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장마르크 로셰트 지음, 조민영 옮김 / 리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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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의 관계 맺기, 한편의 늑대 우화

 

일제강점기, 우리 강역의 산속의 최고 포식자 호랑이와 늑대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차지한 멧돼지, 자연질서에 인간이 개입하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부메랑이 돼 인간세계로 고스란히….

 

<설국열차> 시리즈의 지은이 장마르크 로셰트, 그의 2019년 작품이 이 책 <늑대>이다. 줄거리는 양치기 가스파르, 프랑스 국립공원 안에서 양 떼를 돌본다. 이 양을 노리는 늑대와의 팽팽한 긴장, 양을 물어 죽이는 늑대와 양을 지키는 양치기, 이런 구도는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듯한데 이야기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뭘 이야기하고자 한 걸까? 늑대의 복수, 양치기의 복수, 끝없는 대립?, 아니면 자연과 인간이 새롭게 관계를 맺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걸까?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새끼가 딸린 어미 늑대가 양 떼를 공격하다 가스파르 총에 맞아 죽는다. 가스파르는 죽은 어미의 새끼로 보이는 늑대와 마주치지만, 너무 어려 죽이지 못하고…. 그가 잡았던 산양 내장을 꺼내 놓고 온다. 독수리에게도 먹이를 남겨주고 온다.

 

국립공원 레인저가 가스파르를 찾는다. 총에 맞아 죽은 암컷 늑대를 발견했다고, 그러나 총알을 어디에도 없더라는 것이다. 국립공원에서 늑대를 죽이면 이 또한 범죄라고…. 가스파르는 레인저들에게 말하기를, 내가 비밀 하나 알려주지, “양치기와 늑대는 공존할 수 없어.”라고,

 

어린 늑대는 이제 모습을 갖춘 수컷 늑대로 커가고, 새로 들어온 양 떼를 절벽으로 몰아 떨어뜨린다. 무려 300마리를, 전멸이다. 거기에 아끼던 개 맥스까지 죽었다. 그리고 그날 밤하늘을 가르는 복수에 찬 늑대의 울부짖음이 들렸다.

 

늑대사냥, 복수

 

가스파르는 늑대를 잡아 죽여버리겠다고…. 어느 날 해발 3400미터의 겨울 산속에서 분노에 찬 늑대의 울음소리, 나오라 한 판 붙어보자…. 가스파르와 늑대의 대결이 시작된다. 늑대는 가스파르를 깊고 험한 곳으로 유인한다. 총에 맞지 않을 거리를 두면서…. 눈보라는 며칠째 계속되고, 대피소에서 추위에 떨며 겨우 버텨내는데, 비몽사몽, 환상 속으로 그의 양치기 개 막스가 나타나고, 파병 가서 죽은 아들 다미앵이 전투복 차림으로 산막을 찾아오고, 그의 어머니의 안부와 아버지의 건강을 걱정하는데…. 눈보라가 그치고 늑대는 가스파르 앞에서 또 나타나고, 이를 쫓는 가스파르, 때마침 사격 거리를 조금 벗어난 거리에 들어온 늑대를 향해 총을 쏘는데, 총소리와 함께 늑대의 한쪽 다리를…. 뒤에 이어지는 눈사태로 그도 파묻히면서 다리가 부러진다. 눈을 헤치고 나온 가스파르, 밤이 되자 눈을 파고 들어가, 또다시 비몽사몽에, 그의 아내가 나타나 말을 건넨다. 날이 밝아오고 지칠 대로 지친 가스파르는 쓰러졌다. 그 앞에 나타난 늑대를 죽이려고 칼을 꺼내려 했지만, 손이 마음대로 움직이질 않는다. 늑대는 그에게 산양고기를 놓아둔다. 어린 시절에 가스파르에게 빚을 갚는다. 그들은 피를 나눈 형제...

 

그해 겨울 양 떼가 늑대에게 공격받는 일은 없었다. 나중에 들려오는 소리, 디(장소)에서 커다란 하얀 늑대가 암컷 세 마리와 함께 있는 것을 봤다고…. 대미는 양 한 마리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는다. 가스파르는 죽은 양을 둘러업고, 그가 어미 늑대를 쏴 죽였던 그곳에 놓아둔다. 그곳에 나타난 늑대…. 피를 나눈 형제 바로 그 어린 늑대였다.

 

가스파르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늑대와의 복수전이 무의미함을 깨달았던 걸까?, 누가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든 간에, 늑대는 양 떼를 모두 죽게 하고 가스파르가 아끼던 개 맥스마저…. 이렇게 복수를 했다(진짜 그랬는지 아니면 사고였는지, 늑대가 죽였다고 오해하고 있는지)고 믿는다. 가스파르의 늑대에 대한 복수가 시작된다. 다행스럽게도 복수의 결말은 화해다.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 않을 만큼, 그들만의 안전거리 속에서 늑대는 양을 더는 헤치지 않고, 가스파르는 죽은 양을 그 어미를 쏴 죽였던 그곳에 가져다 놓았다.

 

아마도 늑대는 어렸을 때, 가스파르가 베풀어주었던 은혜에 보답하려 했던 것이 아닐까, 낮선 늑대 암수가 그의 구역에 나타나자 목숨결고 싸워 수컷 늑대를 물어죽이고, 암컷 늑대를 보낸다. (여기에서 복수가 끝나지 않았다...라는 말로 늑대의 정서를 표현했나?, 아마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사건은 양떼의 죽음과 가스파르가 아끼던 목양견 맥스의 죽음이다. 늑대 냄새를 바람결에 맡은 양 떼들이 혼비백산, 공포 속에서 일어났던 집단사고를, 가스파르는 늑대 짓으로 오해했을 수도 있다. 양 떼 중 목줄이 물린 흔적이 있던 양은 25마리, 늑대의 본능이었나,

 

늑대는 해수다? , 늑대로 상징되는 인간의 욕망채우기에 방해되는 것들에 대한 인간의 처리 방식, "말살"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모노노케 히메- 원령공주>, 이리는 말한다. 본래 우리의 삶터였던 이곳을 인간들이 밀고 들어왔어. 우리의 평화로운 보금자리를 없애버리고,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묻는 이 영화처럼, <늑대> 역시, 사람들의 이익을 해치는 해수로, 늑대를 잡아 죽이려 한다. 본래 늑대들의 보금자리였을 이곳 산 깊은 국립공원….

 

이 책은 보기보다 어려운 대목이 있다. 국립공원에서 양치기할 수 있는가?, 왜 설정이 국립공원이라는 의문, 이 책이 전하려는 본질에서 벗어난 것인지를 모르겠지만, 국립공원으로 설정한 것은 인간이 자연과의 관계를 깨고 그 영역을 침범했다는 상징적 의미가 아닐지,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은 인간과 화해, 이는 한편의 우화다. 사람들에게 알려질 것이다. 가스파르가 어른 늑대에게 사냥했던 고기를 나눠줬더니, 그 늑대가 사경을 헤매던 가스파르에게 은혜를 갚았다고…. 마치, 호랑이 형님 우화처럼 말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지은이의 바람…. 자연과 함께하는 또 하나의 길이 있다고….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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