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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끊어내기로 했다 - 내 발목을 잡는 가족에게서 벗어나 죄책감과 수치심에 맞서는 심리학
셰리 캠벨 지음, 제효영 옮김 / 심심 / 2024년 5월
평점 :
가족, 해로운 사람에게서 탈출하기
가족이란, 혈연과 인연으로 맺어진 공동체다. 당연히 가족 구성원 사이는 인간의 존엄과 독립된 인격체로서 존중되어야 한다는 당위와 각각 가정이라는 심적 공간의 울타리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생활은 제각각이다. 가정 내 폭력의 하위 부부싸움, 아동학대, 돌봄 거부, 방임, 기대와 배반, 갈등, 고전적인 생각은 가정 내 문제는 가정에서 국가권력이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왔다. 물론 사회문제로 보고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국가도 있지만,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가정 내 문제는 가정 안에서라는 인식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그의 가족 구성원 누군가에게 해를 입혀도, 그저 참아내야 하는 게 진정한 가족은 아니다. 수 없이 많은 사례가 TV뉴스를 통해, 시사다큐방송을 통해, 우리 사회를 환기시키려 했지만,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가족 문제의 심연을 들여다 본다. 가족은 구성원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라는 이름으로 고통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말은 누구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은 현실이기도 하다.
이 책<가족을 끊어내기로 했다>은 지은이 자신의 경험이기도 하며, 상담했던 이들의 사례이기도 하다. 여기에 실린 내용은 내 발목을 잡는 가족에게서 벗어나 죄책감과 수치심을 줄이거나 없애는 마음의 처방이다. 구성은 3부 16장이며, 1부 관계단절은 정당방위에서는 해로운 가족과 단절해야 하는 이유를, 가족에서 선을 그어도 된다. 가족의 빈자를 채우는 것은 내면의 힘이라고 설명한다. 2부 치유는 나를 알아가는 과정에서는 애착과 학대, 수치심, 이유 없는 외로움과 공허함에서 등 심적 갈등 들여다보기를, 3부 선을 넘은 사람들에게서 나를 지키려면 보복 가능성과 주변인과 사회적 상황을 이용한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결국, 자립을 통해 새로운 삶을 얻어가는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것들 낱낱이 적고 있다. 책 제목이 너무 직설적이기는 하지만, 내 인생은 내 것이라는 말을 확실하게 인식시켜준다.
자유로움과 수치심, 죄책감이라는 감정들은
지은이는 가족과 연을 끊으면 자유로움과 함께 자신에 관한 불신과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고, 이른바 자유와 수치심의 충돌이다. 이런 감정은 자신이 크게 뭔가를 잘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히기 쉬운데 그 이유는 상대가 가족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작동하는 무의미한 수치, 죄책감은 무시해버리라는 영국의 신경과학자 딘 버넷의 말처럼 “우리는 1만 년 전 이유로 창피해하며 고통받는다.”라고 말한다(뜨인돌출판사, 2022). “집단에서 외면, 거절당하는 것은 사형 선고와 같은 일”, 공동체나 집단에 생존을 의지하고 있다면, 사회성이 높을수록 수용과 생존의 확률은 높아지지만, 외면, 거절당하면 호전적인 우리 사회에서는 죽음을 의미한다. 몸과 마음 모두가 말이다. 그것이 상징적이든, 실질적이든….
심리적 학대를 하는 가족은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방식 외에 다른 건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에 가족과 함께 지내기 위해서는 모든 것(정서적 학대와 조종,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 경제적 학대, 신체학대, 성적 학대, 중독과 방임, 자신과 상반된 가치를 강요하는 환경, 험담 등)을 감내할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학습된 무기력에 빠지게 되며, 자존감은 물론 창의력과 포용력을 갖춘 독립된 인격체로 성장 발전하기 어렵다. 나에게 “해로운 가족”으로부터 벗어나는 길, 관계를 끊는 일이 오히려 가족을 유지하는 길이다. 관계를 끊고 난 후에야 생존이 가능해지니, 이 책에서 소개하는 사람들의 경험담과 다양한 대처법은 새로운 바운더리를 세우는 데 도움을 준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 자신이기에(자중자애의 길을 선택하는 것)….
내 인생은 내가 선택한 방식으로 돌봐도 된다. 화가나면 화내도 된다. 자신을 챙기고 필요한 것을 얻으라는 메시지다. 우리는 가끔 예전에는 가끔씩이었지만, 요즘은 자주 듣는 말 "가족이 아니라 웬수여, 웬수"라는 말의 의미를, 그래도 가족아닌가요라는 말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이 책을 읽노라면 분명해질 듯하다.
이 책에 담긴 많은 사례는 공통된 “해로운 사람의 특성”(정신질환 진단통계편람 5판=DSM-5에서 B 군 성격장애로 분류된 여러 특성)을 보여준다. 나르시시스트와 무척 닮았다. 해로운 사람은 여러 특성이 겹치는 예도 있다. 즉, 가족, 그 구성원은 나를 위해 존재하는 부속물이야,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나를 중심으로, 이를 구성원들로부터 확인받고, 인정받아야만 직성이 풀린다. 밖으로는 매우 과장된 행동과 외모에도 지나치게 신경 쓰며, 자신에게 관심이 집중되지 않으면 불편한 기색을 보인다. 밖에서는 누구에게나 친절하지만, 집에 돌아오는 순간 돌변, 가족 구성원은 모두 부하처럼 다루는 사람 등
가족이 무고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가, 해로우면서 무고한 사람은 없다는 지은이 말이 긴 여운을 남긴다. 누구에게도 말 못 할, 가족관계,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 가족이 나에게 해로운 사람이라면, 관계를 끊어도 된다고. 자립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 나아가라고, 그 과정에서 겪는 불안과 죄책감은 모두 무시해도 좋다고.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