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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와 자유의 브로맨스 - J.R.R. 톨킨과 C.S. 루이스
박홍규 지음 / 틈새의시간 / 2024년 5월
평점 :
무소유, 무권력의 아나키시스트 톨킨과 루이스
한국에서 열심히 글을 쓰고 책을 펴낸 두 분의 노학자, 박홍규와 강준만 선생이다. 장르는 다르지만, 지칠 줄 모르고 끊임없이 던지는 메시지, 전자는 문학과 예술에서 우리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고, 후자는 한국 사회의 구석구석 저널리즘과 정치 등 톺아보게 해준다.
무소유는 한국 사회에서도 자주 들어봤지만, 무권력은 낮설다. 어떤 상태가 무권력인가, 박홍규 선생이 쓴 책<순수와 자유의 브로맨스 톨킨과 루이스>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 <반지의 제왕>과 <나니아 연대기>가 이 두 사람이 쓴 소설이란 점 때문에 친숙하게 다가온다. 전자는 “호빗”이라는 키가 1미터 남짓의 털이 많고 귀가 크고 발이 튼튼한 착하고 겁 많은 캐릭터가 주인공이고, 후자는 “어린이”가 주인공이다. 이 책의 머리말 “소유와 권력에 저항하다”라는 게 이 두 사람의 세계관이며 본질은 자유다. 지은이는 한국 사회를 지옥 같은 한국이라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두 사람이 살았던 시대 역시 헬영국, 헬대영제국이었음을 적고 있다. 이 책은 톨킨과 루이스의 성장(1장)과 우정(2장)을, 그리고 루이스의 <우주3부작>, <나니아연대기>(3, 4장)와 톨킨의 <호빗>과 <반지의 제왕>(5.6장)을 다루고 있다. 싣는 순서는 두 사람의 기독교가 모든 작품의 기본이며, 기독교에 대해서는 톨킨보다는 루이스가 직접 드러냈기에 앞에 둔 것이다.
순수와 자유의 브로맨스, 톨킨과 루이스에게 가치는 “자유”다
출생지도 성장배경도 다른 고대 영어학자였던 두 사람의 브로맨스, 이들 우정은 둘 모두 옥스퍼드 교수로 일했고, 소설을 썼다. 당시에는 교수에게 기대되는 활동에서 벗어난 외도였던 셈인데, 우리에게 흥미 주의로 다가섰던 <호빗> <반지의 제왕>과 <나니아 연대기>의 진정한 의미를 알았거나 알게 됐다면, 다시 보기를 통해 확인해볼 게 적지 않을 것이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건 이를 두고 하는 말인 듯싶다. 호빗이라는 아주 평범한 이들이 용기를 낼 때는 어떻게 하는지, 반지의 제왕에서 반지는 악의 상징물을 없애기 위해 멀리 떠나는 아홉 명은 친구들이고 그 우정연대는 우정으로 모인 연대의 모임이다. 이들의 반지에 관한 욕망도 빠지지 않는다. 이런 우여곡절 속에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울러 상하 관계, 주인과 하인 관계를 노골적으로 들어내지 않고 그들은 친구이고 우정 관계임을 드러낸다. 영화의 장면으로 보더라도 우리는 관계설정을 상하와 주종관계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톨킨은 바로 이점을 경계했다. 그는 “공화국”이라 번역되는 비군주제도 실은 연원은 우정을 기초로 한 것이자 원리로 삼은 것이어서 “우정으로 만든 사회”라는 말이다.
가운데땅, 샤이어라는 공동체에 시장은 있지만, 이는 상징적 의미일 뿐 이들 사회에는 위, 아래도 없는 평등함이 바탕에 깔린 사회다. 같은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해석이 달라지는 건, 사고 가치체계의 문제라고 지은이는 날카롭게 지적한다.
톨킨과 루이스의 사고체계 바탕에 깔린 기독교, 작품 속에 드러나는 인물 설정과 배경에도 반영돼있다. 권선징악을 주제로 선은 흰색, 악은 검은색, 황색으로 형상화된다. 백인 우월과 흑인과 황인 열등의 편견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악당 오르크는 검은 피부의 흑인을 연상하게 한다. 황인에 관한 톨킨의 평가는 혐오하는 몽골 유형의 타락하고 혐오스러운 버전이다. 또, 오르크는 노동자들로 나오는데 노동자를 무시한 것일까?, 여성 또한 비현실적인 숭배 대상인 성스러운 존재로 나온다. 우리가 이렇게 불편한 사실을 알았다면, 그토록 열광하며 <반지의 제왕>을 볼 수 있었을까?,
하지만, 장점이랄까, 이들이 바라는 세상은 ~주의에서 벗어나 일하는 사람과 기계혁명 이전의 사람 관계와 공동체를 그리고 있다. 군주든, 시장이든 이들은 사람들 위에 군림하지 않는다. 다만, 조정자일 뿐이다. 무 권력자다. 우정에 기초한 사회로 서로 돕고 돕는 사회다. 전체의 틀로 보면, 힘없고 못생긴 오르크를 앞세워 군림하는 어둠과 악의 재배자 사우론은 자본주의의 형상이다. 마치 기계 인간의 세상이 된 영화 <매트릭스>의 실체처럼,
지은이는 톨킨과 루이스의 아나키스트로서의 삶과 작품세계를 톺아본다. 루이스 의<우주 3부작>에서 사랑의 알레고리로 중세 전통의 연구를, 기계 이전과 이후로 세상을 나누는지 등, 톨킨과 루이스의 정치관과 복지국가의 노예가 되려는 의지 등을 들여다본다. <나니아 연대기>에서는 선악의 싸움과 아슬란은 누구인가, 어떤 상징인가를, 루이스의 아동문학론을.
세상은 아는 만큼, 작품을 넘어서
우리가 아는 톨킨과 루이스의 그저 소설 반지의 제왕과 나니아 연대기를 쓴 작가로 그칠 뻔했을 수도 있다. 우리에게 알려진 모습은 일부분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가치와 희망했던 사회, 소설을 통해서 세상에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며, 그것은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후자는 잘 모르겠지만, 전자만큼은 규명된 셈이다. 세상에 뭘 전하려 했는지.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