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로 온 엉뚱한 질문들
박숭현 지음 / 정은문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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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로 온 엉뚱한 질문들


이 책과 함께 나온 이정모의 <과학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과 함께 시리즈가 될 듯하다. 과학,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이라고 하는데 진짜인가? 등의 신박한 질문, 오래되고 새로운 주제에 관한 다양한 생각들이 담겨 있는데, <극지로 온 엉뚱한 질문들> 역시, 보통 생각지 못한 비범과 날카로움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지은이 박숭현은 어린 시절 꿈을 좇아 달려왔다. 책 뒷면 표지에 실린 “고백한다”라는 위의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장의 말이 실려있다. “극지(極地)의 극이 극한(極限)이라고 할 때 바로 그 극인 줄 알았다. 그가 알았던 것은 딱 여기까지만이다. 과학관장님도 말이다. 빙하, 빙산, 빙붕, 빙상, 해빙, 유빙, 이런 구분도 못 했다고 고백한다. 우리가 그만치 생활과 멀리 동떨어진 그저 북극곰과 남극 펭귄이 기후 위기로 고통받는다는 정도 이도 TV에서 모금에 함께해달라는 광고의 카피를 보고 듣고 알았을 뿐이니, 남북극에 관한 정보가 형편없이 부족함을, 이 책을 읽는 동안 알게 됐다. 


이 책에 실린 76개의 질문이 4장으로 나뉘어 있다. 1장은 극지가 뭐야로 시작하는 극지에 관한 정보다. 남극에 화성과 비슷한 환경이 있다는 데, 남극에서 낚시도 할 수 있나, 잡힌 고기들은 어떻게 생겼을까, 매우 흥미로운 질문과 답이 실려있다. 2장 세상 끝을 향한 도전, 인간의 극지 탐사의 시작, 아문센과 스콧, 섀클턴, 이 세 사람의 이야기, 세종과학기지와 장보고 기지에서는 무슨 일을 하나, 북극의 노아의 방주가 있다던데. 꼬꼬무처럼 이어지면서 흥미를 더해간다. 3장과 4장은 바닷속과 지구 속 이야기다. 


이 책은 이른바 우리가 알고 있는 생물과 지구과학 교과서를 대체할 내용이 담긴 교양 과학책이자 훌륭한 진로 안내서(자연과학과 생물, 환경을 공부하고 싶은 이들에게)의 역할을 한다. 생물다양성과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화두에 작지만 아주 큰 대답을 해준다. 북극 바다를 놓고 벌이는 여러 나라의 경쟁, 자원경쟁, 남극도 그러하다. 하지만 남극은 북극보다 비교적 늦게 발견되었기 때문에 함부로 개발할 수 없도록 조약을 맺어두었다. 


극지에서 알아내고자 하는 것은 뭘까? 


극지 구분은 어떻게 북극권은 북위 66도 이북, 남극은 남위 60도보다 고위도를 각각 북극과 남극이라고, 보통 이 위도가 백야 현상, 극야 현상이 나타난다. 한동안 낮이다, 또 한동안 밤만 있는 세상이란 말이다. 각 극점은 또 다르지만, 세종과학기지는 남위 63도, 장보고 기지는 75도. 이런 지리적 위치는 인간 생존의 극한이다. 그런데 왜 여기에 모여서 뭘 연구하는가? 아마도 진짜 궁금한 질문 제1순위가 아닐까 싶다. 


첫째로 지구의 이해, 양극의 존재 이유를 알아야 지구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 둘째는 자원개발이다. 이를 외교와 경제협력의 바탕으로 삼는 일도 있기에, 아무튼 기후 위기와 생물다양성이란 문제 또한 여기에 들어있다. 북극은 자원개발 문제로 시끌시끌하다. 여러 나라의 경계에 걸쳐있어 영토, 영해에 해당하기에, 미국의 알래스카, 시베리아, 캐나다 북부, 그린란드 등이 있는데, 그린란드 같은 나라는 덴마크로부터 자치권을 얻은 지 오래되지 않아, 경제 자립을 위한 자원개발에 관심이 많다. 배타적 경제수역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북극 바다에는 현재까지 개발된 석유의 15퍼센트가량이 묻혀있다고 하여 그만큼 관심이 뜨거울 수밖에, 


남극은 1961년의 체결된 의정서에 따라 2048년까지 광물자원 개발금지인데, 이 기간이 끝나면 개발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듯싶다. 북극의 반면교사라는 차원에서 보더라도, 남극 이해가 우선이라는 공감대가 있어서. 남빙양에는 생물자원도 아주 많다. 


고래는 왜 극지를 왔다 갔다 하나?


고래는 해마다 영하 2도인 바다와 24도인 바다를 왔다 갔다 한다. 여기에 감춰진 비밀은 생명이다. 출산도 출산이지만, 피부 탄력성 회복과 혈액순환. 목욕탕에서 냉, 온탕을 왔다 갔다는 이치와 비슷하다. 고래는 여름 동안 극지에서 머물려 크릴새우(진짜 새우가 아니라 플랑크톤인데 통칭 새우라고), 크릴을 엄청나게 먹어 몸 안에 에너지로 비축(곰의 동면 때처럼) 하고, 겨울에 따뜻한 열대, 아열대 바다로 돌아와 새끼를 낳는다. 먹이를 먹지 않고 새끼 키우기에 전념한다. 젖을 떼고, 혼자서 헤엄칠 정도가 되면, 어미 고래의 체력도 바닥이다.



 이쯤에 다시 극지로 5천 킬로미터를 여행하여 남극의 바다로, 펭귄도 마찬가지다. 천적이 적은 남극에서 새끼를 낳고 길러야 안심, 종의 보존이 가능하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여기에 하나 더, 고래가 새끼를 낳고 기르기 위해서 먼 길을 왔다 갔다 하는 게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라고, 추운 바다에서 살기 위해 피부로 가는 혈관을 막아 단열을 해야 한다고, 이러다 보면 피부세포가 망가져 재생이 어렵게 되니, 따뜻한 바다로 가는 것이고, 그때 새끼도 덤으로 낳고….


우리가 몰랐던 아니 경우 희미한 그림자만 알고 있었던 극지, 이 책은 우리를 극지의 세계로 데려다준다. 생물 이야기, 지구과학 이야기 맨틀, 지구 핵, 지구를 똑바로 뚫고 들어가면 반대편으로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기에 더없이 좋다. 


지은이의 글쓰기 또한 흥미롭다. 마치, 청소년들과 북극, 남극 탐험 대화 마당을 여는 것처럼, 질문을 만들어 내고, 여기에 답하는, 읽는 동안에 끊임없이 저자와의 대화랄까, 북 콘서트라 할까,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물들, 바닷속 물살이들, 작은 생명, 히말라야보다 더 높은 바닷속 산, 늘 일어나는 바닷속 지진, 이런 활동이 없으면 지구는 죽는다고... 좀더 많은 지구 이해를 위해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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