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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를 사랑하는 일 - 흔들리고 아파하는 너에게 전하는 가장 다정한 안부
사과이모 지음 / 책과이음 / 2024년 6월
평점 :
결국 나를 사랑하는 일
지은이 사과이모는 진로 상담사와 독서 모임 운영자로 살아오면서 만났던 사람들과 마음공부를 하면서 진짜 ‘나’와 만났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소명이란 오직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것, 그것뿐”이 아니겠느냐고 되뇐다.
요즘, 세상이 하도 수상한지라 “나”, “마음”이란 주제의 책이 봇물 터지듯 서점가에 쏟아져 나온다. 세상은 바삐 눈이 뱅글뱅글 돌 정도로 정신없이 돌아가는데, 나는 늘 제자리에서 미래의 나를 꿈꾸지도 못하고 불안에 떨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 이 자체가 사회 병폐가 아닐까 싶다. 이 에세이는 마음의 울림이다. 나는 혹은 당신은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 다만, 그게 맞는 건지 모호하고 그래서 불안할 뿐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리고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처럼, 우리 인생에 신호등이 있어, 서행, 주행, 정지를 제때 알려준다면 그 인생에는 사고가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그 신호등은 내 안에 있고, 밖으로 향한 눈에는 절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지 못한다.
나는 누구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건 뭐지, 어느 TV 시사프로의 한 장면처럼, 아버지는 딸이 자신처럼 예술을 한답시고, 고달픈 생을 살지 않았으면 한다고, 딸은 아버지 몰래 드럼을 치며 진짜 하고 싶은 건 이거라고, 그런데 아빠의 자신에게 거는 기대를 알기에 힘들다고.
결국, 아버지는 딸이 원하는 게 뭔지, 딸이 드럼을 치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사는 게 행복이 아닐까 하는. 해피엔딩이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숱하게 있다.
이 책은 지은이가 만나고, 경험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3부로 엮었다. 1부는 ‘결국 나를 마주하는 일’이란 제목 아래, 인생에도 신호등이 있었으면 좋겠다. 포기란 선택할 줄 아는 용기, 인생은 계획된 우연일까 하는 글이 실려있다. 2부는 지금, 이 순간 사랑할 것, 지금 여기, 사랑, 대파에 감동하는 사람, 여기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말 너머의 말, 깨어지기 쉬운 아름다움 등이 실렸다. 마지막 3부는 삶을 사랑하며 나로 살아가며, 열 살 꼬마 스승님, 열매가 익도록 내버려 두라고 등의 글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사색해보라며.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방황하고 있는 너에게, “인생에도 신호등이 있다면 좋겠다.”
학생들과 상담을 마치고 완전히 지쳐버린 어느 날, 스스로 이렇게 물었습니다. 네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상담자는 어떤 모습이야?, 답은 내담자의 질문에 명쾌하게 답변해주고 길을 안내해주는 상담자, 지은이가 정의하는 상담자의 모습 ‘다 아는 자’의 모습이었다. 그러니 애가 쓰일 수밖에. 아이들 앞에서 잘 아는 어른이고 싶었던 욕망을 던져버리고, 모르는 것을 부족한 모습으로 여기지 않고 그 사실을 인정하고 성실히 찾아본 후 내담자에게 전하는 것이 건강한 상담자라고, 이미 지은이는 자신이 노란 불 앞에 와 있음을 알았다. 이런 사실을 부정하지도 않는다. 겸허히 받아들인다.
인생에는 신호등이 없다. 경고등도 안전하니 진행하고, 위험하니 멈추라는 신호도 없다. 다만, 내 안에 나에게서 전해오는 신호에 따를 뿐이다. 대개의 사람은 내 안의 신호를 알아차릴 여유가 없다. 그저 밖에서 눈앞에 보이는 신호만을 찾을 뿐, 그래서 결국 나를 마주하는 순간을 애써 찾아보라는 것이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진짜가 아닌 꾸며낸 모습일 수 있기에, 동화 같은 사랑을 찾아, 먼 곳까지 찾아다녀 보지만, 정작 가까이에 있는 아주 보잘것없는 게 사랑이라는 걸 깨닫는 때,
어떻게 하면 이런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막막할 때, 머리로 헤아리고 잘하려고 애쓰기보다 지금 여기서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자연 속을 거닐며 잘 보고 듣고 느끼면서 생명의 근원과 더불어 호흡하면서 내 안에 나에게 물어봐, 나는 인생에서 무엇을 가치 있다고 여기는지,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살아야 눈을 감는 순간 후회하지 않을지, 지금 내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봄을 누구와 어떻게 경험할지, 주파수를 켜고 내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봐. 이미 답은 나와 있고, 또 이미 알고 있다. 지금 내가 어디로 향해 가야 하는지를.
사과이모의 글은 읽을수록 단맛이 난다. 마치 생쌀을 입에 넣고 오랫동안 씹을 때의 느낌처럼, 흔한 아포리즘의 연속인 듯 보이지만, 글에서 향이 난다. 그 향에 취해 내 안을 들여다보게 된다.
독서 모임, 진로상담사라는 정신활동 혹은 지적 노동, 활동이든 노동이든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경제문제도 해결하는 활동은 우리가 원하는 가장 바람직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적혀 있는 모든 것이 적어도 노자가 말하는 “자중자애”을 품고 있다.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또 사랑하라. 세상의 주인공은 ‘나’다. 내 인생을 다른 사람이 쥐고 흔들게 하지 말라. 나를 깨닫는 순간,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그 답은 나와 있다. 정답은 "너다"라는 말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