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로 보고 그림으로 듣는 음악인류학 - 불교와 세계종교
윤소희 지음 / 민족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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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소리


단순한 음성, 소통의 도구가 아닌 연기법으로 해석한 지은이, 애초 창조자를 알 수없는 힌두교에서 소리는 존재 형식인 말씀으로 그리고 이를 읊는 사제들의 음성을 신성의 실체로 봤다, 여기서 비롯된 음성은 우주의 궁극인 범(梵, 브라흐만)과 자신의 실체 아(我, 아트만)가 하나가 되어 ‘범아일여’를 추구했다고, 음성 에너지의 효력을 알게 된 사제들은 갖가지 진언으로 주술을 부리며, 민중을 현혹, 신의 대리자로서 절대적 권위를 누르게 됐다는 설명이 고등종교의 출현과 맞물리면서, 종교+음악을 어떤 관점에서 볼 것인가 하는 눈을 갖게 해 준다. 


이 책은 불교음악에 중심으로 두고,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붓다의 범음성(梵音, 스님들의 독경이나, 범왕의 음성 등으로 사전에서는 풀이해놓고 있다), 종교음악은 이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진리 전달 수단이나, 불교의 경우는 종조가 직접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특징이 있다고, 아무튼 법구경을 붓다의 노래 모음집이라고 할 만큼 운율이 아름답다고 평한다. 붓다의 음성을 범패(梵唄, 붓다 찬미의 노래)이며, 범패의 원음은 붓다의 음성이라고.


이 책의 구성은 2장 10절 체재이며, 1장은 인도, 중국, 한국을 통섭하였다는 주제 아래 인도의 음성행법과 붓다의 범음성, 유교와 도교의 제사와 음악, 속마음이 달랐던 조선의 악정(樂政), 여기서는 세종과 세조의 치세 염원과 불교음악의 관계를 들여다보면서 한국인의 기질과 음악을 논한다. 인도의 불교, 중국의 유, 도, 조선의 불교 그리고 한국인의 기질과 음악을 한데 묶어놓았다. 2장은 이슬람, 기독교, 불교로 서역 너머의 세계를, 아라비아와 인도의 만남으로 수피춤, 인류문명과 호모뮤지카, 다르지만 통하는 기독교와 불교음악, 소리를 보고 그림을 듣다 순으로 실려있다. 이른바, 종교와 음악, 이슬람, 기독교, 불교 세계 3대 종교의 소리는 어떻게 기원했는가, 그리고 이들 음악의 특징과 목적은 무엇이며, 현재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미래의 방향과 모습은 또 어떻게 펼쳐질지, 흥미로운 주제와 내용, 접근방법까지 오랜 시간의 연구 결과가 담겨져 있다.


이슬람 수피들과 처용의 정체


열병신(병을 옮기는 귀신)을 쫓아내기 위해 불렀다는 처용가는 주술적이다. 이를 두고 처용의 체념과 관용, 벽사진경(나쁜 귀신을 쫓고 기쁜 일을 맞이함) 신라 시대 향가로 시험에 나올 만큼 중요하고 이에 관한 해석 또한 다양하다. 마침 지은이의 “이슬람 수피들과 처용의 정체”라는 글이 눈에 들어온다. 정수일은 처용을 아라비아 상인으로 추정, 처(處), 용(龍)의 훈을 통해 용안(龍?)의 가면을 쓰고 역신을 쫓는 사람으로, 강신항 등은 처용의 어원을 무속신앙의 사제 혹은 차차웅에서 비롯된 액막이 무가로 해석한다. 


지은이는 879년 5월 3일 신라 헌강왕이 행차를 하다 울산 개운포에 당도, 안개가 자욱하여 앞을 볼 수 없었다. 절을 지었더니 안개가 걷히고 생김새와 차림새가 괴이한 사람이 노래하고 춤을 추며 왕 앞으로 나오더니 ‘나는 용왕의 아들’이라고 했으니 그가 바로 처용이라고 설화는 전한다. 처용이 무슬림이었든 아니었든 이슬람의 수피파에 속하는 서역(중앙아시아, 아프가니스탄 일대)에서 온 사람으로 수피의 춤을 췄던 게 아니냐고 보는 것이다. 처용이 자신을 드러내 보이며 추었던 춤 너머로 보이순과 타슈켄트에서 기쁜 날 일상적으로 추는 춤, 몰아 경지에 들었던 수피의 문화 전파 경로에 처용이 겹쳐 보인다.


통도사와 범어사의 서역 전래 사천왕의 비파


비파는 음악과 미술이 만나는 장르다. 우리 산천 곳곳의 절집 사천왕은 제각각의 모습이다. 통도사와 범어사(통범)의 영남 범패는 아직도 오래전 모습을 간직하고 있단다. 세종, 세조를 거치면서 잠시 숨통이 트였던 불교는 다시 조여드는 고삐에 불교의 상징이었던 비파는 사라졌다. 비파가 곧 불교였기에. 통일 신라 비파 음악의 유행은 불교의 전성기와 맥을 같이 했듯이 억불의 조선에서 비파 음악은 사라질 운명이었다. 아무튼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절집의 사천왕이 들고 있는 비파, 


소리를 보고 그림으로 듣는


소리를 곧 보이는 진언이며, 법음성이다. 음성이 전하는 구절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듯, 이렇게 보이는 것이고, 소리 없는 그림 속 악기들이 내는 소리를 상상해내는 것으로 곧 듣는 것이 된다. 고대인들이 목숨 바쳐 달성하고자 했던 것은 자신들의 생각한 우주의 궁극, 즉 신에게 다다르고자 했던 것이었고, 그 매개가 음향이었다. 만물이 잠에서 깨어날 무렵 절집에서 두들기는 목어통. 그 메아리를 듣고 생명이 깨어난다. 무엇이든 음향은 곧 궁극에 다다른다는 생각 때문에, 종교음악의 기능이다. 우주와 소통하고자 하는 소리는 내는 것이 곧 음악이란 말이다. 


이 책의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한 곳에 생각이 머문다. “소리” 음향의 의미다. 붓다의 소리는 진리 전달의 수단이며, 종교, 신에게 다다르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점이 인상 깊다. 소리의 인문학이든, 종교와 음악에 관한 인문학이든 꽤 흥미로운 책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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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를 사랑하는 일 - 흔들리고 아파하는 너에게 전하는 가장 다정한 안부
사과이모 지음 / 책과이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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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를 사랑하는 일


지은이 사과이모는 진로 상담사와 독서 모임 운영자로 살아오면서 만났던 사람들과 마음공부를 하면서 진짜 ‘나’와 만났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소명이란 오직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것, 그것뿐”이 아니겠느냐고 되뇐다.


요즘, 세상이 하도 수상한지라 “나”, “마음”이란 주제의 책이 봇물 터지듯 서점가에 쏟아져 나온다. 세상은 바삐 눈이 뱅글뱅글 돌 정도로 정신없이 돌아가는데, 나는 늘 제자리에서 미래의 나를 꿈꾸지도 못하고 불안에 떨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 이 자체가 사회 병폐가 아닐까 싶다. 이 에세이는 마음의 울림이다. 나는 혹은 당신은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 다만, 그게 맞는 건지 모호하고 그래서 불안할 뿐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리고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처럼, 우리 인생에 신호등이 있어, 서행, 주행, 정지를 제때 알려준다면 그 인생에는 사고가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그 신호등은 내 안에 있고, 밖으로 향한 눈에는 절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지 못한다. 


나는 누구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건 뭐지, 어느 TV 시사프로의 한 장면처럼, 아버지는 딸이 자신처럼 예술을 한답시고, 고달픈 생을 살지 않았으면 한다고, 딸은 아버지 몰래 드럼을 치며 진짜 하고 싶은 건 이거라고, 그런데 아빠의 자신에게 거는 기대를 알기에 힘들다고.


결국, 아버지는 딸이 원하는 게 뭔지, 딸이 드럼을 치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사는 게 행복이 아닐까 하는. 해피엔딩이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숱하게 있다. 


이 책은 지은이가 만나고, 경험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3부로 엮었다. 1부는 ‘결국 나를 마주하는 일’이란 제목 아래, 인생에도 신호등이 있었으면 좋겠다. 포기란 선택할 줄 아는 용기, 인생은 계획된 우연일까 하는 글이 실려있다. 2부는 지금, 이 순간 사랑할 것, 지금 여기, 사랑, 대파에 감동하는 사람, 여기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말 너머의 말, 깨어지기 쉬운 아름다움 등이 실렸다. 마지막 3부는 삶을 사랑하며 나로 살아가며, 열 살 꼬마 스승님, 열매가 익도록 내버려 두라고 등의 글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사색해보라며.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방황하고 있는 너에게, “인생에도 신호등이 있다면 좋겠다.”


학생들과 상담을 마치고 완전히 지쳐버린 어느 날, 스스로 이렇게 물었습니다. 네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상담자는 어떤 모습이야?, 답은 내담자의 질문에 명쾌하게 답변해주고 길을 안내해주는 상담자, 지은이가 정의하는 상담자의 모습 ‘다 아는 자’의 모습이었다. 그러니 애가 쓰일 수밖에. 아이들 앞에서 잘 아는 어른이고 싶었던 욕망을 던져버리고, 모르는 것을 부족한 모습으로 여기지 않고 그 사실을 인정하고 성실히 찾아본 후 내담자에게 전하는 것이 건강한 상담자라고, 이미 지은이는 자신이 노란 불 앞에 와 있음을 알았다. 이런 사실을 부정하지도 않는다. 겸허히 받아들인다. 


인생에는 신호등이 없다. 경고등도 안전하니 진행하고, 위험하니 멈추라는 신호도 없다. 다만, 내 안에 나에게서 전해오는 신호에 따를 뿐이다. 대개의 사람은 내 안의 신호를 알아차릴 여유가 없다. 그저 밖에서 눈앞에 보이는 신호만을 찾을 뿐, 그래서 결국 나를 마주하는 순간을 애써 찾아보라는 것이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진짜가 아닌 꾸며낸 모습일 수 있기에, 동화 같은 사랑을 찾아, 먼 곳까지 찾아다녀 보지만, 정작 가까이에 있는 아주 보잘것없는 게 사랑이라는 걸 깨닫는 때, 


어떻게 하면 이런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막막할 때, 머리로 헤아리고 잘하려고 애쓰기보다 지금 여기서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자연 속을 거닐며 잘 보고 듣고 느끼면서 생명의 근원과 더불어 호흡하면서 내 안에 나에게 물어봐, 나는 인생에서 무엇을 가치 있다고 여기는지,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살아야 눈을 감는 순간 후회하지 않을지, 지금 내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봄을 누구와 어떻게 경험할지, 주파수를 켜고 내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봐. 이미 답은 나와 있고, 또 이미 알고 있다. 지금 내가 어디로 향해 가야 하는지를.


사과이모의 글은 읽을수록 단맛이 난다. 마치 생쌀을 입에 넣고 오랫동안 씹을 때의 느낌처럼, 흔한 아포리즘의 연속인 듯 보이지만, 글에서 향이 난다. 그 향에 취해 내 안을 들여다보게 된다. 


독서 모임, 진로상담사라는 정신활동 혹은 지적 노동, 활동이든 노동이든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경제문제도 해결하는 활동은 우리가 원하는 가장 바람직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적혀 있는 모든 것이 적어도 노자가 말하는 “자중자애”을 품고 있다.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또 사랑하라. 세상의 주인공은 ‘나’다. 내 인생을 다른 사람이 쥐고 흔들게 하지 말라. 나를 깨닫는 순간,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그 답은 나와 있다. 정답은 "너다"라는 말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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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에이전트의 겉과 속
박성배.전종환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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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에이전트 산업의 필요성 주장의 명암 


이 책은 <스포츠 에이전트, 천사인가 악마인가?>의 개정판이다. 스포츠 에이전트라는 용어는 비교적 생소하다. 에이전트 산업의 안내서라는 의미에서 <스포츠 에이전트의 겉과 속>이란 제목을 붙인 듯하다. 


책 구성은 14장이며, 산업소개의 총론(1~4장), 1~2장에서는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의 필요성과 산업의 역사와 발전과정을, 3장은 세계적인 톱 에이전트의 수입 규모를, 4장에서는 국내시장의 규모 등을, 5~8장은 야구, 축구, 농구, 배구와 올림픽과 격투기, 프로골프 선수 시장을 다룬다. 9장에서는 문헌과 미, 일의 사례를, 10~11장 분쟁 사례를, 12장에서는 에이전트에 대한 6가지의 궁금증에 대한 답을, 13~14장에 서는 에이전트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제언을 담아, 스포츠 에이전트란 무엇이며, 한국 사회에서 에이전트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논한다. 


우리 사회에 스포츠 에이전트란 개념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1990년 중반에 나왔던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제리 맥과이어>를 통해서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의 스포츠산업 시장 규모는 78조(스포츠 산업백서, 2022년 기준)다.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된 곳은 프로야구, 축구, 농구, 배구 정도인데, FIFA 인증의 에이전트는 100명 수준이다. 농구와 배구는 사실상 외국 선수에 대해서만 인정한다. 물론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구체적인 자격 규정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국내시장의 협소함과 에이전트로 인한 불협화음(사기, 횡령의 경제적 범죄, 사례소개로 10~11장 참조)도 작용하지만, 이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말처럼 황당하게 들린다. 


한국형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 필요성의 명암


한국 프로야구선수협의회는 2009.12. 노조결성을 결정했지만, 여전히 선수협으로 활동하고 있다. 프로선수도 노동자이긴 마찬가지이고, 이 책에서도 저연봉(고용불안의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일하는 사람으로서 프로선수의 생명은 그리 길지 않아, 평균 8.5년 정도이며, 비교 대상으로 삼는 직장인들의 평균 근속연수 15.8년(2023)이다. 


최저연봉은 3천만 원이다. 자, 이렇게 보면, 정규직 직장인들이 대략 16년 동안의 수입은 8억 원, 프로야구 최저연봉으로 9년을 일하면 2.5억 원, 프로야구 국내 선수의 평균으로 보자면 12.5억 원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프로야구 선수의 연봉은 상위 0.01%에 드는 수십억 원과는 거리가 꽤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에이전트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에이전트 제도는 여느 사회활동과 마찬가지로 동전의 양면, 즉 명암이 존재한다. 첫째 연봉협상 때 구단주와 면대면으로 진행하는 데서 오는 심리적 부담감, 내가 왜 이 정도 금액의 연봉을 받아야 하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선수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둘째, 금지 약물 복용 등 곤란한 상황에서 자신의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지, 이때 도움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변호사만 대리할 수 있고, 2명 이상의 선수 계약에는 관여할 수 없다고 규정했지만, 부칙에 대리인제도 시행을 유보하고 있어, 사실상 에이전트 제도는 인정하지 않는다. 


셋째, 연봉 이외의 수입원이 없는 선수에게 광고 계약, 스폰서십 계약의 기회가 생겨 잠재적으로 스포츠산업 시장의 체인 효과(프로야구선수 김병현/소속사,KX엔터테인먼트, 피겨스케이팅선수 김연아/소속사, 올댓스포츠, 리듬체조선수 손연재/소속사, 리프스튜디어) 발생, 광고시장에서 스포츠 선수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 넷째, 다른 직업군과 비교하여 생명이 그리 길지 않아, 제2의 경력계발 등과 진로선택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 등이 긍정적으로 보인다. 선수의 권익 보호와 경제활동, 은퇴 후 직업선택 등, 토탈케어라는 측면에서 법률, 마케팅, 회계, 재정 등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은이들의 분석은 긍정적이다. 


원론적으로 보는 위와 같은 긍정적인 요소가 있지만, 국내시장, 아마추어든 프로든 에이전트 제도를 어떻게 생각할까,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현실, 연봉의 상한과 구단의 재정, 선수층 등 종목과 현장의 사정이 달라서 찬반양론은 여전히 존재한다. 


스포츠 에이전트 산업발전을 위한 제언


지은이들은 문헌과 실태조사 등을 바탕으로 에이전트 제도에서 “자격”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음으로 프로스포츠 선수협회 활성화가 먼저, 선수협은 선수들의 권리보호단체다. 임금협상과 경기운영 등에 관한 교섭 등을 해야 하지만, 실제로 축구, 야구만 있을 뿐이다. 노조든 선수협이든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이런 제도를 규율하는 법정비가 따라야 한다. 신사협정이 잘 지켜지면 좋지만, 이 역시 이해관계가 얽히면 힘의 논리가 작용하기에,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법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스포츠산업의 전체적인 이미지와 에이전트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한편 에이전트 제도의 한계와 문제점 또한 균형 있게 다루고 있다. 스포츠산업에서도 여전히 정규, 비정규, 불완전 고용, 1년 계약직, 최저연봉, 자유계약선수 등, 다양한 문제가 있다. “프로니까” 이전에 이들은 직업으로서의 스포츠 선수라는 점에 무게들 두고 봐야 할 듯하다. 스포츠 선수의 “인권”과 “노예제도”와의 경계선에서 지속적인 자구 노력을 요구하는 건 무리다. 이는 또 다른 쟁점이기도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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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는 왜 그랬을까 1 - 시련을 기회로 바꾼 삼국지 역경 극복 처세술 유비는 왜 그랬을까 1
천위안 지음, 정주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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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는 왜 그랬을까 


지은이 천 위안은 이 책<유비는 왜 그랬을까>에서 유비를 처세술의 달인, 시련과 위기를 “겸손”으로 극복한 인물로 그린다. 다른 말로 바꾸면 유비는 왜 “겸손”이라는 심리전략을 채택했을까? 라는 물음이 될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을 풀어가는 지은이의 접근, 혹은 방법론은 심리설사(心理設史)라는 것인데, 심리설사는 현대 심리학 이론(사회, 성격, 발달, 진화, 인지, 생물 심리학을 적용)과 경영학 등의 사회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중국전통 문화 속 유, 불, 도와 서양철학 체계의 개인적 깨달음을 매개로 역사 속 인물, 사건을 분석하는 방법론이다.


이전 작품,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시리즈에서 다루는 조조, 제갈량, 관우, 유비, 손권, 사마의를 심리설사 방법론으로 다뤘다. 이번 시리즈는 “시련을 기회로 바꾸는 삼국지 역경 극복 처세술”이란 주제로 유비를 다룬다. 전자의 인물들을 현대심리학으로 접근했지만, 후자는 처세술이라는 열쇳말로 각 인물을 분석한다. 


심리학자의 역사관, 첫째는 절대적으로 진실한 역사란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아는 것만 존재한다고 믿고, 믿는 것이 곧 진실이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유비"의 처세술 또한 역사다. 


시련을 기회로 바꾼 유비의 무기 “겸손” 


이 책은 3부 30개의 눈여겨봐야 할 소제목으로 구분됐다. 1부 도원에 서다(8개)는 이른바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를 다룬다. 세 영웅의 심리를 그리는데, 꽤 흥미롭다. 뜻을 세우고 세상을 보자 등이 실려있다. 2부는 서주의 주인으로 서다(13개)에서는 겸손이 자신을 가장 돋보이게 한다. 이익이 보이면 동지가 적으로 변한다는 귀한 교훈을, 3부 영웅을 탐하다(9개) 에서는 영웅의 눈에는 영웅이 없다. 절망에 빠진 순간 잡을 지푸라기도 사라진다 등이, 또 여기에 “시련을 기회로 바꾸는 역경 극복 처세술”을 한 꼭지씩 담아두었는데, 이 책에서 우선 기억해둬야 할 내용이라 새겨두자. 청나라 초대황제 누루하치는 삼국지연의를 역사적 사실이라 믿었다. 이는 주변에 영향을 미쳐, 누루하지 아들 홍타이지는 황위에 오르자 삼국지연의 주유처럼 반간계를 이용하여 명나라 숭정제와 원숭환을 이간질하여 원숭환을 죽이는데 성공한다. 이처럼 현실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데도 진실한 역사가 아닌가?...


도원결의에 이르는 과정, 유비와 장비, 관우의 만남을 심리학으로 풀어내는 대목이 인상적인데, 올라가지 못할 나무는 없다(점화 효과)를 진리 차원으로 끌어올리는데, 이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일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중학생 때부터 책상 앞에 “대통령 김영삼”이라 적어놓고 꿈을 키웠다고 했다. 유엔 사무총장을 지냈던 반기문 역시도 외교관을 꿈꾸며, 꾸준히 그 길을 향해서.


삼국지연의에서 성격이 급한 장비, 신의를 목숨처럼 여기는 관우라는 이미지는 실제와는 관계없이, 사람들의 뇌리에 새겨지게 되는데, 명나라의 학자 풍몽룡은 이를 왜곡이라 질타했다. 아무튼, 이들의 만남과 대화 속에 감춰진 심리는 무엇이었을까, 듣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뇌의 습성 때문일까, 



사람들의 첫 만남, 통성명하고 악수를 하면서 뇌 활동이 시작된다. 이른바 심리 활동이다. 인간의 본성, 무리 동물인 만큼, 서열정리에 들어가는데, 사회적 지위에 따라서 우위를, 장비는 유비와 사귀고자 했을 뿐 그의 아우가 되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물론 사회 지위 살림 형편으로 보자면 장비가 유비보다는 훨씬 나았다. 유비는 이 순간, 돗자리를 짜고 짚신을 만들어 판다고 할 수 없어, 황실을 들먹였다. 바로 이 순간, 장비는 유비를 오해하여, 형님으로 모시게 되는데, “오해”의 힘이 확인된다. 자신이 한 말로 상대를 오해하도록 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 내 의지와는 다르게 말이다. 정의롭다는 오해를 받는 순간 정의로움을 실천할 기반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유비는 진정 “겸손” 했나, 아니면 세상의 “오해”였을까


삼국지의 역사서, 정사와 야사의 평가는 엇갈린다. 특히 나관중의 소설로 알려진 삼국지연의는 펙션이다. 역사적 사실에 작가 상상력을 더한 것이기에 그리고 촉한을 정통으로 보는 그이 관점은 천하 간웅의 상징으로 조조를 그렸다. 실제 조조와는 달리 말이다. 지은이는 유비가 시대의 영웅이 된 자원, 혹은 동력을 무엇이라 봤을까, 좌절과 꺾임, 아마도 “조조”라는 강적 그리고 그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생각 만년 2등, 그래서 올라갈 나무와 목표는 1등 쫓는 것, 거대해서 넘어설 수 없는 벽으로 여겼던 조조가 어느 순간, 영웅의 눈에는 영웅이 없다는 단계에 올라선 것이다. 하사받은 영예는 그저 남들의 도구에 지나지 않음을, 영예를 준 사람은 당신을 통해 자기 영향력을 발휘하려들 것이기에. 이 또한 현대인에게 주는 훌륭한 교훈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보자. “겸손”은 유비가 가장 취하기 쉬운 페르소나(가면)이지 않았을까, 유비에게 잠재된 열등감은 자신감과 우월감으로 바꾸기보다, 겸손이 더 친숙하지 않았을까, 밑바닥을 경험한 유비에게 객관적으로 자신보다 더 나은 배경과 사회적 지위와 힘과 겨룰 수 있는 무기는 몸뚱이 하나밖에 없다. 단지 그 흔하디흔한 “유씨”라는 이름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유비의 겸손은 사전적 의미의 겸손, 즉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가 가장 큰 무기이지 않았을까,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 안에 숨겨진 계산은 때때로 손해를 보는 듯하지만, 결국에는 대의명분을 얻는 데 성공했고, 결국 영웅이 된 것인데, 이에 이르는 과정은 이른바 “심리전략”이라 할 수 있겠다. 겸손이라는 심리전략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일본 사회에서 자주 등장하는 역사적인 인물 3인 방, 전국시대를 통일했던,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이들 중 가장 존경받는 인물은 누구일까, 도쿠가와 이에야스다.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히데요시에게 무릎을 꿇고 그의 시대가 오기만을 기다렸던 인내심과 적을 만들지 않기 위한 태도, 이 역시 바탕에 깔린 것은 겸손이라는 심리전략이 아니었을까 싶다. 유비는 진정 “겸손”했던 것이었을까 아니면 세상 사람의 “오해”였을까, 지은이는 명확하게 말하지 않는다. 말할 필요가 없다. 애초부터 심리전략 중 “겸손”이라는 열쇳말로 유비를 봤기 때문일 것이다. 오해를 바탕으로 세상 사람들이 겸손한 인품의 유황숙이라는 이미지에 그를 맞추는 것이 “무기”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영웅의 자질은 충분한 것이라고 본다면….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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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의 역사 - 라면을 맛보며 문화를 즐긴다
지영준 지음 / 깊은나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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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라면의 역사 


인스턴트 라면의 역사를 거슬러 원류를 찾는 작업과 더불어 세계 수천 종류의 라면을, 60~70년, 끼니를 라면으로 때우던 시절이 있었던 한국,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라면 소비량 1위(1인당 78개)를 달렸는데, 무섭게 성장하는 신흥국 베트남(1인당 81개)에 추월당했다. 하지만 양으로는 여전히 세계 1위일 듯하다. 베트남 라면 한 봉지의 무게와 한국의 라면 한 봉지는 1.5배 차이가 나니 말이다. 


봉지라면과 컵라면, 세계라면 소비량은 1202억 개, 이 중 422억 개(35.1%)로 1위인 중국(1인당 33개 정도), 다음으로 인도네시아 145억 개로 12%, 인도 86억 개 순이다. 컵라면은 소비량은 멕시코로, 라면 중 87%를 차지하여, 끓여 먹는 것보다는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편을 선호한다. 일본도 그렇다. 



인스턴트 라면의 본고장 “일본”


일본 닛신(日淸)식품의 안도 모모후쿠 회장이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을 상품화했다.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전후 복구와 함께 식량난 극복이 현안이었던 상황과도 맞물려 값싼 음식이 요구되던 때였다. 일본의 라면 역사는 에도시대 때부터 등장하는데 중국에서 전해졌고, 메이지기에는 난징(南京)소바(소바는 메밀국수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범위를 넓혀 국수라는 의미다), 중화(中華)소바, 지나(支那)소바 등으로 불리다가 1950년대 말 인스턴트 라면이 나오면서 "라면"으로 굳어진 듯하다.


이 책에서 나오는 오사카 컵라면 박물관 외에 라면 박물관으로 "삿포로라면 박물관"이 있고, 각지의 특징을 드러내는 라면이 있다. 삿포로의 된장(미소) 라면, 규슈지역의 돈코츠(우리 감자탕 맛), 간장 라면, 소금(시오) 라면에 차슈도, 면과 국물이 다양하다. 


마치 우리나라 짜장면처럼, 이를 인스턴트로 만든 게 "짜파게티"이니, 짜장라면의 원조는 한국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우리 식생활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자리한 라면에 어울리는 김밥, 라면+김밥, 이 또한 새로운 식문화가 될 듯하다. 냉동 김밥에 컵라면이든 인스턴트 라면이든. 인스턴트 라면의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은 높다. 하지만 여기에도 분명 명암은 존재한다. 적어도 "신뢰받는 한국 라면",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라면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 없이 "윤리선"을 지켜야 한다. 


러시아에서 유명한 도시락면, 사각 용기라서 더 인기가 있다는 말도, 신라면(컵라면)은 해장거리로 인기가 높다고 전해지기도, 실제 유통기한이 반년쯤 남은 라면을 싸게 사서, 컨테이너 떼기 러시아에 수출한다는 말이 나돌 때도 있었다. 지금도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세계 각지 분쟁, 재난 지역에서 만난 "라면" 비상식량으로 역할을 톡톡해 해내고 있다는 점 또한 기억해둬야 할 듯하다. 





삼양라면, 신라면의 농심, 육개장의 팔도, 한때 삼양라면을 따라잡기 위해 맹추격을 벌였던 "신(辛)"라면의 네이밍, 어려우면 헷갈리니, 매운 라면으로 하면 되지라는 회장의 말이 있어, 신라면 됐다고….


책으로 묶어낸 라면의 역사, 면(麵, 국수면)은 국수라고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만드는 데 품이 많이 드는 음식이라서 흔하게 먹기 쉽지 않았다. "언제 국수 먹여줄 거야"라는 말처럼, 혼인 등 대사 때 내놓는 음식이다. 국수는 면발이 길어 요즘 유행어 면치기(어원도 잘 알 수 없지만)란 말도 있지만, 국수의 수를 목숨 수(壽)로 읽어, 장수하려면 국수를 끊지 않고 후루룩….


아무튼, 라면은 값싼 한 끼 식사로 즐겨 먹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조리시간이 짧다. 김치 하나면 충분, 그런데 사흘 내내 라면만 먹으면 질린다. 두 번 다시 먹고 싶지 않을 만큼 그런데도 며칠만 지나면 또 당기니 마력이라 할 수 있겠다. 영화 <내부자>에서 주인공 안상구(이병헌)의 라면 먹는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바로 "나도 먹고 싶다. 저렇게", <선생 김봉두>에서 나오는 양소석은 호호 불어가면서 기가 막히게 라면을 흡입한다. 이 또한 라면의 마력이 아닌가 싶다. 농심" 너구리"를 사태를 되돌이켜보면,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마도 의견이 갈리는 대목이지 않을까 싶다. 일본에서도 수입했던 "너구리", 많이 탄 가다랑어포를 수프에 넣었다. 여기서 1급 발암물질 벤조피렌이 검출됐다. 농심의 발암물질 라면 사태는 과거 우지라면 파동을 겪어 심각한 경영위기로 시장 퇴출 위기까지 겪은 삼양라면처럼 확대될 수 있고, 농심을 떠나라면 전체 브랜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다.





일본에서는 너구리 리콜(회수)이 없었다. 속사정은 일본인들의 밥상에 자주 오르는 구운 생선, 굽는 과정에서 생길 우려가 있는 벤조피렌을 문제 삼는다면 구운 생선 식품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였다. 


농심의 발암물질 사태 이후, 라면 시장은 어떻게 변했는지


국민의 간식거리 라면,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의 단골 점심 메뉴, 컵라면+삼각김밥이라, 라면을 우리 먹거리의 주인공으로 올려놓고 보면, 우리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먹거리임은 분명하다. 구불구불한 유탕라면발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논란도 있지만, 라면의 고수들은 지혜를 짜내 덜 위험한 라면 먹기라는 자구책을 내놓았다. 유탕 즉 기름으로 튀긴 것이니 기름을 빼고, 수프 양도 조절해서 내 입맛에 맞는 라면으로 만들어 먹는다는 것인데 이 또한 라면 마력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라면에 얽힌 사연들, "틈새라면"의 탄생과 노르웨이의 미스터 리 라면의 분투기, 지역농산물로 만들어 낸, 감자라면 등 개성이 있는 독특한 라면 상품들, 이제는 배고픔을 때우는 한 끼가 아니라 식도락으로서 "라면"으로 문화로서 "라면"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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