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이해한 유인원 - 인류는 어떻게 문화적 동물이 되었을까
스티브 스튜어트 윌리엄스 지음, 강아름 옮김 / 데이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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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문화적 동물이 된 까닭


이 책<우주를 이해한 유인원>의 저자 스티브 스튜어트-월리엄스는 털 없는 유인원에서 지구를 재구성하고(인류세라는 지질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다른 세계를 여행하고 우주를 이해할 수 있는 존재로 변화시킨 것은 “문화”라고 말한다. 그는 생물학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를 분석하여 인간이 단순 진화한 유전자의 산물이 아닌 유전자와 밈이 혼재된 문화적 동물임을 증명하려 했다. 이해하기 복잡한 인간을 유전자와 문화를 남기는 존재라고. 인류 역사에서 인간에 대한 관점은 모순된다. 종교에서 특히 그렇다. 창조적 진화론을 주장하는 기독교는 인간을 신의 타락한 피조물로, 불교는 전생의 업보에 대해 속죄하며 살아가는 존재로, 루소나 홉스의 성선설과 성악설, 인간은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 책의 관심과 주제는 “인류는 어떻게 문화적 동물이 되었을까”다. 다소 어려운 인지적 창조설과 인간 본성의 현실적 비전을 전망해보는데 구성은 여섯 꼭지이며, 첫 번 째장은 외계인의 도전, 인간은 이상한 동물이라고, 두 번째 장은 정신에 찾아온 다윈, 물 밖으로 나온 고기이며 우발적 부산물이기도 하다는 논의, 그리고 세 번째 장에서 SeXX/YY의 동물이라는 인간의 특징과 이를 둘러싼 논쟁을 소개한다. 네 번째 장은 데이트하고 짝짓기하고 아기를 만드는 동물로 인간을 그린다. 다섯 번째 장 이타적 동물, 여섯 번째 장에서 문화적 동물론을 다룬다. 유전자와 밈의 공진화로 신체와 정신의 조형을 소개한다. 최약체였던 인간, 우리의 미래는 알 수 없다. 순으로 실려있다. 특히 부록 A와 B는 이 책 읽기 전에 지은이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 실려있다. 


특히 다섯 번째 장 “이타적 동물”이라는 점은 케빈 심러, 로빈 핸슨의 저서<뇌 속 코끼리>(데이원, 2023)에서 이타적 동물이면서 이기적 동물이라는 점, 그래서 인간이 인간일 수밖에 없음을 말한다. 이타성 속에 감춰진 이기심을 톺아보고 있다. 이 점을 지은이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흥미롭다. “이타성의 난감성”(288쪽), 학습을 통해 온전히 이타적 존재가 되거나 자기 이익을 챙기는 존재가 될 능력을 동시에 갖춘 동물을 자연 선택이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견해다. 


상부상조의 진화라는 측면도 보자. 비친족 사이에서 이타성이 어떻게 진화할 수 있었는지에 관한 호혜성 이타성 이론(로버트 트리버스), 협력과 이타성 구분이다, 이타적 행위는 수혜자에게 이익을 주지만 행위자에게는 비용이 드는 행위다. 반면에 협력적 행위는 양쪽에 모두 이익되는 행동이다. 진화를 보는 통상적 시각의 하나는 진화가 협력의 조그만 두둑에 대비되는 경쟁의 거대한 산이라는 것이나. 협력 또한 진화라는 견해를 취한다. 그렇다면 이타성은 정체를 감춘 자기 이익일 뿐인가, 진화생물학자들 우리가 이타적이라고 보는 행동들이 실은 유전자가 자신을 전파하려는 전략일 뿐 전혀 이타적이지 않다고(이 대목은 위에서 말한 <뇌 속 코끼리>의 내용과 비교해서 보면 더욱 잘 드러날 듯하다. 덧붙여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을유문화사, 2018)도 함께 읽어보면 논의가 쉽게 이해된다. 


진화심리학은 우리 행동의 원천을 보는 관점에 일어난 중대한 변화를 대변한다. 또 여기서 적용되는 논리를 보자. 우리는 유전자의 기계인가 밈 기계인가, 철학자 대니얼 데닛은 “인간 유전자와 밈의 혼종”이라고,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이해하고 말하는 밈은 아이디어, 믿음, 관행, 도구 등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전수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문화의 진화를 이해하려면 밈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선택과 버림의 밈, 그저 생존력이 뛰어난 밈도 존재한다. 


문화적 진화는 가장 적합한 유전자, 개인, 집단의 생존에 관한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가장 적합한 밈의 생존에 관한 것이라는 가설, 인간의 정신과 문화에서 스스로 전파할 목적으로 지적 설계된 존재처럼 보인다. 밈이 인간의 두뇌에서 살 수 있도록 진화한다는 생각은 꽤 설득력이 있다. 따라서 문화적 진화는 가장 적합한 밈의 생존에 관한 것이고 밈은 그 보유자나 집단에 이로운지 아닌지와는 관계없이 밈 자신에게 이로울 때 선택된다. 문화적 경쟁을 통해서 밈과 밈 플렉스는 인간의 정신에 서식하고 그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진화한다. 그 결과, 오래 지속하는 밈은 자신이 서식하는 정신과 신체에 진화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꽤 흥미로운 논의다. 진화심리학적 접근과 이론을 비판하면서 진화생물학의 리처드 도킨스 등을 인용하면서, 생물학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 특히 “밈”에 관한 도킨스의 이론을 끌어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어, 이 책을 제대로 읽어내려면, 최근의 박한선의 책<진화인류학>(해냄, 2024) 와 이 책에서 소개한 데이비드 버스<진화심리학>(웅진지식하우스, 2012) 등도 함께 읽어보면 꽤 넓은 범위의 논의를 접할 수 있을 듯하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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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속 코끼리 - 우리가 스스로를 속이는 이유
케빈 심러.로빈 핸슨 지음, 이주현 옮김 / 데이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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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이타적 행동 뒤에 숨겨진 이기적인 동기, 인간 동기의 명암


우리가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것은 너를 위해서 하는 거야”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전자는 솔직하다.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은 아무런 대가 없이 이타심으로 누군가에게 베풀어준다(선의든 악의든, 어떤 숨겨진 동기가 존재하기 마련). 후자를 보자 이것은 너를 위해서 하는 거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알고 있다.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이겠지, 부모가 자식에게 너를 위해서 하는 거라는 말의 숨은 동기는 나를 위해 내 체면을 위해 그리고 대리만족을 위해, 내가 자랑할 게 너의 출세밖에 더 있겠어라는 내심의 의사이지 않을까. 


지은이 케빈심러와 로빈 핸슨의 뛰어난 통찰은 오래되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다. 인간의 마음속에 숨겨진 동기, 이른바 심리학에서 말하는 동기와 정서, 동기에는 내재적, 외재적으로 구분하지만, 지은이들이 논하는 것은 결을 달리한다. 동기가 없으면 활동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건 기본, 그렇다면 동기의 표피가 아닌 심층, 동기의 외형 즉 껍질과 알맹이가 다르다는 데 착목한다. 우리가 자신을 스스로 속이는 이유는 뭘까, 표리부동(겉과 속이 같지 않다)의 기제를 파헤친다. 


책 구성은 2부 17장 체재이며, 1부 동기를 숨기는 이유에서는 우리가 자신의 마음을 왜곡하고 더욱 뒤틀린 자기기만의 모습을 보이는 이유를 인간의 사회생활에서 나타나는 많은 동기(동물의 행동, 경쟁, 규범, 기만, 자기기만, 거짓된 이유)와 연결 지어 살펴본다. 마음속에 코끼리(이기심)를 정면으로 볼 수 있게, 2부 일상생활에 숨겨진 동기에서는 코끼리(이기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보디랭귀지, 웃음, 대화, 소비, 예술, 자선, 교육, 의료, 종교, 정치 영역에서 각각 감춰진 진짜 이유, 개인에서 사회 제도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다양한 인간의 행동을 분석한다. 표리부동, 겉으로 보는 것과 실제는 아주 다르다는 것을 밝힌다. 웃음 속에 숨겨진 잔인한 미소, 자선 속에 숨겨진 꿍꿍이…. 이렇게 생각하면 아예 동기를 모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알면 속상하니 말이다. 


이 책의 핵심 주장 “내게 너무 낯선 나”


“누구든 혼자일 때는 성실하다. 또 다른 누군가가 나타나면 동시에 위선이 시작된다.” (랄프 왈도 에머슨의 말을 인용) 17쪽, 문장은 촌철살인이다. 혼자일 때는 성실하지만, 누군가를 의식하면 위선이 시작된다는 것, 그 동기는 무엇인가, 이를 밝히는 게 바로 이 책의 내용이다. 지은이들은 인간을 이렇게 본다. 인간은 숨겨진 동기에 근거하여 행동할 수 있다. 그렇게 설계된 종이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설계됐을까, 약육강식의 질서 때문인가, 먹이사슬의 정점에 올라설 수 있는 이유인가?, 좀 더 보자. 다른 사람에게는 이기적인 모습을 드러내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한다. 


다른 사람을 잘 속이기 위해서 우리 뇌는 ‘자기 자신’, 의식적 마음에게 조차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 자신의 추악한 동기를 자신조차 모르면 다른 사람에게 감추기 쉽기 때문이라고 본다. 자기기만은 탐탁지 않은 행동을 하면서 ‘좋게 보이기’ 위해 뇌가 사용하는 책략이자 전략이다. 


이기심이라는 “뇌 속 코끼리”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뇌 속 코끼리>란 “이기심”이 핵심이다. 실제로는 이기심보다 훨씬 많은 개념을 포괄한다. 인간이 권력, 지위, 성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사실,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거짓말도 속임수도 서슴지 않고 사용하는 동물, 자신의 동기를 숨긴다는 사실, 그리고 숨기는 행동은 다른 사람들을 속이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 모두 ‘코끼리’를 의미한다. 


이 책은 단순히 개인을 대상으로 인간이 갖는 ‘이기심’을 바탕에 깔고 있지만, 외형적으로 이타적으로 보이는 걸 살피자는 게 아니라 자선 단체, 기업, 병원, 대학 등 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기관들이 공식적인 목적 외에도 숨겨진 동기를 품고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려는 것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이슈는 네 개의 연구 분야(미시사회학, 인지 및 사회심리학, 영장류학, 이론과 실제의 불일치)에서 같은 결론이 나왔다고. 이른바 “내 안의 낯선 나”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레이첼 아비브의 책<내게 너무 낯선 나>(타인의 사유, 2024) 은 내가 알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정신건강 의학이 포착하지 못한 복잡한 인간성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 책과 큰 틀에서는 맥락을 같이한다. 


다만, 초점을 어디에 맞추고 있는가에 따른 차이가 있을 뿐이다. 1부에서 뇌 속에 코끼리는 자기기만과 자기 위선은 다른 사람 앞에서 절대 이기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장점도, 반대로 이런 자기기만과 자기 위선 때문에 겪게 되는 마음의 고통과 갈등, 이렇게 보자면 외재와 내재, 반 정도는 사실일지도.


우리에게 숨겨진 동기가 이상적인 동기와 일치하는 영역에 자신을 스스로 노출하는 것 또한 뇌 속의 코끼리를 무시하는 전략일 수 있다. 내게 너무 낯선 나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동기와 긍정적인 정서로 조절 혹은 조정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우리 안의 코끼리는 개인을 넘어 정책 수립이나 제도 개혁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자리(공적 지위)에 올랐을 때, 코끼리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큰 차이를 만든다. 


인간이 인간인 이유는 원하는 목표,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협력을 하는 동물이자, 경쟁하는 사회적 동물이며, 자기 이익만을 좇고 자기기만에 빠진 동물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대항적 처지와 상황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게 인간이다. 인간의 본능은 무리를 짓고 무리 속에서 벗어나려고도 하지만, 늘 무리 동물이기에 상호협력의 길을 택하기도,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신실재론은 인간과 세계 두 항목에 대해 신실존주의를 내세우는 데 신실존주의에서는 인간은 다른 사람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근원적으로 사회적 존재로 귀결되지 않을까 싶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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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 고수들만 아는 대화의 기술 - 막힐 때마다 바로 써먹는 말하기 비법
기류 미노루 지음, 이경미 옮김 / 더페이지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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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힘든 이유?,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요즘 홍수처럼 출판가에 쏟아져 나오는 책들, “나”를 찾기, “대화”를 통한 인간관계 형성 등의 열쇳말이 두드러진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내 삶을 지키는 바운더리, 언어와 심리 또한 같은 맥락이다. 이 책<말하기 고수들만 아는 대화의 기술> 역시 말, 대화, 그리고 인간관계에 관한 것이다. 

 

지은이 기류 미노루는 멘탈 심리 카운슬러, 이른바 정신과 심리상담사다. 그가 말하는 핵심은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바뀐다.” 말솜씨는 타고난 재능이 아니다.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말을 한다는 게 그리 쉽지 않다. 이른바 엔터테인먼트 수준이 되지 않고서는 어렵다. 같은 말인데, 누가 말하면 상대방이 진정성을 인정하고 무게 있게 받아들이는 다른 사람이 말하면 귓등으로 흘려넘기는 건 왜일까? 아마도 핵심은 듣고 싶은 말을 해주더라도 나는 손해 볼 게 없는데, 왜 그리 인색할까, 아니 몰라서 못 하는 것이다. 대화가 힘든 이유는 그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지은이, 고대 중국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나온 “손자병법”의 유명한 문장,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늘 이길 수 있다. 즉, 상대의 장단점, 아킬레스건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으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른바 심리 파악을 제대로 한다면 두려울 게 뭐가 있을까, 이 책에 실린 몇 개의 핵심 낱말 “잡담”의 유용성, 무기로서의 잡담, 상대방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려 무장을 해제하는 데 쓰이는 도구다. “프레젠테이션” 듣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법은 목소리다. 발성법과 딱 한 줄 전략, 이른바 목소리로 사람을 죽이고, 한마디로 확인 사살, 이른바 “촌철살인”의 수법, “영업” 무언가를 설명할 때는 반드시 상대방이 듣고 싶은 그 한마디의 양념이 모든 것을. 듣고 싶은 말을 안 해주면 아무것도 전달되지 않는다. 즉, 상대가 뭘 원하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라는 말이다. 동문서답, 우이독경 금지. 다음으로 등장하는 낱말 “설득” 주장, 사실, 논거의 3단계를 거쳐라. 일방적인 주장은 그저 아전인수격일 뿐, 상대방을 설득시키지 못한다. 주장할 수밖에 없는 명백한 사실을 들어 논거를 제시하라.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우선 책 구성은 10장에 걸쳐 대화의 기술을 소개한다. 1장, 잡담으로 호감도를 높이는 법을 비롯하여, 초면토크법, 긴장하지 않는 대화법, 완벽한 전달을 위한 설명 기술법, 청중을 매료시키는 프레젠테이션, 물 흐르듯 매끄러운 나만의 전달방식, 직장 생활이 즐거워지는 사내 토크, 최고의 동기부여를 높여주는 ‘화법’ 그리고 듣고 말하기에서 상대의 마음을 잡는 경청법과 빗장을 풀고 대화를 끌어내는 질문법, 여기에 덧붙여, 당신의 말하기는 괜찮은가요. 한 번 점검해보라는 “말하기 체크리스트” 100개, 

 

이 책을 한 번 읽고, 말하기와 듣기가 전혀 달라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습관의 관성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점 또한 주의해야 한다. 이 10가지 기술 중에서도 4가지만 기억해두자. 첫째는 전달이 잘 되는 설명(말하다 옆길로 빠지지 않기), 둘째, 의견이 다른 사람과의 대화 이 대목은 작고한 홍세화 선생이 한국에 소개했던 똘레랑스라는 개념과도 상통한다. 셋째, 상대방이 좋아하는 듣기 자세, 꽤 중요한 사항이다. 내 말에 귀를 기울여 진지하게 듣는다면 절반은 성공이니 말이다. 넷째, 대화를 끌어내는 질문, 이른바 경계고 계산이고 없이 술술 불게 만드는 방법, 

 

대화는 협업

 

아주 중요한 표현이다. 모호하게 말하기, 뭐 에둘러 표현하기라고 해두자. 대화는 협업이라고 한 이유는 간단하다. 상대방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먼저 나부터 무장을 해제하라는 말이다. 나는 00인데, 당신은?, 즉 ME&YOU 대화법으로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것이기에 협업이다. 어느 자리에서 좋은 인상을 주는 사람은 말하는 사람에게 시선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웃음을 보내거나, 한마디의 코멘트를 해준다. 분명하게 당신의 말을 듣고 있다는 신호다. 누군가로부터 관심을 받는다, 칭찬을 받는다면 고래도 춤을 추는 마당에 인간인들 어찌 가만있겠는가, 

 

말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어느 타임에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서 안 할 뿐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면, 어떨까, 지은이가 소개하는 내용이 특히 어렵거나 까다로운 작업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누구든 해왔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자신만 모를 뿐이다. 우선 이 책이 도움이 되든 되지 않는 그 판단은 나중에 하고, 말하기 체크리스트 100개 중 나는 몇 개 정도일까를,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기술부터 찾아서 읽고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든 열린 자세가 몸에 배면 습관이 되면, 늘 말 잘하는 고수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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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지키는 바운더리 - 모든 문제는 선을 넘으면서 시작된다, 인간관계가 인생을 망치기 전에 선을 그어라
쑤쉬안후이 지음, 김진환 옮김 / 시옷책방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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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제는 나로부터, 내 안의 경계 설정하기


지은이 쑤쉬안후이는 심리상담현장의 경험을 이 책<내 삶을 지키는 바운더리>에 담았다. 핵심은 인간관계가 인생을 망치기 전에 나를, 내 삶을 지키는 선 긋기를 하라고 조언한다. 인류사의 흐름 속에서 중세 "신의 질서 안의 개인"이라는 관념은 모든 것은 신의 만들어 놓은 삶의 경로에 따라, 노예로 태어남도 내 운명이며, 누군가에게 내 삶을 송두리채 맡기는 것도 질서였다. 노장사상은 자연의 삶을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자연 속의 나를 찾고 내가 세상의 주인공임을 인식하라고, 서양에서는 신의 세계를 벗어나 인간세계로 내 삶의 주인공은 나이며 내 운명의 개척자 또한 나임을 즉 자유롭고 창의적인 인간임을 인식, 개인이란 존재에 의미가 신의 자리에 인간이 놓여지게 된다. 동서양의 현인들이 내 삶의 주인공은 나라고 강조하지만 생각보다 내 삶의 주체는 내가 아닌 타인이 돼버린 세상에서 벗어나는 일, 즉, 나를 찾는 일 자체가 낯설기도 하며  내 삶을 지키는 일 또한 훈련이 필요하다.  


이 책은 는 내 삶을 울타리 설정의 네 가지 공식과 각각의 공식 속에 숨겨진 함정 또한 경계하라고 한다. 책 구성은 4단계에 걸쳐 옮아가도록 돼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선을 넘은 울타리가 무너지 10개의 형태와 두 번째 단계에서는 이 형태 속에 숨겨진 관계의 함정 10가지 파악하기, 세 번째 단계, 관계의 점선을 실선으로 바꾸기, 이른바 치유과정이다. 각각 독립적으로 산재해있는 점을 선으로 연결짓는 10가지 방법 이해하기, 다음으로 네 번째 단계에서  내 삶을 지키는 울타리 세우기 연습10가지를 해보면서 나 자신이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울타리를 세우기 위해서는 피해야 할 함정이 무엇인지, 점에서 선으로 이어, 울타리 세우기 연습을 해보는 순서로 돼있다. 

 

경계 개념이 없는 유형들, 내가 원하지 않는 다른 사람의 관심은 사랑이 아닌 학대


왜 친밀한 관계일수록 함부로 대하는 걸까? 관계의 경계선상에 있는 내 욕구, 누구나 욕구가 있다고 해서 부족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자기 욕구를 충족시키는 건 건강과 행복을 위해 필요한 일이지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내가 원하지 않는 다른 사람의 관심은 사랑이 아닌 학대다.


우선 책임감이 지나친 자기 희생형, 과로사한 사람들은 대체로 직장에서 성실하고 근면한 사람이다. 너무 성실해서 자신을 지키는 경계를 잃어버리기 일쑤지만, 또 다른 유형이 있다. 보상심리로 강제하는 불균형형 이 역시 자기 스스로 위안으로 삼는 형이다. 이타적인 것처럼, 위선적인 도덕형과 이성과 감정을 구분 못 하는 혼란형, 노력으로 존재가치를 증명하려는 자책형, 타인을 도구화하는 나르시시즘형, 이도 저도 아닌 포기형, 나와 다른 사람의 거리를 가늠하지 못하는 무례형까지, 거꾸로 누군가의 심리경계를 허물어뜨리는데 특화된 나르시시즘형의 인간은 다른 사람을 조정, 가스라이팅을 하다는 데서 자신과 다른 사람을 동시에 힘들게 한다. 10가지의 유형으로 분류됐지만, 각 유형이 전혀 다른 것은 아니며, 각 유형의 특성이 조금씩은 섞여 있다. 실제 어느 특성이 강하냐는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왜 친밀한 관계일수록 함부로 대할까?, 선을 넘는 관계의 함정


왜 친밀한 관계일수록 함부로 대할까?, 다른 사람에게는 이성적으로 친절하게 대하지만, 내 곁, 내 주위의 사람에게는 감성, 감성이 이성보다 앞선다. 또한, 이는 통제이며 우롱일 수도 있다. 상호 존중하는 관계가 아닌 일방적 위계관계가 생기고 그 지배 아래 놓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왜 눈치채지 못할까? 거절을 못 하는 이유와도 같은 것이다. 상대에 대한 배려이고 이타심이라고 생각한 때문이다. 사랑과 통제의 회색지대에서 이 사람은 나를 사랑하기때문에 이런 걸꺼야라는 자기중심 해석일뿐 실제는 본질을 인정하기가 두려운 것일 수도, 휘둘림을 당하지 말라는 말인데. 거절한다고 해서 관계가 변하는 건 아니다. 


변하는 관계는 상호존중의 관계가 아닌 자기의 욕망 실현을 위한 도구일 뿐, "다 너를 위한 거야"라는 뻔한 말에 속아 넘어간 게 아니라, 그저 받아들일뿐... 


내가 경계를 지키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로 괜히 일을 서두르거나, 나중에 후회할 약속을 하며, 부탁이나 요청을 거절하고 나면 왠지 모를 죄책감을 느낀다. 사적인 질문에도 대답을 해줘야 할 것 같다. 남에게 돈이나 물건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할 때가 많다. 다른 사람의 잘못임을 알면서도 내가 대신 책임지려 한다. 나는 몇 개에 해당할까, 아마도 거의 다일 듯하다. 누군가의 경계를 긋는다는 것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도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 싶기도 하다고 느끼는 순간, 경계는 없어진다. 


관계의 점선에서 실선으로, 눈에 보이기


인정욕구, 자긍심,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자 할 때,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게 된다. 그 평가가 좋고 나쁨, 등급의 상하에 따라 자존감 또한 낮아진다. 우선 이상적인 관계를 꿈꾸지 말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노력이 삶의 목적이 돼서는 안 되며, 신경 쓰이는 사람과는 관계를 끊어라, 모든 사람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다는 것은 현실이기에 어디까지나 선택권은 나에게 있음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이 책에 실린 10가지의 연습을 통해서 내 삶을 지키는 울타리치기를 하는 것이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삶, 상대의 부탁을 거절하고도 관계를 망치지 않는 방법 등, 우리는 의외로 이런 관계 설정에 고정된 관념을 가지고 있다.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면 서먹서먹해지고 관계가 꼬일 것이라는 생각말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울타리를 세우면 슬기로운 사회생활이 가능하다. 이 책을 통해서 발상과 사고의 전환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 일독을 권한다.  


<북코스모스 도서평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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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너무 낯선 나 - 정신건강의학이 포착하지 못한 복잡한 인간성에 대하여
레이첼 아비브 지음, 김유경 옮김 / 타인의사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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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책<내게 너무 낯선 나>의 지은이 레이첼 아비브는 어린 시절에 겪었던 “거식증” 경험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어떤 사람은 정신질환을 앓고도 회복되는 데 반해 어떤 사람은 이를 마치 자신의 ‘커리어’인 양 지니고 살아가는가?”라는 의문 제기하면서 정신분석 세계와 정신건강 의학계 이론이 포착해내지 못한 마음과 정체성에 천착한다. 나 자신을 완벽히 이해하지만, 에필로그 하바이야기처럼 나는 나 자신에게조차 완벽한 타인”이라고.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는 노래의 가사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내가 알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부제, 정신건강 의학이 포착하지 못한 복잡한 인간성에 관한 이야기다. 이제껏, 정신분석이나 정신건강 의학의 지배적이고 강력한 이론의 한계와 경계를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사람들, 그리고 사회, 뇌과학 등의 과학발달과 약품 등과의 관계 등, 어느 것도 절대적이지도 정확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동태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여전히 진행형인 셈이다. 


지은이의 표현대로 자기 완결적이고 닫혀 있는 진리의 체계 그 밖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자신의 이야기까지 여섯 사례를 담았다. 거식증, 우울증, 경계선 인격 장애, 병에 자신의 삶을 내주지 않고 자기 삶을 살아 낸 불완전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프롤로그는 지은이 레이첼이 경험했던 거식증을 비롯한 이야기들, 여기에 소개된 사례 속 주인공을 찾아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치열한 삶을, 자기 스스로 경계와 한계를 벗어나려는 노력 속에서 드러나는 생사를 건 싸움, 이른바 사투현장을 보여주는 보고서다. 


1장 레이의 이야기는 우울증에 관한 것이다. 자신이 도달했고, 도달할 수 있었던 이상적 모습에 사로잡혀서 자신이 실패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한다. “과연 그것이 나인가? 내가 아닌가? 나는 대체 무엇인가?” 2장, 바푸의 이야기는 조현병, 인도의 카스트 최상위 출신의 장애인 여성 앞에 닥친 현실, 남편과 시댁 사람들은 나를 무시한다. 그림자 취급을 한다. 종교적 열정, 배운 적도 없는데 술술 나오는 시상과 시들, 바푸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조현병이 무엇인지 몰랐다: “내게 닥친 고난은 나를 완전히 버리라는 신의 계시인가?”, 


3장 나오미의 이야기는 산후 우울증, “내 말을 좀 들어 주세요.”는 우울증을 부정하는 나오미, 그에게 닥친 모든 현실은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흑인 여성이 처한 은폐된 현실이며, 그 현실이 비로소 자신에게 모습을 드러낸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4장 로라의 이야기는 조울증과 경계선 인격 장애에 관한 것이다. 나는 낯선 사람의 삶에 갇혀 있었던 거예요라는 로라, “의사는 내 마음을 읽었다. 나는 아무것도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라고 말한다. 에필로그 하바의 이야기: “나는 나 자신에게조차 완벽한 타인이다.” 하바는 살을 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으로 가는 방법이라고 반복해서 말한다. 완벽하고도 완전한 행복의 상태인 비쩍 말라가면서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자신이 애써왔는지를 생각한다. 내 인생은 이렇게 흘러가 버리고 내게 의미 있는 모든 것은 다 희생당하는 구나라며…. 결국, 가장 행복한 순간에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던 것은 대식증, 자다가 구토를 했는데, 그것이 기도를 막아버린 것이다. 


약한 사람들, 동병상련의 처지였기에 서로를 이해하고 상처를 보듬어 주던 사람들과의 이야기, 쉽게 DMS-5(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 5판)에 올라온 정보를 바탕으로 00증으로 진단할 때의 사회적 낙인, 단순하게 약물로도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데도 이를 적용하지 않은 사람들, 그 고집스러운 믿음의 결과는 과학적이지도 않다는 레이 이야기 속 증언과 증거들, 정신질환을 공동체가 함께 극복하자는 취지는 의료보험의 쇼비니즘주의 아래 서비스제공자와 소비자로 전락, 치료과정 보고 등의 모습이 의료환경임을 꼬집는다. 


한 사람의 삶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가, 누구는 정신질환이라는 굴레 속에서 나를 지키지 못하고 잡혀서 먹혀버리는가 하면 또 다른 사람은 자신의 삶 속에서 들러붙은 또 다른 나를 밖으로 밀어내면서 자신의 삶을 꿋꿋하게 지켜내려는 싸움 그 자체다. 


이 책이 보고하는 사례들은 우리 사회에 논쟁거리가 됐던 “조현병” “우울”이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을 파괴하고, 죽음으로 몰아가는가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내가 남에게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가, 내 삶의 주인공이 다른 사람의 것이 되면, 이미 우리는 정신건강 신호등에 황색등(주의)이 켜진 셈이다. 내 삶을 온전히 내 것으로 살기 위해서 내 삶을 지키는 바운더리를 쳐야 한다는 점을 일러준다. 늘 “자중자애” 나를 귀하게 여기고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구를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 인간에게 이런 진취적인 바람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양날의 검처럼 "더 나은 사람"의 기준과 목적 설정이 오히려 나를 남의 삶 속에 가두고, 나를 죽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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