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눈으로 바라봐주면
송하영 지음 / 출판사 결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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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곧 인터뷰


세상에 관심이 많아 주저하지 않고 질문 던지기를 좋아한다는 작가 송하영의 첫 산문집이다. “삶이 곧 인터뷰”라는 말을 그저 흘려보내기에는 뭔가가 아쉬움이 든다. 삶은 물음일까, 내 삶이든 다른 사람의 그것이든, 똑같은 삶은 없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그런 눈으로 바라봐주면”이라는 시점, 관점, 태도 이 모두 살아있는 것을 바라봐주면, 그렇게 바라보게 된다는 말인듯싶다. 작가는 나를 살게 한 눈도 있고 나를 좌절에 빠뜨린 눈도 있다고, 바로 시선이고, 관점이고, 태도다.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신뢰하고, 인정해주는 것들이 바라봐주면 과 바라보면 의 합일이고 일체다. 


이 책에 실린 글은 모두 152꼭지, 이를 4부로 나누었는데, 1부 보살피듯 살피기에는 다듬는 말에서 꽃의 효능 10가지까지 사회와 사람, 감정, 동물, 식물들, 2부 반복되는 계절처럼 에서는 제주에서 휴일, 3부 끈끈하고도 끈적한, 4부 진심 어린 진실로 에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웃을 일을 만들자


이 제목이 좋다. 이 글은 1부에 실려있다. 사람과의 거리두기, 할 수 있는 일만 하며 지냈다. 돌봄과 멀어졌다. 고립인가, 군중 속에 고독인가, 내 삶의 처지가 그러하더라도 웃음만은 잃지 말자. 웃음은 홀로도 할 수 있으니, 웃으니까 복이 왔다. 북이 굴러들어오며 감사를 데리고 왔다. 우리네 사는 모습이 이러하다. 닫힌 생활 속에서도 웃음은 들어올 여지는 충분하다. 굳게 닫힌 문 사이로도.


부조리와 끼리끼리 틀 깨기, 한국 사회를 들여다본다. 끼리끼리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고, 부조리를 당연히 양념, 감칠맛 나는 조미료 이상의 효과를 발휘한다. 각자도생의 시대에 이것만 집단적이다. 웃을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웃자. 안 웃으면 어쩔 건데, 화를 내면 나만 손해가 아니라 주변에 민폐를 끼치게 된다. 


소문난 여자


씩씩한, 대담한, 용감한, 대단한, 발칙한, 끔찍한, 호탕한, 괴상한, 무지한, 산만한, 긴장한, 똑똑한, 이상한 이 단어들 뒤에 “여자”가 따라붙는다. 씩씩한 여자, 호탕한 여자, 산만한 여자, 똑똑한 여자, 이상한 여자처럼 말이다. 소문난 이유는 13개 장면에 맞는 페르소나를 썼기에 그런 것인가, 인간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적어도 이렇게 13개의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일도 솔선수범하는 씩씩한 여자로서의 얼굴, 힘과 끈기로 상상되는 어떤 일을 해낸 “대단한 여자”, 아무런 감정 없이 순식간에 처리하는 “용감하면서도 대담하기까지, 거기에 끔찍함을 함께 갖춘 여자”. 이런 장면은 아이에서 연로한 부모, 주변의 도움 없이는 홀로 생활하기 힘든 형제나 이웃을 돌보는 일, 이런 여자도 있다. 물론 남자로, 아이로, 소년으로 바꿔 넣어도 괜찮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여성에게 요구하는 모습은 아마도 이런 얼굴들이지 않을까, 그래서 소문난 여자일지도,


그런 눈으로 바라봐준다면, 그런 눈으로 바라보면, 그런 눈은 뭘까?


선과 악이 희망과 절망이 행복과 불행이 젠더가 돌봄이, 여전히 그런 눈으로 바라봐준다면, 일어설 수 있을 때까지 조금 기다려주고 응원해주는 사회, 모두가 힘을 얻을 수 있는 연대와 평화, 희망의 사회가 될 수 있을 텐데, 그런 눈으로 바라보면, 우리 사회의 시선은 어디선가 엇갈려있다. 그런 눈으로 바라봐준다면 이란 게 부담스럽게, 내가 할 일은 아닌 듯하다고, 또 그런 눈으로 바라볼 여유가 없다고 한다. 각자도생, 내 할 일 하기도 바쁜 세상에 누군가를 바라보며, 또 바라봐주기를 바라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하기도, 모두 착각이다. 인간은 무리 동물이다. 유전자에 그렇게 기억된 건 어쩔 수 없다. 조금만 마음의 여유를, 한 발짝 천천히, 그런 눈으로 바라봐준다면 애정, 응원, 사랑, 공감, 평등, 인정, 양보, 배려, 평화의 그런 눈으로 바라보고, 바라봐준다면. 진심어린 진실로 말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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