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변의 역사 - 확장판, 쿠데타·혁명에 의한 ‘정치상 대변동’
최경식 지음 / 갈라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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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변(政變)의 역사


지은이 최경식의 역사시리즈 중 하나인 이 책<정변의 역사>은 고구려 연개소문을 비롯하여 12.12까지 천 사백 년이 넘는 역사 가운데 일어났던 정변을 다룬다. 고려 거란전쟁의 빌미가 됐던 “강조의 정변” 또한 정치상의 대변동에 속한다. 이 책은 4부 체재이며, 1부는 정치상 대변동이라는 주제로 고구려의 연개소문, 고려 태조 왕건, 이자겸, 묘청, 무신정변을 다룬다. 2부에서는 지배체제 변혁이라는 열쇳말로 여말선초의 혼란 정국 속을 들여다본다. 공민왕의 피살, 위화도 회군, 무인정사, 조사의의 난, 계유정난을, 3부는 극적인 상승과 몰락으로 주제로 조선 시대의 종중, 인조반정과 정조의 암살설, 갑신정변 그리고 동학농민혁명을, 4부에서는 고난과 좌절의 역사 구한말의 명성황후시해사건, 고종암살설, 5.16쿠데타, 10·26사태, 12.12쿠데타를, 부록으로 중국의 당 태종과 청의 영락제, 명나라를 멸망 늪으로 몰아간 이자성의 난 등을 다룬다. 지은이는 서문에서 드라마틱한 인간사 "정변"에 대한 탐구라고 이 책의 목적을 밝힌다. 한 편의 드라마, 그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바꾼 역사적 순간과 배경을... 권력의 유한성을 흥망성쇠의 파노라마로 그려낸다.


이 책에서는 역사적 전환기를 만들었던 사건 중에서 당대의 국제정치 흐름과 국내 정치세력 간의 갈등, 체제 전복과 유지 등 여러 장면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642년 당의 이세민의 고구려 압박과 화평 파와 자주파(일찍이 한반도 역사에서 늘 되풀이되어온 현상들이다, 고려거란전쟁 그러했고, 몽골과 고려가, 조선과 청이) 연개소문은 고구려는 천자의 제국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양만춘과 함께 당으로부터 고구려를 지켰다. 태조 왕건의 정변, 혁명인가 쿠데타인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역사는 항상 승자의 기록이니, 당연히 궁예는 역량이 안되는 그저 그런 하수에 불과했다고 해야 맞겠다. 


지배체제 변혁


정권 주류의 몰락과 비주류의 부상, 공민왕의 개혁, 원나라에서 벗어나 자력갱생의 시도도 예기치 못한 몰락, 그리고 조선의 건국 신호탄 위화도 회군은 뒤에서 볼 이방원의 형제의 난, 세조 반정, 중종반정, 인조반정 그리고 5.16 군사쿠데타, 12.12에 이르기까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누가 키를 잡고 어느 때 결정타를 먹이는가, 일련의 흐름은 놀랍도록 닮아있다. 승패의 갈림길에서…. 여기에 더해지는 왕들의 암살설, 구한말 급진개화를 꿈꾸던 청년들의 삼일천하 그리고 동학농민혁명은 지는 조선의 외세의존, 아래로부터 반봉건, 반외세를 외쳤지만, 결국 미래의 흐름을 보지 못한 탓에, 아니 열강의 침략 의도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 국내 정치의 미숙은 저무는 조선을 더는 어떻게 해볼 도리없이.


지은이는 연개소문의 재평가를, 태조 이성계, 당고조 이연, 그리고 그의 아들들, 한 산에 호랑이 두 마리가 살 수 없듯, 권력 앞에서는 부모도 형제도 모두 적일 뿐, 세조와 청의 영락제, 전자는 계유정난으로 이미 시위를 벗어난 화살은 과녁을 향해 날아갈 뿐, 후자의 정난의 변 역시, 누구든 왕의 피를 이어받은 자들을 멸족시켜야만 사는 시대, 청의 이자성의 난과 동학농민혁명 또한 시대의 물길을 바꿔놓은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역사의 사이클, 반복


당대 역사의 도도한 흐름은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역사가 E.H.카가 말했듯이 역사란 흥망성쇠의 사이클을, 새로운 기운은 전 체제에서 배태된 모순의 확산과 확장이며, 이를 키운 환경은 오만과 자만이었다. 개혁 군주가 구체제의 모순을 척결하고 이상향으로 되돌리려는 시도였지만. 광해의 자주노선 등거리 외교는 철저한 자국의 역량과 국내 정치 질서를 냉철하게 꿰뚫어 본, 리더의 결단이었다. 극적인 상승과 몰락에서 다룬 중종, 인조, 정조암살과 갑신정변, 동학농민혁명, 연산에 왕좌에서 끌어내린 반란, 중종반정으로 이미 조선은 끝났다. 뒤를 이은 조선, 광해의 자주독립과 강역 수호를 위한 노력은 유교 질서에서 용납될 수 없는 대비의 서궁 유폐 사건이라는 패륜으로, 이를 패륜이라 할 수 있을까, 이미 새로운 권력이 자리한 즈음에, 역사는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을 때도 있다. 인조의 어리석음으로 백성을 전란의 소용돌이 한가운데로 몰고 갔던 사대주의자들이 득시글거리는 지배층, 인조의 사례에서 권력은 자식과도 나눌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한다. 


지은이가 이 책에 소개하는 정변이 다는 아니다. 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때 “정변”이라 할 수 있는 비정상적인 권력 교체, 때로는 명분이 있어, 백성들의 암묵적 지지를 받았고, 때로는 식자들의 항거를 불러일으키기도, 역사상 어느 사건도 그 배경에는 깨진 균형과 반목, 갈등, 기득권과 새로운 권력 지향이 한데 어우러져 일어난 것이다. 


이 책에 실린 20건의 사례가 우리에게 전하는 바는 무엇인가, 대한민국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진보와 반동의 일진일퇴 속에서…. 역사는 이런 의미에서 반복된다고 한 것일까, 우리는 오늘을 살지만, 역사를 들여다보면, 위기 언제 어떤 식으로 닥쳐올지 추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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