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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노부인이 던진 네 가지 인생 질문
테사 란다우 지음, 송경은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5월
평점 :
네 가지 인생 질문, 너는 왜 사니?
이 책의 지은이 테사 란다우가 말하는 숲속 노부인은 누구일까? 실존 인물일까, 아니면 그가 만들어 낸 상상 속의 멘토일까,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숲속 노부인이라는 현자는 누구에게도 있는 진짜 자신인 듯하다. 다만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자신을 모르듯, 내 안에 숨겨진 회복력이라고 해야 할까, 삶을 통해 얻은 지혜의 상징?
이 책을 관통하는 열쇳말은 “모든 것은 나로부터” 법정 스님으로 상징되는 ‘무소유’, 철학을 하는 것은 어떻게 죽을지를 고민하는 것이라는 소크라테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는 만물의 모두 제각각의 몫을 하고 있어 뛰어나거나 모자라지도 않다는 성철 스님, 이들의 말속에는 모든 것은 나로부터라는 숨어있다. 우리 주변의 나이 드신 분들이 하신 말씀과 같은 맥락이다. 인간의 타고난 능력은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를 알고, 그에게 물을 수 있는 것이다. 자문자답과 자기 성찰일 것이다.
“진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뭘까?” “난 지금 잘살고 있는 걸까?” 일과 육아 등으로 지친 일상 속에서 이런 생각을 해볼 여유 없이 목적 없이 인생이란 길을 쉼 없이 달린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죽는 게 낫다 싶을 만큼 고통스러울 때, 갑자기 찾아오는 것들,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과거의 일들이.
당신은, 자신의 의지대로, 하고 싶은 대로 뭔가를 하면서 살았습니까? 이 질문에 “예”라고 머뭇거림 없이 즉답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우리는 어떤 일을 앞에 두고 해야 할까, 하지 말아야 할까, 결정을 해야 할 때마다, 이성과 감정이 내면에서 서로 갈등을 겪고 있지는 않은지, 감정이 결정에 관여하면 안 된다는 이성적인 관점에서 보면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그렇게 했다고 해서 무조건 마음이 편한 건 아니기에 그렇다. 그래서 겉으로 보여야 이성적 관점에 따른 태도와 실제 내면의 또 다른 내가 느끼는 감정의 불일치, 하고 싶지 않은 데 체면이나 책임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때 느끼는 불편한 감정, 지은이는 우선 우리가 내린 결정에 마음이 편안하다고 느끼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지은이의 이야기는 9개 에피소드다. 숲속 노부인과 만남에서 내면의 나침판 사용 방법을 그리고 배낭과 방패를 감정이 수학을 만나다, 잘못된 것투성이, 숲속에서 만난 고양이, 무지개는 기다리지 않는다. 나의 새로운 길, 인생의 도미노 순이다.
첫 번째 질문, 아닐 때는 아니라고 말해야, 내면의 나침판으로 결정을,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아니라고 말하는데, 나는 겉으로 예라고 말할 때, 이때 “예”는 자갈이다. 예라고 할 때마다 배낭에 자갈을 한 개씩 집어넣는다면, 어느 틈엔가 등에 질 수 없을 만큼 무거워진다. 내면의 소리를 나침판으로 본다면, 이 나침판은 보호장비나 방패라고 여기면. 적당한 곳에 바운더리를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 질문, “이게 정말 그렇게 중요한가?”
이게 정말 그렇게 중요한가? 감정이 수학을 만난다는 말은 지수로 표시하는 것은 수학의 영역이고 그 구분은 감정의 영역이다. 감정에 점수를 매긴다면, 측정 불가능한 그 무엇이 나에게 얼마만큼 정말 그렇게 중요한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1에서 100까지 이 일이 어디쯤 자리할까, 이를 모르면 있다. 없다 밖에, 중간은 없다.
세 번째 질문,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자, 냉철하게 생각해보자. 내가 살아가는 데 정작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들이 사방팔방에 널려있다. 책도, 옷도, 음식도, 나에게 필요 없는 것을 치우면, 뭐가 남을까?, 진짜 나에게 필요한 것만 남을까, 이 대목이 장애다. 이것은 당장에는 필요 없지만, 이래서 필요하고, 저것은 저래서. 결국,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셈이다. 추억 혹은 필요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네 번째 질문 “내가 1년 후에 죽는다고 해도 지금처럼 계속 살고 싶은가?”
아마도 이야기의 핵심을 관통하는 물음일 듯싶다. 1년이란 시간이 주어진다면 당신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 가끔 TV 드라마의 소재로 불치병에 걸린 젊은이들이 모여서 얼마 남지 않은 이 세상에서의 자신들의 삶, 지금껏 가장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걸 해보자고 이른바 버킷리스트를 작성한다. 1년 후에 죽을 것인데, 뭘 남기나, 돈이고, 사랑이고, 심지어는 그렇게 아끼며 애지중지하던 옷도 장난감도 다 소용없게 된 마당에.
이런 생각을 하면, 욕망이 사그라든다. 90대의 정신과 의사 이근후는 그의 책<인생에 더 기대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책들의 정원, 2024)에서 그냥 있는 그대로 살라고 한다. 그의 장례식 때, 사람들이 모여서, 좋은 기억을 가지고 그들의 마음에 그런 사람으로 남아있기를 바라는 것 이상 그 무엇이 있겠는가.
지은이 내가 1년 후에 죽는다고 해도 지금처럼 계속 살고 싶은가라는 물음에 답 대신에 실천으로 보여준다. 꼭 필요한 물건과 가족들이 함께 살기에 필요한 공간만 있는 거처, 필요 이상으로 먹지 않고. 바로 이것이 현자들이 바라는 삶이지 않을까, 먹지도 못할 것들, 필요 이상으로 큰 집, 쓸데없는 장식들, 이 모든 것이 내 삶에서 정작 중요한 것이란 말인가?
숲속의 노인은 너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소중한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쪼개가면서 아등바등 일 중독자처럼 그렇게 사니, 그게 너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돈은 쓸 만큼이면 되지 죽어서 가져갈 것도 아닌데, 지금, 이 순간 너에게 중요한 것, 가장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게 쉽게 되지 않는다면 1년 후에 죽는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단순 명쾌하다.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사는가? 글쎄다 쉬이 답을 찾을 수 없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