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선
이병순 지음 / 문이당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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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선 이후에 대박, “태안선”


지은이 이병순의 소설<태안선>은 해양 고고학이란 생소하고 낯선 분야를 이야기로 풀어낸다. 

잠수부와 해양 고고학자는 한 끗발 차이라며, 잠수하는 놈이 물에 들어가서 물건만 건져 올리면 되지, 그것이 천 년 동안 잠들어 있던 어쨌든 나는 자맥질해서 입에 풀칠하고 사는 거지, SSU, UDT 출신의 훈련된 잠수사들, 산업잠수사라고 부르기도,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무너졌을 때, 생명을 구하기 위한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잠수사들.


이 소설 플롯은 등장인물들의 과거 속 기억을 끄집어내어 바다로 올 수밖에 없는 사연들을 엮는다. 자칫, 태안선의 보물 발굴 보고서 수준의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주인공인 난 3대가 바다에 엮여있고, 그의 엄마는 늘 부적을 지니고 다니라고 한다. 70년대 젊은 가장들을 라스팔마스의 원양어선에 보냈던 시절, 그리고 해양 고고학이라는 세계로 뛰어들게 된 나, 여자친구는 폼 좋게 보이는 육상고고학을 두고 왜 사서 고생이냐고, 잠수하다 사고 나면 어쩔 거냐고, 그리고 점차 멀어진다. 캠프는 11명이 탈 수 있는 씨뮤즈호고 실명이다. 작가는 실제 일어났던 발굴 보고서의 일정을 따라, 군데군데, 등장인물들의 과거와 현재를 끄집어들인다. 


한국의 수중고고학은 육상고고학과 비교하면, 한참 늦다. 1975년 8월 전남 신안군 증도 앞바다에서 도자기 6점을 발견돼, 그 존재가 드러낸 신안선은 9년여 동안 11차례에 걸쳐 배와 함께 실려있던 각종 문화재가 발굴됐는데, 물품은 2만 4천여 점, 그리고 동전은 무려 28톤 상당의 엄청난 양이었다. 목포에 해양유물전시관이 들어서고, 이어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로 커졌다. 24년 5월부터 문화재청은 국가유산청으로 해양문화재연구소를 해양 유산연구소로 이름이 바뀌었다. 


주꾸미가 알을 품으려고 청자를 기대어


이 이야기의 시작은 2007년 충남 태안군 근흥면 대섬 앞바다에서 주꾸미잡이 조업을 하던 한 어부의 제보로 ‘보물선’ 태안선의 실체가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2007년, 2008년 수중발굴이 이루어진 태안 앞바다는 예로부터 경상, 전라, 충청 일대 조운선의 주요 통과해역이며 역사적으로도 중국, 일본 등의 사신선과 무역선이 개경에 도착하기 위해서 반드시 지나야 하는 항로였다. 

태안 앞바다는 예로부터 ‘난행량(難行梁)’ 혹은 ‘안흥량(安興梁)’이라고 불렸던 우리나라 수로 상의 4대 험조처 중의 하나로, 연중 지속되는 안개, 복잡한 해저지형, 급속한 조류의 흐름, 수중 암초 등의 원인으로 항해 선박의 재난 사고가 빈번하였던 곳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태안 앞바다는 수중의 박물관이라 하여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로 많은 양의 수중문화재가 잠들어 있는 수중문화재의 ‘보고(寶庫)’지역이다. 따라서 이번 태안 대섬 해저 유물 발굴은 향후 전개될 해양 유물의 연구와 수중고고학 발전의 중요한 전기를 마련한 한 획을 긋는 작업이었다. 2008년 태안 대섬 발굴에 이르기까지 30여 년 동안 15차례의 크고 작은 발굴이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태안 대 섬 수중유적의 발굴은 그 규모나 출토유물의 성격으로 보아 신안선 발굴에 버금가는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국내는 물론 여러 나라 학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태안선 출토유물을 종류별로 보면 청자류 2만 여점, 목간 34점, 도기류 11점, 철제 솥 2점, 선체 6편, 선체 부속구 3점, 인골, 도자기 포장재, 기타 선상 생활용기 등 23,000여 점으로 고려 시대 선박사, 도자기 역사, 생활사를 연구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이 태안선의 발굴 보고서의 내용이다. 여기에 적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바로 이 소설이다. 


고고학을 하든 뭘 하든 과학이 제아무리 발달하든 어쩌든, 바다에는 바다의 질서와 의식이 있는 법, 물속에 들어가면 육상에서 늘 짓궂던 말투와 행동과는 달리 참으로 진심인 제 일을 잘하는 아름다운 사람이자 팀원들에게 든든한 기둥이 돼주는 해병대 UDT 출신의 임대원, 역사건 뭐든 두루 꿰고 있는 이 박사, 목포가 고향인 늘 고민에 쌓인 사람처럼 보이는 팀장, 그리고 나, 나에게 잠수를 가르쳐주었던 SSU 출신의 신대원 그는 중사로 군에서 나와 민간 잠수사로, 사연이 많다. 


우리 앞에 놓인 태안의 험악하고 변덕스러운 바다에서 건져 올린 900년 동안 잠들어 있던 사자 향로를 분명 물속에서 보고, 사진까지 찍어 놓았는데, 사라지고, 얼마 후 배의 크기를 짐작게 하는 닻돌이 보이는데, “심 봤다”다. 


등장인물들은 팀으로 묶이며, 서로서로 지켜주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 속에서 만나기만 하면 서로 잘났다고 으르릉거리는 관계가 있고, 팀장의 신뢰와 인정을 받고 싶은데 제대로 안 되는 사람, 좋아하는 일 때문에 가정을 꾸리기를 뒤로 미루는 사람,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군상들이다. 관공서라는 모습이나 "기자학"을 거침없는 촌철로 예나 지금이나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인간의 본능을 재미나게 드러내준다. 


인간의 조건이 뭐냐고 묻는다


세상 보이는 것 뒤에 수많은 사람의 희생과 노력이 있다고, 겉만 번드레하게 남의 피와 땀으로 얻은 열매를 제 것인 양 죄송스러운 마음 없이 먹어버리는 사람, 딱 이렇게 해야 이 사회에서는 "출세"라는 걸 한다. 누가 알아주든 말든, 열정과 희망으로 제 꿈을 향해 한 발 한 발씩 대딛는 사람들, 작가는 우리에게 세상은 아직은 살만하다고, 자칮 중앙박물관 특별전에서 와하는 탄성을 연발하는 이들이여, 당신 눈 앞에 천 년의 역사를 거쳐 온 나를 볼 자격이 있냐고 묻는 유산들... 


태안선이란 주제로 새로운 해양 고고학이란 판에도 사람은 살고 있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잠수 수당 5만 원, 예산이 없단다. 겨우겨우…. 인간은 늘 시험에 빠져든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이참에 팔자 한 번 고쳐보자는데 하는 유혹의 힘은 강렬하다. 하지만, 어째겠는가, 천성이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는 것을, 그래서 세상은 돌아가는 듯하지만, 


우리에게 새로운 해양 유산을 보여준 작가, 태안선과 30여 년 동안 건져 올린 배들, 건져 올릴 때마다 누군가는 아픔도 함께 건져 올렸을 것이다. 세상에 화려한 것 뒤에는 어두운 게 있어 더 화려하게 보일지도 모른다는 메시지와 함께….태안선의발굴현장의 아픔과 희망,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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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의 무기들 - 브랜딩 시대, 30가지 일의 무기로 싸우는 법
윤진호 지음 / 예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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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 시대”, 30가지 일의 무기로 싸우는 법

 

이 책<마케터의 무기들>은 초인(超人), 윤진호가 썼다. 그는 10여 년 넘게 굵직한 곳에서 일한 마케팅 디렉터(MD)다. 나를 더 뛰어넘는 자라는 의미로 초인이라는 표현을 쓴다. 맨손 싸움을 하다가 무기로 싸우면서 알게 된 초성장의 비결을 대중과 공유할 목적으로 이 책에 담았다. 이 책은 10년 전 중고신인이었던 지은이 자신에게 주고 싶은 책이라고.

 

책 구성은 5부 체재, 1부에서는 무기를 발견하다, 나만의 무기로서 경험을 살리고 생각을 담는 습관, 영감의 아이템 등 사고법을 조금만 비틀면 무기가 된다는 것을 깨닫기, 2부, 무기를 활용하다(내 무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3부 무기는 일을 키운다, 4부 무기를 나를 바꾸고, 5부 무기는 세상을 바꾼다. 삶을 전쟁터로 여기듯 들리는 “무기” 실은 능력이며, 노하우, 스킬 등 갈음해서 쓸만한 낱말이 많지만, 굳이 “무기”라는 표현을 쓴 것은 아마도 인상 깊은 표현법, 팍 꽂히는 무엇, 이 역시 마케팅 디렉터적 사고가 아닐까 싶다. 

 

무기의 발견(커리어, 습관, 아이템, 루틴, 카피캣 등 5가지), 활용(글쓰기, 스토리텔링, 시나리오기획법, 말, 취향, 스위치 등 6가지), 무기 키우기(일의 정의, 브랜딩, 버전업, 페어링, 플랫폼, 상사를 무기로 활용하는 법까지 6가지를), 무기는 나를 바꾸는데 어떻게(중독, 단순과 복잡함의 혼합형으로, 균형, 철학, 비주류, 빌런을 무기로 활용하기, 부캐 등7가지), 무기는 세상을 바꾼다(내 무기로 무엇을 만들 것인가), 마케터의 맛, 콘텐츠, 콜라보, 캐릭터, 콘셉트, 기획자의 무기들, 

 

통하는 무기, 팔리는 무기, 왜 통하고 팔릴까? 

 

마케터의 무기는 정형이 없다. 변칙이기도 하지만, 나에게 맞는 무기 탐색 과정이 중요하다. 모방적이면서 독창적이고 창의적이면서 변칙적이다. 한순간도 멈춤이 없이, 살아 움직이는 마케팅을 만들어내고 생명을 불어넣으려면, 지은이가 말한 “10년 전 내게 주고 싶었던 것들”이라는 말은 내가 10년 전에 이런 것들을 깨달았다면, 이라는 의미다. 지금보다 더 나아졌다거나 좋아졌을 것이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누구에게나 어떤 일을 하든 시행착오는 따른다. 다만, 그 횟수를 얼마나 줄이고, 비용 저감과 시간 단축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지은이가 던지는 화두는 통하는 무기와 팔리는 무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성공한 이들의 사례를 자세히 분석하고, 이를 응용하여 나에게 맞는 무기로 활용할 수 있는 노력을 하라는 말이다. 아주 중요한 말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늘 배우는 겸손한 태도도 함께, 마케터의 무기는 첫째, 품성이다. 배움을 대하는 태도,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지혜, 둘째는 끊임없는 호기심과 새로운 발상에 관한 도전이다. 새로운 각도로 현상을 대하는 보는 자세를. 마케터의 꿈을 꾸는 이들, 아니 프로젝트 기획자 혹은 사업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훌륭한 지남(나침판)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북코스모스 도서평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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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서 안전하게 일하며 살기 - 제철소 30년 기술자의 피 토하는 애절한 안전 이야기
이철재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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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소 30년 , 안전이야기 


지은이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제철소의 핵심부서의 장 시절 일어난 안전사고, 그 역시 15년 전에 일어난 사고로 지금도 아픈 기억을 안고 산다. 안전사고의 피해당사자로 노동자는 일, 엔지니어는 일터, 회사는 안전경영을 물과 공기처럼 당연한 질서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생활해왔지만, 막상 부서장으로 부하직원 5명의 질식 사망 사고 앞에서는 한없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사고 관련 조사와 재판까지 3년이란 세월은 그에게는 학습의 시간이자 고민의 나날이었다. 이후 그는 대학원에서 안전학을 연구하고 안전한 일터 만들기를 위한 컨설팅의 장으로 옮겨 일한다. 안전한 일터를, 세월호, 이태원 참사를 보면서 시민의 안전을 외면할 수 없어서 이 책을 쓴다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한 일과 일터 그리고 경영을 촉구하는 계기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자해법)에 수동적 방어나 회피를 전략으로 삼는 소극적 대등에서 안전경영으로 체제 전환하는 것이 기업 존속의 핵심 가치가 되어야 하며, 윤리경영 역시 이에 터 잡아 한다[홍성훈의<안전경영의 시대가 온다> (라온북, 2024)]는 견해와 동양고전의 지혜에서도 중대재해와 그 생전전략으로서 환경보건안전을 중시하는 “안전경영”과 리스크 매너지먼트에 관한 생각들을 읽어낼 수 있으며, 기업의 생존 전략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안전 리더십과 문화를 바탕으로 한 안전 경영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최병철<맹자, 장자에게 리스크 매너지먼트를 묻다> (대경북스, 2024)]. 안전경영이란 시대의 요구로 기업이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우선해야 할 핵심 가치로 인식하고 그에 걸맞은 실천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이 책 역시, 내용의 흐름은 중대 재해(산업재해, 시민재해) 예방은 3무(무지, 무시, 무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은이는 중대 재해의 인식 태도에 관하여 명확하게 말한다. 이 책은 4장에 걸쳐서 안전을 말한다. 1장에서는 노동자는 안전한 일, 2장, 관리자는 안전한 일터, 3장. 사업주는 안전한 회사, 4장. 시민은 안전한 삶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안전이라는 사회구조 구축을 강조한다.



무지, 무시, 무리하면 다친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너무 쉬워서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것일까?, 한국 사회의 “빨리빨리” 문화 때문인가, 무엇 때문에 조급해진 것인가, 신자유주의 질서 이후, 위험의 외주화와 각자도생, 기업의 핵심 가치 속에서 “인간 존엄”이 사라지고 “소모품”과 “모든 일에는 위험이 따르는 법”이란 사고와 인식의 문제, 산재 사고가 터지면 산재보험 등으로 처리하는 것이 효율적?. 운이 좋지 않아 일어난 일로, 병가의 상사처럼 말이다. “예방”에 드는 돈이 사고 후 처리 비용보다 더 들까?, 보험사고를 조사하다 사고 발생의 패턴에서 유래한 “하인리히 법칙”(1건의 사고는 29건의 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과 300건의 징후가 존재)을 바탕으로 현장의 안전교육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는 관리 태도가 안전경영의 기본이다. 




노동현장에서의 실천


도요타자동차의 생산라인은 다품종소량생산체제로 컨베이어벨트 위를 다른 차종의 차들이 섞여져 흐른다. 노동자는 담당 구역에서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작업 멈춘 줄을 잡아당길 권한이 있다. 아니 의무다. 이상하다고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기다리는 동안에 사고가 터질 수 있기에 우선 중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상황을 누구보다도 가장 잘 알 수 있기에 이는 당연한 일인데. 왜 지켜지지 않을까?, 사소한 게 안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태도 때문이다. 이는 무지이고, 사소하기에 무시하고, 시간 안에 달성해야 한다는 조급성은 무리로 이어진다. 이것이 현장의 일상이 돼서는 안 된다. 애초, 안전한 일과 일터가 제품의 생산 시간과 노동시간에 반영되어 예측 생산량과 생산계획이 만들어져서 한다는 말이다.


또한, 안전정보가 일터 여기저기에서 쉽게 공유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즉 일하는 사람의 안전 우선이다. 지은이는 이를 노동자를 배려하라는 표현을 쓰지만, 도요타 예에서 보듯, 노동자의 권리다. 생명 우선, 인간 존중의 인식이면 배려가 아닌 권리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 책은 지은이가 한 세대 동안 청년에서 장년에 이르기까지 현장에서 경험하고, 자신이 직접 다치기도 했던 사고, 관리자로서 부하직원들의 안전사고를 왜 막지 못했나 하는 자책이 녹아있는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다. 여기에 실린 많은 사례는 노동자는 물론, 관리자, 경영자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내용이다. 물론 여전히 일하는 사람의 능력과 태도가 큰 원인인 사고 사건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큰 틀에서는 동의할 만한 내용이 담겨있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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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리니 마냥 그리워
성지혜 지음 / 문이당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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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원의 그리움, 마음의 깨달음과 몸의 욕망


성지혜 작가의 소설집 <그리고 그리니 마냥 그리워>, 인간의 그리움이란 창의적인 기능의 하나로 작가는 이런 속성을 매개로 자신을 회복하고 삶 속에 남아 있는 인간으로서의 가능성을. 2019년에 발표했던 <나귀 타고 오신 성자>와 2021년의 <향수병에는 향수가 없다>을 비롯하여 아빠 면접 소동, 표제작인 그리고 그리니 마냥 그리워, 결을 향한 단상, 옥도장 이야기, 초콜릿인가요, 우유 탄 초콜릿인가요, 얼굴 없는 나라, 777 프리즘 등 9편의 소설과 작품해설로 문학평론가 임헌영의 알레고리 미학의 결실<나귀 타고 온 성자>을 비롯하여 4편이 실려있다. 소설로든 문학평론으로든 이 소설집이 꽤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다. 


<아빠 면접 소동>이라는 제목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미혼모(글쎄다 이런 낱말이 주는 묘한 이질감 때문에 나는 잘 쓰지 않는다. 오히려 비혼모라는 표현이 상황을 전해주는 가치 중립적 낱말이 아닐까 싶다)였든 아빠와 혼인하여 사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버지가 지금 그들의 곁에 없다는 걸 알고 있는 대학 3년의 딸은 결혼상담소에 어머니의 결혼 상대를 구해달라고, 캐나다에서 일하는 남자친구 곁으로 가기 위해, 어머니의 반려를 찾아, 맘 편하게 떠나려고, 아빠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면서 결혼 상대가 아니라 상대의 딸을 만나야 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흥미롭다. 영어번역가였던 외할아버지처럼 어머니도 영어번역 일을 한다. 그리고 골동품에 깊은 조예가 있고, 재산도 있는 어머니, 아버지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중국에 어머니는 왜 비혼모로 자신을 낳았는지 사정을 말하고….


<나귀 타고 오신 성자> 2019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정리해고 당한 Q(Q란 이니셜은 루쉰의<아 Q 정전>을 떠올리게 한다)는 항의 농성을 벌이다 쫓겨 지하(교도소인지, 노숙 생활을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에서 8개월 동안 머물다 나온 우리 시대의 “을”의 전형이자, 집단 농성 중, 하나, 둘씩 빠져나가고 결국에는 홀로 남은 사람, 나름대로 성공을 꿈꾸며 10년의 젊은 날을 열공에 받쳤지만, 번번이 실패하면서 술타령을 일삼다가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를 당하고, 제주에서 사 온 당나귀를 타고 거리를 헤매다가 만난 두 사람, 세상에 내몰린 두 사람, 이들의 경험은 우리 사회 누구나 한때 했던 경험이기도 하다. 나들이 나온 유치원생 무리를 만나, 시름을 잊고 한없이 행복한 웃음을, 그리고 또다시 거리를 방황하는 당나귀를 탄 사나이를 목격한 교통경찰에게…. 경찰이 이 둘에게 하는 말


“척 보아하니, 두 분이 ‘만족 결핍증 환자’인 것 같은데, 이제 그 속박에서 벗어나십시오.”라고, 고주용이 묻는다. ‘그 처방이 있다면 가르쳐 주시죠“

”허무와 실망을 털털 털어 버리십시오. 지금, 이 순간을 가장 보람으로 맞이하는 게 바로 행복의 통로라는 걸 명심하시고요.“


교통경찰은 그냥 가라고 호루라기를 분다. 그들은 경찰 말대로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고, 두 곳을 더 들리는데, 하나는 시골 정자이고 또 하나는 화성의 융건릉이다. 


시골 정자에서 나이 지긋한 노인네들의 평화스러운 모습을 보고, 고주용의 고향 가까이에 있는 융건릉을 찾는다. 유치원 아이들과 노인네들을 만나면서, 아무런 걱정도 시름도 없는 이들의 평온함 속에서 두 사람의 치열한 경험은 세상을 향한 원망은 어디로 향했을까? 뭔가에 빗대어 사회를 풍자하는 이 소설.


문학평론가 임헌영은 이 소설집 말미의 실린 작품해설에서 이 소설을 알레고리 기법으로 오늘의 세태를 풍자한 미학적인 신명 때문에 눈여겨봤다고, 신자유주의 사회가 광분하고 출세 가도의 잔혹한 생존경쟁에서 퇴출당한 현대판 돈키호테를 그렸다고 평한다. 


지금, 이 순간 느끼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소중하게 여가라는 말 속에 담근 의미는 무엇일까? 그저 만족하면서 살라는 메시지인가, 잃어버린 시절의 그리움은 어떤 색깔일까, 어떤 모습일까, 인간에게 그리움은 앞으로 살 희망을 주는 것일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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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와 자유의 브로맨스 - J.R.R. 톨킨과 C.S. 루이스
박홍규 지음 / 틈새의시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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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무권력의 아나키시스트 톨킨과 루이스


한국에서 열심히 글을 쓰고 책을 펴낸 두 분의 노학자, 박홍규와 강준만 선생이다. 장르는 다르지만, 지칠 줄 모르고 끊임없이 던지는 메시지, 전자는 문학과 예술에서 우리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고, 후자는 한국 사회의 구석구석 저널리즘과 정치 등 톺아보게 해준다. 


무소유는 한국 사회에서도 자주 들어봤지만, 무권력은 낮설다. 어떤 상태가 무권력인가, 박홍규 선생이 쓴 책<순수와 자유의 브로맨스 톨킨과 루이스>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 <반지의 제왕>과 <나니아 연대기>가 이 두 사람이 쓴 소설이란 점 때문에 친숙하게 다가온다. 전자는 “호빗”이라는 키가 1미터 남짓의 털이 많고 귀가 크고 발이 튼튼한 착하고 겁 많은 캐릭터가 주인공이고, 후자는 “어린이”가 주인공이다. 이 책의 머리말 “소유와 권력에 저항하다”라는 게 이 두 사람의 세계관이며 본질은 자유다. 지은이는 한국 사회를 지옥 같은 한국이라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두 사람이 살았던 시대 역시 헬영국, 헬대영제국이었음을 적고 있다. 이 책은 톨킨과 루이스의 성장(1장)과 우정(2장)을, 그리고 루이스의 <우주3부작>, <나니아연대기>(3, 4장)와 톨킨의 <호빗>과 <반지의 제왕>(5.6장)을 다루고 있다. 싣는 순서는 두 사람의 기독교가 모든 작품의 기본이며, 기독교에 대해서는 톨킨보다는 루이스가 직접 드러냈기에 앞에 둔 것이다. 


순수와 자유의 브로맨스, 톨킨과 루이스에게 가치는 “자유”다


출생지도 성장배경도 다른 고대 영어학자였던 두 사람의 브로맨스, 이들 우정은 둘 모두 옥스퍼드 교수로 일했고, 소설을 썼다. 당시에는 교수에게 기대되는 활동에서 벗어난 외도였던 셈인데, 우리에게 흥미 주의로 다가섰던 <호빗> <반지의 제왕>과 <나니아 연대기>의 진정한 의미를 알았거나 알게 됐다면, 다시 보기를 통해 확인해볼 게 적지 않을 것이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건 이를 두고 하는 말인 듯싶다. 호빗이라는 아주 평범한 이들이 용기를 낼 때는 어떻게 하는지, 반지의 제왕에서 반지는 악의 상징물을 없애기 위해 멀리 떠나는 아홉 명은 친구들이고 그 우정연대는 우정으로 모인 연대의 모임이다. 이들의 반지에 관한 욕망도 빠지지 않는다. 이런 우여곡절 속에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울러 상하 관계, 주인과 하인 관계를 노골적으로 들어내지 않고 그들은 친구이고 우정 관계임을 드러낸다. 영화의 장면으로 보더라도 우리는 관계설정을 상하와 주종관계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톨킨은 바로 이점을 경계했다. 그는 “공화국”이라 번역되는 비군주제도 실은 연원은 우정을 기초로 한 것이자 원리로 삼은 것이어서 “우정으로 만든 사회”라는 말이다. 


가운데땅, 샤이어라는 공동체에 시장은 있지만, 이는 상징적 의미일 뿐 이들 사회에는 위, 아래도 없는 평등함이 바탕에 깔린 사회다. 같은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해석이 달라지는 건, 사고 가치체계의 문제라고 지은이는 날카롭게 지적한다. 


톨킨과 루이스의 사고체계 바탕에 깔린 기독교, 작품 속에 드러나는 인물 설정과 배경에도 반영돼있다. 권선징악을 주제로 선은 흰색, 악은 검은색, 황색으로 형상화된다. 백인 우월과 흑인과 황인 열등의 편견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악당 오르크는 검은 피부의 흑인을 연상하게 한다. 황인에 관한 톨킨의 평가는 혐오하는 몽골 유형의 타락하고 혐오스러운 버전이다. 또, 오르크는 노동자들로 나오는데 노동자를 무시한 것일까?, 여성 또한 비현실적인 숭배 대상인 성스러운 존재로 나온다. 우리가 이렇게 불편한 사실을 알았다면, 그토록 열광하며 <반지의 제왕>을 볼 수 있었을까?, 


하지만, 장점이랄까, 이들이 바라는 세상은 ~주의에서 벗어나 일하는 사람과 기계혁명 이전의 사람 관계와 공동체를 그리고 있다. 군주든, 시장이든 이들은 사람들 위에 군림하지 않는다. 다만, 조정자일 뿐이다. 무 권력자다. 우정에 기초한 사회로 서로 돕고 돕는 사회다. 전체의 틀로 보면, 힘없고 못생긴 오르크를 앞세워 군림하는 어둠과 악의 재배자 사우론은 자본주의의 형상이다. 마치 기계 인간의 세상이 된 영화 <매트릭스>의 실체처럼, 


지은이는 톨킨과 루이스의 아나키스트로서의 삶과 작품세계를 톺아본다. 루이스 의<우주 3부작>에서 사랑의 알레고리로 중세 전통의 연구를, 기계 이전과 이후로 세상을 나누는지 등, 톨킨과 루이스의 정치관과 복지국가의 노예가 되려는 의지 등을 들여다본다. <나니아 연대기>에서는 선악의 싸움과 아슬란은 누구인가, 어떤 상징인가를, 루이스의 아동문학론을.


세상은 아는 만큼, 작품을 넘어서


우리가 아는 톨킨과 루이스의 그저 소설 반지의 제왕과 나니아 연대기를 쓴 작가로 그칠 뻔했을 수도 있다. 우리에게 알려진 모습은 일부분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가치와 희망했던 사회, 소설을 통해서 세상에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며, 그것은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후자는 잘 모르겠지만, 전자만큼은 규명된 셈이다. 세상에 뭘 전하려 했는지.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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