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라 뽑은 입보리행론송 - 삶의 지혜와 마음의 평화를 주는 명상시
산티데바 지음, 원인 옮김 / 민족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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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보리행론


입보리행론, 곧 “깨달음의 길로 들어가는 글” 이란 1,300년 전 인도의 불교학자 샨티데바(적천비구)라는 도인이 쓴 글이다. 한역은 보리행경(菩提行徑)이라 하며 4권 체재다. “보리심을 닦아가는 길”, 티베트 본은 입보살행(入菩薩行) 즉, 보살행 입문이라고 하는 편이 쉽겠다. 보리행경은 부처님의 경전에 못지않다는 의미이기도 한 데, 당대 한역자는 이 책의 수준을 높이 봤다는 말이기도 하다. 


보리심과 보살도 정신을 대승보살의 육바라밀 뜻으로 풀이한 게송(시, 詩)


보리심(각성)을 깨닫고 수행하는 것을 정진이라 하며, 보살도(이타심, 큰 마음, 大心)와 보리도(큰 원력 大圓)를 가지고 정진할 때 보리심을 크게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보리심을 깨닫기 위해 수행하는 마음을 시각(始覺:불법을 듣고 무명(無明)에서 벗어나는 길)이라 한다. 보리심 수행법은 자리(自利)적 수행과 이타적인 보살도라 한다. 보리심은 본디 우리에게 있던 청정한 마음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원인께서 뛰어난 것만을 골라 엮은(精選) 것이다. 구성은 10장이며, 보리심을 찬탄하는 품과 죄업 참회 품(1~2장)은 보리심에 들어가기 전에 가져야 하는 기본, 보리심을 온전히 가지는 품은 총론 격이며 4~9장까지는 본론에 해당한다. 보리심을 열심히 닦는 품, 계율, 인욕, 정진, 미혹선정, 깨달음(空性:공의 이치를 깨달음 진여(眞如:사물의 있는 모습 그대로)로 가는 지혜품, 결론으로 보리심을 법계에 회향하는 품 순이다. 


인욕(忍辱)품- 고행에 인욕하는 품-, 굴욕과 모욕을 참는 것


신자유주의 질서를 기반으로 한 각자도생의 시대, 파편화된 개인으로 뿔뿔이 흩어져 같은 계급 사이의 연대와 단결의 공동체는 무너지고, 오로지 제 살길을 찾기 바쁜 세상 속에서 개인의 고립화는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외로움, 불안, 불확실, 희망 없는 미래 등 현대인의 심적 기반과 환경은 황폐화 그 자체일지도, 이런 마음에 자비와 배려, 사랑과 희망이 자리할 공간에 굴욕과 모욕이라는 감정의 찌꺼기가 쌓인 이른바 감정의 쓰레기통. 여기에 삶의 지혜와 마음의 평화를 주는 명상시, “입보리행론송”의 6장 고행에 인욕하는 품을 담는다. 


우리 사회에서 부닥치는 차별과 모욕, 혐오는 굴욕과 모욕을 참는 인욕행과 연결된다. 


“오랜 세월 쌓아온 온갖 공덕이 단 한 번의 성냄으로 무너진다. 분노보다 더한 죄악은 없고 인욕행보다 좋은 고행은 없다.”(153) 98쪽. 

“분노하는 마음을 잘 참아내면 마음의 평화와 고요가 찾아온다. 인용하지 못하고 분노하게 되면 안락은 사라지고 고뇌가 따른다.”(154)

“좋은 인연으로 친했던 관계가 한순간의 분노로 원한이 된다. 더욱이 친구에게 화내고 배신하면 오래도록 쌓은 공덕이 무너진다.”(155) 99쪽

“억울할 때 나타나는 분노라는 원수 공덕 창고 파괴되고 고뇌를 만든다. 분노에 자각하여 흔들리지 않으면 이생과 내생에 참된 행복 얻는다.”(156)

“하기 싫은 일과 하고 싶은 일에서 장애가 생기거나 좌절감을 느끼면 불안 속에 치솟는 불쾌감 때문에 자제하지 못하고 타인을 괴롭힌다.”(157) 100쪽

현대인의 겪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불안, 불평등, 이유, 원인 모를 분노, 화냄, 성냄, 불쾌감과 참음, 자제, 분노를 자각하면 통제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수행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인가, 수행이란 무엇인가, 좌선하고 참선하며 오랫동안 집중하는 것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닐 것이다. 삶의 지혜는 순간순간 얻는 것이요. 이 또한 그저 잠시 잠깐, 명상으로도 얻을 수 있는 것이기에.


입보리행론을 되뇌는 것만으로도 얻을 듯하다. 내가 지금 왜 분노하는지, 왜 불안한지, 하기 싫은 일을 할 때는 어떻게 넘겨야 하는지, 이를 터득하는 것이 지혜다. 누가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고요히 들어보는 여유를 잠시마다, 가져보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원인께서는 입보리행론송을 암송하라고 하지 않았다. 그저, 읽고 또 읽어, 내 마음의 불안이 사라질 때까지 읽고 생각하고 고요해지면 되는 것이다. 자연스레


좋은 인연으로 친했던 관계가 한순간의 분노로 원한이 된다. 애증 관계가 그러하고, 우정이 깊은 만큼 상처 또한 깊듯이, 가장 가까운 이에게 함부로 대하는 건 “기대심리효과”다. 내가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받아 주겠지, 이해해주겠지다. 사회의 룰 속에서 “예의”라는 거리 간격, 50센티미터 밖에 자리한 사람에게는 지켜야 할 예의를 다하지만, 가까운 거리 즉 50센티미터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경계심이 풀고, 편하게…. 기대심리효과를 다르게 생각해보면, 아마도 사회심리학자 W.제임스가 말하는 “사회적 자기” 혹은 여러 개의 페르소나일지도, 우선은 불편함과 성냄, 화남을 밖으로 향하게 하지 말고 내 안으로 향하게 해서 정화하는 “정진”은 이 대목에서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우리가 입보리행론송을 읽어야 할 이유가 있다면 이런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나를 정화하고 나를 진정하게 하고, 나를 귀하게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를 배우고 깨우치는 것 말이다. “삶의 지혜와 마음의 평화를 주는 명상시”라는 부제가 붙은 이유이기도 하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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