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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 생존법 - 불안정한 시대를 이해하고 평온함을 찾는 법
알랭 드 보통.인생학교 지음, 최민우 옮김 / 오렌지디 / 2024년 9월
평점 :
현대사회 생존법, 함께 고민하기
알랭드 드 보통과 인생학교가 함께 쓴 “불안정한 시대를 이해하고 평온함을 찾는 법”이 담긴 이 책<현대사회 생존법>은 200년 전 산업혁명과 찾아온 인류발전의 빠른 속도는 많은 여파를 남겼다. 휙 하고 지나가고 난 뒤에 그 자리에 남겨진 것은 무엇이었을까, 앞만 보고 쉼 없이 달려온 인류, 이른바 성장제일주의, 성과주의, 경쟁주의, 자본주의, 신자유주의와 이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자는 탈성장주의 탈자본주의, 생태주의, 그리고 현상적으로 나타난 고통스러운 고독과 혹독한 외로움, 군중 속의 고독, 같은 계급 안에서도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각자도생, 그 어느 때보다 불안과 불안정 속에 밝은 미래 전망이 좋지 못한 청년들, 불안심리는 정신건강을 해치고, 건강 나를 찾기 위한 노력은 자주 보이는데, 이 책은 보기에 따라서 다양하게 보일수도 있겠다싶은 생각이 든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정치, 종교, 기술, 패션, 과학, 예술 등에서 뚜렷하다. 18세기 중엽 이후, 사람들은 새로운 시대는 당대와 근본적으로 다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인식한 이래 현대사회에 이르기까지의 의식변화, 우리의 사고와 감정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물론 시대가 바뀌면 사람도 가치도 바뀌기 마련이다.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등의 환경은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은이들이 제시하는 문제가 이 책에 담겨있다. 이에 대한 해결 혹은 대응책은 이 힌트 속에서 찾아야 할 듯하다.
책 구성은 18개 주제를 장으로 설정했다. 소비자본주의(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를 중심으로, 즉 먹고사니즘을 말한다)를 비롯하여 광고, 물질주의, 매체, 민주주의, 가족, 사랑, 성, 외로움, 일, 개인주의, 조용한 삶, 바쁨, 추함, 교육, 완벽주의, 과학과 종교, 자연, 이른바 우리의 삶과 연결된 정신, 물질세계의 핵심을 다루고 있다.
믿음의 상실 시대 세속화, 진보, 자본주의와 미래, 그리고 과학 , 노동의 세계와 사회
현대의 큰 특징 중 하나, 신앙의 상실, 신성한 힘이 인간의 일상에 개입한다는 믿음의 상실, 마키아벨리를 현대인이라고 부르는 이유 중 하나다. 신의 세계에서 인간 세계로 바뀌는 시점부터 현대라고 하는 것 말이다. 진보는 앞으로 나아가는 시간은 헛되이 도는 쳇바퀴가 아니라 완벽의 가능성을 품은 미래를 향해 겨는 화살이라는 표현처럼, 그렇게 가는 것이다. 물론 진보의 파장만큼 보수도 존재하겠지만, 과학의 세계에서 특히 그러하지만, AI에서 AGI로 학습된 인공지능에서 인간처럼 사고하는 일반 인공지능이 나오게 되면, 우리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종교사회학의 창시자 막스 베버의 유명한 저서<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EBS BOOKS, 2024)은 근대 자본주의의 특별함을 만든 문화적 원동력을 해명하기 위해 새로운 윤리를 낳은 종교적 원천, 즉 금욕주의적 세속 생활과 ‘신성한 노동’이 어떻게 물질적 성취를 만들어낼 수 있었는지를 들여다봤다. 베버를 비롯한 당대의 지식인들은 광범위한 변화를 만드는 산업화?도시화?관료화?세속화 그리고 경제 체제 변화를 통한 세계 질서의 재편과 제국주의적 팽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속에서 그들은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사회를 지탱해왔던 전통적 가치와 문화적 규범은 모두 단절되고 사라져야 할 대상일 뿐일까? 이 새로운 변화의 바탕에 놓인 자본주의 사회는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 것인가?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경제 중심의 사회를 끊임없이 움직이는 동력은 단지 이윤 추구의 동기, 보다 근원적으로는 끝없는 이기적 욕망일 뿐일까? 자본과 소비가 절대화되어 가는 세상에서 ‘이성적 동물’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정당화할 수 있는 윤리적 가치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자본주의 세계에서 인간 유형은 단지 자본가와 노동자, 전문 기술직과 단순 업무직으로만 단순화되지 않고, 합리적이고 윤리적인 전인격적 존재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각자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도구화된 계산 능력은 사회의 공동선과 비경제적 가치를 모두 소멸시킬 것인가? 이 모든 사회 변동은 인간만의 특성이라고 간주하는 이성이 발휘하는 보편적인 변화인가?
기후 위기 시대, 우리의 인식은
현대화를 이끈 것은 지식이었던 만큼 여기서 생겨난 병폐 또한 지식으로 해결한다면 너무 단순한 것일까, 아니 아직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이 많다. 우주는 처음에 왜 질서정연(코스모스)했고, 엔트로피(혼돈)는 언제 시작됐는지에서 시작하여, 지금의 지질시대를 왜 ‘인류세’라고 부르자고 하고 왜 그렇게 부르게 됐는지를, 18세기 이후 산업혁명을 계기로 폭발적인 과학의 발달과 경제발전은 그 이전 사람들과 이후 사람들의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가치가 기준이 바뀌고, 질주하기 시작한다. 마라톤을 하다가, 백 미터를 달리듯 전속력으로 뒤 돌아봄 없이, 이제 사회는 피로하다. 국가체제도 그 내용을 구성하는 것들도 “피로”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런 시대에 인류의 생존법은 그리 간단치 않다. 생각과 마음, 정치와 경제, 종교와 과학, 자본주의, 노동의 문제, 인종 문제, 이 책은 큰 대안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복기해보자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앞만 보고 달리는 우리, 하나하나 따져보자.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를,
이 책은 많은 문제를 우리에게 제시한다. 답을 찾으라면 그런 것이고, 공유하자면 또 그런 것이겠지만, 우리 인류의 안고 있는 공통의 문제를 함께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떤 길이 있을까 하는 논의도 이제 진지하게 머리를 싸매고 해보자는 말이다. 여기에서 실린 내용이 우리에게 교양을 쌓을 기회를 줄지도 모르겠지만, 본질은, 이 책이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니, 교양에서 멈추거나 머물지 말기를. 더 나아가서 불안정한 시대를 이해하고 평온함을 찾는 법을 찾아보는 것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