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시대 지방정부 외교와 공공외교 - 전략적 소통과 지역 브랜딩의 방법과 사례
송기돈 외 지음 / 오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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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시대, 지방정부 외교와 공공외교


일반적으로 공공외교란 국가의 중앙정부가 국익을 위해서 외국 대중과 소통하면서 자국에 유리하도록 그들의 생각, 감정 및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이며, 여기서 활용하는 자원의 종류를 기준으로 문화외교, 교류외교, 기여외교 및 매체외교로 나눌수 있다. 공공외교의 실행 주체는 국가의 중앙정부를 떠올리기 쉬운데, 국민 개개인, 기업, 비정부조직 등으로 다양하다.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봉준호 감독이나 2021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단독 공연을 한 방탄소년단의 예가 공공외교라 할 수 있다. 최근 유행처럼 회자되는 글로컬(지방이 곧 국제화란 뜻)시대, 글쎄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생존전략인지 모르겠지만, 갈수록 축소되는 국내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경제전략은 물론, 국제교류와 개발지지 연대 등, 좁은 의미의 국가간 외교간들이 만나는 그런 외교의 이미지를 벗어나 훨씬 크고 넓은 범위를 말하는 외교다. 


이 책은 외교부 밑에 있는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2016년 “공공외교법”에 따라 공공외교의 공식기관으로 지정된 뒤, 대학, 대학원 수준의 고등교육 기회를 마련할 목적으로 2018년부터 공공외교 역량강화 시범대학으로 수도권의 6개 대학과 지방 한 곳(전북대학교)을 선정, 온라인 강의교재와 대학원 과정에 “지방정부 공공외교론”과목을 운영했다. 연구결과는 서울대에서 2019년 발간됐고, 2020년 전북대 <공공외교:이론과 사례>에 이어서 나온 책으로 14명이 집필했다. 3부로 구성됐고, 1부는 지방정부 외교 및 공공외교의 개념 이해와 이론을 3장으로 나누고, 지방정부의 공공외교와 지역브랜딩이라는 이 책의 핵심내용을 다룬다. 2부는 수행주체별 지방정부의 외교와 공공외교를 다루는데, 4~10장까지 유럽연합, 스페인, 전북 지방정부의 공공외교와 뉴욕과 브뤼셀, 서울의 도시외교와 공공외교를, 3부는 문제영역별 지방정부의 외교와 공공외교로 11장~15장으로 평화협력, 국제개발협력과 지방정부 공공외교를 비롯하여, 문화교류헙력으로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의 사례, 국제도시협력으로 일본 요코하마 등을 사례를 다룬다. 


이 책의 열쇳말인 “지방정부의 공공외교”인데, 한국에서 지방정부, 즉 지방분권이 이뤄진 상태에서 재정 등의 독립 등, 정부라 부를 수 있는 여러 요소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이나, 국제비교를 위해 편의상 “지방정부”로 통일해서 쓰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전략적 소통과 지역 브랜딩의 방법과 사례


이 책이 다루는 범위와 내용은 넓지만, 핵심은 지방정부가 공공외교를 효과적으로 밀고 나가기 위해서는 나름의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에 연구자들은 지역을 브랜드화하는 안을 내놓는다. 지역이란 공간을 브랜드라고 전제하고 그곳의 특징에 따라 농촌 혹은 도시 브랜딩, 여행목적지 브랜딩으로 부르지만 “지역 브랜딩”은 기업의 브랜딩 관점과 기법을 활용, 지역 브랜드 자산을 구축, 측정, 관리하는 활동이라 정의한다. 지방 정부가 실행 주체가 되고, 다양한 이해당사자들로 만들어진 인적 네트워크다. 브랜딩의 목표 대중은 외국 대중, 자국민 및 지역 이해당사자들인 지역 브랜드 소비자들이다. 브랜딩의 포지셔닝 활동 유튜브 채널 운영(이미 모두 지자체가 운영하는 중)하여 지역 브랜드 소비자(도시민에게 어릴 적 추억의 장소로 시간여행을 하듯, 국외교포에게 고향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등)에게 알리는 것이다. 이른바 사회적 마케팅이다. 여기에는 브랜드 심리학, 도시학, 디자인학 등 학제 간의 융합으로 지금까지와 다른 오래되고도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공공외교, 도시외교


공공외교가 무척 거창하고 추상적으로 다가오지만, 실상 지역 브랜드, 지역 브랜딩이란 관점에서 접근하면, 이미 내 고장 알리기, 지역의 역사유물 홍보하기 관광객 유치 등의 활동을 해오고 있었던 것인데, 이를 공공외교라는 관점에서 지방정부가 실행 주체가 되어 다른 여러 나라에 자기 고장 알리기를 하는 것이다. 수도권 일극 집중 해소 지역으로 인구 분산 등의 국내 인구정책과 지방경제 활성화 등이 총체적으로 얽힌 상태에서 다만, 어느 곳, 어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문제를 생각하고, 그 해결방안을 찾고 풀어낼 것인가 하는 관점에 서면, 그 전체의 맥락과 흐름이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힐 듯하다. 인구감소, 지역 공동(空洞)화와 연결돼있으니 말이다. 지속가능발전법과도 닿아있다. 어떤 식으로 표현하든 한국의 미래와 직결된 사대와 교린, 이른바 공공외교라는 영역에서 지방 정부가 어떤 식으로 참여할 것인가, 하는 점에서는 아주 중요한 방안을 담고 있다. 


관광이라는 부문 혹은 분야에서의 접근은 단절적, 파편적인 성과밖에 얻을 수 없지만, 지역경제 활성화, 고령인구의 일자리 창출, 인구감소 혹은 소멸 위기에서의 탈출방안 등으로 접근하자면 지역의 사활이 걸린 문제일 수밖에 없다. 특히, 전북대학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내놓은 방안(10장, 이영호 집필, 373쪽 이하), 그리고 “생각해볼 문제”로 제시된 7개 항 또한 크든 작든 17개 시, 도가 기본적으로 안고 있는 고민이다. 국제교류 면에서도 중앙정부와 지방 정부 민간 등이 상호유기적인 연관이 없이 독립적으로 각각 진행했을 때의 문제점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이민규(서울연구원)의 한중외교, 서울베이징통합위원회 등은 도시외교 모델의 하나로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다. 양국관계사의 부침 속에서 특히 중요하다. 


이 책에 담긴 구상과 문제의식과 접근 방법들을 독자들에게 공개하고 공유함으로써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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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뷰오브북스 14호
한승훈 외 지음,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부 엮음 / 서울리뷰오브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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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북 “믿음, 주술, 애니미즘”과 “고전의 강”


창간 준비호에서 시작, 열다섯 번째 발행된 “서울 리뷰 오브 북스”(2024.여름호)의 특집 리뷰 “믿음, 주술, 애니미즘”(6편의 리뷰)과 새롭게 들어선 ‘고전의 강’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고전으로서 꼭 읽어보고 생각해봐야 할 책을 다루는 코너, 그리고 이마고 문디와. 북&메이커에 실린 서평 4편(이승철 “사소한 것들의 힘”<경계를 넘는 공동체>, 김지훈의 영화이론과 영화, 물질적 유령, 홍제환 북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은 아니다. 그리고 박진호의 한 언어학자의 삶을 통해 본 남북분단 ?북으로 간 언어학자 김수경-, 고전의 강 “도덕은 왜 유전자와 싸우나” 2003년에 번역된 로버트 라이트의 <도덕적 동물> 등이 실려있다. 


2019년 영화<곡성>과 2024년 영화<파묘>는 한국의 무당과 일본 음양사의 대척 혹은 대립 구도다. 이들 영화의 배경은 일본의 전근대 악이 자리한다. 전자에서는 우리 땅 지킴이(산신령), 후자는 무당과 지관이 등장한다. 임진왜란 때 일본의 장수(정령이다. 우리 것이 아닌 남의 땅의 것이다)의 혼령과 일제강점기 때, 조선의 맥을 끊으려는 쇠말뚝, 악질 친일파의 후손들은 그냥 부자였다. 미국으로 건너가 살지만, 묫자리 수가 좋지 않아 죽음의 그림자가 일가를 따라다닌다는 데서. 이 영화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글쎄다, 설정 자체가 한일관계의 해묵은 것들이 아직도 한반도 곳곳에 정령으로 남아있는 건 아닌지, 반일 종족주의에 대한 반작용에서 나온 것인지, 


특집 리뷰는 믿음, 왜 이상한 것을 믿는지, 무당, 여성, 신령들, 한국 무교의 문화인류학, 최창조의 한국의 풍수 사상과 인간 공양을 했던 상나라 정벌의 고대사, 애니미즘의 세계 등이 실려있다. 어느 하나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종합선물상자처럼 여겨지는 서리북, 지난 봄호에서는 특집 리뷰로 “민주주의와 선거” 지역당 건설의 문제가 흥미로웠지만, 이번 호는 모든 리뷰가 다 흥미롭다. 읽고 또 읽고 생각하고, 새로 나온 책들까지 모두 훑어보고 책을 주문하고. 아마도 이번 호는 서리북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 듯하다. 적어도 나에게서는 말이다. 


무당, 풍수, 미신


한승훈은 “지적대상으로서의 기괴한 믿음”이란 제목으로 이창익의 <미신의 연대기>를 리뷰했다. 음과 양, 과학과 미신, 바로 그사이에 존재하는 무당, 이 세상과 저세상 사이에 존재하는 잇는 특수한 능력자들이다. 파묘의 지관은 “대한민국 상위 1퍼센트에게 풍수는 종교이자 과학”이라고, 모르는 것은 신비하다. 묘하다. 눈에 보이지 않기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뭔가 절대적인 힘이 작용하는 것인지조차 모른다. 신비한 현상, 물론 여기에는 사람들의 태도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기꾼들이 끼어들 여지가 충분하다.


또 보자, 오성희가 쓴 “여성 인류학자들이 만난 무속의 현장들”은 로렐 켄달<무당, 여성, 신령들>과 김성례의 <한국 무교의 문화인류학>을 통해서, 전자는 경기 북부에서 후자는 제주도에서 4.3을 통해 여성들의 삶이 중심이 되는 무속 민족지, 켄달은 전통가옥, 마을 공동체가 살아있는 1970년대의 경기 북부를, 


김성례는 1980년 중반 제주를, 굿판은 어떻게 역사적 ‘사실’을 드러내는 장으로 기능을 할 수 있는가,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굿판에서는 이들이 돌아와 증언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이 무당의 입을 통해서, 영화<혈의 누>에서처럼, 억울한 죽음을 사람들 앞에서 밝힌다. 나를 죽인 건 누구라고. 무속은 무교가 되고, 일제강점기 때, 민간신앙을 낮춰 부르던 무속을 무교의 반열로 되돌려 놓는 작업 또한 필요해 보이기도 하지만, 오늘날 다양한 종교를 믿는 가운데서도 무교의 실천이 그들의 삶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특히 김성례의 제주 무교는 그곳 여성의 자아정체성을 구성하는 언술행위로 봤다. 4.3사건으로 희생된 원혼들의 비극적 이야기를 공표하는 장으로 굿판이 기능하며, 이들의 죽음과 관련된 역사를 회복하고 이에 대한 민중 기억을 주도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혀내기도 했다. 그것이 무속이든, 미신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 말할 수 없는 것들을 시원스레 토해내는 정화의 장이 굿판이다. 


최창조의 풍수, 도선국사의 자생풍수, “어머니로서의 땅에 대한 사랑”을 핵심으로, 중국의 이론 풍수, 즉 죽은 자의 묫자리를 잘 써야 후대에 복이 닥친다는 믿음(아마도 조선왕 중에서 세종의 묘터가 그러했던 것으로 전해져, 문종이 죽고, 그의 장자인 단종이, 세조의 장자가 죽어 나가는 비극의 전승), 살아있는 대원군 이하응은 아버지 남연군의 묫자리를 명당이라 칭하던 그 자리에 슬그머니 묻었다. 이러한 연유로 운이 틔어 그의 둘째 아들이 고종이 됐다는 말이다. 최창조는 지리학자이면서 자생풍수를 연구하는 외로운 연구자였다. 죽은 사람을 위한 풍수가 차가운 이론이었다면 그의 풍수지리학은 어머니로서의 땅에 대한 사랑, 즉, 살아있는 사람을 위해 통풍이 좋고 양기가 서린 땅을 즉, 양택을 찾는 것이다. 


대학교수 자리를 박차고 나와 풍수 연구자로서 삶, 풍수를 떠나 그의 연구자로서 열정과 책임 굳은 신념이 오히려 존경스러울 뿐이다. 풍수와 현대 지리학 사이에서 풍수를 현대 학문으로 자리매김하려 했던 그의 이중전략, 죽은 선조의 유해와 후손 사이의 감응에 관한 속신에 따라 오로지 후대의 영달만을 노렸던 음택 대신에 도읍지, 마을, 주택의 입지를 고르는 양기, 양택 풍수를 “학”으로, 


특집 리뷰 외에도 매우 중요하고 흥미로운 샹바오<경계를 넘는 공동체>(글항아리,2024)는 베이징 저장촌 생활사다. 900여 쪽의 방대한 책, 베이징의 호적법을 넘어서 저장성 원저우 출신들이 그들의 집단 주거, 생산, 사업, 소비공간인 “저장촌”을 만들었는데, 이들이 어떻게 탈법과 불법의 외줄 타기를 하면서 중국사회의 개방, 개혁의 물결 속에서 베이징에 10만 명이 활동하는 그들의 커뮤니티를 만들었는가를 추적하면서 네트워크와 관계에 주목했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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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변의 역사 - 확장판, 쿠데타·혁명에 의한 ‘정치상 대변동’
최경식 지음 / 갈라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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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변(政變)의 역사


지은이 최경식의 역사시리즈 중 하나인 이 책<정변의 역사>은 고구려 연개소문을 비롯하여 12.12까지 천 사백 년이 넘는 역사 가운데 일어났던 정변을 다룬다. 고려 거란전쟁의 빌미가 됐던 “강조의 정변” 또한 정치상의 대변동에 속한다. 이 책은 4부 체재이며, 1부는 정치상 대변동이라는 주제로 고구려의 연개소문, 고려 태조 왕건, 이자겸, 묘청, 무신정변을 다룬다. 2부에서는 지배체제 변혁이라는 열쇳말로 여말선초의 혼란 정국 속을 들여다본다. 공민왕의 피살, 위화도 회군, 무인정사, 조사의의 난, 계유정난을, 3부는 극적인 상승과 몰락으로 주제로 조선 시대의 종중, 인조반정과 정조의 암살설, 갑신정변 그리고 동학농민혁명을, 4부에서는 고난과 좌절의 역사 구한말의 명성황후시해사건, 고종암살설, 5.16쿠데타, 10·26사태, 12.12쿠데타를, 부록으로 중국의 당 태종과 청의 영락제, 명나라를 멸망 늪으로 몰아간 이자성의 난 등을 다룬다. 지은이는 서문에서 드라마틱한 인간사 "정변"에 대한 탐구라고 이 책의 목적을 밝힌다. 한 편의 드라마, 그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바꾼 역사적 순간과 배경을... 권력의 유한성을 흥망성쇠의 파노라마로 그려낸다.


이 책에서는 역사적 전환기를 만들었던 사건 중에서 당대의 국제정치 흐름과 국내 정치세력 간의 갈등, 체제 전복과 유지 등 여러 장면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642년 당의 이세민의 고구려 압박과 화평 파와 자주파(일찍이 한반도 역사에서 늘 되풀이되어온 현상들이다, 고려거란전쟁 그러했고, 몽골과 고려가, 조선과 청이) 연개소문은 고구려는 천자의 제국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양만춘과 함께 당으로부터 고구려를 지켰다. 태조 왕건의 정변, 혁명인가 쿠데타인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역사는 항상 승자의 기록이니, 당연히 궁예는 역량이 안되는 그저 그런 하수에 불과했다고 해야 맞겠다. 


지배체제 변혁


정권 주류의 몰락과 비주류의 부상, 공민왕의 개혁, 원나라에서 벗어나 자력갱생의 시도도 예기치 못한 몰락, 그리고 조선의 건국 신호탄 위화도 회군은 뒤에서 볼 이방원의 형제의 난, 세조 반정, 중종반정, 인조반정 그리고 5.16 군사쿠데타, 12.12에 이르기까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누가 키를 잡고 어느 때 결정타를 먹이는가, 일련의 흐름은 놀랍도록 닮아있다. 승패의 갈림길에서…. 여기에 더해지는 왕들의 암살설, 구한말 급진개화를 꿈꾸던 청년들의 삼일천하 그리고 동학농민혁명은 지는 조선의 외세의존, 아래로부터 반봉건, 반외세를 외쳤지만, 결국 미래의 흐름을 보지 못한 탓에, 아니 열강의 침략 의도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 국내 정치의 미숙은 저무는 조선을 더는 어떻게 해볼 도리없이.


지은이는 연개소문의 재평가를, 태조 이성계, 당고조 이연, 그리고 그의 아들들, 한 산에 호랑이 두 마리가 살 수 없듯, 권력 앞에서는 부모도 형제도 모두 적일 뿐, 세조와 청의 영락제, 전자는 계유정난으로 이미 시위를 벗어난 화살은 과녁을 향해 날아갈 뿐, 후자의 정난의 변 역시, 누구든 왕의 피를 이어받은 자들을 멸족시켜야만 사는 시대, 청의 이자성의 난과 동학농민혁명 또한 시대의 물길을 바꿔놓은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역사의 사이클, 반복


당대 역사의 도도한 흐름은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역사가 E.H.카가 말했듯이 역사란 흥망성쇠의 사이클을, 새로운 기운은 전 체제에서 배태된 모순의 확산과 확장이며, 이를 키운 환경은 오만과 자만이었다. 개혁 군주가 구체제의 모순을 척결하고 이상향으로 되돌리려는 시도였지만. 광해의 자주노선 등거리 외교는 철저한 자국의 역량과 국내 정치 질서를 냉철하게 꿰뚫어 본, 리더의 결단이었다. 극적인 상승과 몰락에서 다룬 중종, 인조, 정조암살과 갑신정변, 동학농민혁명, 연산에 왕좌에서 끌어내린 반란, 중종반정으로 이미 조선은 끝났다. 뒤를 이은 조선, 광해의 자주독립과 강역 수호를 위한 노력은 유교 질서에서 용납될 수 없는 대비의 서궁 유폐 사건이라는 패륜으로, 이를 패륜이라 할 수 있을까, 이미 새로운 권력이 자리한 즈음에, 역사는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을 때도 있다. 인조의 어리석음으로 백성을 전란의 소용돌이 한가운데로 몰고 갔던 사대주의자들이 득시글거리는 지배층, 인조의 사례에서 권력은 자식과도 나눌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한다. 


지은이가 이 책에 소개하는 정변이 다는 아니다. 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때 “정변”이라 할 수 있는 비정상적인 권력 교체, 때로는 명분이 있어, 백성들의 암묵적 지지를 받았고, 때로는 식자들의 항거를 불러일으키기도, 역사상 어느 사건도 그 배경에는 깨진 균형과 반목, 갈등, 기득권과 새로운 권력 지향이 한데 어우러져 일어난 것이다. 


이 책에 실린 20건의 사례가 우리에게 전하는 바는 무엇인가, 대한민국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진보와 반동의 일진일퇴 속에서…. 역사는 이런 의미에서 반복된다고 한 것일까, 우리는 오늘을 살지만, 역사를 들여다보면, 위기 언제 어떤 식으로 닥쳐올지 추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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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PD - 어느 방송국 프리랜서 PD의 고백
정영택 지음 / 하모니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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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PD 어린이프로 뽀뽀뽀에서 케이블TV 야동을 틀어주는 정사원PD, 대한민국 방송의 세계 생태계에서 20년 동안 살아온 프리랜서 PD의 좌충우돌의 청춘 기록, 3D업종이지만 방송국 피디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전하는 말, 직업으로서의 PD란 어떤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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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PD - 어느 방송국 프리랜서 PD의 고백
정영택 지음 / 하모니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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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PD


정영택 PD의 에세이집이다. 제목이 낯설지 않다. 아마도 마르크스와 쌍벽을 이룬 사회과학의 거장 막스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 직업으로서의 학문>(현대지성, 2024)이라는 제목의 책 때문인지 기시감도 든다. PD라는 직업의 명암을 말하는 것이겠거니, MBC<뽀뽀뽀>를 시작으로 20년 세월을 FD(플로의 디렉터), 조연출을 거쳐 PD(방송감독)로 교양, 예능 프로그램 제작 현장에서 보낸 청춘기록이기도 하다. 뭐, 특성상 스타급의 유명 PD가 아니면 그 존재 자체도, 브라운관에 나타나는 탤런트 이름도 다 모르는데, 무대 앞, 뒤의 연출을 다 어떻게.


그렇다 이 이야기는 무대 앞에 있는 일군의 카메라와 각종 방송기자 재들, 이를 진두지휘하는 사람이 PD다. 부제는 “어느 방송국 프리랜서 PD의 고백”으로 방송시장 혹은 그 세계의 구조적인 모순이나 제도를 비판할 의도는 없다. 그저 생생한 방송 현장 에피소드들로 전달되는 직업 세계일 뿐이다. 물론 “프리랜서 PD”라는데 방점을 찍으면, 왜 이런 구조라는 문제는 바로 눈에 들어오지만 말이다. 프리랜서라, 외주방송 감독이자 독립사업자. 방송 세계의 생태계가 보인다. 


이 책은 방송국 PD라는 직업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에피소드1과 2로 나눠 싣고 있다. 1에서는 피디로서의 일상과 직업으로서의 피디, 다소 헷갈리지만, 아무튼 방송관련 에피소드 26꼭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방송국에 FD로 입성, 말 그대로 현장 지휘, 시간 관리 제작진과 출연진을 오가며 소통을.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세트와 무대를 이동하며 진행되는 동안 출연자의 위치와 카메라 각도를 조정, 장면 전환 때 원활한 진행, 뭐 이른바 정해진 분야 외에는 모두 FD가 해야 할 일이다. 요즘에는 3D업종으로 꼽히지만. 어쩌겠는가, 피디라는 건, 마치 무당 굿하듯 누가 뭐라고 하든, 작품 속으로 뛰어들면 그곳이 내 세상인데, 아마도 그래서 중독성이 강한 장르인가보다 싶지만, 


이 책에서는 정 피디의 힘겹고도 슬픈 사연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케이블방송국의 정직원 피디가 돼서 하는 일이 성인방송을 제시간에 틀림없이 틀어줘야 한다는 것이 주된 일이고 보니, 현장을 뛰고,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Go, Stop 이른바 고스톱(고와 스톱, 감독하는 일)에서 멀어지면서 회의한다. 못 먹어도 고다. 다시 방송 제작 현장으로, 한참을 하다가 도지는 회의증세, 


현장을 일탈해도 어쩔 수 없이 되돌아오는 PD라는 직업의 마력, 철새처럼 귀소본능?


피디 현장 일탈, 대치동의 일타강사의 유튜브를 만드는 피디로. 세상에 제 뜻대로 되는 일만 있다면 한강에 빠져 죽기를 결심한 이들도 없겠지만 말이다. 좌충우돌이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지은이는 세상을 향해 외치고 싶었던 듯하다. 방송국의 화려함은 연출된 것이라고, 출연자도 제작진도 누구를 위해 왜 이 일을 하는지를 모른 체 그저 움직인다면, 과연 직업이라 할 수 있을까, 취미활동과 직업의 경계선상에서 지금도 헤매는 사람들에게 정 피디는 직업으로 PD를 선택하려면, 마치 직업으로서의 정치나 학문을 선택하려는 준비처럼, 창의력이 있어야 하고, 친화력과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 피디든 정치인이든 학자든 간에 창의력이 외출 나간 사람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추진력과 친화력은 세상과의 관계와 접근 태도다. PD가 되고 싶어 하는 청년들에게, 전하는 말이기도 하다. 




“속편, 직업으로서의 PD”론을 기대하며


3D업종에서 쨍하고 빛 볼 날이 얼마나 있을까?, 수많은 방송국 PD들이 한 번씩 꿔보는 꿈이기도 하기도 하지만, 히트에 대박을 치는 프로그램을, 아마도 낚시꾼이 대어를 낚을 때의 손맛처럼, 방송국 피디도 이런 기분일까?, 피디라는 직업의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 한번쯤 방송국 피디를 희망했던 이들에게 묻는 말이기도, 앞으로 선택하려는 이들에게 묻는 말이기도 하다. 



나머지 여백은 채워가야 할 작업의 결과일 것이다. 정 피디의 경험이 녹아있는 청춘기록 2 “속편, 직업으로서의 PD”라는 꽤 심각한 책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지상에 넘쳐나는 피디론의 클리셰말고, 한국 방송계의 구조적인 문제와 생태계에 관해 정피디는 미래의 피디들에게 PD라는 직업은 뭘하는 것인지를 알려줘야 할 듯... 기능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가 무엇일까를 고민하면서`,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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