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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죽을 거니까 -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천수를 다한다
와다 히데키 지음, 오시연 옮김 / 지상사 / 2024년 6월
평점 :
어차피 죽을 거니까
책 제목이 비장하다. 지은이 와다 히데키는 35년 동안 노인전문병원에서 정신건강을 돌봐왔다. 올해로 64세, 이 책을 쓸 때가 62세, 그는 58세 때 건강진단 결과 암 중에서도 가장 고약하고 예후가 안 좋다는 췌장암 의심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세상이 달라 보이더라, 어차피 죽을 거니까, 암 치료를 한다고 수술받고, 방사능 치료받는다고 체력 떨어지고, 먹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활동도 모두를 포기해야 하는 게 눈에 훤히 보이더라, 후일 췌장암이 아니라고 밝혀졌기에 이 책을 관통하는 열쇳말 “하고 싶은 일하면서 천수를 다한다.”, 죽음을 공포로 여기지 말고, 운명으로 생각하고 나에게 정해진 시간 안에 하고 싶은 일을 후회 없이 맘껏 하자는 말이다.
이 책은 평생 노인 정신건강 진료와 상담 등 돌봄을 해오면서 의사로서 느낀 점과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말을 들었을 때, 밀려오는 감정들이 바탕이 돼, 초고령 일본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 물론 한국에도 유효하지만,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겁먹지 말고 당신은 어떻게 살래요라는 물음에 관한 답을 준비해두자고 한다. 사람은 보통 죽음을 받아들일 때, 부인과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이라는 다섯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미국 정신과의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이 단계는 잘 들여다봐야 한다.
1장에서는 자시의 죽음을 생각하면서 깨달은 것들에서는 의사들은 몸 전체를 보기보다는 장기의 기능을 중심으로 본다. 미국처럼 말이다. 순환기, 간만 좋으면 나머지는 나빠도 괜찮다는 말인가, 언제부터인지 분야, 부문 전문의가 인기를 끌고 주목을 받게 됐는지, 토론 주제를 던진다. 2장에서는 최고의 죽음을 향한 첫걸음으로 삶과 죽음에 관한 생각(사생관)이 있으면 허둥대지 않는다. 오래 살기만 하면 되는 걸까, 삶의 질과 시간 어느 것이 소중하냐는 문제 제기, 그리고 ”존엄사“에 관하여, 3장은 내 삶의 방식을 왜 의사가 정하나, 내가 정해야 한다는 건강 주체론을 편다. 4장에서는 최상의 삶의 방식은 죽는 곳에서 결정된다고, 집에서 죽기보다는 시설을 추천하는 이유, 간병, 돌봄은 간단치 않다. 그리고 마지막 인간은 죽고 나서 안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가죽을 남긴다는 말처럼, 돈은 남기지 말라, 운전면허 반납하지 말라, 제멋대로인 노인이 건강하게 살더라. 담배 애써 끊을 필요 없다. 괜히 스트레스받으면 몸에 더 안 좋으니, 그리고 내 이상적인 죽음의 방식, 죽음의 장소, 돌봄 받는 방법에 관한 내용을 싣고 있다.
죽음이 뭐라고, 어차피 죽음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오는 것, 삶의 질을 우선하라
지은이는 최상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마법의 말, 노인들의 의식변화에 맞춤형으로 전한다.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씩씩하게 사시라고, 70대가 늙음과 싸우는 시기였다면, 80대 이후에는 늙음을 받아들이는 시기, 의사의 말보다는 내 몸의 소리에 귀 기울여라.
지은이는 의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자신의 몸에 대해서는 무신경하다. 아니, 그는 이미 자라보고 놀랐다. 그렇다고 솥뚜껑 보고 놀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이점이 다른 사람과 달랐다. 죽음이란 누구도 피할 수 없다는 진실, 그래서 지금 행복하게 살라고 당부한다. 제멋대로 사는 지은이, 혈압 170, 혈당 300 수준으로 조절하면서 좋아하는 라면을 즐겨 먹는다. 술도 마시고, 다소 일찍 죽더라도 지금의 삶을 충실하게 살고 싶기 때문이라고.
이 책에서 중요하게 언급한 몇 가지
의사가 내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제멋대로 살라. 의사의 말은 그저 충고와 주의 정도로 넘기고,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우선 나에게 집중하라. 이른바 자중자애(自重自愛)의 태도이지,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자포자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병, 내 약점은 내가 관리하면 돼,
혈압, 혈당이 이 정도 수준이면 합병증에 곧 죽을지도 모른다고 음식조절하고 부지런히 약 먹고 운동 열심히 하자는 생각에 지은이는 반대한다. 이게 다 스트레스 요인이라고, 그렇게 오래 살고 싶어, 지금 내일의 건강을 걱정하고 살기보다는 지금을 더 열심히 치열하게 살면 되지. 혈당강하제 먹으면 활력이 떨어져, 비실비실 그게 오늘의 삶을 힘들게 하잖아라는 말이다. 당뇨가 있는 사람한테 보통 쥐약이라는 라면, 지은이는 1년에 라면 100그릇을 먹는데 내년까지 살면 200그릇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매우 긍정적인 사고다.
존엄사 선언서 미리 작성해두기,
나에게 사망이 임박했거나 의식이 없는 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의료 행위를 통한 연명을 원치 않는다. 단, 고통을 덜어주는 완화치료는 희망한다는 내용의 선언서를 미리 만들어두라는 것이다. 한국의 연명치료 거부 사전신청과도 같은 맥락으로 소극적 안락사다.
이 책은 의료계(한국이건 일본이건, 미국의 영향 탓인지)가 점차, 사람의 몸이란 전체를 보지 않고, 장기 중심으로 진료를 하다 보니,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실제 사망자의 통계는 예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노인들의 사망은 어떤 상황이든 어디를 보느냐에 따라 해석을 달리할 수 있지만, 코로나로 젊은 사람들이 얼마나 죽었나를 보면 심각성을 알 수 있을 텐데, 그것을 놓치고 같다고, 여기에 병원의 과잉치료 역시 문제라고, 내 몸의 소리를 믿어라. 의사들이 말하는 클리셔는 인제 그만, 케케묵은 상투적인 언설보다는, 너 자신을 믿으라는 말,
이 책은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노인 돌봄을 하는 가정이나, 연로하신 부모님이 투병 중인 사람들에게는 심각하게 생각해볼 거리와 질문을 던진다. "어차피 죽을 거니까"는 참으로 마법의 말이다. 죽을 거니까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것이 아니라 죽을 때는 나답게,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 죽음과 함께 생활하는 법, 인간은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는 것처럼,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