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악에게 묻는다 - 누구나 조금씩은 비정상
김성규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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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의 악은 늘 존재하며, 상대적이기도 절대적이기도 하다

 

지은이가 본 악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선의 반대말과는 다르다. 자신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이상 심리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 남에게 불안감을 주는 것도 악이다.

이 책은 지은이가 대학강단에서 5년간 강의록을 정리한 것이다.

 

성선설, 성악설, 아니다 선과 악이 공존한다

 

그의 문제의식은 세상 사람들이 악행을 저지르도록 태어났을까?,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심리적 지경에 갇혀 본의 아니게 악을 저지른 건 아닐까, 이다. <인간의 악에게 묻는다>는 말은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선하다는 ‘성선설’ 이나 악하다는 ‘성악설’의 논쟁 가운데 있지 않다. 그는 인간은 ‘악과 선’의 공존한다고.

 

누구에게는 착한 사람이지만, 또 다른 누구에게는 악한 사람이라는 이중적인 모습을 선험적,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선과 악의 뚜렷한 구별은 사실상 어렵다. 또 선악은 모호하게 엮여있기도 하고, 바라보는 방식과 상황에 따라서 판단이 엇갈리기도 한다.

 

그는 출판사와 인터뷰에서 인간의 악에 관심을, 그리고 이 책을 쓴 계기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박사학위 논문을 쓸 이론서를 찾던 때였어요. 서점에서 심리학 이론서들을 살펴보던 중 어네스트 베커라는 죽음심리학자의 <죽음의 부정>이라는 책의 제목에 이끌렸어요. 그래서 선 채로 읽게 됐는데, 이런 말이 눈에 띄더라고요. ‘자연은 자신이 창조한 피조물들이 서로 물어뜯고 죽이게 만드는 잔인한 창조자’라고요.

그 순간, 우리 모두는 결국 자연의 다른 피조물들을 물어뜯고 죽임으로써 생존하는 필연적 악을 갖고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살기 위해 끊임없이 악을 행하고, 자신에게 시시각각 닥쳐오는 자기 존재 파멸의 공포인 죽음을 어떻게든 유보하려는 인간의 본성을 알기 위해, 악을 연구하게 된 겁니다. “(YES24 7문 7답 중에서)

 

 

이 책은 13장으로 구성됐는데, 집단과 계급의 악, 무능한 생각이 만드는 악, 거짓말의 진실, 가족이라는 이름의 폭력 등을 다루고 있다. 우선 1장이 꽤 재밌다. 인간은 정말로 공정과 평등을 지향할까 하는 주제로 유명한 스탠퍼드 대학의 필립 짐바르도의 ‘감옥 실험’통해 평범한 대학생이 교도관과 재소자 역할극을 하면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집단과 계급이 자신들도 모르게 권력이 되고, 이를 휘두르는 가운데 희열을 느낀다는 점, 하지만, 이 실험 자체는 심리학계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이를 39년 만에 영화<엑스페리먼트>에서 다시 보여주고 있다.

 

2장에서는 땅콩회항사건, 백화점 점원을 주차장에 무릎 꿇려놓고 해대던 갑질은 사회적 공분을 샀는데, 왜 갑질과 차별을 멈추지 못할까, 라는 주제로 무능한 생각이 만드는 악을 설명하면서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논한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아주 정상적인 사람이 어떻게 그들 속에 내재한 악이 깨어나게 됐는가를, 생각의 무능은 행위의 무능으로…. 결국, 자신이 행한 악이 악인 줄 모른다는 것 자체가 무섭다.

 

인간을 복종시키는 권위의 힘

 

권위는 가상의 실재가 만들어 낸 무형의 힘으로써 물리적 힘이 아닌 상징적 힘으로 다른 이를 복종시키는 권력을 의미한다. 권위에 대한 복종은 어떤 특정한 사람 그 자체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지닌 직위와 상징에 복종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관한 실험을 소개한다. 유명한 밀그램의 전기충격장치는 인간 마음속에 내재한 악을 깨우는 역할을 했다. 이렇게 보면 마치 인간은 악하게 태어났는데, 교육 등을 통해 그 악성을 억누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기에 건넌 뛰련다.

 

사이코패스는 악인가?

 

이에 관해서는 여러 학자의 견해를 따르고 있는데, 인류의 돌연변이라 보는 견해에 가깝다. 사이코패스는 살기 위해 냉철한 이성으로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미래 인간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뭐 이를 인류 번영을 위한 양날의 검이라는 표현이다. 이수정 등 텔레페서들이 나오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사이코패스라는 말을 극히 네거티브로 쓰고 있어, 학교 역사 선생님이 말하는 역사보다는 설민석이 말하는 걸 역사라고 이해하는 학생들처럼, 이들 범죄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사이코패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이 책은 교양서다. 우리 일상생활과 내 주변의 ‘악’을 어떻게 봐야 할까?, 대학강의 교재라는 점에서 그 한계도 분명 있다. 하지만, 비교적 균형을 유지하려는 노력의 흔적, 절제의 고심이 여기저기 남아있다.

 

우리 사회의 차별과 혐오는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장애인차별을 당연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보다 경제적 처지가 어려운 이들을 부족한 사람이나 덜떨어진 낙오자로 비웃는 우리 사회 그 자체가 ‘지옥’이다, ‘악’이다. 20·30세대에게는 더 가혹하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없는 사람의 겨울이 더 혹독한 것처럼,

‘악’이란 개념에 대한 우리의 이해 지평을 넓히는데 이 책은 많은 도움이 된다. 널리 읽히기 바란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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