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업으로서의 PD
정영택 PD의 에세이집이다. 제목이 낯설지 않다. 아마도 마르크스와 쌍벽을 이룬 사회과학의 거장 막스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 직업으로서의 학문>(현대지성, 2024)이라는 제목의 책 때문인지 기시감도 든다. PD라는 직업의 명암을 말하는 것이겠거니, MBC<뽀뽀뽀>를 시작으로 20년 세월을 FD(플로의 디렉터), 조연출을 거쳐 PD(방송감독)로 교양, 예능 프로그램 제작 현장에서 보낸 청춘기록이기도 하다. 뭐, 특성상 스타급의 유명 PD가 아니면 그 존재 자체도, 브라운관에 나타나는 탤런트 이름도 다 모르는데, 무대 앞, 뒤의 연출을 다 어떻게.
그렇다 이 이야기는 무대 앞에 있는 일군의 카메라와 각종 방송기자 재들, 이를 진두지휘하는 사람이 PD다. 부제는 “어느 방송국 프리랜서 PD의 고백”으로 방송시장 혹은 그 세계의 구조적인 모순이나 제도를 비판할 의도는 없다. 그저 생생한 방송 현장 에피소드들로 전달되는 직업 세계일 뿐이다. 물론 “프리랜서 PD”라는데 방점을 찍으면, 왜 이런 구조라는 문제는 바로 눈에 들어오지만 말이다. 프리랜서라, 외주방송 감독이자 독립사업자. 방송 세계의 생태계가 보인다.
이 책은 방송국 PD라는 직업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에피소드1과 2로 나눠 싣고 있다. 1에서는 피디로서의 일상과 직업으로서의 피디, 다소 헷갈리지만, 아무튼 방송관련 에피소드 26꼭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방송국에 FD로 입성, 말 그대로 현장 지휘, 시간 관리 제작진과 출연진을 오가며 소통을.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세트와 무대를 이동하며 진행되는 동안 출연자의 위치와 카메라 각도를 조정, 장면 전환 때 원활한 진행, 뭐 이른바 정해진 분야 외에는 모두 FD가 해야 할 일이다. 요즘에는 3D업종으로 꼽히지만. 어쩌겠는가, 피디라는 건, 마치 무당 굿하듯 누가 뭐라고 하든, 작품 속으로 뛰어들면 그곳이 내 세상인데, 아마도 그래서 중독성이 강한 장르인가보다 싶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