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말대로 그때 아파트를 샀어야 했다 - 고용 없는 경제성장시대에 '집'이란 무엇인가?
경신원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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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생존과 욕망, 집의 연대기

 

이 책은 75세 임대사업자가 된 엄마의 이야기, 엄마 말대로 그때 아파트를 샀어야 했다고 후회하는 큰딸 이야기, 세대 간에 걸친 사는 곳과 사는 그것에 관한 생각,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집이란? 무엇인가, 다소 철학적인 물음, 지은이가 묻고 스스로(수다쟁이) 답하는 대화, 아파트와 강남에 대한 약간 진지한 수다가 실려있다.

 

이 책의 문제 제기는 집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회. 집을 통해 거주의 가치와 자산의 가치를 함께 실현하려는 꿈을 너무도 일찍부터 포기할 수밖에 없는 집 없는 젊은 세대의 이중 고통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라는 진지한 물음에서 시작한다….

 

지은이는 10여 년간의 외국 생활을 하는 동안 주거는 ‘사는 곳’으로 편안하게 쉬는 장소로서 가치만을 생각하다, 귀국하고, 결혼해서도 사는 곳으로 생각했던 집이, 한국에서는 이중적 의미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주 뼈아프게, 친정엄마, 나름대로 집으로 재테크를 해 온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 집은 사는 곳이지만, 사는 것이기도 하다는 말을…. 그때 엄마의 말을 듣고 아파트를 샀더라면, 아니 샀어야 했다고 생각하는 큰딸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의 주거 사회학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집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라는 지은이와 또 다른 나의 대화 내용은 이 시대의 집에 대한 우리의 고민을 토로하고 있다.

 

엄마 이야기는 1970년대 이른바 복부인, 빨간 바지 부대(사회의 유력인사들 부인네들, 전두환 부인 이순자 등)가 휩쓸고 다니던 집, 재테크의 역사를 강북, 강남, 과천, 대치동으로, 와우아파트 붕괴사건의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집에 관한 생각, 고용 없는 경제성장 시대에 ‘집’이란 무엇인가,

 

똘똘한 집 한 채만 있으면 노후보장 가능?, 개미처럼 일해서 수십 년을 모아도 집을 살 수 없는 현실, 왜 집은 꼭 사야만 하나라는 의문이 든다. 그런데 나 역시도 오랜 외국 생활로 한국만의 특수성을 전혀 몰랐다. 2년마다 이런저런 이유로 집을 나가야 하고, 집세 올려달라는 집주인, 아무튼 뭔가 불편하고, 불안하다. 아, 그래서 사람들이 “내 집” 내 집 한다는 걸….

 

프랑스의 사회주택,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과 불평등의 해답을 프랑스의 예에서 찾는 최만아 ‘우선 집부터, 파리의 사회주택’(효형출판, 2020)은 한국 사회를 향한 낯뜨거운 성찰을 유도한다. 우리의 도시와 주택, 부동산 제도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과연 우리는 주거 권리를 우선시하며,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어 왔느냐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은이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사회주택, 영국의 공공임대주택은 전체주택 재고의 30%를 차지할 정도였으나, 처음에는 중간층, 저소득층 혹은 무소득 층이 함께 사는 주거공간이었으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중간층이 빠져나가고, 저소득층, 무소득 층만 남게 됐다.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낙인(스티그마)효과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검토된 것이 사회주택으로 전환이다.

 

사회주택은 공공과 민간임대의 중간 형태로 공공임대주택의 관리뿐만 아니라 지역 거주자들의 사회적, 경제적 고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도 공공과 민간임대가 혼합된 형태의 쇼셜믹스 형태로 변화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또한, 수입액에 따른 공공임대주택(전형적인 저소득, 무소득 층)과 구분돼 수입과 관계없이 입주 가능한 중산층형 및 고령자용 등이 존재한다), 결국 이들 국가 공공주택정책은 저소득층의 사회적 고립, 경제적 고립을 막기 위한다는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있다.

 

투자로서 주택, 뭘 의미하는가,

 

우리 사회에서 주택은 지은이가 지적하듯, 생활공간 외에 재산적 가치가 있지만, 재산적 가치에 중심을 투면, 낡은 주택의 가치가 왜 상승하는가, 즉, 어디에 위치하는가에 따라서 말이다. 지금 서울 강남, 어디서 사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집을 사는 건 이제 당연한 일, 똘똘한 집 한 채 그게 아무 데나 있어서는 안 된다. 있어야 할 곳이 강남이다. 분당, 과천, 신도시, 그래도 역시 강남이다. 왜냐고, 교육은 물로 문화, 의료의 크러스트는 어딘가? 바로 강남이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이건 지리적 유리성이고, 왜 주택에 투자하는 건가?, 열심히 몇십 년을 일해도 집 한 칸 마련하기 힘든 사회에서 주택을 재테크 수단으로 보면, 꽤 이윤이 좋으므로 투자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는 제아무리 좋은 주택이라도 감가상각이 된다는 점, 재산적 가치보다는 주거공간의 의미가 강하다. 따라서 30년 융자(이른바 주택담보 대출)를 받아 매월 원리금을 상환하면서 살 것인가, 아니면 취향에 따라 새 주택, 새로운 지역으로 옮겨 다닐 것인가, 양자 간에는 비용 차이는 별로 없다. 핵심은 30년 융자를 끼고 산 집은 시간이 가면 주택거래가는 건축 연도에 따른 감가상각이 돼 중고주택으로서 거래된다. 즉, 살 때 2억 원이었다면 대략 내구연수(재건축 시기) 40년을 잡더라도 10년이 지나면 단순계산으로 ?25% 그럼 얼마일까(물론 실제 거래가는 ?35~40% 수준으로 떨어지지만) 5천만 원이 깎여, 1억5천만 원 실제로는 그 이하에 매매되는 것이다. 그리고 융자금의 원리금 상환금액(거의 이자가 붙지 않는다고 봐도 될 정도로 최저리다)이나, 새 주택을 임차하는 월세 비용(전세개념은 없다. 보증금도 월세의 3~6개월분 정도다)이 그리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그러니 주택 소유가 별 의미가 없는 셈이다.

 

이 책에서는 왜 뼈 빠지게 일해 열심히 모아도 집을 살 수 없을까, 일해서 돈을 버는 것보다 집만 잘 사고팔아도 놀고먹을 수 있는데, 열심히 일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일까, 중고주택이 돈을 벌어다 주는 투자수단이라니….

 

지은이는 강남 불패론을 수긍한다. 이게 현실이니까,

 

왜 강남인가?, 학구, 교통, 의료, 쇼핑 등 교육과 문화콘텐츠가 골고루 갖춰진 곳이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3%가 사는 강남이 왜 부러움의 대상인가,

 

대한민국의 천박한 자본주의 현상과 모습이 바로 강남이다. 이에 대한 논의는 3장에 실려있다. 지은이의 생각은 뭔가, 이미 위에서 밝혔지만, 강남이란 허구에서 벗어나, 노동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가 합리화되면 횡재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삶에서 필요한 실력과 운으로 실현할 수 있는 성취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모두가 일할 맛 나는 세상이 될 것이고,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있는 어떻게 보면 공평한 세상이라는 것이다. 물신숭배의 끝판?, 사람의 가치는 그가 사는 집과 동네?,

 

아파트란 어떤 의미인가?

 

똘똘한 집 한채가 아니다. 단절과 분산의 상징, 효과다. 담 하나 너머 누가 사는지, 직업이 무엇인지, 아이들이 몇인지 공유되는 공동체는 해체되고 새로운 아파트공동체(?), 앞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 아파트 공간은 이미 격리와 폐쇄의 상징이다. 집단 공동주택이기는 하지만, 큰 건물 덩어리에 모여 살고 있다. 닭장 같기도 하다. 여기에 문화가 존재하는가?, 문 하나사이로 전혀 다른 세계, 나와 너를 구분 짓고, 위층 아래층 살지만, 왕래보다는 갈등이, 결국에는 층간소음으로 서로를 죽이는 이런 주거환경과 문화를 정상적인 삶이라 할 수 있는가?,

 

아파트는 말 그대로 편리의 극단을 추구, 아니 그렇게 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것 아닌가? 수도권의 일극화, 극단적 집중, 주택문제는 단순히 집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투자, 투기, 재산증식의 수단이기에 문제가 된다.

 

한국을 아파트 공화국이라 부른다. 전국 방방곡곡 중소도시에 주거형태의 70%에 이르는 아파트….이제 주거문화와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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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리더 - 공정을 가로막는 차별과 불평등에 관한 16가지 진실
베로니카 후케 지음, 최은아 옮김 / 마일스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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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리더는 공정을 가로막는 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하고, 건설적인 충돌을 허용하는 등의 조직문화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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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리더 - 공정을 가로막는 차별과 불평등에 관한 16가지 진실
베로니카 후케 지음, 최은아 옮김 / 마일스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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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이 떠나는 건 회사가 아니라 관리자다

 

 

훌륭한 관리자는 다섯 가지 재능을 갖고 있다. 이 재능은 어려운 게 아니다. 누구에게나 있는 흔한 것이다. 다만, 실천 의지의 문제일 뿐이다. 간단하지 않은가, 그렇지만, Why, How, What에 대한 고민이 조금은 필요하다.

첫째로 팀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둘째로 적극적으로 나서서 장애물을 극복하며, 셋째 책임지는 문화를 만들고, 넷째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다섯째 팀과 회사의 성공을 위해 정보에 근거한 편견 없는 결정을 내린다. 이것이 성공한 조직과 관리자가 한 일들이다.

 

자, 그러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한다. 동기 부여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책임지는 문화, 어떻게 하는 건가, 신뢰 관계는 구축하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구체적인 실천 방법이 무엇인가, 그리고 마지막 정보에 근거한 편견 없는 결정, 그 결정은 누가 하는가, 집단 결의를 통해서 하는가, 아니면 혼자서 하는가도 역시 고민거리다. 이렇게 하나하나씩 뜯어 놓고 보니,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은이 역시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다. 여기서 키워드, 주제어, 핵심어는 “공정” “리더” “공정한 리더”다. 이 책은 5부 16장, 부마다 3장 체제로 구성됐다. 우선 1부는 일상적인 불공정의 형태를 다루고(3장), 2장에서는 팀워크를(4장~6장) 3부에서는 참여하고 승진하기(7장~9장), 4부 원격 근무, 디지털, 세계화(10장~12장), 5부 남성과 여성(13~15장) 그리고 맺는말로 공정한 리더가 된다는 것이란 어떤 것인가를 적고 있다.

 

 

공정하다는 착각을 일으키는 장애 요소는 고정관념과 선입견 그리고 무의식적인 편견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절반이 여기에 담긴 셈이다. 또 아래에서 몇 가지 중요한 사항을 언급한다.

 

유능한 사람으로 판단하는 요소는 어떻게 결정되는가, 성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정말 그런가? 컬럼비아 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내용이다. 학생을 두 그룹으로 나눠서 성공한 벤처기업 CEO의 A의 이력서의 이름만(남성과 여성) 바꿔서 각 팀에게 주고 이력서를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물었다. 남성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어느 조직에서나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 열정적이고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호감형 인물로 평가됐다. 여성에 대해서는 권력에 굶주려 있고, 겸손하지도 않으며, 지나치게 성공에 매달리는 사람으로 평가받았다. 같은 이력서에 이름만 바꿜을 뿐인데, 관찰자의 인식에 영향을 준 유일한 요소는 어떤 행동이 남성과 여성에게 적절한 것인가 인지에 대한 무의식적인 기대였다.

알게 모르게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 책의 용어로는 성 고정관념이다.

 


 

공정한 환경 만들기 - 점차 쟁점이 다시 가는 성별 구분이 들어 있는 언어

 

Miss, Mis는 여성 미/기혼의 구분, Mr 남성의 통칭이다. 이를 Ms.Vs Mr.로 대칭하게 하면 된다. 모나숄레“마녀”(마음서재,2021)에서 나온 지적이다. Ms의 발음은 Mizz로하면 된다. 이렇듯 호칭에서의 비대칭, 균형감각, 평등감을 갖지 못하면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최근 남녀를 이유로 하는 성차별에 대해 비교적 사회의 민감도가 살짝 올라가기도 했지만, 질적변화가 필요하다. 성별을 구분하지 않는 비특성의 성의 개념에 더 익숙해져야 한다는 점이다. 지은이는 이 점을 잘 지적하고 있다. 직업군에서의 남성성과 여성성에 따른 구분을 없애기 위한 전제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프라이밍을 재고하라

 

 

프라이밍, 마케팅 등에서 활용하는 것으로 제품에 대해 소비자의 긍정적인 생각이 들도록 만드는 것이다. 상품의 탁월함에는 그 상품과 관련된 사람이 신뢰할 만한 내용까지를 녹여내는 것이다.

 


 

 

동료를 지원해야 내 경력이 성장한다

 

 

여성이 여성을 탓하는 시각은 아주 편하다. 이것은 그 상황에 대해 남성이 할 일은 없다고 말해준다. 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에식스대학의 엘리자베스 켈란은 공정한 직장 만들기에서 남성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조사했다. 그는 기업에서 남성 리더의 비율이 높은 만큼 관행을 바꿔 직장 내 성 불평등을 해결하는 몫은 남성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중간관리자들이 포용적인 리더십을 이해하는 데 많은 곤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바탕으로 남성이 취해야 할 네 가지 중요한 행동을 찾아냈다. 첫째 여성의 능력이 드러나지 않고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여성을 격려하고 칭찬할 것, 둘째 편견을 갖지 말 것, 셋째, 성차별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 넷째 업무 관행을 바꿀 것을 지적했다.

 

 

 

공정한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공정한 지도가 된다는 것은 왜 어려운가, 이 질문의 이 책 서문에서 나온 것이다. 조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에 보이지 않는 경계선들을 허물어야 한다. 책임지는 태도는 어떻게 해야 기를 수 있고, 자신의 노력이 보상받는다는 확실한 기대, 동료들에 대한 신뢰 등은 하나의 문화 만들기다. 이를 위한 환경으로는 위에서 말했듯이 남녀가 아닌 제3성의 대한 인식 전환, 즉, 너는 여자니까, 보호받아야 하니까, 남자가 우선 출세해야 하니까, 가정의 경제 책임의 주체는 가장인 남성이니까 하는 모든 것들이 장애물이다.

 

이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우선 모범 보이기, 성공적인 팀, 건설적인 충돌, 이렇게 3가지 행동 원칙이 있음을 염두에 두자.

 

 

이 책의 바탕에 일관되게 흐르는 사고방식은 성차별 해소다. 조직의 성공은 내부의 차별을 인정함으로써 성장을, 건설적인 비판과 충돌을 막아버린다. 성차별은 위계 간 계급 차별로 이어지고 위계가 하나의 질서가 되면, 조직은 쇠퇴하게 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건설적인 제안 등의 통로가 사실은 막혀버리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바탕으로부터, 근본적인 혁신을 아주 부드럽고 끈질기게 말하고 있다.

 

 

 

<출판사에서 받은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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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세계사 - 9개 테마로 읽는 인류 문명의 역사
표학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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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세계사

9개 테마로 읽는 인류문명의 역사 -



시대구분이 없는 역사교과서, 여성사, 종교사, 문화사, 물질사 등 주제로 엮어 설명한다. 지은이는 이 책에 다원화와 다문화 시대와 관련된 여러 주제 중 신화, 종교와 정치, 전쟁과 역사, 이슬람 세계, 일본의 정체성, 여성사, 실패한 이상주의자들 그리고 대도시 이렇게 해서 9가지를 살펴본다. 물론 주제별로 각각의 장에 담았다. 신화는 보고 또 보고, 듣고 또 들어도, 그때마다 느낌이 달라지는 묘한 매력이 있다.


종교와 정치 여기서는 그리스, 불교와 아소카, 기독교와 콘스탄티누스(국교화), 종교개혁, 과학이라는 신과 근대정치를 본다. 조금 특징적인 것은 이슬람과 일본 그리고 여성을 보는 게 흥미롭다. 씨줄과 날줄로 엮인 게 아니라, 주제별로 구성했기에 장별 상관성은 없다. 하지만, 주제별로 무게가 다르다. 다들 무거운 것들이어서 어느 것이 더 무거운지 모르겠다. 아마도 상대적이면서 절대적인 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서일까 싶다.



주제선정의 흥미로움



왜 이런 주제들을 선정했을까, 목차를 훑어보면서, 상관관계, 즉 현대 사회와의 접점을 생각해봤다. 주제와 그 내용, 작은 에피소드들은 흥미롭다. 내 취향에 맞은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힐러리는 왜 대통령이 되지 못했겠냐는 대목에 눈길이 갔다. 여전히 마녀사냥이 끝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이기에 그런가, 하지만, 영국에서는 대처, 철의 여인이 집권하지 않았던가, 아하, 수상이기에 그게 가능했을 수도, 힐러리의 승리 기운과 실패의 현실 간의 괴리를 지은이는 여성의 정치적 진출과 이를 뒷받침할 제도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296쪽). 글쎄다. 오히려, 미국 사회가 여성에게 대통령 자리를 내줄 준비가 됐다 안됐다는 논의 보다는 여전히 미국 사회의 성차별, 마녀론=남들보다 튀는 여성들은 절대 가만두지 마라. 상원의원, 장관은 좋다. 하지만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라는 이름을 건국의 아버지와 어머니로는 바꿀 수 없지 않겠는가 하는 남성주의와 가부장 체제가 강고함을 확인하는 게 아니었을까 싶다.


이런 맥락에서 탈코운동 브래지어를 벗어던지자라는 대목을 여성사 안에 담은 것도 좋은시도다. 최근 경단녀들 목소리, 마녀 등, 남성중심주의에서 벗어나, 탈코운동이 아닌 탈남성중심주의가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책으로 여행, 역시 신화가 압권이다.



신화는 현실로 스타워즈 등 서양의 스토리 콘텐츠가 대부분 그리스 신화와 성경에서 왔다면 여러분은 믿을 수 있겠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절반은 그렇다고 답을 할 것이다.


중국의 여와 씨의 이야기, 진실로 고대 사회에서 여장군이 가능했을까? 또 실제로 전투를 지휘했을까?, 전투도 전투 나름이고, 여자, 지금의 여성과는 다른 지위, 일족의 장 역할을 맡지 않았을까 싶다. 언제부터 남자 중심의 세계가 됐을까? 하는 것도 재미있는 물음이겠다.


특히 눈길이 간 곳은 티베트 신화, 관음보살이 티베트인을 낳았다는 대목이다. 히말라야 북쪽에 있는 고원지대로 인구수가 적은 이곳에서 관음보살이 원숭이로 변해 바위의 정령과 결합, 거기서 아이를 여섯 낳았으니 그 자손들이 티베트인이라는 것인데, 그런 연유 때문인지 달라이라마라는 특별한 종교지도자가 있다. 중국의 점령으로 그 영향력 아래 있는 이곳은 불교의 4개 교파가 있고 주요 종파는 관음보살의 현신인 달라이라마로 그의 추종 세력과 1959년 국외로 나와 독립운동을 하고 있다. 국내에는 아미타불의 현신이 판첸라마를 받드는 세력이 있다. 현재 이들은 중국과 타협을 하면서 티베트에서 종교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아무튼 티베트는 서양에 각별한 곳이다. 라마교의 내세론은 기독교철학과 어울린다. 윤회론이 아닌가? 아무튼, 현실이 아닌 내세 다른 생에 대한 관념이 있다는 점이다.


원숭이로 변한 관음보살, 이 보살은 자비로 중생의 괴로움을 구제하고 왕생의 길로 인도하는 불교의 보살. 산스크리트로 아발로키테슈바라(Avalokite?vara)이며, 중국에서 뜻으로 옮겨 광세음(光世音)·관세음(觀世音)·관자재(觀自在)·관세자재(觀世自在)·관세음자재(觀世音自在)등으로 불린다. 그럼, 손오공 이야기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상대적이면서 절대적인 관점에서 상상해보자. 삼장법사와 손오공 이야기는 실은 불교의 마음공부인 계율(저팔계), 선정(사오정), 지혜(손오공)를 3학이라고 한다. 삼장법사(신심)의 덕과 법사가 타고 다니는 말(정진)을 합쳐 5가지의 힘, 오력이라 한다.



책으로의 여행 선동의 정치



이 책을 읽을 때, 지은이가 들어가면서, 정치와 역사를 논하는 대목에서 선동 정치를 언급했다. 이 책에는 실려있지 않지만, 군중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역사의 주인공으로서 전면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이 없지만, 느리게 천천히 하지만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질풍노도처럼 거세게 밀려온다. 세상 온갖 것을 다 뒤집어 엎어버릴 만큼,


선동 정치의 역사에서 선동이 왜 민중과 밀접한 연관을 맺는지라는 의문에 단순 명쾌하게 답하는 건 사실 어렵다. 특히, 인터넷과 미디어를 통해서 의도적으로 조작, 확산 유출하는 “가짜뉴스”가 어떻게 군중에 영향을 미치는가?

중국대륙 역사적 변환기마다 등장하는 종교, 징크스인가? 황건적의 난을 평정하면서 정립된 삼국시대, 태평천국의 난, 그리고 현재 22년째 중국공산당에게 억압받아온 파룬궁, G2의 중국 파룬궁으로 혼란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인가? 절대권력도 없는 역사적 사실을 돌이켜본다.

태양왕 루리 16세와 결혼한 오스트리아 공주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평가는 한마디로 소시오패스라는 것, 국민과 공감하지 못하는 왕비, 글쎄다. 그 역학 구조를 단순화 한 게 아닐까 싶다. 아무튼 여기서는 “거짓 선동의 양면성”에 방점을 찍어두자.


군중심리(구스타브 르 봉,W미디어, 2008)을 비판적으로 계승한 군중행동(에버릿 딘 마틴, 까만양, 2012) 역시 이런 맥락이다. 군중이란 무엇인가?, 귀스타브 르 봉은 책에서 어느 권력자보다도 큰 위력을 지닌 '군중'이라는 존재와 그들을 선동하는 수단과 기술에 대한 분석을 제시한다. 그는 모든 사회적 격변의 주체가 되었던 군중이야말로 인류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분명히 말한다. 군중과 권력(엘리아 카네티, 바다, 2010)에서는 군중의 다양한 형태 분석과 역학을 규명, 이를 바탕으로 이런 군중이 어떻게 권력에 길들고 복종하는가를 밝히고 있다. 군중은 천태만상이 극장이나 경기장의 정체된 군중, 종교적 군중으로 대표되는 느린 군중 등 다양하다. 심지어 죽은 자, 악마, 천사와 같은 보이지 않는 군중, 미래의 후손이나 정자로까지 끝없이 확대된다. 역사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이런 관점에서 또 거꾸로 읽어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나치 영화<올림피아>(1938), <의지의 승리>(1934) 은 각각 베를린 올림픽과 뉘른베르크 나치 전당대회를 촬영, 편집한 것으로 전체주의 영상을 구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대목에서 선전장관 괴벨스의 말이 생각난다. ‘거짓말도 반복하면 진실이 된다.’ 이 말이 지금도 한국 정치판에서 그대로 통용되고 있어, 참으로 탁견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시도를 자주 접했으면 한다. 상대적이든, 절대적이든 말이다.



<출판사에서 받은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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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 남들보다 튀는 여자들의 목을 쳐라
모나 숄레 지음, 유정애 옮김 / 마음서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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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모나 숄레

 

지은이 모나 숄레는 스위스에서 나서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저널리스트다. 이 책 <마녀>는 한 권의 연구보고서처럼 여겨진다.

 

 

가끔 언론매체에서 어떤 사건을 두고 “마녀사냥” 혹은 “마냥 사냥 식”으로 몰아간다고 논평한다. 도대체 마녀(魔女=麻+鬼+女, 천[삼베(麻)를 귀신같이 짜는 여인]는 왜 증오의 대상이 되었나?,

진짜, 빗자루를 타고 한밤중에 공중을 날아다니는 것일까, 아동서, 동화집에나 나오는 마녀, 신과는 틀어진 관계?, 농경사회에서 베를 잘 짜는 여인, 아주 귀신같이 일을 잘하는 여인, 주술가, 제사장일까? 언어유희를 하지만 것은 아니지만, 가끔은 말을 풀어보면, 거기에 담긴 뜻을 추론해볼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할 수 있어서 풀어본 것이다.

 

 

아마도 일을 잘하는 이는 지도력과 카리스마가 그리고 공동체의 존숭 대상으로 그래서 사실상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였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근세(주로 16세~17세기) 유럽 문명에서 기독교적 악마개념을 끌어다 악마는 천사 출신으로 하나님을 배신하고 악의 편으로 돌아선 타락한 영적 존재로 봤다. 악은 물질계에서 바로 힘을 쓸 수 없어 매개 전달체인 마녀를 통해 악을 퍼뜨린다고 생각했었다. 한편 마녀로 규정한 여성을 악마화하는 과정은 반유대주의와 많은 공통점이 있다. 희생양을 지명하는 것은 하층민이 아닌 상층계급에서 이뤄졌다고 지은이는 지적한다(22쪽).

 

 

마녀는 지은이 말에 따르면, 책 표지에 쓰인 것처럼 “남들보다 튀는 여자들의 목을 쳐라” 아주 살벌한 표현이지만, 마녀란 튀는 여성이라는 말이고, 목을 치라는 이 짧은 문구는 상징적이다. 여성이란 모름지기 질서에 순종하고, 맹목적 헌신, 알려고 들지도 않고, 고분고분한 여성, 즉 고정화된 여성상을 바탕으로 그 역할을 충실히 하면 “마녀”가 아닌, 정상적이고 착한 여성이다. 고문을 당하면서 신음을 참고 고통에 몸부림치지 않으면 바로 마녀다.

 

 

악의 기운이 그 고통을 막아준다고 죽이고, 또 고통을 더 이상 이기지 못해 모든 것을 체념하고 마녀라고 하면, 마녀여서 죽는다. 한 번 걸리면 영락없이 빼지도 박지도 못한 채 죽임을 당하는 것이 바로 “마녀사냥”이다. 실비아 페데리치(“캘리번과 마녀”,갈무리,2011)는 마녀에 대한 선전활동과 공포의 시기는 남성이 여성에 대한 깊은 심리적 반감의 씨앗을 뿌리 시간이었다고 평했다.

 

마녀로 의심하는 전반적 분위기를

“귀찮은 정부나 아내를 떼어버리기나 혹은 자신들이 유혹하거나 성폭행한 여성의 복수를 막는데” 써먹었다.(26쪽)

 

이런 광기는 종교의 위엄과 남성중심주의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간에 크게 번져간다. 가부장 체제에서 똑똑한 여성은 늘 눈엣가시다. 마녀사냥의 원동력은 바로 이것이다. 편견과 오만 그리고 여성성, 절대적인 남성우월의식이다. 현저히 오늘날에도 마녀사냥은 진행형이다.

 

 

마녀라는 상징, 프레임에 대해, 재밌는 견해를 내놓은 어느 역사학자 (키스 토마스)는 흉작이나 전염병 등이 돌면, 마을 사람이 이웃을 어떻게 도와주지 못한 죄책감을 누군가에게 그 책임을 돌림으로써 자신이 용서받았다. 편안해졌다는 등의 행동에서, 또 재난 상황과 환경 속에서 쌓였던 갈등을 해소 도구로 “마녀사냥”을, 마치 조선 시대 비가 내리지 않으면 왕이 부덕하고, 죄를 지어서 그런 거라고 몰아가듯, 집단 내 갈등, 종교적 이유 등으로 이른바 주민들에게 공포심을 조장하고, 폭정이나 억압에 항거하려는 움직임의 배후에는 악의 책동과 마녀의 술수가 있어 이런 움직임을 차단하려는 의도들이 어우러져 나온 “샐러드 볼”, “비빔밥”이다.

 

 

지은이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연구보고서에 필적할 만한 내용을 이 책에 압축적으로 담아냈다. 자주 등장하는 학자, 이론가, 페미니스트 등등, 영화에서 소설에 이르기까지 마녀를 다루면서 마녀사냥의 표적이 됐던 세 유형의 여성을 통해 그, 흔적이 오늘날 어떤 형태로, 우리의 편견과 가치 속에 어떤 식으로 반영됐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이 책의 짜임 또한 그러하다.

첫째, 비혼, 독신녀와 미망인 같은 독립된 여성, 둘째 출산하지 않은 무자녀 여성과 셋째, 나이 든 여성이다. 결혼과 출산의 가족주의 전통을 깨려는 마녀들, 영원한 젊음의 상징인 여성, 나이 든 여성은 혐오의 대상이 되니, 마녀다. 이를 각각1~4장에 싣고 있다.

 

 

자기만의 인생, 재앙이 된 여성 독립

왜 결혼 안 해, 결혼해서 안정된 생활을 해야지, 독신은 고독하고 불행해 라는 속삭임

 

 

실비아 페데리치에 따르면 마녀사냥은 자본주의에 필요한 노동의 성별 분업을 준비하게 했다. 이 분업은 남성들에게는 유급 노동을, 여성들에게는 출산과 미래의 노동자 교육을 할당했다. 마치 일본의 아베노믹스처럼 저출산초고령사회 타개책으로 출산장려를 하는데, 그 논조가 실로 대단하다. 인구절벽을 넘어 감소가 시작되는 일본, 출산율을 높여 노동 인력을 공급하지 않으면, 여러분 주위에는 외국인 노동자들로 넘쳐나게 될 것이라는 발언, 여성의 역할 규정, 다문화사회에 대한 공포감을 제대로 써먹는다.

 

 

여성의 독립은 법적으로나 물질적으로 가능하다 해도 회의적인 반응을 일으킨다는 면에서는 과거나 오늘날이나 크게 변하지 않았다. 여성이 자기희생의 방식으로 남편이나 자녀들과 맺는 관계는 여전히 여성 정체성(여성성)을 구성하는 핵심으로 남는다. 아이를 원치 않는 여성들은 간혹 비정한 사람 또는 남의 아이에게 악의를 품은 막연히 나쁜 사람으로 인식된다.

또한 여성의 노화는 여전히 추하고 수치스럽고 위협적이고 악마적인 것으로 남아있다. 자본주의 체제 확립에 필수적인 여성의 노예화는 노예들, 하급이라고 선고받은 사람들과 같다고(69쪽)

지은이는 말한다. 나는 프랑스 미디어만큼 여성에게 순종과 포기를 노골적으로 명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고.

 

프랑스 방송에서는 유행에 민감한 부모가 나와서 자신의 일상과 여가생활,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상적인 집, 인테리어 이미지…. 보여주고 인터뷰를 동원해 전통적인 가족 구조를 선전한다. (103쪽)

 

1980년대 영화 <위험한 정사> 속 주인공 댄과 유망한 직장 여성 알렉스, 이들은 만나, 하룻밤을 같이 지내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자, 요즘 말하면 쿨하게 즐기는 거야로 시작했지만, 그 사이에 알렉스는 임신하고, 낙태하라는 댄에게 알렉스는 말한다. 내 나이 서른셋, 어쩌면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라는 말, 자신감 넘치는 자유로운 직장 여성의 페르소나를 걷어내고 자신을 아내와 어머니 위치로 데려가 줄 구원자를 따분하게 기다리는 비참한 여성의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104쪽). 영화제작자는 직장이 있고 자유로운 여성이라 할지라도 가정을 그리워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를 감추지 않았다. 여성의 역할은 여전히 가정 내에서, 이른바 산업화 시대의 남녀의 사회적 역할론의 관철이다.

 

 

무자녀는 가능성을 위한 선택

 

 

출산과 관련해 정신분석과 정신의학의 담론은 최악의 고정관념에 학문적 권위를 씌워 본성 담론을 이어가는 식으로 왜곡하고 있다.

 

자율과 독립 등 남성적 자질들은 생명의 선물을 수용하는데, 즉 모성의 접근에 꼭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수동적이고 수용적인 여성의 자세에 접근하는 데 방해가 되는 듯하다. (183쪽).

어머니들, 이 게으르고 의존적 피조물들은 생명의 거대한 신비 속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을 만족하며 정치는 남성들에게 맡긴다. 대단히 의도적이고 악질적이다.

 

 

여성은 항상 늙어 있는 존재

 

 

수전 손택은 1972년 ‘두 개의 저울, 이중 잣대’로는 제목으로 남녀의 노화에 관한 기사를 썼다. 글에서 그녀는 스물한 살 생일에 이렇게 한탄했던 친구를 떠올린다.

 

“ 내 인생 최고의 시기는 끝났어. 난 이제 젊지 않아!” 서른 한 살이 된 그녀는 ‘정말 끝장’이라고 선언했다. 10년이 더 지나서는 파티에 참석하지도 않은 수전에게 자신의 마흔 번째 생일은 인생의 최악의 날이라고 하면서,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만끽하기로 굳게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더러 지금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여자는 20살이 금메달, 22달 은메달, 24살 동메달…. 그 이상 넘어가면 번외가 된다고, 아마도 미국이나 한국, 일본 등 모두 이렇게 나이가 어릴 때 결혼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전통적 공식, 늘, 너 언제 결혼할거니라는 것들….

 

 

보통 연하의 애인을 둔 여성을 가리켜 ‘쿠거’라 한다. 이 책에 소개된 2017년 프랑스 정치권의 남녀 나이 차이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어떻게 다른지 보여줬다. 남편보다 스물네 살 많은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의 아내 브리지트 마크롱은 그칠 줄 모르는 성차별적 농담과 지적의 표적이 됐다. 신문 만평에 새로 당선된 대통령은 아내의 부푼 배를 자랑스럽게 가리키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축소하고 폐경기 여성들을 폄훼하는 바로 그 방식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는 하는 짓마다 손가락질의 대상이 됐지만, 그의 아내와 스물세 살이나 차이 나는 점은 조롱의 대상이 된 적이 없다. 이건 뭘 의미하는지?

 

우리가 알고 있는 문화선진국 프랑스도, 자유의 나라 미국도, 남녀의 성차별은 여전히 존재하고 가족주의와 남성우월주의가 여전히 기세를 펴고 있는 곳이다. 착각하지 말자.

 

소박맞은 아내, 칠거지악 이런 건 현대에도 여전히, 여성 지리학자 실비 브뤼넬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여성의 자유라는 것이 무엇보다 남성이 자유를 말하는 건 아닌지라는 질문을 남겼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이혼 후의 여성들,

“버림받았을 뿐만 아니라 인색하고 이기적이고 싸우기 좋아하는 남편과 맞닥뜨려야 했던 많은 여성을 나는 알고 있다. 남편들은 이혼 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자식들에게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생활비 지급조차 거부한다.”(239쪽),

어쩌면 한결같을까, 또, 확인한다. 희한하게도 문화, 관습의 차이를 말하면서 여성의 지위가 묵사발 나는 꼴을 한결같다. 한국 사회, 양육비를 내지 않고 도망치는 전 남편들, 이게 우리 사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 책은 아주 많은 자료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 마녀의 탄생과 현대적 의미의 마녀들과 그녀들의 항변을 좇았다. 한편, 기독교적 악의 구도로 재난과 위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누군가를 마녀로, 그 희생물은 할 말 하는 여성들이다.

 

늘, 마녀사냥은 그 명칭만 달리할 뿐, 여전히 가족주의로, 성차별과 혐오로, 여성의 노동, 경력단절 등 모든 관계 속에서 나타난다. 내 주변에 마녀가 있었으면 좋겠다. 일본에서는 초식남이라는 말. 말 그대로 강한 남자가 아니라 약한 남자라는 말이다. 여성에게 휘둘리는 남성성에 문제가 있는 초식남, 이는 마녀라는 비교 대상이 있기에 초식남이지 않을까 싶다. 마녀도 초식남도 규정되고, 고정된 관념인 것을... 늘 휘둘린다.

 

 

정겨운 호칭 “마녀” 나는 마녀가 좋다.

 

 

마지막으로 다소 의문나는 대목이 있다. 16세기 마녀에 대한 절대다수의 유죄판결은 민사재판의 결과였다. 민간 재판관들의 마법에 대한 판단,이란 문장에서 “민간 재판관”?, 민사재판?, 이게 무슨 말인지 문맥전후를 살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녀재판은 형사재판이 대다수 아닌가? 질서 위반, 선동, 혹세무민,유언비어 유포,선동, 체제전복, 사람을 해하는 행동은 모두 형사재판일텐데...영 헷갈린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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