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의 역사 - 라면을 맛보며 문화를 즐긴다
지영준 지음 / 깊은나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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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라면의 역사 


인스턴트 라면의 역사를 거슬러 원류를 찾는 작업과 더불어 세계 수천 종류의 라면을, 60~70년, 끼니를 라면으로 때우던 시절이 있었던 한국,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라면 소비량 1위(1인당 78개)를 달렸는데, 무섭게 성장하는 신흥국 베트남(1인당 81개)에 추월당했다. 하지만 양으로는 여전히 세계 1위일 듯하다. 베트남 라면 한 봉지의 무게와 한국의 라면 한 봉지는 1.5배 차이가 나니 말이다. 


봉지라면과 컵라면, 세계라면 소비량은 1202억 개, 이 중 422억 개(35.1%)로 1위인 중국(1인당 33개 정도), 다음으로 인도네시아 145억 개로 12%, 인도 86억 개 순이다. 컵라면은 소비량은 멕시코로, 라면 중 87%를 차지하여, 끓여 먹는 것보다는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편을 선호한다. 일본도 그렇다. 



인스턴트 라면의 본고장 “일본”


일본 닛신(日淸)식품의 안도 모모후쿠 회장이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을 상품화했다.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전후 복구와 함께 식량난 극복이 현안이었던 상황과도 맞물려 값싼 음식이 요구되던 때였다. 일본의 라면 역사는 에도시대 때부터 등장하는데 중국에서 전해졌고, 메이지기에는 난징(南京)소바(소바는 메밀국수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범위를 넓혀 국수라는 의미다), 중화(中華)소바, 지나(支那)소바 등으로 불리다가 1950년대 말 인스턴트 라면이 나오면서 "라면"으로 굳어진 듯하다.


이 책에서 나오는 오사카 컵라면 박물관 외에 라면 박물관으로 "삿포로라면 박물관"이 있고, 각지의 특징을 드러내는 라면이 있다. 삿포로의 된장(미소) 라면, 규슈지역의 돈코츠(우리 감자탕 맛), 간장 라면, 소금(시오) 라면에 차슈도, 면과 국물이 다양하다. 


마치 우리나라 짜장면처럼, 이를 인스턴트로 만든 게 "짜파게티"이니, 짜장라면의 원조는 한국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우리 식생활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자리한 라면에 어울리는 김밥, 라면+김밥, 이 또한 새로운 식문화가 될 듯하다. 냉동 김밥에 컵라면이든 인스턴트 라면이든. 인스턴트 라면의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은 높다. 하지만 여기에도 분명 명암은 존재한다. 적어도 "신뢰받는 한국 라면",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라면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 없이 "윤리선"을 지켜야 한다. 


러시아에서 유명한 도시락면, 사각 용기라서 더 인기가 있다는 말도, 신라면(컵라면)은 해장거리로 인기가 높다고 전해지기도, 실제 유통기한이 반년쯤 남은 라면을 싸게 사서, 컨테이너 떼기 러시아에 수출한다는 말이 나돌 때도 있었다. 지금도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세계 각지 분쟁, 재난 지역에서 만난 "라면" 비상식량으로 역할을 톡톡해 해내고 있다는 점 또한 기억해둬야 할 듯하다. 





삼양라면, 신라면의 농심, 육개장의 팔도, 한때 삼양라면을 따라잡기 위해 맹추격을 벌였던 "신(辛)"라면의 네이밍, 어려우면 헷갈리니, 매운 라면으로 하면 되지라는 회장의 말이 있어, 신라면 됐다고….


책으로 묶어낸 라면의 역사, 면(麵, 국수면)은 국수라고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만드는 데 품이 많이 드는 음식이라서 흔하게 먹기 쉽지 않았다. "언제 국수 먹여줄 거야"라는 말처럼, 혼인 등 대사 때 내놓는 음식이다. 국수는 면발이 길어 요즘 유행어 면치기(어원도 잘 알 수 없지만)란 말도 있지만, 국수의 수를 목숨 수(壽)로 읽어, 장수하려면 국수를 끊지 않고 후루룩….


아무튼, 라면은 값싼 한 끼 식사로 즐겨 먹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조리시간이 짧다. 김치 하나면 충분, 그런데 사흘 내내 라면만 먹으면 질린다. 두 번 다시 먹고 싶지 않을 만큼 그런데도 며칠만 지나면 또 당기니 마력이라 할 수 있겠다. 영화 <내부자>에서 주인공 안상구(이병헌)의 라면 먹는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바로 "나도 먹고 싶다. 저렇게", <선생 김봉두>에서 나오는 양소석은 호호 불어가면서 기가 막히게 라면을 흡입한다. 이 또한 라면의 마력이 아닌가 싶다. 농심" 너구리"를 사태를 되돌이켜보면,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마도 의견이 갈리는 대목이지 않을까 싶다. 일본에서도 수입했던 "너구리", 많이 탄 가다랑어포를 수프에 넣었다. 여기서 1급 발암물질 벤조피렌이 검출됐다. 농심의 발암물질 라면 사태는 과거 우지라면 파동을 겪어 심각한 경영위기로 시장 퇴출 위기까지 겪은 삼양라면처럼 확대될 수 있고, 농심을 떠나라면 전체 브랜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다.





일본에서는 너구리 리콜(회수)이 없었다. 속사정은 일본인들의 밥상에 자주 오르는 구운 생선, 굽는 과정에서 생길 우려가 있는 벤조피렌을 문제 삼는다면 구운 생선 식품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였다. 


농심의 발암물질 사태 이후, 라면 시장은 어떻게 변했는지


국민의 간식거리 라면,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의 단골 점심 메뉴, 컵라면+삼각김밥이라, 라면을 우리 먹거리의 주인공으로 올려놓고 보면, 우리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먹거리임은 분명하다. 구불구불한 유탕라면발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논란도 있지만, 라면의 고수들은 지혜를 짜내 덜 위험한 라면 먹기라는 자구책을 내놓았다. 유탕 즉 기름으로 튀긴 것이니 기름을 빼고, 수프 양도 조절해서 내 입맛에 맞는 라면으로 만들어 먹는다는 것인데 이 또한 라면 마력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라면에 얽힌 사연들, "틈새라면"의 탄생과 노르웨이의 미스터 리 라면의 분투기, 지역농산물로 만들어 낸, 감자라면 등 개성이 있는 독특한 라면 상품들, 이제는 배고픔을 때우는 한 끼가 아니라 식도락으로서 "라면"으로 문화로서 "라면"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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