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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철학자의 말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한성례 옮김 / 이너북 / 2022년 5월
평점 :
초역(超譯) 철학자의 말 ? 지친 마음에 위로와 안식을-
지은이 시라토리 하루히코는 종교와 철학에 관심을 가지고 독일에서 종교와 철학, 문학을 공부한 니체전문가다. 그는 이 책<초역 철학자의 말>의 사용법을 첫머리에 적어두었다. 답답할 때, 괴로울 때, 무슨 일을 해도 순조롭지 않을 때, 여기에 적힌 철학자들의 말을 읽어보란다. ‘지혜와 자애’가 넘치는 말이 나그네를 이끌어주는 길잡이별처럼 ‘다정하고 은은하게’ 당신이 나아갈 길을 비춰줄 것이라고….
이 책은 6장으로 이뤄졌고, 우선 1장에서는 지친 마음에 안식을 주는 ‘철학자의 말’을, 2장은 ‘논어의 말’, 3장 ‘성서의 말’ 그리고 4장 ‘달마의 말’을, 5장 석가의 말과 6장은 쉽게 풀어쓴 반야심경까지 107개의 주옥같은 문장이 실려있다. 지은이는 왜 108개로 하지 않았을까, 불가의 108번뇌를 의식한 때문인가,
본디 초역(超譯) 이란, 원문의 형식이나 문체 등에 대체로 구애를 받지 않고 원문이 전하려는 핵심과 의미를 읽는 이에게 좀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혹은 감동적으로 전하기 위해 번역자의 지식과 문장력, 표현력을 동원하여 읽는 이를 설득하려는 번역 방법이다.
초역의 대척은 옛 문장을 연구함으로써 문장을 바르게 해석하고 본래의 사상을 이해하려는 훈고학, 또, 원문에 주석을 달고, 해설하는 방법들이 있다.
자, 철학자의 말들을 따라가 보자. 32개의 문장이 실려있다. 맨 처음에 지은이가 소개하는 말은 “고뇌하기 때문에 사람은 성숙해진다.” (빅터 프랭클의<죽음의 수용소>에서 프랭클이 했던 말로 그는 인간 본성과 인간 번영에 관한 주장을 펼쳐 많은 이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죽음의 수용소는 폴불룸의 <최선의 고통(THE SWEET SPOT)>(알에이치코리아, 2022)에서 불룸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참고서로 소개되기도 했다. 고통스럽지만, 꾸준히 생각에 생각을 쌓고, 켜켜이 쌓인 생각들을 통해 성숙해진다.
또 보자 “당신의 행동은 전 인류의 대표” 개인적인 행동은 지극히 사사로운 결단일지라도 그것은 인간으로서 전 인류를 대표하는 행동과 결단이므로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모든 행동과 결단을 책임져야 한다- 장 폴 사르트르<실존주의란 무엇인가?>(40쪽)
귀에 익숙한 실존철학자 에리히 프롬<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그는 “자유냐 복종이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말한다. 마치 자주 들어 본 햄릿의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처럼…. 인간의 마음속에는 자유를 갈망하는 마음과 누군가 혹은 무언가에 복종하고 싶은 본능적 욕구가 동시에 존재한다. 인간의 이중적 사고 자유를 선택하기에는 고난의 연속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복종이란 유혹 역시 뿌리치기에는 너무 달콤하다. 스스로 노예가 된 자들처럼….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대응했었을지도 모를 일상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요구받는 행동과 판단과 결정에 좀 더 긴장감을 가져야 할 듯….
철학자들의 말을 되뇌며 하루는 시작하는 것도 좋겠다. 또 내가 어떤 선택을 할 때, 누군가와 맞설 자유는 있지만, 그 열매를 쓸지도 모른다. 누군가와 맞서기를 피한다면 달콤한 뭔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래서 늘 인간은 자유와 복종 사이를 헤매고 있는 게 아닌가, 이렇게 초역에 재초역을 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논어 편으로 가보자. 18개의 문장….
“인정받지 못한다고 한탄하기보다는 노력해라”(33), 45쪽,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노력이란 개념조차 헷갈리는 시대다. 헬조선시대다. 일단,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보자. 지위를 얻지 못한다고 속을 끓이고 있는가, 자신이 정녕 지위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었는지 고민은 해봤는가…. 누가 봐도 알만한 확실한 실적을 내도록 하는 게…. 즉 낭중지추(囊中之錐)-뛰어난 사람은 눈에 띄게 마련이다-가 되라는 말이다.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어리석은 자” 수천 년 전에도 지금도 여전히 인간의 본능이다. 이를 어떻게 통제하고 조율하는가가 현명한 자와 어리석은 자의 구분이 된다. 약은 짓을 하지 말라는 등의 명심해야 할 말들로 넘쳐난다.
성서에는 27개의 생각할 문장 중에서….
“노인을 공경하고 외국인을 학대하지 마라” 바로 지금 여기에서 즉시 해야 할 것들이다. 신조어로 “틀딱”이란 말, 틀니를 한 노인네가 딱딱거린다. 노인은 깊은 인생 경험 속에서 터득한 삶의 지혜가 있다. 단지 노령이라는 이유로 배척되거나 무시, 차별을 받아야 할 이유가 그 어디에도 없다.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가 그들의 인권의식의 척도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이 한 문장은 한국 사회의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참으로….
달마와 석가
달마가 말한 “선악이나 신분의 상하, 미추로 사람을 나누지 마라” 참으로 대단한 말이다. 평등, 장애가 있다고 차별하거나 무시하지 말라, 생김새로 달리 대하지 말고, 선과 악, 절대적인가, 신분은 누가 만든 것인가, 이 한 문장이 우리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차별과 배척의 밑바탕에 깔린 의식이다.
석가의 이말 “남을 미워하는 마음이 불운을 부른다.” 누군가를 미워하게 되면 그 마음은 부메랑이 되어 나에게 돌아온다. 마음을 착하게 먹으라는 말이 바로 여기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다. “마음에 노예가 되지 말라” 절망에 빠져 있는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가? 그것은 전부 네 마음에서 비롯된 감정이다. 남을 미워하거나 남에게 한을 품는 마음보다 자신을 미워하는 마음이 훨씬 지독하다는 것을 알라<출요경>
반야심경
중생아, 무엇을 보느냐, 네 눈에는 대체 무엇이 비치느냐…. 260 여자 모든 종파를 초월하여 폭넓게 읽히는 불교 경전, 반야심경
승려 법륜은 반야심경을 이렇게 말한다 “가장 신비하고 밝고 높은 진언 반야바라밀다”라고 반야심경의 중심은 공(空)이다. 공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이며 ‘물질적 존재는 서로의 관계 속에서 변화하는 것이므로 현상으로는 있어도 실체, 주체, 자성으로는 파악할 길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