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리니 마냥 그리워
성지혜 지음 / 문이당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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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원의 그리움, 마음의 깨달음과 몸의 욕망


성지혜 작가의 소설집 <그리고 그리니 마냥 그리워>, 인간의 그리움이란 창의적인 기능의 하나로 작가는 이런 속성을 매개로 자신을 회복하고 삶 속에 남아 있는 인간으로서의 가능성을. 2019년에 발표했던 <나귀 타고 오신 성자>와 2021년의 <향수병에는 향수가 없다>을 비롯하여 아빠 면접 소동, 표제작인 그리고 그리니 마냥 그리워, 결을 향한 단상, 옥도장 이야기, 초콜릿인가요, 우유 탄 초콜릿인가요, 얼굴 없는 나라, 777 프리즘 등 9편의 소설과 작품해설로 문학평론가 임헌영의 알레고리 미학의 결실<나귀 타고 온 성자>을 비롯하여 4편이 실려있다. 소설로든 문학평론으로든 이 소설집이 꽤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다. 


<아빠 면접 소동>이라는 제목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미혼모(글쎄다 이런 낱말이 주는 묘한 이질감 때문에 나는 잘 쓰지 않는다. 오히려 비혼모라는 표현이 상황을 전해주는 가치 중립적 낱말이 아닐까 싶다)였든 아빠와 혼인하여 사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버지가 지금 그들의 곁에 없다는 걸 알고 있는 대학 3년의 딸은 결혼상담소에 어머니의 결혼 상대를 구해달라고, 캐나다에서 일하는 남자친구 곁으로 가기 위해, 어머니의 반려를 찾아, 맘 편하게 떠나려고, 아빠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면서 결혼 상대가 아니라 상대의 딸을 만나야 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흥미롭다. 영어번역가였던 외할아버지처럼 어머니도 영어번역 일을 한다. 그리고 골동품에 깊은 조예가 있고, 재산도 있는 어머니, 아버지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중국에 어머니는 왜 비혼모로 자신을 낳았는지 사정을 말하고….


<나귀 타고 오신 성자> 2019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정리해고 당한 Q(Q란 이니셜은 루쉰의<아 Q 정전>을 떠올리게 한다)는 항의 농성을 벌이다 쫓겨 지하(교도소인지, 노숙 생활을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에서 8개월 동안 머물다 나온 우리 시대의 “을”의 전형이자, 집단 농성 중, 하나, 둘씩 빠져나가고 결국에는 홀로 남은 사람, 나름대로 성공을 꿈꾸며 10년의 젊은 날을 열공에 받쳤지만, 번번이 실패하면서 술타령을 일삼다가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를 당하고, 제주에서 사 온 당나귀를 타고 거리를 헤매다가 만난 두 사람, 세상에 내몰린 두 사람, 이들의 경험은 우리 사회 누구나 한때 했던 경험이기도 하다. 나들이 나온 유치원생 무리를 만나, 시름을 잊고 한없이 행복한 웃음을, 그리고 또다시 거리를 방황하는 당나귀를 탄 사나이를 목격한 교통경찰에게…. 경찰이 이 둘에게 하는 말


“척 보아하니, 두 분이 ‘만족 결핍증 환자’인 것 같은데, 이제 그 속박에서 벗어나십시오.”라고, 고주용이 묻는다. ‘그 처방이 있다면 가르쳐 주시죠“

”허무와 실망을 털털 털어 버리십시오. 지금, 이 순간을 가장 보람으로 맞이하는 게 바로 행복의 통로라는 걸 명심하시고요.“


교통경찰은 그냥 가라고 호루라기를 분다. 그들은 경찰 말대로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고, 두 곳을 더 들리는데, 하나는 시골 정자이고 또 하나는 화성의 융건릉이다. 


시골 정자에서 나이 지긋한 노인네들의 평화스러운 모습을 보고, 고주용의 고향 가까이에 있는 융건릉을 찾는다. 유치원 아이들과 노인네들을 만나면서, 아무런 걱정도 시름도 없는 이들의 평온함 속에서 두 사람의 치열한 경험은 세상을 향한 원망은 어디로 향했을까? 뭔가에 빗대어 사회를 풍자하는 이 소설.


문학평론가 임헌영은 이 소설집 말미의 실린 작품해설에서 이 소설을 알레고리 기법으로 오늘의 세태를 풍자한 미학적인 신명 때문에 눈여겨봤다고, 신자유주의 사회가 광분하고 출세 가도의 잔혹한 생존경쟁에서 퇴출당한 현대판 돈키호테를 그렸다고 평한다. 


지금, 이 순간 느끼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소중하게 여가라는 말 속에 담근 의미는 무엇일까? 그저 만족하면서 살라는 메시지인가, 잃어버린 시절의 그리움은 어떤 색깔일까, 어떤 모습일까, 인간에게 그리움은 앞으로 살 희망을 주는 것일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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