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픽션 - 과학은 어떻게 추락하는가
스튜어트 리치 지음, 김종명 옮김 / 더난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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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진리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뇌리에서 줄 곳 떠나지 않은 사건이 있다. 대한민국 과학계의 세계적인 '속임수' 말하자면 과학의 사기다. 국제적으로 저명한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이 줄줄이 취소되는데 그치지 않고, 국가 가 동원되어 사기에 가담했다는 냉혹한 평가가 따르기도 했다. 기실 과학의 사기는 꼭 연구자 한 사람의 출세욕에서 생기지 않는다. 거기에 뭔가가 더해지고 그것이 자가발전하여 큰 잘못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세겨둬야 한다.

황우석 사태의 배경은 황우석 개인의 영웅심과 허영심이었을까, 황우석은 주변의 기대와 우리 사회의 초일류, 세계 1위, 세계 유수 병이 만들어 낸 국가적인 과학사기다. 우리나라를 세계 과학강대국의 반열에 올려놓았다고 자화자찬을 늘어놓던 이들이, 황우석 사태가 터지자마자, 그런 우려가 없지 않아 있었다고, 발 빼기가 바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진리다. MBC<PD수첩>와 방송사는 매국노로 몰려, 건물 앞에 연일 항의시위가 이어졌다. 놀라운 풍경이다. 영화<제보자>의 한 장면….

영화는 황우석이 왜 그렇게 됐는지에 대한 심층적 접근이 아니라, 황우석 사태에만 초점을 참으로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이 책 또한 세계 곳곳에 있는 황우석을 국가권력이 개입할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아무튼 모두 인류를 위한다는 입바른 소리를 하면서, 속내는 어떻게 하면 돈을 벌어들일까, 경제적 수치로 환산하는데 바쁘기만 하다.

이 책의 구성은 3부 8장 체제다. 우선 1부는 픽션을 닮은 과학이란 주제로 과학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한다.

왜 끊임없이 반복되고 재현되는가, 들키면 한 번에 왕창 가는데 왜 이런 위험을 감수할까, 과학적 위기를 자초한 학자들의 이야기- 짐바르도와 밀그램 같은 집단 권력, 계급의 심리라는 실험을 조작했던 이들의 사례를 싣고 있다.

2부에서는 살수와 오류를 은폐하는 학자들의 속마음을 톺아본다. 얼마나 많은 논문이 철회되고 있는가? 라는 현상을 통해, 과학의 복불복 게임화와 상업화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을 밝힌다.

과학자의 양심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실험결과, 통계, 조금만 비틀면 대단한 성과이며, 새로운 발견일 수 있는데, 지금까지 투자해 온 노력과 시간 그리고 금전적인 지원, 이런 결과가 공개되면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어렵게 잡은 자리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 이 순간만 피하면 대충 얼버무리면 나중에 어떻게 되겠지라는 상황과 조건 그리고 환경이 순수한 과학자를 어느덧 타락한 사기꾼으로 몰아간다.

통계는 참으로 유혹적이다. 하얀 거짓말, 빨간 거짓말, 개소리도 있지만, 진짜로 무서운 건 통계조작이다. 늘렸다 줄였다. 같은 수치라도 강조점을 달리하면 그런가 하고 넘어간다. 같은 과학자끼리 발표된 논문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실험방법대로 하면 재현 혹은 같은 결과에 도달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 이때, 사실 그대로를 공표하고 연구가 잘못됐음을 지적하는 게 당연하지만, 그렇지 못한 풍토, 이 역시 개인의 욕망과도 연결된다.

논문조작의 파급효과 등등,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의 결론은 과학은 허구가 아니다. 과학은 소설이 아니다. 그런데 이미 과학은 소설이 됐고 허구가 되어버렸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것인가,

지은이는 과학은 좀 더 지루해져도 괜찮다고 말한다. 잘못된 동기부여와 잘못된 출판체계와 왜곡된 학계, 과학은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도구들을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연구가 어디서 어떻게 잘못됐는지를 발견하고 그것을 고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은 더 많은 연구 활동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다. 에밀졸라는 예술을 괴팍함과 눈을 통해 보는 자연의 한 모서리라 했다. 현재 과학계에서 벌어진 일들, 이를 혁신하는 일은 절대 간단치 않다.

우선, 과학은 명백히 밝히는 것이다. 증명하는 것이다. 너무나 간단해서 사람들은 어렵다고 한다. 뭐 어려워야 있어 보이듯 말이다. 과학자들에게 요구할 일은 아니다. 다만, 더디 가더라도 제대로….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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