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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선
이병순 지음 / 문이당 / 2024년 6월
평점 :
신안선 이후에 대박, “태안선”
지은이 이병순의 소설<태안선>은 해양 고고학이란 생소하고 낯선 분야를 이야기로 풀어낸다.
잠수부와 해양 고고학자는 한 끗발 차이라며, 잠수하는 놈이 물에 들어가서 물건만 건져 올리면 되지, 그것이 천 년 동안 잠들어 있던 어쨌든 나는 자맥질해서 입에 풀칠하고 사는 거지, SSU, UDT 출신의 훈련된 잠수사들, 산업잠수사라고 부르기도,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무너졌을 때, 생명을 구하기 위한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잠수사들.
이 소설 플롯은 등장인물들의 과거 속 기억을 끄집어내어 바다로 올 수밖에 없는 사연들을 엮는다. 자칫, 태안선의 보물 발굴 보고서 수준의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주인공인 난 3대가 바다에 엮여있고, 그의 엄마는 늘 부적을 지니고 다니라고 한다. 70년대 젊은 가장들을 라스팔마스의 원양어선에 보냈던 시절, 그리고 해양 고고학이라는 세계로 뛰어들게 된 나, 여자친구는 폼 좋게 보이는 육상고고학을 두고 왜 사서 고생이냐고, 잠수하다 사고 나면 어쩔 거냐고, 그리고 점차 멀어진다. 캠프는 11명이 탈 수 있는 씨뮤즈호고 실명이다. 작가는 실제 일어났던 발굴 보고서의 일정을 따라, 군데군데, 등장인물들의 과거와 현재를 끄집어들인다.
한국의 수중고고학은 육상고고학과 비교하면, 한참 늦다. 1975년 8월 전남 신안군 증도 앞바다에서 도자기 6점을 발견돼, 그 존재가 드러낸 신안선은 9년여 동안 11차례에 걸쳐 배와 함께 실려있던 각종 문화재가 발굴됐는데, 물품은 2만 4천여 점, 그리고 동전은 무려 28톤 상당의 엄청난 양이었다. 목포에 해양유물전시관이 들어서고, 이어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로 커졌다. 24년 5월부터 문화재청은 국가유산청으로 해양문화재연구소를 해양 유산연구소로 이름이 바뀌었다.
주꾸미가 알을 품으려고 청자를 기대어
이 이야기의 시작은 2007년 충남 태안군 근흥면 대섬 앞바다에서 주꾸미잡이 조업을 하던 한 어부의 제보로 ‘보물선’ 태안선의 실체가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2007년, 2008년 수중발굴이 이루어진 태안 앞바다는 예로부터 경상, 전라, 충청 일대 조운선의 주요 통과해역이며 역사적으로도 중국, 일본 등의 사신선과 무역선이 개경에 도착하기 위해서 반드시 지나야 하는 항로였다.
태안 앞바다는 예로부터 ‘난행량(難行梁)’ 혹은 ‘안흥량(安興梁)’이라고 불렸던 우리나라 수로 상의 4대 험조처 중의 하나로, 연중 지속되는 안개, 복잡한 해저지형, 급속한 조류의 흐름, 수중 암초 등의 원인으로 항해 선박의 재난 사고가 빈번하였던 곳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태안 앞바다는 수중의 박물관이라 하여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로 많은 양의 수중문화재가 잠들어 있는 수중문화재의 ‘보고(寶庫)’지역이다. 따라서 이번 태안 대섬 해저 유물 발굴은 향후 전개될 해양 유물의 연구와 수중고고학 발전의 중요한 전기를 마련한 한 획을 긋는 작업이었다. 2008년 태안 대섬 발굴에 이르기까지 30여 년 동안 15차례의 크고 작은 발굴이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태안 대 섬 수중유적의 발굴은 그 규모나 출토유물의 성격으로 보아 신안선 발굴에 버금가는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국내는 물론 여러 나라 학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태안선 출토유물을 종류별로 보면 청자류 2만 여점, 목간 34점, 도기류 11점, 철제 솥 2점, 선체 6편, 선체 부속구 3점, 인골, 도자기 포장재, 기타 선상 생활용기 등 23,000여 점으로 고려 시대 선박사, 도자기 역사, 생활사를 연구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이 태안선의 발굴 보고서의 내용이다. 여기에 적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바로 이 소설이다.
고고학을 하든 뭘 하든 과학이 제아무리 발달하든 어쩌든, 바다에는 바다의 질서와 의식이 있는 법, 물속에 들어가면 육상에서 늘 짓궂던 말투와 행동과는 달리 참으로 진심인 제 일을 잘하는 아름다운 사람이자 팀원들에게 든든한 기둥이 돼주는 해병대 UDT 출신의 임대원, 역사건 뭐든 두루 꿰고 있는 이 박사, 목포가 고향인 늘 고민에 쌓인 사람처럼 보이는 팀장, 그리고 나, 나에게 잠수를 가르쳐주었던 SSU 출신의 신대원 그는 중사로 군에서 나와 민간 잠수사로, 사연이 많다.
우리 앞에 놓인 태안의 험악하고 변덕스러운 바다에서 건져 올린 900년 동안 잠들어 있던 사자 향로를 분명 물속에서 보고, 사진까지 찍어 놓았는데, 사라지고, 얼마 후 배의 크기를 짐작게 하는 닻돌이 보이는데, “심 봤다”다.
등장인물들은 팀으로 묶이며, 서로서로 지켜주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 속에서 만나기만 하면 서로 잘났다고 으르릉거리는 관계가 있고, 팀장의 신뢰와 인정을 받고 싶은데 제대로 안 되는 사람, 좋아하는 일 때문에 가정을 꾸리기를 뒤로 미루는 사람,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군상들이다. 관공서라는 모습이나 "기자학"을 거침없는 촌철로 예나 지금이나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인간의 본능을 재미나게 드러내준다.
인간의 조건이 뭐냐고 묻는다
세상 보이는 것 뒤에 수많은 사람의 희생과 노력이 있다고, 겉만 번드레하게 남의 피와 땀으로 얻은 열매를 제 것인 양 죄송스러운 마음 없이 먹어버리는 사람, 딱 이렇게 해야 이 사회에서는 "출세"라는 걸 한다. 누가 알아주든 말든, 열정과 희망으로 제 꿈을 향해 한 발 한 발씩 대딛는 사람들, 작가는 우리에게 세상은 아직은 살만하다고, 자칮 중앙박물관 특별전에서 와하는 탄성을 연발하는 이들이여, 당신 눈 앞에 천 년의 역사를 거쳐 온 나를 볼 자격이 있냐고 묻는 유산들...
태안선이란 주제로 새로운 해양 고고학이란 판에도 사람은 살고 있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잠수 수당 5만 원, 예산이 없단다. 겨우겨우…. 인간은 늘 시험에 빠져든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이참에 팔자 한 번 고쳐보자는데 하는 유혹의 힘은 강렬하다. 하지만, 어째겠는가, 천성이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는 것을, 그래서 세상은 돌아가는 듯하지만,
우리에게 새로운 해양 유산을 보여준 작가, 태안선과 30여 년 동안 건져 올린 배들, 건져 올릴 때마다 누군가는 아픔도 함께 건져 올렸을 것이다. 세상에 화려한 것 뒤에는 어두운 게 있어 더 화려하게 보일지도 모른다는 메시지와 함께….태안선의발굴현장의 아픔과 희망,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