 어디까지나 과거에 관한 규정이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어떻게 닥쳐올지는 누구도 모른다. 마치 영화 “투모로우”(2004년)처럼 하루아침이 지구가 꽁꽁 얼어붙는 일도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듯이 말이다.

 

이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의 자신의 상태를 확인해 보는 것도 좋겠다. 환경오염, 친환경, 지구를 사랑합시다. 기후변화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이슈는 그것 외침일 뿐 아무것도 설명하고 있지 못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40억여 년의 지구, 미세한 먼지에서 빅뱅 그리고 빛, 중력, 산소, 생물의 세계에서 마침내 인간종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벌어진 모든 일이 톺아봄으로써 미래의 인류가 사는 방법을 깊이 고민해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출판사에서 이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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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건강 습관 - 하버드 의대에서 연구한 실패하지 않는 건강 규칙
다카하시 사카에 지음, 이용택 옮김 / 이너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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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버드 건강습관- 하버드 의대에서 연구한 실패하지 않는 건강규칙-

 

지은이 다카하기 사카에는 정신과 개업의다. 1990년 니혼(일본)대학의학부를 졸업, 니혼대학병원 정신과 과장을 거쳐 같은 대학의 임상의학 교수로 30년 동안 정신과 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하버드에서 3년 반 동안 연구원으로 초 일류 의료현장에서의 경험 등을 토대로 이 책을 썼다. 정신과의사가 왜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습관을 이야기하려는가 라고 스스로 묻고 이에 그가 답하기를 건강한 신체에서 건강한 정신이 나오기에 심신 균형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몸 증상이 마음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그 프로세스를 보자, 비만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자신을 책망(남들보다 의지력이 부족하다는 등의)하게 돼, 자신감을 잃게 된다. 인터넷 상에 떠도는 괴담들 우울증이 발기부전을 야기한다는 말이 있다. 진짜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100명 중에 1명꼴, 성인 남성의 발기부전 유병률은 약 25%나 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발기부전은 우울증과 관계가 없는 것이다. 또, 불면증이 이어지면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진다. 순간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정신안정제나 수면 유도제를 먹기보다는 몸 상태를 개선하게 되면, 자연스레 마음의 병은 나아진다는 것이 지은이의 30년 임상경험에서 나온 견해다.

 

30대부터 몸 관리를 해야한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이 책에 실린 건강 습관기르기는 식욕(1장)과 음주는 금주가 아닌 절주로(2장), 욕구조절하기, 의존으로부터 해방(3장), 충분한 수면(5장) 그리고 스트레스와 공생(6장)만 제대로 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결론이다. 여기에 발기부전의 집대성(4장)을 덧붙여, 이를 각 장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이 책은 실용서다. 다카하시 건강 습관의 핵심은 우리가 왜 다이어트를 해야하는지, 음식을 절제해야 할 이유, 섭생의 방법과 순서, 술마시는 법, 식욕과 음주욕 억제를 위해 성욕으로 분산시키기, 발기부전은 마음 상태에서 비롯된 것임을 과학적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서 잠이 왜 필요한지를, 스트레스 해소 방법으로 응어리를 푸느냐, 아니면 도망치느냐에 관한 일반적인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불면증해소 행동요법 등,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현대인의 스트레스에 관해서 친절하게 설명한다. 직장 갑질을 어떻게 극복할것인가, 정면승부를 걸 것인가, 아니면 중이 절보기 싫으면 떠나는 내가 직장을 뜰것인가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하버드 건강습관이라는 책 제목을 보고 뭐 특별한 방법이 있나, 기대하거나 궁금해 할 지도 모르겠지만, 다카하시 선생은 우리들이 지금까지 듣고, 또 알고 있는 방법들을 다루고 있다. 거기에 과학적으로 왜 그런지를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며, 우리에게 대단히 유용한 정보다. 특히 발기부전에 대한 오해를 제4장(발기부전의 집대성)으로 다루고 있다. 무작정 약을 먹는 게 대수가 아니라, 내 마음, 정신이 현재 어떤 상태인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조언한다.

 

이 책의 평점은 9/10점이다. 독자층은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에게도 좋을 듯하다. 다이어트를 왜 해야 하는지, 음식을 먹을 때 등, 특히 스트레스를 쌓여, 힘들어 하는 이들에게, 그 해소법이 유용하다.

 

<북코스모스 도서평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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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스쿨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2
이진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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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크고 작은 게 어디 있어? 아픈 건 똑같아

 

이 책은 방향 없는 폭력 앞에 무방비로 놓인 청소년, 청소녀들, 이진, 주원규, 김의경, 김설아, 정명섭 등 다섯 작가의 시선으로 전하는 위태로운 학교 이야기이다. 재미나는 주제로 이야기를 엮었다. 학교 내 폭력, 집단따돌림, 학교는 지옥이다. 그러나 그 원인은 학교 내에만 있지 않고, 개개인의 청소년, 청소녀들의 인성과 품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는 승자독식의 사회다.

 

약자에 대한 배려의 도덕, 윤리적 가치를 말하기보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아야 한다. 눈에 보이는 배경과 권력이 청소년, 청소녀와의 배경이 아닌 그 자체로 변환된다. 학교 교육에 대한 신랄한 비판보다는 왜 이들은 이런 행동을 할까 하는 개개인의 심리를 들여다보고, 사회 전체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 이 책은 이런 것들이 결코 피해자가 못나서, 가해자가 잔악해서 도가 아니라 왜 사회 분위기가 이렇게 됐나 하는 우리 사회의 자기 성찰을 촉구한다….

 

책 속 여행을 하는 동안, 나의 기억은 학창시절도 되돌아갔다. 교복 시대, 배꼽 바지, 바지 밑단 말아 올리기(00 합섬이라는 상표가 보이도록, 그래서 나는 너희와는 달라, 라는 드러내기), 교복 윗단추 하나 풀어 제치고 다니는 전형적인 그룹이 있었다. 당시에는 이들을 불량써클애들이라 불렀다. 고등학교 올라오면서 착실한 친구가 화장실 뒤에서 담배를 피우고, 시골에서 유학 온 같은 반 아이들 자취방으로 몰려다니며, 빌붙어 지내고, 오전 2교시 휴식 시간, 체육 시간에 반 맨 앞줄에 앉은 체구가 작은 친구들의 도시락을 멋대로 까먹고 하던 모습들,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는 일진이라는 이름으로…. 요새는 뭐라 부르는지 모르겠다.

 

언론매체를 통해서 전해지는 청소년, 청소녀들의 상상할 수 없는 행동들, 친구를 데려다 모델에 가둬놓고 물고문하고, 지적 장애인을 데려다 일을 시키고, 일을 제대로 못 한다고 결국에는 때려죽이는 사건에 이르기까지,

 


첫 이야기, 이진 작가의 “옥상 아래 그 언니” 10여 년 전 아이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옥상에서 투신?, 그 영혼은 유령이 돼 옥상 창고 안을 떠돌고 있는 듯, 주인공은 같은 반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했다. 그 이유가 뭘까? 트위터에 올린 글이 화근이라 생각한다. 어느 날, 따돌리는 애들을 피해 얼떨결에 옥상까지 올라와 창고에 들어가게 되는데, 거기서 한참 선배인 그 언니(유령)를 만난다. 지금이 2000년이라 생각하는 언니, 2021년으로 타임슬립했나? 언니와 주인공인 나 모두 지금까지 유령 취급을 받았다. 서로를 알아주고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이가 됐다.

 

너만은 너를 지켜. 그 애들이 끊임없이 네 존재를 지워 버리려 들어도 너는 너를 포기하지마. 누군가 네말을 들어줄 때가 올 거야. 그때까지만 기다려. 너를 놓지 말고

(중략)

세상에 나를 알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내 곁에 있어 주고 내말을 들어 줘서 고마워, 네 덕분에 내가 나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어, 너를 통해 내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어.” (40)

 

 

 

 

집단따돌림은 왜 일어나는 걸까?, 지은이는 따돌림당하는 사람을 궁지에 몰아넣는 가장 큰 감정은 외로움이라 했다. 가해자 자신도 외로워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먼저 나서서 남을 괴롭힌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나에게 가까이 오지 말라고 짖어대는 개는 실은 두려움이 큰 것처럼, 학교의 일진들도 그렇다. 누군가에게 당하지 않으려는, 자신을 보호하려는 몸부림일 수도 있다.

 

두 번째 이야기, 주원규 작가의 “매우 도덕적인 캠프”는 블랙 코미디다. 학교 아이들한테 괴롭힘을 당한 아이들, 이들이 모인 곳이 매우 도덕적인 캠프다. 1주일 만에 멘탈이 갑이 된다. 부모 손에 끌려 캠프에 들어온 아이들, 교관들이 왔다 갔다 한다. 그들이 기대하거나 그럴 거라고 짐작했던 해병대의 강인한 체력 훈련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훌쩍 6일이 지났고, 출소를 앞둔 날 밤에 강당으로 모이게 한 그것밖에 없다. 그들 앞에 놓인 A4용지, 거기에 자신들이 당한 이야기를 쓰게 했다. 매우 도덕적인 캠프는, 이들에게 뭘 가르쳐주겠다는 것인가?,

 

 

먼저 너희가 실드치고 난리블루스를 쳐 줘야 학교에선 학폭위도 열리고, 가진 거 뭣도 없는 애들은 쫄아 붙으면서 학교생활이 편해진단 말이야. 선생들도 관심 놓지 말고 너희를 제대로 경호할 수 있도록 정신 무장시키고, 알겠어? (78)

 

 

앞으로 너희가 돈 벌 곳은 이 땅이니까 그렇지 그래야 서민코스프레하며 대충 어울리는 척하며 계속 살아 낼 수 있는 거잖아. 네 엄마한테 물어봐라. 내 말이 맞나 틀리나.

 

매우 도덕적인 캠프는 이런 곳이다. 주어진 조건을 최대한 활용해, 학교를 손에 넣는 거지, 선생들을 고용하는 거야. 보디가드로….

 

꽤 재밌다. 작가는 보이는 폭력에서 피하고 보기 위해 청소년 전체가 겪는 더 깊은 폭력, 서로를 감시하고 자신을 탓하고 타인과 어른이 정해 놓은 규칙에 맞추려고 애쓰는 행동이 자존감을 더 심하게 다치게 할 수 있다고….

 

 

세 번째 이야기는 김의경의 ‘나비’다. 정신지체아 ‘나비’를 꼬드겨, 성 착취의 도구로 내몰고 그 대가로 받은 돈을 놀이 비용을 쓰는 청소녀들, 점점 수위가 높이진 이들, 마침내 나비는 임신하고, 이런 사실이 나비 가족에게 알려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이들은 나비를 한적한 곳으로 끌고 가 나비 배를 때려 하혈하게 만든다. 평범했던 아이들이 어떻게 악마가 돼가는지, 개개인에 대한 책임을 묻자는 말은 아니다. 지은이 말처럼 폭력이 무서운 이유는 어느 순간 둔감해지고 익숙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나비를 학대했던 청소녀들은 자신을 학대하는 것이다. 길을 잃고 헤맨 것은 모두다.

 

 

네 번째 이야기는 김설아의 ‘뱀희’다. 마치 드라큘라처럼 흡혈하고, 영화 모이처럼 뱀이 등장한다. 다문화가정 출신 범희, 마리아 고등학교 일진 전교 1등의 재우와 이사장 딸인 인나, 이 둘을 학교에서는 재나라 한다. 재나는 누구든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하는 이들, 학교 선생도 어쩌지 못한다. 재나는 범희, 아니 뱀희를 건드렸다. 재우는 담뱃불로 범희의 다리와 얼굴을 지진다.

 

결국, 재나는 뱀희에게 죽는다. 마치, 전설의 고향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권선징악의 흔적은 마지막에 나타난다. 재나에게 범희가 곤욕을 치르던 장면을 목격했던, 유진, 1년 뒤 학교 옥상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담장 위에 올라선 순간, 뱀희가 나타나, 유진의 손을 잡아 담장 안으로 끌어당겨 내렸다. 나, 뱀희야 기억나지? 라는 엔딩, 너 죽어서는 안 돼, 살아야 해라는 메시지일까?

 

 

다섯째 이야기는 정명성의 ‘즐거운 나의 학교’다. 주인공 안상태, 다른 학교에서 교실에 폭탄을 옮겼을 뿐인데 범인으로 몰렸다 자칭 탐정 준혁아저씨 도움으로 진범이 밝혀졌지만 학교에서 보이지 않는 따돌림과 손가락을 피해 이 학교로 전학한다. 빵빵한 부모를 배경으로 아이들을 못살게 구는 일진그룹을 조정하던 제1인자 대니 최가 피습을 당해, 혼수상태다.

 

누가 그랬을까, 누구? 습격한 이를 찾는 과정에서 2인자는 안상태에게 범인을 찾아오라고 협박한다. 이 사건은 그 누구도 아니다. 단지 그 골목길에 대니 최가 서 있던 위쪽 집에서 떨어진 벽돌이 범인이었다. 대니 최의 어머니는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아들이 공격을 당했는데 학교가 범인 찾는 걸 방해하고 있다고. 그런데 기사 댓글에 대니 최한테 괴롭힘을 당했던 아이들의 증언이 터져나온다. 한 둘이 아니라서 난리다. 청원도 한 것 같은데...

 

이렇게 5개의 단편소설을 봤다. 학폭, 청소년 청소녀의 상상 초월 범죄행각, 음습한 일진의 괴롭힘, 정녕 학교는 즐거운 곳이 아닌가, 마이너스 스쿨이라 적도 음습한 학교라고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들이 향하는 곳은 학폭과 학교 내 집단따돌림에 대한 사회고발도 아니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을까, 진정 학교는 뭘 가르쳐야 하는 걸까, 그리고 우리 사회는 이 무겁고 음습한 학교를 밝고 즐거운 학교로 만들 수는 없는 걸까를 묻고 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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