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라 뽑은 입보리행론송 - 삶의 지혜와 마음의 평화를 주는 명상시
산티데바 지음, 원인 옮김 / 민족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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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보리행론


입보리행론, 곧 “깨달음의 길로 들어가는 글” 이란 1,300년 전 인도의 불교학자 샨티데바(적천비구)라는 도인이 쓴 글이다. 한역은 보리행경(菩提行徑)이라 하며 4권 체재다. “보리심을 닦아가는 길”, 티베트 본은 입보살행(入菩薩行) 즉, 보살행 입문이라고 하는 편이 쉽겠다. 보리행경은 부처님의 경전에 못지않다는 의미이기도 한 데, 당대 한역자는 이 책의 수준을 높이 봤다는 말이기도 하다. 


보리심과 보살도 정신을 대승보살의 육바라밀 뜻으로 풀이한 게송(시, 詩)


보리심(각성)을 깨닫고 수행하는 것을 정진이라 하며, 보살도(이타심, 큰 마음, 大心)와 보리도(큰 원력 大圓)를 가지고 정진할 때 보리심을 크게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보리심을 깨닫기 위해 수행하는 마음을 시각(始覺:불법을 듣고 무명(無明)에서 벗어나는 길)이라 한다. 보리심 수행법은 자리(自利)적 수행과 이타적인 보살도라 한다. 보리심은 본디 우리에게 있던 청정한 마음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원인께서 뛰어난 것만을 골라 엮은(精選) 것이다. 구성은 10장이며, 보리심을 찬탄하는 품과 죄업 참회 품(1~2장)은 보리심에 들어가기 전에 가져야 하는 기본, 보리심을 온전히 가지는 품은 총론 격이며 4~9장까지는 본론에 해당한다. 보리심을 열심히 닦는 품, 계율, 인욕, 정진, 미혹선정, 깨달음(空性:공의 이치를 깨달음 진여(眞如:사물의 있는 모습 그대로)로 가는 지혜품, 결론으로 보리심을 법계에 회향하는 품 순이다. 


인욕(忍辱)품- 고행에 인욕하는 품-, 굴욕과 모욕을 참는 것


신자유주의 질서를 기반으로 한 각자도생의 시대, 파편화된 개인으로 뿔뿔이 흩어져 같은 계급 사이의 연대와 단결의 공동체는 무너지고, 오로지 제 살길을 찾기 바쁜 세상 속에서 개인의 고립화는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외로움, 불안, 불확실, 희망 없는 미래 등 현대인의 심적 기반과 환경은 황폐화 그 자체일지도, 이런 마음에 자비와 배려, 사랑과 희망이 자리할 공간에 굴욕과 모욕이라는 감정의 찌꺼기가 쌓인 이른바 감정의 쓰레기통. 여기에 삶의 지혜와 마음의 평화를 주는 명상시, “입보리행론송”의 6장 고행에 인욕하는 품을 담는다. 


우리 사회에서 부닥치는 차별과 모욕, 혐오는 굴욕과 모욕을 참는 인욕행과 연결된다. 


“오랜 세월 쌓아온 온갖 공덕이 단 한 번의 성냄으로 무너진다. 분노보다 더한 죄악은 없고 인욕행보다 좋은 고행은 없다.”(153) 98쪽. 

“분노하는 마음을 잘 참아내면 마음의 평화와 고요가 찾아온다. 인용하지 못하고 분노하게 되면 안락은 사라지고 고뇌가 따른다.”(154)

“좋은 인연으로 친했던 관계가 한순간의 분노로 원한이 된다. 더욱이 친구에게 화내고 배신하면 오래도록 쌓은 공덕이 무너진다.”(155) 99쪽

“억울할 때 나타나는 분노라는 원수 공덕 창고 파괴되고 고뇌를 만든다. 분노에 자각하여 흔들리지 않으면 이생과 내생에 참된 행복 얻는다.”(156)

“하기 싫은 일과 하고 싶은 일에서 장애가 생기거나 좌절감을 느끼면 불안 속에 치솟는 불쾌감 때문에 자제하지 못하고 타인을 괴롭힌다.”(157) 100쪽

현대인의 겪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불안, 불평등, 이유, 원인 모를 분노, 화냄, 성냄, 불쾌감과 참음, 자제, 분노를 자각하면 통제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수행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인가, 수행이란 무엇인가, 좌선하고 참선하며 오랫동안 집중하는 것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닐 것이다. 삶의 지혜는 순간순간 얻는 것이요. 이 또한 그저 잠시 잠깐, 명상으로도 얻을 수 있는 것이기에.


입보리행론을 되뇌는 것만으로도 얻을 듯하다. 내가 지금 왜 분노하는지, 왜 불안한지, 하기 싫은 일을 할 때는 어떻게 넘겨야 하는지, 이를 터득하는 것이 지혜다. 누가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고요히 들어보는 여유를 잠시마다, 가져보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원인께서는 입보리행론송을 암송하라고 하지 않았다. 그저, 읽고 또 읽어, 내 마음의 불안이 사라질 때까지 읽고 생각하고 고요해지면 되는 것이다. 자연스레


좋은 인연으로 친했던 관계가 한순간의 분노로 원한이 된다. 애증 관계가 그러하고, 우정이 깊은 만큼 상처 또한 깊듯이, 가장 가까운 이에게 함부로 대하는 건 “기대심리효과”다. 내가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받아 주겠지, 이해해주겠지다. 사회의 룰 속에서 “예의”라는 거리 간격, 50센티미터 밖에 자리한 사람에게는 지켜야 할 예의를 다하지만, 가까운 거리 즉 50센티미터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경계심이 풀고, 편하게…. 기대심리효과를 다르게 생각해보면, 아마도 사회심리학자 W.제임스가 말하는 “사회적 자기” 혹은 여러 개의 페르소나일지도, 우선은 불편함과 성냄, 화남을 밖으로 향하게 하지 말고 내 안으로 향하게 해서 정화하는 “정진”은 이 대목에서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우리가 입보리행론송을 읽어야 할 이유가 있다면 이런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나를 정화하고 나를 진정하게 하고, 나를 귀하게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를 배우고 깨우치는 것 말이다. “삶의 지혜와 마음의 평화를 주는 명상시”라는 부제가 붙은 이유이기도 하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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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사건 수행 일기 - 대한민국을 뒤흔든 10·26, 12·12 현장 기록
이재천 지음 / 인사이드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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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12.12의 숨 가쁜 시대의 현장에 서서


예비역 육군 준장 이재천 그는 육사 28기(1968-1972)다. 박정희의 10월 유신의 칼바람 속에서 전방 8사단에서 소위로 근무, 1977년 정승화 육사교장 전속부관으로, 79년 소령으로 참모총장 전속부관 일을 하다, 정승화 연행과정에서 총상, 이후 육군대학에 입교할 때까지의 일기다. 그는 육군대학에서 군수 전산시스템 설계 및 구축으로 주특기 전환, 준장을 거쳐 군인공제회 등에서 국방 정보화 분야를 일궜다. 


그는 왜 이 시기에 45년 전의 일기를 꺼내 보고 이 책을 펴내려 한 것인가?, 이제 세월이 흘러 입을 다물고 살지 않아도 된다는 암묵적 양해가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윤석열 정권에 들어 군대의 역할 등에 뭔가 새로운 주문이 톺아보기가 필요했던 것일까, 


1979.10.26. 중앙정보부 안전가옥 중 한 군데서 울려 퍼진 총성, 신군부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서른한 살의 육군참모총장의 전속부관으로 총상을 입고 구사일생을. 그의 일기가 10.26과 12.12의 중심부 깊숙이 다루는 건 아니다. 김신조의 청와대공격을 계기로 군기 강화된 육사 생도 시절, 초급장교 시절 그가 맡았던 업무들에 관한 감상이 적혀있다. 그 일기 속에는 정치군인들의 이야기보다는 야전 장교들의 업무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실려있다. 


이 책<현대사 사건 수행 일기> 구성은 6장이며, 1장은 육사 4년 동안의 일기다. 2장은 유신 시대, 군인의 길을 걷다. 3장부터 6장까지는 정승화 육사교장과의 인연을 시작으로 참모총장, 12.12로 총상을 입고 감방에 갇혀있는 동안까지의 이야기다. 현대사 사건이란 아마도 그날 당일만을 의미하지 않고 적어도 70년 말, 균형추의 흔들림이 시작되던 그 순간, 즉 사건의 전조 혹은 배경까지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초급장교가 되기까지, 육군사관생도의 길 


60년대 말 70년대 초 육군사관학교의 풍경 또한 참고할 만하다. 왜 직각으로 식사를 하는지, 또 그렇게 걸어 다니는지, 오일쇼크 때 군대 내에서도 기름 아껴 쓰기다. 하루하루 적은 일기장 속에서 색다른 주제로 바뀔 때만 뽑아 올린 듯하지만, 이것만 보더라도 초급장교의 군대 생활이 어떠한지. 중간쯤에 “유신 사무관”이란 제도 소개도 나온다. 군대 엘리트를 공무원 세계에서도 활용해보자는 것인지, 아니면 넘쳐나는 위관급 장교들에 대한 배려인지…. 이렇게 해서 생긴 유신 사무관제도 지금은 사라졌지만, 한때는 유행했었다. 


이 책의 중심은 아무래도 10.26. 12.12다, 김재규와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의 사전모의설로 발표됐고, 육참총장은 이등병으로 불명예제대를 했는데, 지은이는 정 총장을 참군인이라고 했다. 대학교수처럼 온화한 품성을 지녔다고, 아무래도 야심만만에 출세욕에 굶주린 장군은 풍기는 기운부터가 다르지 않을까 싶다. 차지철의 전횡, 호가호위하듯, 제멋대로 경호 휘장을 만들어 삼군참모총장에게 차게 하지 않나, 서열상 윗사람인 국무위원들을 부하 부리듯 하는 태도는 군 상층부에서도 소문이 날 정도였다고,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난 듯, 10.26. 그날의 총성은 예견된 듯, 그런데 왜 정승화 장군을, 반역죄로 몰았을까?, 박정희 쿠데타 때 장도영을 올려놓고 치듯이 이번에도 정승화를 나무 위에 올려놓고 친 것인가? 자세한 내용은 법원의 판결문에 나와 있다. 내란음모방조죄는 무죄라고, 정승화 대장은 18년 만에 명예를 회복했다. 그는 군인들의 정치개입에는 반대였고 하나회를 견제, 장태완 장군을 수도경비 사령관으로 임명했을 정도다. 하지만 그 역시도 신군부에 저항하다 아버지와 자식을 잃기도, 정병주 특전사령관도 저항하다 의문사를, 


지은이의 감방 생활 10일 차(1980.1.16.(수) 일기 “또다시 엄습해 오는 자괴감” 


“그날 저녁, 방문한 사람들의 수상한 점을 파악하여 총장님(정승화 대장)을 대피시켰더라면 어쨌을까? 그날 저녁 나와 경호 장교가 권총을 차지 않았더라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까? 상황 인식이 부족했던 나의 판단이 역사적 사건의 원인이 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자꾸만 자괴감이 엄습해 와 너무나 괴로웠다.”


이런 내용의 일기는 80.1.31. 감방 생활 25일 차까지 이어진다. 50일 만에 아내와 딸이 기다리는 집으로. 80.3.12(수) 전해 육군대학으로 이사에서 글은 끝난다. 


그는 감방 생활 동안, 올바른 군인의 길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했다고 쓰고 있다. 80.1.30(수) 감방 생활 24일 차에 “인생의 갈림길에서 소신을 적어 제출하다”, 첫째, 군인은 명령에 따라 직속 상관을 만난다. 둘째, 군인은 명령에 따라 총을 쏜다. 셋째, 내가 건강해야 체력이 무기다. 라고 적었다. 


이미, 정승화 육참총장은 신군부의 덫에 걸렸다. 김재규와 사전 모의했다는 것이고, 적어도 김재규의 행동을 방조했다는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전두환, 노태우 등 신군부의 쿠데타를 일으킨 범죄인들은 법의 심판을 받았다. 어쨌든, 박정희가 키운 군인들이 하나회를 만들고, 결국 그의 뒤를 이어.


아무튼, 한국 현대사의 깊은 상흔을 남긴 두 번의 군부 쿠데타와 국민을 지키는 군대가 국민을 향해 착검하고 찔러 총과 조준사격, 학살이다. 어떤 이유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쿠데타세력들은 여전히. 5.18진상규명도 막혔다. 


지은이의 일기는 조국 방위의 간성으로 군문에 들어선 들어서려는 장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군인의 충성대상은 국민이며, 군인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며, 국가를 보위해야 할 숭고한 의무가 있음을, 10.26.12.12에 관련됐던 신군부에 저항한 장군들의 육필수기도 있지만, 이 책은 초급장교 시절부터 중급 장교까지 동안의 일기와 역사적 사건에 관한 당시의 심경(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사의 기로 굳은 신념을 지닌 사람만이, 적어도 45년 전 그대로라면 군인의 길 역사물로써도 손색이 없을 정도)을 기록으로 남겼다는 점이다. 미국은 군인에 대한 존경심을 절대적으로 강조한다. 전투 수행 중 사망했다면 시간이 얼마나 지났건 장소가 어디건 반드시 시체를 회수해야 한다는 믿음과 원칙이 퇴역 후에는 연금 등으로 국가에 대한 충성을 보상한다는 태도다. 우리는 현실은 어떨까?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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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회 - 뜨거운 젊은 피를 태양에 힘껏 뿌려
최산 지음 / 목선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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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춰진 여순 항쟁의 그날 이야기


소설<김지회> 1948.6.~1049.11.5. 76년 전 엊그제 주요 등장인물 열 아홉 나이의 조경진이 형장의 이슬로, 아니 50년 발발과 함께 당시 마포형무소에 갇혀있던 그녀를 풀어 월북했다는 이야기도, 이후 살아남았지만, 이승만이 남으로 피난 가면서 보도연맹원이나 양심수 등 좌익세력을 모조리 처단할 때 그녀도 함께 죽었을 것이란 이야기도 “뜨거운 젊은 피를 태양에 힘껏 뿌려”놓고 간 젊은이들, 당시 스물셋이던 김지회, 문상기, 이기주, 홍순혁은 47년 1월 조선경비사관학교 3기로 3개월 동안 훈련을 받고 소위로, 여기에는 일제 강점기 때 독립군 사냥꾼으로 유명했던 일본군 출신의 김창룡이 김창복이란 이름으로 등장한다. 해방정국이 되자, 약삭빠르게 빨갱이 사냥꾼으로 옷을 갈아입고, 남로당이건, 사민주의건 모두 이승만 정권에 방해되는 것들은 쓸어버려야 한다는 생각의 상징의 한 축, 이렇게 두 축이랄까, 


작가는 몽양 여운형과 그의 사랑을 그린 2021년 소설 <파란 나비>에 이어 여운형을 중심으로 한 독립군사 세력의 군대, 그의 비서였던 김지회, 김구와 함께 북으로 갔다가 그곳에 남은 김원봉, 일본 육군에서도 보기 드문 천재 김종서 중령, 오일규 등과 이승만과 일본육사, 만주국육군 군관학교 출신의 친일 장교들, 독립군 사냥꾼으로 간도특설대에서 활약했던 이들이 빨갱이 사냥으로 여기에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밀어붙이는 이승만 일파와 그 대척에 사민주의를 지지하며 이를 지향하는 양심적 군인들, 김달수의 소설 <태백산맥>이 도덕적이면서 외로운 지식인 이현상을 그렸다면, 이 소설은 스물 세 살의 청년 김지회와 열아홉의 조경진을 그렸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의 염상진과 염상구 형제로 상징되는 그런 구도는 아니다. 


해방된 조국의 인민을 지키는 것은 군인의 길, 같은 민족을 쏴 죽이라는 명령은 따를 수 없다


건국 당시로서는 드물게 민주주의에 대해 깊은 이해와 이를 바탕으로 한 굳건한 신념을 지녔던 여운형은 모든 문제의 해결 방법으로 “대중에게 묻고 선거를 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1945.10.1. 어느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는 사촌 아니다”라고, 적색이 어디있냐,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오늘날 민주주의의 조선을 건설하는 데 공산주의자를 배제할 필요가 어디 있느냐. 다 같이 되어서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면 그만이 아니냐. 많고 적은 것은 결국 인민투표로 결정할 것이다. 영국을 보라. 6, 7년간 전쟁 공로자 처칠이 물러나고 노동당이 승리했다. 그러나 적색은 아니다. (이기형 지음<여운형 평전>, 실천문학사, 2004)


이 소설의 이야기 전개는 김지회와 조경진이 중심에 있다. 1948.7. 여운형이 피살되고, 그의 장례를 치르던 날, 김원붕(김원봉을 가리킨다), 김종서, 오일규와 김지회, 문상기, 윤차돌, 이기주, 최남구, 홍순혁 등이 모여 이상국가 “남도 인공”건설 결의를 하는데.


여?순의 시원은 제주 4?3


1948.4. 3.1운동 기념식장에서 벌어진 미군정통치반대 시위에 참여한 도민을 향한 발포, 미군정, 경비사령부, 서북청년단과 1948.4.3. 일어난 남로당, 민족민주의전선과의 무장 충돌을 시작으로 10.19. 여수주둔 향토연대인 14연대에 제주출동 명령이 떨어지고 이를 거부한 사민주의의 김지회 중위와 남로당원 지창준(지창수를 가리킨다)상사 등이 봉기했다. 48년 짧은 몇 개월 동안에 문상기 중위가 빨갱이로 몰려 총살형을 당하고, 김창복은 대위, 소령, 중령으로 초고속 진급을 하고, 진짜 빨갱이가 있기나 한 건가. 등장인물 박모 소령은 박정희다. 그가 군내 남로당, 사민주의자들을 얼마나 팔았는가, 파는 걸 넘어서 적극적으로 조작하기까지…. 여기서 군의 영웅으로 떠오르는 김종서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더해지면서, 한편의 마키아벨리 전술을 보는 듯.


여수와 순천, 구례, 산청, 함양 일대 지리산의 가을과 겨울 그리고 봄


48.4. 김지회는 광주의대 부속병원 입원 중 간호사 조경진과 만났다. 6. 광주 4연대에서 분리돼 여수 14연대가 만들어질 때 여수로 간다. 빨갱이 사냥꾼 김창복은 남도 인공 구성원들을 주시, 이들을 내사하고, 10.19. 터진 여수 14연대의 봉기군은 10.20. 순천장악, 10.21. 봉기군 3개 지대로 나누어 전주, 광주, 진주를 향하고, 정부는 광주에 반군토벌 전투사령부를 설치, 밀고 당기는 공방전이 11월이 되자 봉기군은 지리산으로, 구례 일대에서 크고 작은 공방전이, 49.1. 지창준 토벌대에 체포, 49.3. 남원, 구례, 함양, 산청, 거창 등 지리산자락을 누비며 전투를 벌인다. 4.9 토벌대의 봉기군사령부급습. 4.13. 조경진 토벌대에 체포, 4.23 조경진, 김지회 사체 확인.


여순특별법(21.6.29 제정),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을 위한 위원회(여순사건 위원회)의 의결을 실행하기 위한 전남도지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실무위원회도 구성, 22년부터 24년 8월 말 기준, 피해 신고 7,465건 중 40.17% 중앙위원회 계류, 조사 만료에도 6,577건 처리 안 돼, 신고접수 기간이 끝난 지 1년이 지났지만 사건 처리율 9.5%다. 조사를 제대로 안 하는 것인지.


김지회와 조경진 이 두 사람의 운명을 바꿔버린 1년, 이 동안 사랑과 결혼 그리고 죽음, 국가폭력의 전형을 보여주는 제주 4.3과 여순 10.19. 한국 전쟁 동안의 학살을 뛰어넘어 5.18. 그리고 6.10으로 이어진 현대 한국의 굴곡진 역사, 작가는 자칫 건조해지기 쉬운 사건 중심에 김지회와 애틋함을,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조경진에게서 다윗 이야기를 전해 듣고 흥미로워하는 김지회, 술을 마시면 가끔 폭발하는 그의 심리상태까지, 불안 회피, 안정 갈구, 인정 욕구까지 완벽한 영웅이 아니라 이십 대 청년이 구국의 일념으로 봉기했지만, 내일을 알 수 없는 불안, 조경진과 동지들에 대한 애정과 미안함, 복잡미묘한 심경의 변화까지도 놓치지 않고 그린 소설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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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공영방송 - 국민과 함께 공영방송 새롭게 정립하기
박종원 지음 / 광문각출판미디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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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공영방송


이 책<정치와 공영방송>은 전 KBS춘천방송총국장을 지낸 박종원 (정치학)박사가 ”국민과 함께 공영방송 새롭기 정립하기“라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 “공영방송이 무엇인가“ ”공영방송의 왜 필요한가“ 현대 미디어 환경에서 공영방송의 필요성이 있나? 라는 질문에 막상 답하려 들면 적절한 답을 찾기 힘들다. 공영방송과 민주주의는 필수 불가결의 관계에 있다고 생각하는 지은이, 아마도 언론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담는 공기로서의 방송이란 의미이겠다. 여기서 ”공영“이란 영어의 원어인 Public Service Broadcasting (PBS)공공서비스방송이다(방송을 미디어의 개념으로 확장하는 공공서비스 미디어, 공영미디어는 공영방송의 현대식 용어라 할 수 있다). 영국의 BBC, 일본의 NHK는 서양과 동양을 각각 대표적인 공영방송이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이들 방송을 대놓고 권력 아래 두려는 행동을 보인 적이 없다. 독일의 공영방송 ARD도 그런 축에 끼인다. 물론 작은 사건들은 있었지만, 한국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놓고 KBS, MBC를 손본다는 말은 ”언론자유의 탄압“이란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는 말이다. 


이 책은 KBS를 좌지우지했던 정치로부터 중립적인 지배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고, 지은이의 연구주제 역시 ”공영방송 제도 개선“에 관한 것이었다. 책 구성은 8장이며, 1장은 언론(방송)의 자유가 위협받는 한국의 실정을, 2장에서는 상업 인터넷 미디어 시대에 공영방송의 정체성과 정치적 후견 주의를, 3장, 공영방송을 정당화하는 이론들(공익, 공론 장이론, 역사적 제도주의 이론 등을 살펴본다) 4장, 2023.5. 헌법재판소의 수신료 위헌결정의 논리와 공영방송의 헌법적 성격과 지위를 톺아보고, 5장에서는 방송의 자유 주체와 방송 종사자의 내적 자유(이른바 정권의 하수인과 정치지망생들의 경험 쌓기 무대가 된 공영방송 등) 6장. 거버넌스, 윤석열 정부의 김의철 사장 해임과 법원의 판단, 7장. 수신료, 8장 결론 부분으로 어떻게 하면 국민과 함께 거듭나는 KBS가 될 것인가 그 정체성 바로 세우기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아마도 핵심은 정치권의 KBS 지배구도와 이를 구조화하는 제도적, 인적 간섭과 지배에서 벗어나 공공성을 지키는 국민의 알권리를 훼손, 왜곡하지 않고 지키기 위한 공영방송이 되기 위한 조건과 환경들을 담고 있다. 아무래도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키는 것은 재원, 즉 수신료 문제일 듯싶다. 일본의 NHK는 각 가정을 돌아다니면서 TV 시청 여부를 확인한 후에 수신료를 부과한다. 완전히 맨땅에 헤딩처럼 보여도 이것이 국민과의 대화 창구고 현장 방문이다. 효율성만은 운운하는 것은 경영의 논리다. 수수료를 전기료에 묶어서 청구하는 기존의 방식은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다. 아무튼 윤석열 정부가 되면서 전기료와 분리, ”수신료“ 따로 부과의 배경이 궁금하다. KBS 시청료 거부 운동과 6월항쟁, 노태우 정부의 방송구조 개편과 방송인들의 저항,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과 방송인들의 저항, 박근혜 정부와 촛불, 그리고 방송 이런 오욕의 역사가 또 되풀이됐다. 현상은 이러하지만, 공영방송 지배권을 누가 갖는가, 지배구조를 장악하는 것이 적어도 정권의 안녕을 보장하는 길이라는 것은 대단히 유혹적이다. 권력의 속성, 듣기 싫은 소리, 전두환이 가장 무서워했던 것이 ”여론“이었듯이, 시대의 변화와 흐름은 더욱 교묘하게 방송,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는 독일과 북유럽의 경험과 사례를 반면교사 할 필요가 있다. 국가와 시장을 견제하는 시민사회가 참여하고, 학계, 법률, 기술 등 미디어 전문가집단이 함께하여 시민참여와 전문가주의 지배구조 모델이다. 


공영방송의 재원 "수신료, 시청료" 분리징수에 관한 헌재 결정


수신료 “헌법소원” 결정 전기요금과 통합과세에서 분리과세로 개정한 방송법 시행령(2023.7.11.) 제43조 제2항 “지정받은 자(한전)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 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해서는 아니 된다.” 로, 개정 전은 ~ 이를 행할 수 있다고 하여 “한전”에 시청료 위탁징수를 할 근거가 됐지만, 이를 할 수 없도록 한 결과는 분리과세이고, 위탁 비용 자체의 증가는 별론으로 하고, 왜 갑자기 이제껏 국민적 불만이 있더라도 그렇게 해야 공영방송의 재원이 마련된다는 기존의 논리가 뚜렷한 명분도 이해할만한 이유도 없이 이렇게 뒤집혔는지. 여기서 정치의 개입이라는 의심의 정황이 나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공영방송을 유지하는 재원으로 시청료, 수신료 등의 합헌성은 인정한다. 다만, 분리 징수할지 통합 징수할지는 법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이런 형식논리로 결과적으로는 KBS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제도적 변화가 언론의 자유와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를 몰각한 아주 형식적이며 비정합적인 판단이 아니고 무엇인가 싶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가치 존중과 이를 지키기 위한 보루다. 아무튼 대법원도 헌재도 정치적으로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음은 분명하다. 


방송과 언론의 자유를 지키려는 언론노동자들의 노력은


지은이의 공영방송과 민주주의 필수적 요소, 수신료, 시청료에 관한 헌재 결정에 대한 비판과 독일의 사례 역시 다 좋다. 하지만, 방송인들의 내재적 한계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스스로 언론노동자라는 정체성을 버리고, 언론인으로 제5의 권력으로 무관의 제왕으로 권력의 주위를 맴도는 태도는 어떤 방식의 자정 노력을 할 것인가, 아주 중요한 몇 가지의 제도적 개선안을 제시했지만, 이는 시민참여, 거버넌스 등의 시스템에 관한 것이고, 저널리스트로서의 방송인들의 결의는? 기실, KBS, MBC를 단 한 번도 공영방송이게 한 적이 없었던 정치로부터 독립을 얻기 위해서는 뭘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독립적이지 못한 공영방송에 분노한 시민들의 저항이 수신료 거부와 헌법소원 제기의 배경이 됐다는 점을 크게 또 무겁게 보지 않는 것처럼 읽힌다. 이 책은 학문적 접근과 정치적 접근이 착종(혼재)된 상황이라서 다소 어렵게 느껴진다. 읽기 쉽지않다. 많은 생각을 해야 하기에.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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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투자의 원칙 - 성공적인 반도체 투자로 이끄는 산업의 이해와 투자 포인트
우황제 지음 / 경이로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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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투자의 원칙

 

반도체의 시장이 급변하게 변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 적자 폭이 커지며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거듭된 위기로 파운드리 분사설도 제기된다. 회사 내부적으로 차세대 HBM4(고대역폭 메모리) 양산에서 외부 파운드리 업체와 협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경영전략 하나하나가 투자가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는 시황과 투자 효율을 고려해 기존 라인을 전환 사용에 우선순위를 두고, 투자 규모는 축소할 것으로 전망했다면, 이런 현상만 놓고 보자면, 반도체 사업 자체가 불안스럽게 여겨질 터이지만, 사이클 산업인 메모리 반도체 사업은 판매량과 가격에도 민감하다는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불안하게 느끼는 건 당연하다. 이제 이 책을 읽는 동안 반도체 사업에 투자하려면 어떤 이해가 필요한지를 알게 된다. 

 

대만세에 눌린 한국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11.1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0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10월 수출액은 575억2,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6% 증가했지만, 증가율은 점차 둔화추세다. 

 

 

수출품별 동향을 보면 최대 주력 품목인 반도체가 12개월 연속 증가, 10월 반도체 수출액은 고부가가치 제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DDR5 수출 비중 확대 속에서 작년보다 40.3% 증가한 125억4,000만 달러를 기록, 역대 10월 중 최고치를 나타냈다. 인공지능(AI) 서버 신규 투자 및 일반 서버 교체 수요 확대 등에 따라 고부가 메모리 중심의 오름세인 반도체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고 산업부는 분석했다. 이런 시장의 움직임을 읽는 법 또한 이 책으로 배울 것이다.

 

아무튼 이 책에서는 반도체 사업의 개요를 비롯하여 PC,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서버, 자동차, 신사업 등과 반도체의 관계를 살피고, 마무리로 반도체 투자자를 위한 투자원론을 다룬다. 

 

지은이 우황제는 반도체 분야 전공한 연구자이자, 투자자로서 7개 분야의 시장 상황을 들여다보면서 투자원리의 보편성을 다루고 있다. 

 

반도체 사업은 왜 성장할까?

 

4차 산업혁명의 물결과 함께 일반화되는 AI, 챗GPT, 빅 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 메타버스 등의 현실화, 구동을 위해서는 반도체가 필수다. 4차 산업의 상징, 아이콘 격인 자율주행의 예를 보면 알 수 있다. 자동차, 인공지능,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산업이 융합되는 결정체이기에 그렇다. 반도체 산업은 급성장, 고성장산업이 아니다. 반도체 산업은 향후 10~20년 동안 연평균 12~15% 성장이 예측되며, 실제로 10년 동안의 성장률이 이 예측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또 하나의 특이점 반도체 산업만의 특별한 사이클을 눈여겨 봐야 한다. 그렇다면 반도체의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바로 기술력과 자본력이다. 매출원가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설비투자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반도체 산업의 향후 트렌드 변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가격변화가 월등히 커서 호황과 불황 때 관련 기업의 실적이 극명하게 갈린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어느 분기에는 무려 15조 원에 이르다가도 특정 분기에는 1조 원 수준까지 급락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사이클 산업이고 판매량과 가격에도 민감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 불필요한 오해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반도체 투자자를 위한 투자원론 

 

실적이 올라야만 주가도 따라 오른다는 오해를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흐름 속 원리를 알아보며 설명한다. 반도체에 투자하기 전에 알아야 할 반도체 산업 특성, “삼성전자의 실적을 보고 주식을 매수하면 안 되는 이유”와 시장의 광기보다 싼 주식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퀄테스트(품질검증)만 통과하면 주가가 오를까? 반도체 기술 수혜주식의 진짜 의미는 뭘까? 

 

이 책에서 얻고 건질 수 있는 것보다는 영감을 얻거나 힌트, 새로운 발상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누군가가 이미 경험했던 것은 그 길을 따라 많은 투자가가 걸었기에 평탄해졌다는 말이다. 나만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평탄한 길에서 얻는 영감이 필요할 듯하기에 우선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북코스모스 도서평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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