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PD - 어느 방송국 프리랜서 PD의 고백
정영택 지음 / 하모니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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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PD


정영택 PD의 에세이집이다. 제목이 낯설지 않다. 아마도 마르크스와 쌍벽을 이룬 사회과학의 거장 막스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 직업으로서의 학문>(현대지성, 2024)이라는 제목의 책 때문인지 기시감도 든다. PD라는 직업의 명암을 말하는 것이겠거니, MBC<뽀뽀뽀>를 시작으로 20년 세월을 FD(플로의 디렉터), 조연출을 거쳐 PD(방송감독)로 교양, 예능 프로그램 제작 현장에서 보낸 청춘기록이기도 하다. 뭐, 특성상 스타급의 유명 PD가 아니면 그 존재 자체도, 브라운관에 나타나는 탤런트 이름도 다 모르는데, 무대 앞, 뒤의 연출을 다 어떻게.


그렇다 이 이야기는 무대 앞에 있는 일군의 카메라와 각종 방송기자 재들, 이를 진두지휘하는 사람이 PD다. 부제는 “어느 방송국 프리랜서 PD의 고백”으로 방송시장 혹은 그 세계의 구조적인 모순이나 제도를 비판할 의도는 없다. 그저 생생한 방송 현장 에피소드들로 전달되는 직업 세계일 뿐이다. 물론 “프리랜서 PD”라는데 방점을 찍으면, 왜 이런 구조라는 문제는 바로 눈에 들어오지만 말이다. 프리랜서라, 외주방송 감독이자 독립사업자. 방송 세계의 생태계가 보인다. 


이 책은 방송국 PD라는 직업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에피소드1과 2로 나눠 싣고 있다. 1에서는 피디로서의 일상과 직업으로서의 피디, 다소 헷갈리지만, 아무튼 방송관련 에피소드 26꼭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방송국에 FD로 입성, 말 그대로 현장 지휘, 시간 관리 제작진과 출연진을 오가며 소통을.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세트와 무대를 이동하며 진행되는 동안 출연자의 위치와 카메라 각도를 조정, 장면 전환 때 원활한 진행, 뭐 이른바 정해진 분야 외에는 모두 FD가 해야 할 일이다. 요즘에는 3D업종으로 꼽히지만. 어쩌겠는가, 피디라는 건, 마치 무당 굿하듯 누가 뭐라고 하든, 작품 속으로 뛰어들면 그곳이 내 세상인데, 아마도 그래서 중독성이 강한 장르인가보다 싶지만, 


이 책에서는 정 피디의 힘겹고도 슬픈 사연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케이블방송국의 정직원 피디가 돼서 하는 일이 성인방송을 제시간에 틀림없이 틀어줘야 한다는 것이 주된 일이고 보니, 현장을 뛰고,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Go, Stop 이른바 고스톱(고와 스톱, 감독하는 일)에서 멀어지면서 회의한다. 못 먹어도 고다. 다시 방송 제작 현장으로, 한참을 하다가 도지는 회의증세, 


현장을 일탈해도 어쩔 수 없이 되돌아오는 PD라는 직업의 마력, 철새처럼 귀소본능?


피디 현장 일탈, 대치동의 일타강사의 유튜브를 만드는 피디로. 세상에 제 뜻대로 되는 일만 있다면 한강에 빠져 죽기를 결심한 이들도 없겠지만 말이다. 좌충우돌이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지은이는 세상을 향해 외치고 싶었던 듯하다. 방송국의 화려함은 연출된 것이라고, 출연자도 제작진도 누구를 위해 왜 이 일을 하는지를 모른 체 그저 움직인다면, 과연 직업이라 할 수 있을까, 취미활동과 직업의 경계선상에서 지금도 헤매는 사람들에게 정 피디는 직업으로 PD를 선택하려면, 마치 직업으로서의 정치나 학문을 선택하려는 준비처럼, 창의력이 있어야 하고, 친화력과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 피디든 정치인이든 학자든 간에 창의력이 외출 나간 사람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추진력과 친화력은 세상과의 관계와 접근 태도다. PD가 되고 싶어 하는 청년들에게, 전하는 말이기도 하다. 




“속편, 직업으로서의 PD”론을 기대하며


3D업종에서 쨍하고 빛 볼 날이 얼마나 있을까?, 수많은 방송국 PD들이 한 번씩 꿔보는 꿈이기도 하기도 하지만, 히트에 대박을 치는 프로그램을, 아마도 낚시꾼이 대어를 낚을 때의 손맛처럼, 방송국 피디도 이런 기분일까?, 피디라는 직업의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 한번쯤 방송국 피디를 희망했던 이들에게 묻는 말이기도, 앞으로 선택하려는 이들에게 묻는 말이기도 하다. 



나머지 여백은 채워가야 할 작업의 결과일 것이다. 정 피디의 경험이 녹아있는 청춘기록 2 “속편, 직업으로서의 PD”라는 꽤 심각한 책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지상에 넘쳐나는 피디론의 클리셰말고, 한국 방송계의 구조적인 문제와 생태계에 관해 정피디는 미래의 피디들에게 PD라는 직업은 뭘하는 것인지를 알려줘야 할 듯... 기능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가 무엇일까를 고민하면서`,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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