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비는 왜 그랬을까
지은이 천 위안은 이 책<유비는 왜 그랬을까>에서 유비를 처세술의 달인, 시련과 위기를 “겸손”으로 극복한 인물로 그린다. 다른 말로 바꾸면 유비는 왜 “겸손”이라는 심리전략을 채택했을까? 라는 물음이 될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을 풀어가는 지은이의 접근, 혹은 방법론은 심리설사(心理設史)라는 것인데, 심리설사는 현대 심리학 이론(사회, 성격, 발달, 진화, 인지, 생물 심리학을 적용)과 경영학 등의 사회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중국전통 문화 속 유, 불, 도와 서양철학 체계의 개인적 깨달음을 매개로 역사 속 인물, 사건을 분석하는 방법론이다.
이전 작품,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시리즈에서 다루는 조조, 제갈량, 관우, 유비, 손권, 사마의를 심리설사 방법론으로 다뤘다. 이번 시리즈는 “시련을 기회로 바꾸는 삼국지 역경 극복 처세술”이란 주제로 유비를 다룬다. 전자의 인물들을 현대심리학으로 접근했지만, 후자는 처세술이라는 열쇳말로 각 인물을 분석한다.
심리학자의 역사관, 첫째는 절대적으로 진실한 역사란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아는 것만 존재한다고 믿고, 믿는 것이 곧 진실이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유비"의 처세술 또한 역사다.
시련을 기회로 바꾼 유비의 무기 “겸손”
이 책은 3부 30개의 눈여겨봐야 할 소제목으로 구분됐다. 1부 도원에 서다(8개)는 이른바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를 다룬다. 세 영웅의 심리를 그리는데, 꽤 흥미롭다. 뜻을 세우고 세상을 보자 등이 실려있다. 2부는 서주의 주인으로 서다(13개)에서는 겸손이 자신을 가장 돋보이게 한다. 이익이 보이면 동지가 적으로 변한다는 귀한 교훈을, 3부 영웅을 탐하다(9개) 에서는 영웅의 눈에는 영웅이 없다. 절망에 빠진 순간 잡을 지푸라기도 사라진다 등이, 또 여기에 “시련을 기회로 바꾸는 역경 극복 처세술”을 한 꼭지씩 담아두었는데, 이 책에서 우선 기억해둬야 할 내용이라 새겨두자. 청나라 초대황제 누루하치는 삼국지연의를 역사적 사실이라 믿었다. 이는 주변에 영향을 미쳐, 누루하지 아들 홍타이지는 황위에 오르자 삼국지연의 주유처럼 반간계를 이용하여 명나라 숭정제와 원숭환을 이간질하여 원숭환을 죽이는데 성공한다. 이처럼 현실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데도 진실한 역사가 아닌가?...
도원결의에 이르는 과정, 유비와 장비, 관우의 만남을 심리학으로 풀어내는 대목이 인상적인데, 올라가지 못할 나무는 없다(점화 효과)를 진리 차원으로 끌어올리는데, 이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일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중학생 때부터 책상 앞에 “대통령 김영삼”이라 적어놓고 꿈을 키웠다고 했다. 유엔 사무총장을 지냈던 반기문 역시도 외교관을 꿈꾸며, 꾸준히 그 길을 향해서.
삼국지연의에서 성격이 급한 장비, 신의를 목숨처럼 여기는 관우라는 이미지는 실제와는 관계없이, 사람들의 뇌리에 새겨지게 되는데, 명나라의 학자 풍몽룡은 이를 왜곡이라 질타했다. 아무튼, 이들의 만남과 대화 속에 감춰진 심리는 무엇이었을까, 듣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뇌의 습성 때문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