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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에이전트의 겉과 속
박성배.전종환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8월
평점 :
스포츠 에이전트 산업의 필요성 주장의 명암
이 책은 <스포츠 에이전트, 천사인가 악마인가?>의 개정판이다. 스포츠 에이전트라는 용어는 비교적 생소하다. 에이전트 산업의 안내서라는 의미에서 <스포츠 에이전트의 겉과 속>이란 제목을 붙인 듯하다.
책 구성은 14장이며, 산업소개의 총론(1~4장), 1~2장에서는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의 필요성과 산업의 역사와 발전과정을, 3장은 세계적인 톱 에이전트의 수입 규모를, 4장에서는 국내시장의 규모 등을, 5~8장은 야구, 축구, 농구, 배구와 올림픽과 격투기, 프로골프 선수 시장을 다룬다. 9장에서는 문헌과 미, 일의 사례를, 10~11장 분쟁 사례를, 12장에서는 에이전트에 대한 6가지의 궁금증에 대한 답을, 13~14장에 서는 에이전트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제언을 담아, 스포츠 에이전트란 무엇이며, 한국 사회에서 에이전트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논한다.
우리 사회에 스포츠 에이전트란 개념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1990년 중반에 나왔던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제리 맥과이어>를 통해서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의 스포츠산업 시장 규모는 78조(스포츠 산업백서, 2022년 기준)다.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된 곳은 프로야구, 축구, 농구, 배구 정도인데, FIFA 인증의 에이전트는 100명 수준이다. 농구와 배구는 사실상 외국 선수에 대해서만 인정한다. 물론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구체적인 자격 규정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국내시장의 협소함과 에이전트로 인한 불협화음(사기, 횡령의 경제적 범죄, 사례소개로 10~11장 참조)도 작용하지만, 이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말처럼 황당하게 들린다.
한국형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 필요성의 명암
한국 프로야구선수협의회는 2009.12. 노조결성을 결정했지만, 여전히 선수협으로 활동하고 있다. 프로선수도 노동자이긴 마찬가지이고, 이 책에서도 저연봉(고용불안의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일하는 사람으로서 프로선수의 생명은 그리 길지 않아, 평균 8.5년 정도이며, 비교 대상으로 삼는 직장인들의 평균 근속연수 15.8년(2023)이다.
최저연봉은 3천만 원이다. 자, 이렇게 보면, 정규직 직장인들이 대략 16년 동안의 수입은 8억 원, 프로야구 최저연봉으로 9년을 일하면 2.5억 원, 프로야구 국내 선수의 평균으로 보자면 12.5억 원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프로야구 선수의 연봉은 상위 0.01%에 드는 수십억 원과는 거리가 꽤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에이전트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에이전트 제도는 여느 사회활동과 마찬가지로 동전의 양면, 즉 명암이 존재한다. 첫째 연봉협상 때 구단주와 면대면으로 진행하는 데서 오는 심리적 부담감, 내가 왜 이 정도 금액의 연봉을 받아야 하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선수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둘째, 금지 약물 복용 등 곤란한 상황에서 자신의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지, 이때 도움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변호사만 대리할 수 있고, 2명 이상의 선수 계약에는 관여할 수 없다고 규정했지만, 부칙에 대리인제도 시행을 유보하고 있어, 사실상 에이전트 제도는 인정하지 않는다.
셋째, 연봉 이외의 수입원이 없는 선수에게 광고 계약, 스폰서십 계약의 기회가 생겨 잠재적으로 스포츠산업 시장의 체인 효과(프로야구선수 김병현/소속사,KX엔터테인먼트, 피겨스케이팅선수 김연아/소속사, 올댓스포츠, 리듬체조선수 손연재/소속사, 리프스튜디어) 발생, 광고시장에서 스포츠 선수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 넷째, 다른 직업군과 비교하여 생명이 그리 길지 않아, 제2의 경력계발 등과 진로선택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 등이 긍정적으로 보인다. 선수의 권익 보호와 경제활동, 은퇴 후 직업선택 등, 토탈케어라는 측면에서 법률, 마케팅, 회계, 재정 등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은이들의 분석은 긍정적이다.
원론적으로 보는 위와 같은 긍정적인 요소가 있지만, 국내시장, 아마추어든 프로든 에이전트 제도를 어떻게 생각할까,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현실, 연봉의 상한과 구단의 재정, 선수층 등 종목과 현장의 사정이 달라서 찬반양론은 여전히 존재한다.
스포츠 에이전트 산업발전을 위한 제언
지은이들은 문헌과 실태조사 등을 바탕으로 에이전트 제도에서 “자격”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음으로 프로스포츠 선수협회 활성화가 먼저, 선수협은 선수들의 권리보호단체다. 임금협상과 경기운영 등에 관한 교섭 등을 해야 하지만, 실제로 축구, 야구만 있을 뿐이다. 노조든 선수협이든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이런 제도를 규율하는 법정비가 따라야 한다. 신사협정이 잘 지켜지면 좋지만, 이 역시 이해관계가 얽히면 힘의 논리가 작용하기에,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법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스포츠산업의 전체적인 이미지와 에이전트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한편 에이전트 제도의 한계와 문제점 또한 균형 있게 다루고 있다. 스포츠산업에서도 여전히 정규, 비정규, 불완전 고용, 1년 계약직, 최저연봉, 자유계약선수 등, 다양한 문제가 있다. “프로니까” 이전에 이들은 직업으로서의 스포츠 선수라는 점에 무게들 두고 봐야 할 듯하다. 스포츠 선수의 “인권”과 “노예제도”와의 경계선에서 지속적인 자구 노력을 요구하는 건 무리다. 이는 또 다른 쟁점이기도 하겠지만.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