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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공영방송 - 국민과 함께 공영방송 새롭게 정립하기
박종원 지음 / 광문각출판미디어 / 2024년 10월
평점 :
정치와 공영방송
이 책<정치와 공영방송>은 전 KBS춘천방송총국장을 지낸 박종원 (정치학)박사가 ”국민과 함께 공영방송 새롭기 정립하기“라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 “공영방송이 무엇인가“ ”공영방송의 왜 필요한가“ 현대 미디어 환경에서 공영방송의 필요성이 있나? 라는 질문에 막상 답하려 들면 적절한 답을 찾기 힘들다. 공영방송과 민주주의는 필수 불가결의 관계에 있다고 생각하는 지은이, 아마도 언론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담는 공기로서의 방송이란 의미이겠다. 여기서 ”공영“이란 영어의 원어인 Public Service Broadcasting (PBS)공공서비스방송이다(방송을 미디어의 개념으로 확장하는 공공서비스 미디어, 공영미디어는 공영방송의 현대식 용어라 할 수 있다). 영국의 BBC, 일본의 NHK는 서양과 동양을 각각 대표적인 공영방송이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이들 방송을 대놓고 권력 아래 두려는 행동을 보인 적이 없다. 독일의 공영방송 ARD도 그런 축에 끼인다. 물론 작은 사건들은 있었지만, 한국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놓고 KBS, MBC를 손본다는 말은 ”언론자유의 탄압“이란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는 말이다.
이 책은 KBS를 좌지우지했던 정치로부터 중립적인 지배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고, 지은이의 연구주제 역시 ”공영방송 제도 개선“에 관한 것이었다. 책 구성은 8장이며, 1장은 언론(방송)의 자유가 위협받는 한국의 실정을, 2장에서는 상업 인터넷 미디어 시대에 공영방송의 정체성과 정치적 후견 주의를, 3장, 공영방송을 정당화하는 이론들(공익, 공론 장이론, 역사적 제도주의 이론 등을 살펴본다) 4장, 2023.5. 헌법재판소의 수신료 위헌결정의 논리와 공영방송의 헌법적 성격과 지위를 톺아보고, 5장에서는 방송의 자유 주체와 방송 종사자의 내적 자유(이른바 정권의 하수인과 정치지망생들의 경험 쌓기 무대가 된 공영방송 등) 6장. 거버넌스, 윤석열 정부의 김의철 사장 해임과 법원의 판단, 7장. 수신료, 8장 결론 부분으로 어떻게 하면 국민과 함께 거듭나는 KBS가 될 것인가 그 정체성 바로 세우기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아마도 핵심은 정치권의 KBS 지배구도와 이를 구조화하는 제도적, 인적 간섭과 지배에서 벗어나 공공성을 지키는 국민의 알권리를 훼손, 왜곡하지 않고 지키기 위한 공영방송이 되기 위한 조건과 환경들을 담고 있다. 아무래도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키는 것은 재원, 즉 수신료 문제일 듯싶다. 일본의 NHK는 각 가정을 돌아다니면서 TV 시청 여부를 확인한 후에 수신료를 부과한다. 완전히 맨땅에 헤딩처럼 보여도 이것이 국민과의 대화 창구고 현장 방문이다. 효율성만은 운운하는 것은 경영의 논리다. 수수료를 전기료에 묶어서 청구하는 기존의 방식은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다. 아무튼 윤석열 정부가 되면서 전기료와 분리, ”수신료“ 따로 부과의 배경이 궁금하다. KBS 시청료 거부 운동과 6월항쟁, 노태우 정부의 방송구조 개편과 방송인들의 저항,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과 방송인들의 저항, 박근혜 정부와 촛불, 그리고 방송 이런 오욕의 역사가 또 되풀이됐다. 현상은 이러하지만, 공영방송 지배권을 누가 갖는가, 지배구조를 장악하는 것이 적어도 정권의 안녕을 보장하는 길이라는 것은 대단히 유혹적이다. 권력의 속성, 듣기 싫은 소리, 전두환이 가장 무서워했던 것이 ”여론“이었듯이, 시대의 변화와 흐름은 더욱 교묘하게 방송,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는 독일과 북유럽의 경험과 사례를 반면교사 할 필요가 있다. 국가와 시장을 견제하는 시민사회가 참여하고, 학계, 법률, 기술 등 미디어 전문가집단이 함께하여 시민참여와 전문가주의 지배구조 모델이다.
공영방송의 재원 "수신료, 시청료" 분리징수에 관한 헌재 결정
수신료 “헌법소원” 결정 전기요금과 통합과세에서 분리과세로 개정한 방송법 시행령(2023.7.11.) 제43조 제2항 “지정받은 자(한전)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 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해서는 아니 된다.” 로, 개정 전은 ~ 이를 행할 수 있다고 하여 “한전”에 시청료 위탁징수를 할 근거가 됐지만, 이를 할 수 없도록 한 결과는 분리과세이고, 위탁 비용 자체의 증가는 별론으로 하고, 왜 갑자기 이제껏 국민적 불만이 있더라도 그렇게 해야 공영방송의 재원이 마련된다는 기존의 논리가 뚜렷한 명분도 이해할만한 이유도 없이 이렇게 뒤집혔는지. 여기서 정치의 개입이라는 의심의 정황이 나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공영방송을 유지하는 재원으로 시청료, 수신료 등의 합헌성은 인정한다. 다만, 분리 징수할지 통합 징수할지는 법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이런 형식논리로 결과적으로는 KBS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제도적 변화가 언론의 자유와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를 몰각한 아주 형식적이며 비정합적인 판단이 아니고 무엇인가 싶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가치 존중과 이를 지키기 위한 보루다. 아무튼 대법원도 헌재도 정치적으로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음은 분명하다.
방송과 언론의 자유를 지키려는 언론노동자들의 노력은
지은이의 공영방송과 민주주의 필수적 요소, 수신료, 시청료에 관한 헌재 결정에 대한 비판과 독일의 사례 역시 다 좋다. 하지만, 방송인들의 내재적 한계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스스로 언론노동자라는 정체성을 버리고, 언론인으로 제5의 권력으로 무관의 제왕으로 권력의 주위를 맴도는 태도는 어떤 방식의 자정 노력을 할 것인가, 아주 중요한 몇 가지의 제도적 개선안을 제시했지만, 이는 시민참여, 거버넌스 등의 시스템에 관한 것이고, 저널리스트로서의 방송인들의 결의는? 기실, KBS, MBC를 단 한 번도 공영방송이게 한 적이 없었던 정치로부터 독립을 얻기 위해서는 뭘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독립적이지 못한 공영방송에 분노한 시민들의 저항이 수신료 거부와 헌법소원 제기의 배경이 됐다는 점을 크게 또 무겁게 보지 않는 것처럼 읽힌다. 이 책은 학문적 접근과 정치적 접근이 착종(혼재)된 상황이라서 다소 어렵게 느껴진다. 읽기 쉽지않다. 많은 생각을 해야 하기에.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