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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사건 수행 일기 - 대한민국을 뒤흔든 10·26, 12·12 현장 기록
이재천 지음 / 인사이드북스 / 2024년 10월
평점 :
10.26. 12.12의 숨 가쁜 시대의 현장에 서서
예비역 육군 준장 이재천 그는 육사 28기(1968-1972)다. 박정희의 10월 유신의 칼바람 속에서 전방 8사단에서 소위로 근무, 1977년 정승화 육사교장 전속부관으로, 79년 소령으로 참모총장 전속부관 일을 하다, 정승화 연행과정에서 총상, 이후 육군대학에 입교할 때까지의 일기다. 그는 육군대학에서 군수 전산시스템 설계 및 구축으로 주특기 전환, 준장을 거쳐 군인공제회 등에서 국방 정보화 분야를 일궜다.
그는 왜 이 시기에 45년 전의 일기를 꺼내 보고 이 책을 펴내려 한 것인가?, 이제 세월이 흘러 입을 다물고 살지 않아도 된다는 암묵적 양해가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윤석열 정권에 들어 군대의 역할 등에 뭔가 새로운 주문이 톺아보기가 필요했던 것일까,
1979.10.26. 중앙정보부 안전가옥 중 한 군데서 울려 퍼진 총성, 신군부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서른한 살의 육군참모총장의 전속부관으로 총상을 입고 구사일생을. 그의 일기가 10.26과 12.12의 중심부 깊숙이 다루는 건 아니다. 김신조의 청와대공격을 계기로 군기 강화된 육사 생도 시절, 초급장교 시절 그가 맡았던 업무들에 관한 감상이 적혀있다. 그 일기 속에는 정치군인들의 이야기보다는 야전 장교들의 업무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실려있다.
이 책<현대사 사건 수행 일기> 구성은 6장이며, 1장은 육사 4년 동안의 일기다. 2장은 유신 시대, 군인의 길을 걷다. 3장부터 6장까지는 정승화 육사교장과의 인연을 시작으로 참모총장, 12.12로 총상을 입고 감방에 갇혀있는 동안까지의 이야기다. 현대사 사건이란 아마도 그날 당일만을 의미하지 않고 적어도 70년 말, 균형추의 흔들림이 시작되던 그 순간, 즉 사건의 전조 혹은 배경까지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초급장교가 되기까지, 육군사관생도의 길
60년대 말 70년대 초 육군사관학교의 풍경 또한 참고할 만하다. 왜 직각으로 식사를 하는지, 또 그렇게 걸어 다니는지, 오일쇼크 때 군대 내에서도 기름 아껴 쓰기다. 하루하루 적은 일기장 속에서 색다른 주제로 바뀔 때만 뽑아 올린 듯하지만, 이것만 보더라도 초급장교의 군대 생활이 어떠한지. 중간쯤에 “유신 사무관”이란 제도 소개도 나온다. 군대 엘리트를 공무원 세계에서도 활용해보자는 것인지, 아니면 넘쳐나는 위관급 장교들에 대한 배려인지…. 이렇게 해서 생긴 유신 사무관제도 지금은 사라졌지만, 한때는 유행했었다.
이 책의 중심은 아무래도 10.26. 12.12다, 김재규와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의 사전모의설로 발표됐고, 육참총장은 이등병으로 불명예제대를 했는데, 지은이는 정 총장을 참군인이라고 했다. 대학교수처럼 온화한 품성을 지녔다고, 아무래도 야심만만에 출세욕에 굶주린 장군은 풍기는 기운부터가 다르지 않을까 싶다. 차지철의 전횡, 호가호위하듯, 제멋대로 경호 휘장을 만들어 삼군참모총장에게 차게 하지 않나, 서열상 윗사람인 국무위원들을 부하 부리듯 하는 태도는 군 상층부에서도 소문이 날 정도였다고,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난 듯, 10.26. 그날의 총성은 예견된 듯, 그런데 왜 정승화 장군을, 반역죄로 몰았을까?, 박정희 쿠데타 때 장도영을 올려놓고 치듯이 이번에도 정승화를 나무 위에 올려놓고 친 것인가? 자세한 내용은 법원의 판결문에 나와 있다. 내란음모방조죄는 무죄라고, 정승화 대장은 18년 만에 명예를 회복했다. 그는 군인들의 정치개입에는 반대였고 하나회를 견제, 장태완 장군을 수도경비 사령관으로 임명했을 정도다. 하지만 그 역시도 신군부에 저항하다 아버지와 자식을 잃기도, 정병주 특전사령관도 저항하다 의문사를,
지은이의 감방 생활 10일 차(1980.1.16.(수) 일기 “또다시 엄습해 오는 자괴감”
“그날 저녁, 방문한 사람들의 수상한 점을 파악하여 총장님(정승화 대장)을 대피시켰더라면 어쨌을까? 그날 저녁 나와 경호 장교가 권총을 차지 않았더라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까? 상황 인식이 부족했던 나의 판단이 역사적 사건의 원인이 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자꾸만 자괴감이 엄습해 와 너무나 괴로웠다.”
이런 내용의 일기는 80.1.31. 감방 생활 25일 차까지 이어진다. 50일 만에 아내와 딸이 기다리는 집으로. 80.3.12(수) 전해 육군대학으로 이사에서 글은 끝난다.
그는 감방 생활 동안, 올바른 군인의 길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했다고 쓰고 있다. 80.1.30(수) 감방 생활 24일 차에 “인생의 갈림길에서 소신을 적어 제출하다”, 첫째, 군인은 명령에 따라 직속 상관을 만난다. 둘째, 군인은 명령에 따라 총을 쏜다. 셋째, 내가 건강해야 체력이 무기다. 라고 적었다.
이미, 정승화 육참총장은 신군부의 덫에 걸렸다. 김재규와 사전 모의했다는 것이고, 적어도 김재규의 행동을 방조했다는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전두환, 노태우 등 신군부의 쿠데타를 일으킨 범죄인들은 법의 심판을 받았다. 어쨌든, 박정희가 키운 군인들이 하나회를 만들고, 결국 그의 뒤를 이어.
아무튼, 한국 현대사의 깊은 상흔을 남긴 두 번의 군부 쿠데타와 국민을 지키는 군대가 국민을 향해 착검하고 찔러 총과 조준사격, 학살이다. 어떤 이유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쿠데타세력들은 여전히. 5.18진상규명도 막혔다.
지은이의 일기는 조국 방위의 간성으로 군문에 들어선 들어서려는 장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군인의 충성대상은 국민이며, 군인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며, 국가를 보위해야 할 숭고한 의무가 있음을, 10.26.12.12에 관련됐던 신군부에 저항한 장군들의 육필수기도 있지만, 이 책은 초급장교 시절부터 중급 장교까지 동안의 일기와 역사적 사건에 관한 당시의 심경(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사의 기로 굳은 신념을 지닌 사람만이, 적어도 45년 전 그대로라면 군인의 길 역사물로써도 손색이 없을 정도)을 기록으로 남겼다는 점이다. 미국은 군인에 대한 존경심을 절대적으로 강조한다. 전투 수행 중 사망했다면 시간이 얼마나 지났건 장소가 어디건 반드시 시체를 회수해야 한다는 믿음과 원칙이 퇴역 후에는 연금 등으로 국가에 대한 충성을 보상한다는 태도다. 우리는 현실은 어떨까?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