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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이해한 유인원 - 인류는 어떻게 문화적 동물이 되었을까
스티브 스튜어트 윌리엄스 지음, 강아름 옮김 / 데이원 / 2023년 7월
평점 :
인류가 문화적 동물이 된 까닭
이 책<우주를 이해한 유인원>의 저자 스티브 스튜어트-월리엄스는 털 없는 유인원에서 지구를 재구성하고(인류세라는 지질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다른 세계를 여행하고 우주를 이해할 수 있는 존재로 변화시킨 것은 “문화”라고 말한다. 그는 생물학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를 분석하여 인간이 단순 진화한 유전자의 산물이 아닌 유전자와 밈이 혼재된 문화적 동물임을 증명하려 했다. 이해하기 복잡한 인간을 유전자와 문화를 남기는 존재라고. 인류 역사에서 인간에 대한 관점은 모순된다. 종교에서 특히 그렇다. 창조적 진화론을 주장하는 기독교는 인간을 신의 타락한 피조물로, 불교는 전생의 업보에 대해 속죄하며 살아가는 존재로, 루소나 홉스의 성선설과 성악설, 인간은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 책의 관심과 주제는 “인류는 어떻게 문화적 동물이 되었을까”다. 다소 어려운 인지적 창조설과 인간 본성의 현실적 비전을 전망해보는데 구성은 여섯 꼭지이며, 첫 번 째장은 외계인의 도전, 인간은 이상한 동물이라고, 두 번째 장은 정신에 찾아온 다윈, 물 밖으로 나온 고기이며 우발적 부산물이기도 하다는 논의, 그리고 세 번째 장에서 SeXX/YY의 동물이라는 인간의 특징과 이를 둘러싼 논쟁을 소개한다. 네 번째 장은 데이트하고 짝짓기하고 아기를 만드는 동물로 인간을 그린다. 다섯 번째 장 이타적 동물, 여섯 번째 장에서 문화적 동물론을 다룬다. 유전자와 밈의 공진화로 신체와 정신의 조형을 소개한다. 최약체였던 인간, 우리의 미래는 알 수 없다. 순으로 실려있다. 특히 부록 A와 B는 이 책 읽기 전에 지은이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 실려있다.
특히 다섯 번째 장 “이타적 동물”이라는 점은 케빈 심러, 로빈 핸슨의 저서<뇌 속 코끼리>(데이원, 2023)에서 이타적 동물이면서 이기적 동물이라는 점, 그래서 인간이 인간일 수밖에 없음을 말한다. 이타성 속에 감춰진 이기심을 톺아보고 있다. 이 점을 지은이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흥미롭다. “이타성의 난감성”(288쪽), 학습을 통해 온전히 이타적 존재가 되거나 자기 이익을 챙기는 존재가 될 능력을 동시에 갖춘 동물을 자연 선택이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견해다.
상부상조의 진화라는 측면도 보자. 비친족 사이에서 이타성이 어떻게 진화할 수 있었는지에 관한 호혜성 이타성 이론(로버트 트리버스), 협력과 이타성 구분이다, 이타적 행위는 수혜자에게 이익을 주지만 행위자에게는 비용이 드는 행위다. 반면에 협력적 행위는 양쪽에 모두 이익되는 행동이다. 진화를 보는 통상적 시각의 하나는 진화가 협력의 조그만 두둑에 대비되는 경쟁의 거대한 산이라는 것이나. 협력 또한 진화라는 견해를 취한다. 그렇다면 이타성은 정체를 감춘 자기 이익일 뿐인가, 진화생물학자들 우리가 이타적이라고 보는 행동들이 실은 유전자가 자신을 전파하려는 전략일 뿐 전혀 이타적이지 않다고(이 대목은 위에서 말한 <뇌 속 코끼리>의 내용과 비교해서 보면 더욱 잘 드러날 듯하다. 덧붙여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을유문화사, 2018)도 함께 읽어보면 논의가 쉽게 이해된다.
진화심리학은 우리 행동의 원천을 보는 관점에 일어난 중대한 변화를 대변한다. 또 여기서 적용되는 논리를 보자. 우리는 유전자의 기계인가 밈 기계인가, 철학자 대니얼 데닛은 “인간 유전자와 밈의 혼종”이라고,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이해하고 말하는 밈은 아이디어, 믿음, 관행, 도구 등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전수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문화의 진화를 이해하려면 밈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선택과 버림의 밈, 그저 생존력이 뛰어난 밈도 존재한다.
문화적 진화는 가장 적합한 유전자, 개인, 집단의 생존에 관한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가장 적합한 밈의 생존에 관한 것이라는 가설, 인간의 정신과 문화에서 스스로 전파할 목적으로 지적 설계된 존재처럼 보인다. 밈이 인간의 두뇌에서 살 수 있도록 진화한다는 생각은 꽤 설득력이 있다. 따라서 문화적 진화는 가장 적합한 밈의 생존에 관한 것이고 밈은 그 보유자나 집단에 이로운지 아닌지와는 관계없이 밈 자신에게 이로울 때 선택된다. 문화적 경쟁을 통해서 밈과 밈 플렉스는 인간의 정신에 서식하고 그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진화한다. 그 결과, 오래 지속하는 밈은 자신이 서식하는 정신과 신체에 진화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꽤 흥미로운 논의다. 진화심리학적 접근과 이론을 비판하면서 진화생물학의 리처드 도킨스 등을 인용하면서, 생물학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 특히 “밈”에 관한 도킨스의 이론을 끌어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어, 이 책을 제대로 읽어내려면, 최근의 박한선의 책<진화인류학>(해냄, 2024) 와 이 책에서 소개한 데이비드 버스<진화심리학>(웅진지식하우스, 2012) 등도 함께 읽어보면 꽤 넓은 범위의 논의를 접할 수 있을 듯하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