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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교통 역사 - 고속도로, 고속전철, 서울시 교통정책을 통해 본 교통의 과거와 미래 제언
차동득 지음 / nobook(노북) / 2024년 10월
평점 :
한국의 교통 역사
지은이 차동득은 1970년대에서 50년 교통 역사의 산증인이다. 한국도로공사에서 교통조사 업무를 시작, 미국에서 교통공학과 교통계획을 연구한 후, 국토연구원에서 중부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계획하고, 한국교통연구원에서 고속전철 건설 기본계획과 정부의 교통 정책 자문 활동을, 이후 대구 교통개선기획단장을 거쳐 서울시 교통 정책을, 이른바 교통 3대 프로젝트인 고속도로, 고속전철, 서울시 교통 정책까지 맡았다. 그가 현장에서 활동했던 1980~2000년 초는 개발도상에서 중진국으로 그리고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던 시기였다.
종횡무진이란 말이 어울리는 한국의 고속도로망, 그 연장 길이 5,016㎞로 고속도로의 대명사인 독일과 비교해 볼 때 아우토반의 총연장이 2023년 기준 13,172㎞, 국토 면적이 대한민국의 3.5배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고속도로망이 촘촘하게 짜여 있는 셈이다. 경부고속도로를 비롯한 전국 단위의 고속도로 교통망에다 투자를 많이 하고 건설한 목적은 의외로 국가 안보 강화를 위한 목적도 있었다. 한국 전쟁 때의 단 3일 만에 서울을 점령당했다. 탱크로 밀고 내려왔기 때문이다. 전국 어디든지 탱크가 지나갈 수 있도록 고속도로 교통망을 4차선 이상으로 건설했다고 한다.
촘촘한 교통망을 처음 구상한 것은 1992~2001년까지 추진된 제3차 국토종합개발계획으로, 이때 계획에서는 남북 방향 7개 고속도로와 동서 방향 9개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7×9 국가 간선망 구축이 제시됐다. 남, 북통일 대비, 신도심, 산업단지 등을 잇는 계획이며, 2021~ 2025년의 4차 계획은 이동 거리 단축, 경제 수준에 맞는 삶의 질 충족 환경 정비로 GTX, 고속전철 노선이 중심이다.
이 책은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고속도로, 고속전철, 서울시 교통 정책을 각각 장으로 구분하여 싣고 있다. 역대 정권의 교통 정책 방향은 철도보다는 고속도로망 건설이다. 1988년 노태우 정부가 들어선 후, 본격적인 고속철도 사업이 시작된 점 등도 놓칠 수 없는 대목이다.
고속도로 시대 시작과 시행착오의 역사
1960년대, 한국 전쟁 정전 후, 전쟁으로 파괴된 도로와 교량 복구를 시작으로 7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건설 기간이 긴 철도를 정비하고 복선화하는 것보다, 우선 고속도로 건설로 눈을 돌린 당시 정부 교통 정책은, 경부고속도로에서 시작된다. 이후 개화기를 맞은 고속도로는 경인, 호남, 남해로 3대 경제권을 이어주는 호남, 남해고속도로다. 무료 고속도로의 유료화 정책의 배경, 당대 경제학계의 주장은 “고속도로 무료화” 공공서비스의 무료이용은 당연했기에, 선진국처럼 전체 도로망의 수준이 좋아서 이용자의 선택 폭이 넓거나 도로 관리 비용이 크게 차이나지 않아 괜찮을 수 있지만, 한국의 사정은 달랐다.
고속도로 건설을 둘러싼 뒷이야기, 현대건설 정주영 사장의 일화가 등장할 만큼, 한국은 북한과 국력 경쟁을 벌이면서 수출드라이브 정책 추진의 인프라, 신속한 물류유통이 필요했던 만큼 고속도로가 최우선이었다.
경부고속전철, KTX에서 수도권 GTX까지
고속전철 건설의 논의는 1981년 세계은행 사업으로 “대량화물 수송 체계 및 교통 투자 최적화 방안 연구”(KIST, 지역개발연구소에서 진행)에서 시작, 1983년 경부고속전철 타당성 조사(서울-부산 축의 장기 교통 투자 필요성 검토 및 서울-대전 고속철도 타당성 연구, 국토연구원과 루이저버저사 공동으로 진행, 이를 시작으로 고속전철 사업이 시작, 남한 기준 남쪽 길이가 400㎞에 불과한 작은 국토에서 시속 300㎞ 이상의 고속전철의 필요성이 문제가 됐다. 고속전철보다는 미래 자기부상열차를 검토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도 있었던 모양이다. 지은이는 1980년 후반의 이런 논쟁 소개는 “불확실한 미래를 보는 우리의 자세를 가다듬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노태우 정권에서 시작된 경부고속전철 이른바 KTX에서 수도권 내 광역을 잇는 GTX에 이르기까지(문재인 정부)
서울시의 교통 정책
지은이가 서울교통정책을 담당하게 된 때는 IMF 사태 직후인 1998~2002, 이 동안 자동차의 급증으로 여러 가지 교통문제가 발생한 시기였다. IMF 후유증으로 신규사업은 거의 할 수 없는 상태인데, 월드컵행사까지 준비해야 할 상황이었다. 혼잡통행료 제도가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복합환승센터, 이면도로 주차장(주차구획선) 화가 선진화된 모습이라고.
이 책은 지은이가 경험했던 교통 관련 프로젝트 내용과 에피소드 등을 회고하는 에세이자 자서전이기도 하다. 개인적 경험 속에 녹아있는 한국의 교통 정책이 고스란히 녹아 들어있다. 무심코 지나친 교통수단, 지하철, 고속전철(KTX, SRT), 광역고속전철(GTX)의 필요성과 건설, 문제점, 해결 등을 담고 있다.
기실, 교통 정책을 연구하고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승용차 구매 때, 주차장확보를 해야 한다는 조건 등(일본의 예처럼)이 불필요한 자동차 수요를 억제할 수 있고, 주차문제도 해결할 수 있으며, 대중교통의 이용률도 높이는 등의 여러 효과가 있다. 반면, 공동체 혹은 마을 등의 경제 환경을 완전히 바꿔놓는경우도, 국도 변을 중심으로 형성된 서비스업종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뚫리거나 건설도니 자동차전용도로가 교통흐름의 중심이 되면, 장사를 못하게 된다.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거시적 담론과 지역경제활성화와 커뮤니티 중심의 경제 집중 등의 지역적이며 미시적인 사정 또한 고려사항이 되어야 한다.
1990년의 고속전철이 왜 프랑스였는가?, 당시 일본의 신칸센이 우리 국토환경에는 훨씬 맞았을 것인 데라는 감상적인 수준에서, 교통과 정치 역학, 그리고 역세권이라는 투자처라는 복합적인 사정이 얽혀있는 게 “교통”이라는 키워드이지 않을까 싶다. 도로를 어디로 뚫는가에 따라 해당 지역의 부동산 지도가 달라진다. 서울과 수도권의 역세권, 서울로 직결되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집값이 달라진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만큼 교통정책이 미치는 영향은 크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런 저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책을 읽는 동안 상상의 나래를 펼수있었던 것도 의외의 수확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