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너무 낯선 나 - 정신건강의학이 포착하지 못한 복잡한 인간성에 대하여
레이첼 아비브 지음, 김유경 옮김 / 타인의사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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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책<내게 너무 낯선 나>의 지은이 레이첼 아비브는 어린 시절에 겪었던 “거식증” 경험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어떤 사람은 정신질환을 앓고도 회복되는 데 반해 어떤 사람은 이를 마치 자신의 ‘커리어’인 양 지니고 살아가는가?”라는 의문 제기하면서 정신분석 세계와 정신건강 의학계 이론이 포착해내지 못한 마음과 정체성에 천착한다. 나 자신을 완벽히 이해하지만, 에필로그 하바이야기처럼 나는 나 자신에게조차 완벽한 타인”이라고.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는 노래의 가사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내가 알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부제, 정신건강 의학이 포착하지 못한 복잡한 인간성에 관한 이야기다. 이제껏, 정신분석이나 정신건강 의학의 지배적이고 강력한 이론의 한계와 경계를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사람들, 그리고 사회, 뇌과학 등의 과학발달과 약품 등과의 관계 등, 어느 것도 절대적이지도 정확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동태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여전히 진행형인 셈이다. 


지은이의 표현대로 자기 완결적이고 닫혀 있는 진리의 체계 그 밖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자신의 이야기까지 여섯 사례를 담았다. 거식증, 우울증, 경계선 인격 장애, 병에 자신의 삶을 내주지 않고 자기 삶을 살아 낸 불완전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프롤로그는 지은이 레이첼이 경험했던 거식증을 비롯한 이야기들, 여기에 소개된 사례 속 주인공을 찾아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치열한 삶을, 자기 스스로 경계와 한계를 벗어나려는 노력 속에서 드러나는 생사를 건 싸움, 이른바 사투현장을 보여주는 보고서다. 


1장 레이의 이야기는 우울증에 관한 것이다. 자신이 도달했고, 도달할 수 있었던 이상적 모습에 사로잡혀서 자신이 실패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한다. “과연 그것이 나인가? 내가 아닌가? 나는 대체 무엇인가?” 2장, 바푸의 이야기는 조현병, 인도의 카스트 최상위 출신의 장애인 여성 앞에 닥친 현실, 남편과 시댁 사람들은 나를 무시한다. 그림자 취급을 한다. 종교적 열정, 배운 적도 없는데 술술 나오는 시상과 시들, 바푸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조현병이 무엇인지 몰랐다: “내게 닥친 고난은 나를 완전히 버리라는 신의 계시인가?”, 


3장 나오미의 이야기는 산후 우울증, “내 말을 좀 들어 주세요.”는 우울증을 부정하는 나오미, 그에게 닥친 모든 현실은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흑인 여성이 처한 은폐된 현실이며, 그 현실이 비로소 자신에게 모습을 드러낸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4장 로라의 이야기는 조울증과 경계선 인격 장애에 관한 것이다. 나는 낯선 사람의 삶에 갇혀 있었던 거예요라는 로라, “의사는 내 마음을 읽었다. 나는 아무것도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라고 말한다. 에필로그 하바의 이야기: “나는 나 자신에게조차 완벽한 타인이다.” 하바는 살을 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으로 가는 방법이라고 반복해서 말한다. 완벽하고도 완전한 행복의 상태인 비쩍 말라가면서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자신이 애써왔는지를 생각한다. 내 인생은 이렇게 흘러가 버리고 내게 의미 있는 모든 것은 다 희생당하는 구나라며…. 결국, 가장 행복한 순간에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던 것은 대식증, 자다가 구토를 했는데, 그것이 기도를 막아버린 것이다. 


약한 사람들, 동병상련의 처지였기에 서로를 이해하고 상처를 보듬어 주던 사람들과의 이야기, 쉽게 DMS-5(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 5판)에 올라온 정보를 바탕으로 00증으로 진단할 때의 사회적 낙인, 단순하게 약물로도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데도 이를 적용하지 않은 사람들, 그 고집스러운 믿음의 결과는 과학적이지도 않다는 레이 이야기 속 증언과 증거들, 정신질환을 공동체가 함께 극복하자는 취지는 의료보험의 쇼비니즘주의 아래 서비스제공자와 소비자로 전락, 치료과정 보고 등의 모습이 의료환경임을 꼬집는다. 


한 사람의 삶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가, 누구는 정신질환이라는 굴레 속에서 나를 지키지 못하고 잡혀서 먹혀버리는가 하면 또 다른 사람은 자신의 삶 속에서 들러붙은 또 다른 나를 밖으로 밀어내면서 자신의 삶을 꿋꿋하게 지켜내려는 싸움 그 자체다. 


이 책이 보고하는 사례들은 우리 사회에 논쟁거리가 됐던 “조현병” “우울”이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을 파괴하고, 죽음으로 몰아가는가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내가 남에게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가, 내 삶의 주인공이 다른 사람의 것이 되면, 이미 우리는 정신건강 신호등에 황색등(주의)이 켜진 셈이다. 내 삶을 온전히 내 것으로 살기 위해서 내 삶을 지키는 바운더리를 쳐야 한다는 점을 일러준다. 늘 “자중자애” 나를 귀하게 여기고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구를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 인간에게 이런 진취적인 바람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양날의 검처럼 "더 나은 사람"의 기준과 목적 설정이 오히려 나를 남의 삶 속에 가두고, 나를 죽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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