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분, 놀라운 일상의 공식
구라모토 다카후미 지음, 김소영 옮김 / 미디어숲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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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분의 눈으로 사물을 보는 법


이 책은 수학 포기자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문턱이 낮다. 아주 낮은지는 모르겠지만, 미적분의 개념과 원리를 쉽게 설명하기에 읽다 보면 어느덧 이해가 됐다고 생각할 만큼, 뭐 현실적으로 그런 단계로 갑작스러운 비상, 비약은 어렵지만, 적어도 어렵지 않네 뭐. 라는 수학에 관한 자신감이 붙는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란 말이 들어맞는 대목이다. 사물과 현상을 보는 눈이 다르다는 건,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사물과 현상을 보는 각도에 따라, 미적분의 눈으로 본다면 같은 사물과 현상을 설명하는 내용도 수준도, 나아가 해석의 관점도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이 책의 지은이 구라모토 다카후미는 반도체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아주 실용적으로 미적분을 활용하는데, 독자들에게 구체적으로 미적분의 개념과 쓸모 등을 소개한다. 수포자도 일상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미적분을 쓰고 있다. 단지 수험 수학, 협의 개념의 수학, 시험 보기 위한 수학에 질려버렸을 뿐이다. 





이 책은 7장으로 구성됐고, 1~4장까지 읽는 과정에서 개념을, 1~2장은 미적분으로 생기는 관점과 미적분이 무엇인지를 수식을 사용하지 않고 설명한다. 여기서 갑자기 수식이 등장하면 관성적으로 수포자들은 책을 덮어버릴지도 몰라서다. 3장에서는 왜 수식을 사용할까, 4장 수학의 세계의 미적분을, 5~6장에서는 미적분의 이해와 미분방정식으로 미래 예측하기를, 그리고 7장은 또 다른 미적분 이야기로 이공학도에게 필요한 부분이다. 


미적분적 사고법


미적분의 구조를 이해하면, 어떤 사고가 형성되는가, 이른바 미적분적 사고법은 무엇인가, 미분은 변화에, 적분은 합에 주목한다. 단순한 합을 입체적으로 분석하게 되면, 변화과정을 볼 수 있어, 합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요즘 자동차는 거의 전자기기가 들어있다. 내비게이션이 어떤 원리로 지금 내 차가 주행 중인 위치를 정확하게 표시하며, 속도를 측정하고, 적정한 거리 간격을 유지, 차선이탈방지 등에 미적분이 활용된다. 


어떤 현상이 나타나거나 기능을 접할 때 그 원리를 모르면 늘 신비롭다.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나면 또 다른 시각이 생기니…. 적분이란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넓이를 구하는 엄청난 곱셈이고, 미분은 기울기를 구하는 엄청난 나눗셈이다. 우리가 아는 사칙연산,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고, 이를 살짝 비틀거나 응용하면 바로 헤매는데, 바로 원리를 몰라서이다. 





왜 수식이 필요할까?


데이터만 들여다본다고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데이터를 수식으로 나타내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자연과학, 사회과학 등에서, 복잡한 문제도 입, 출력 데이터만 있으면 수식을 만들 수 있지만, 오차도 크고, 이 식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 책에 실려있는 미분방정식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즉, 통계를 내는 방법과는 반대로 우두머리를 보고 미래를 예측하는 수식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자주 듣는 시뮬레이션(실제 조건을 재현하는 장치)은 미분방정식이 활용되어 미래예측을 한다. 


자동차의 안전 설계나 자율주행만 아니라 화학반응, 날씨, 사회현상, 경제 분야까지 시뮬레이터의 역할은 폭이 넓어지고 있다. 미분방정식을 빠르고 정확하게 푸는 기술의 발전은 연비가 좋고, 강력한 엔진을 개발하는 것이나 가볍고 튼튼한 건축 소재를 만드는 것처럼 가치가 있다. 




미적분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는가?


미적분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보면, 미적분의 세계의 문이 열린다. 미적분을 알면 단순히 숫자로 보이는 것들에서 다양한 정보와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늘어나기에 꽤 명석하게 보이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이나 일 속에서 부딪히는 문제 외에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일상에서 돈, 수익률, 고객 수, 고객 단가, 지속률, 평균 시간 회전율, 가동률, 불량률 등, 숫자에 둘러싸여 있음을 알게 된다. 좋든 싫든 미분과 적분을 하면서 지내는 셈이다. 


의식적으로 개념과 원리, 수식 등을 공부해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우선 눈에 보이는 게 달라지기에 하나를 알면 열을 알 수 있기에 말이다. 어두운 길을 더듬더듬해서 가는 수고를 덜어줄 수 있는 가로등처럼, 눈 앞이 환해지는 느낌이 든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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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건 죽음
앤서니 호로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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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건 죽음



앤서니 호로위츠 장편소설, 아서 코난 도일 재단에서 새로운 <셜록 홈스> 시리즈의 집필 작가로 선정돼 <셜록 홈스: 실크 하우스의 비밀>과 <셜록 홈스: 모리어티의 죽음>을 썼다. 셜록의 대항마 모리어티는 어떻게 죽었을까, 호로워츠는 어떻게 썼을까, 이 소설 제목<숨겨진 건 죽음> 지금 일어난 살인사건의 단서가 된다. 어떤 사건, 그리고 숨겨진 죽음, 죽음의 진실이 살인사건의 이유가 됐나.

이 소설은 그의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전직 형사 호손과 그의 수사 과정을 소설로 집필하려는 작가 호로위츠, 두 사람은 이상한 죽음의 이혼 전문변호사 리처드 프라이스 타살 사건 수사에 합류한다. 





호로위츠는 등장인물을 아주 특징적으로 묘사한다. 독자들의 기억 속에 들어있는 누군가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세하게 묘사하는데, 글을 읽는 순간 등장인물을 애써 연상해보려는 노력을 의도한 듯하다. 

소설의 흐름은 살해 장소에서 시작되는데. 드문드문 드러나는 호손의 과거와 마치 셜록의 절친이자 조수인 왓슨과는 닮지 않았지만 뭔가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작가 호로위츠, 그를 협박하여 호손을 감시역으로 일하도록 만드는 수사팀의 여성 경위 그룬쇼 경위. 홈스에게는 레스트 레아드 경감이 있듯이, 이 소설에서는 그룬쇼가 멍청한 경찰로 나온다. 




현장에 남겨진 초록색 페인트로 쓴 숫자 “182”가 단서가 될까, 일본계 여성으로 죽은 변호사가 담당했던 이혼소송의 원고는 변호사가 죽기 며칠 전에 많은 사람이 있던 식당에서 그의 머리에 와인을 쏟아붓는다. 성격이 장난 아니다. 이 여성은 용의자일까? 


호손은 술을 끊은 변호사 술을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는데, 값비싼 와인이 사망 현장에 왜 놓여있었을까, 누구에게 선물로 받은 것일까?, 왜 범행 도구가 됐을까, 사라진 물건도 없다. 그리고 벽에 페인트로 쓴 의미불명의 숫자 “182”….


호손은 변호사의 주변을 조사하면서, 그가 친구 아내와 그의 아들의 생활을 돌봐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변호사가 죽고 이틀 후에 지하철역에서 일어난 사고 사망자 역시, 어릴 적 친구였다. 도대체 이들 세 사람은 어떤 관계이며, 어떤 사연이 숨어있는지, 동물적인 감인 가진 호손, 그는 어떻게 여섯 명의 용의자를 하나씩 지워가면서 범인에게 다다르게 될까, 흥미진진한 과정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누구든지 리처드 프라이스를 죽인 범인이 될 수도 있다. 범인의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전혀 예기치 못한 사람일 수도 있다. 살인의 동기와 이유 또한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있다. 호로위치의 심리전략, 독자들에게 살포시 범인을 윤곽을 짐작하게 만들어 놓고, 예외의 진범을 찾아내는 성동격서도 보인다.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진범에게 점점 다가가는 호손과 호로위치는 어떤 결말을 맞이할 것인가, 아무튼 리처드 프라이스의 청소년 시절의 친구들이 그의 죽음에 깊이 관여돼 있다면, 어떤 이유 때문에... 결국에는 우리 모두 심판을 받게 되어 있어요. 라는 말의 의민느 권선장악인가, 아니면 또 다른 그 무엇인가, 몰입도가 높은 이 소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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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로 보고 그림으로 듣는 음악인류학 - 불교와 세계종교
윤소희 지음 / 민족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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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소리


단순한 음성, 소통의 도구가 아닌 연기법으로 해석한 지은이, 애초 창조자를 알 수없는 힌두교에서 소리는 존재 형식인 말씀으로 그리고 이를 읊는 사제들의 음성을 신성의 실체로 봤다, 여기서 비롯된 음성은 우주의 궁극인 범(梵, 브라흐만)과 자신의 실체 아(我, 아트만)가 하나가 되어 ‘범아일여’를 추구했다고, 음성 에너지의 효력을 알게 된 사제들은 갖가지 진언으로 주술을 부리며, 민중을 현혹, 신의 대리자로서 절대적 권위를 누르게 됐다는 설명이 고등종교의 출현과 맞물리면서, 종교+음악을 어떤 관점에서 볼 것인가 하는 눈을 갖게 해 준다. 


이 책은 불교음악에 중심으로 두고,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붓다의 범음성(梵音, 스님들의 독경이나, 범왕의 음성 등으로 사전에서는 풀이해놓고 있다), 종교음악은 이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진리 전달 수단이나, 불교의 경우는 종조가 직접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특징이 있다고, 아무튼 법구경을 붓다의 노래 모음집이라고 할 만큼 운율이 아름답다고 평한다. 붓다의 음성을 범패(梵唄, 붓다 찬미의 노래)이며, 범패의 원음은 붓다의 음성이라고.


이 책의 구성은 2장 10절 체재이며, 1장은 인도, 중국, 한국을 통섭하였다는 주제 아래 인도의 음성행법과 붓다의 범음성, 유교와 도교의 제사와 음악, 속마음이 달랐던 조선의 악정(樂政), 여기서는 세종과 세조의 치세 염원과 불교음악의 관계를 들여다보면서 한국인의 기질과 음악을 논한다. 인도의 불교, 중국의 유, 도, 조선의 불교 그리고 한국인의 기질과 음악을 한데 묶어놓았다. 2장은 이슬람, 기독교, 불교로 서역 너머의 세계를, 아라비아와 인도의 만남으로 수피춤, 인류문명과 호모뮤지카, 다르지만 통하는 기독교와 불교음악, 소리를 보고 그림을 듣다 순으로 실려있다. 이른바, 종교와 음악, 이슬람, 기독교, 불교 세계 3대 종교의 소리는 어떻게 기원했는가, 그리고 이들 음악의 특징과 목적은 무엇이며, 현재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미래의 방향과 모습은 또 어떻게 펼쳐질지, 흥미로운 주제와 내용, 접근방법까지 오랜 시간의 연구 결과가 담겨져 있다.


이슬람 수피들과 처용의 정체


열병신(병을 옮기는 귀신)을 쫓아내기 위해 불렀다는 처용가는 주술적이다. 이를 두고 처용의 체념과 관용, 벽사진경(나쁜 귀신을 쫓고 기쁜 일을 맞이함) 신라 시대 향가로 시험에 나올 만큼 중요하고 이에 관한 해석 또한 다양하다. 마침 지은이의 “이슬람 수피들과 처용의 정체”라는 글이 눈에 들어온다. 정수일은 처용을 아라비아 상인으로 추정, 처(處), 용(龍)의 훈을 통해 용안(龍?)의 가면을 쓰고 역신을 쫓는 사람으로, 강신항 등은 처용의 어원을 무속신앙의 사제 혹은 차차웅에서 비롯된 액막이 무가로 해석한다. 


지은이는 879년 5월 3일 신라 헌강왕이 행차를 하다 울산 개운포에 당도, 안개가 자욱하여 앞을 볼 수 없었다. 절을 지었더니 안개가 걷히고 생김새와 차림새가 괴이한 사람이 노래하고 춤을 추며 왕 앞으로 나오더니 ‘나는 용왕의 아들’이라고 했으니 그가 바로 처용이라고 설화는 전한다. 처용이 무슬림이었든 아니었든 이슬람의 수피파에 속하는 서역(중앙아시아, 아프가니스탄 일대)에서 온 사람으로 수피의 춤을 췄던 게 아니냐고 보는 것이다. 처용이 자신을 드러내 보이며 추었던 춤 너머로 보이순과 타슈켄트에서 기쁜 날 일상적으로 추는 춤, 몰아 경지에 들었던 수피의 문화 전파 경로에 처용이 겹쳐 보인다.


통도사와 범어사의 서역 전래 사천왕의 비파


비파는 음악과 미술이 만나는 장르다. 우리 산천 곳곳의 절집 사천왕은 제각각의 모습이다. 통도사와 범어사(통범)의 영남 범패는 아직도 오래전 모습을 간직하고 있단다. 세종, 세조를 거치면서 잠시 숨통이 트였던 불교는 다시 조여드는 고삐에 불교의 상징이었던 비파는 사라졌다. 비파가 곧 불교였기에. 통일 신라 비파 음악의 유행은 불교의 전성기와 맥을 같이 했듯이 억불의 조선에서 비파 음악은 사라질 운명이었다. 아무튼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절집의 사천왕이 들고 있는 비파, 


소리를 보고 그림으로 듣는


소리를 곧 보이는 진언이며, 법음성이다. 음성이 전하는 구절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듯, 이렇게 보이는 것이고, 소리 없는 그림 속 악기들이 내는 소리를 상상해내는 것으로 곧 듣는 것이 된다. 고대인들이 목숨 바쳐 달성하고자 했던 것은 자신들의 생각한 우주의 궁극, 즉 신에게 다다르고자 했던 것이었고, 그 매개가 음향이었다. 만물이 잠에서 깨어날 무렵 절집에서 두들기는 목어통. 그 메아리를 듣고 생명이 깨어난다. 무엇이든 음향은 곧 궁극에 다다른다는 생각 때문에, 종교음악의 기능이다. 우주와 소통하고자 하는 소리는 내는 것이 곧 음악이란 말이다. 


이 책의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한 곳에 생각이 머문다. “소리” 음향의 의미다. 붓다의 소리는 진리 전달의 수단이며, 종교, 신에게 다다르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점이 인상 깊다. 소리의 인문학이든, 종교와 음악에 관한 인문학이든 꽤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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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를 사랑하는 일 - 흔들리고 아파하는 너에게 전하는 가장 다정한 안부
사과이모 지음 / 책과이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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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를 사랑하는 일


지은이 사과이모는 진로 상담사와 독서 모임 운영자로 살아오면서 만났던 사람들과 마음공부를 하면서 진짜 ‘나’와 만났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소명이란 오직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것, 그것뿐”이 아니겠느냐고 되뇐다.


요즘, 세상이 하도 수상한지라 “나”, “마음”이란 주제의 책이 봇물 터지듯 서점가에 쏟아져 나온다. 세상은 바삐 눈이 뱅글뱅글 돌 정도로 정신없이 돌아가는데, 나는 늘 제자리에서 미래의 나를 꿈꾸지도 못하고 불안에 떨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 이 자체가 사회 병폐가 아닐까 싶다. 이 에세이는 마음의 울림이다. 나는 혹은 당신은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 다만, 그게 맞는 건지 모호하고 그래서 불안할 뿐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리고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처럼, 우리 인생에 신호등이 있어, 서행, 주행, 정지를 제때 알려준다면 그 인생에는 사고가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그 신호등은 내 안에 있고, 밖으로 향한 눈에는 절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지 못한다. 


나는 누구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건 뭐지, 어느 TV 시사프로의 한 장면처럼, 아버지는 딸이 자신처럼 예술을 한답시고, 고달픈 생을 살지 않았으면 한다고, 딸은 아버지 몰래 드럼을 치며 진짜 하고 싶은 건 이거라고, 그런데 아빠의 자신에게 거는 기대를 알기에 힘들다고.


결국, 아버지는 딸이 원하는 게 뭔지, 딸이 드럼을 치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사는 게 행복이 아닐까 하는. 해피엔딩이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숱하게 있다. 


이 책은 지은이가 만나고, 경험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3부로 엮었다. 1부는 ‘결국 나를 마주하는 일’이란 제목 아래, 인생에도 신호등이 있었으면 좋겠다. 포기란 선택할 줄 아는 용기, 인생은 계획된 우연일까 하는 글이 실려있다. 2부는 지금, 이 순간 사랑할 것, 지금 여기, 사랑, 대파에 감동하는 사람, 여기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말 너머의 말, 깨어지기 쉬운 아름다움 등이 실렸다. 마지막 3부는 삶을 사랑하며 나로 살아가며, 열 살 꼬마 스승님, 열매가 익도록 내버려 두라고 등의 글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사색해보라며.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방황하고 있는 너에게, “인생에도 신호등이 있다면 좋겠다.”


학생들과 상담을 마치고 완전히 지쳐버린 어느 날, 스스로 이렇게 물었습니다. 네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상담자는 어떤 모습이야?, 답은 내담자의 질문에 명쾌하게 답변해주고 길을 안내해주는 상담자, 지은이가 정의하는 상담자의 모습 ‘다 아는 자’의 모습이었다. 그러니 애가 쓰일 수밖에. 아이들 앞에서 잘 아는 어른이고 싶었던 욕망을 던져버리고, 모르는 것을 부족한 모습으로 여기지 않고 그 사실을 인정하고 성실히 찾아본 후 내담자에게 전하는 것이 건강한 상담자라고, 이미 지은이는 자신이 노란 불 앞에 와 있음을 알았다. 이런 사실을 부정하지도 않는다. 겸허히 받아들인다. 


인생에는 신호등이 없다. 경고등도 안전하니 진행하고, 위험하니 멈추라는 신호도 없다. 다만, 내 안에 나에게서 전해오는 신호에 따를 뿐이다. 대개의 사람은 내 안의 신호를 알아차릴 여유가 없다. 그저 밖에서 눈앞에 보이는 신호만을 찾을 뿐, 그래서 결국 나를 마주하는 순간을 애써 찾아보라는 것이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진짜가 아닌 꾸며낸 모습일 수 있기에, 동화 같은 사랑을 찾아, 먼 곳까지 찾아다녀 보지만, 정작 가까이에 있는 아주 보잘것없는 게 사랑이라는 걸 깨닫는 때, 


어떻게 하면 이런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막막할 때, 머리로 헤아리고 잘하려고 애쓰기보다 지금 여기서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자연 속을 거닐며 잘 보고 듣고 느끼면서 생명의 근원과 더불어 호흡하면서 내 안에 나에게 물어봐, 나는 인생에서 무엇을 가치 있다고 여기는지,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살아야 눈을 감는 순간 후회하지 않을지, 지금 내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봄을 누구와 어떻게 경험할지, 주파수를 켜고 내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봐. 이미 답은 나와 있고, 또 이미 알고 있다. 지금 내가 어디로 향해 가야 하는지를.


사과이모의 글은 읽을수록 단맛이 난다. 마치 생쌀을 입에 넣고 오랫동안 씹을 때의 느낌처럼, 흔한 아포리즘의 연속인 듯 보이지만, 글에서 향이 난다. 그 향에 취해 내 안을 들여다보게 된다. 


독서 모임, 진로상담사라는 정신활동 혹은 지적 노동, 활동이든 노동이든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경제문제도 해결하는 활동은 우리가 원하는 가장 바람직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적혀 있는 모든 것이 적어도 노자가 말하는 “자중자애”을 품고 있다.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또 사랑하라. 세상의 주인공은 ‘나’다. 내 인생을 다른 사람이 쥐고 흔들게 하지 말라. 나를 깨닫는 순간,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그 답은 나와 있다. 정답은 "너다"라는 말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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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에이전트의 겉과 속
박성배.전종환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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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에이전트 산업의 필요성 주장의 명암 


이 책은 <스포츠 에이전트, 천사인가 악마인가?>의 개정판이다. 스포츠 에이전트라는 용어는 비교적 생소하다. 에이전트 산업의 안내서라는 의미에서 <스포츠 에이전트의 겉과 속>이란 제목을 붙인 듯하다. 


책 구성은 14장이며, 산업소개의 총론(1~4장), 1~2장에서는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의 필요성과 산업의 역사와 발전과정을, 3장은 세계적인 톱 에이전트의 수입 규모를, 4장에서는 국내시장의 규모 등을, 5~8장은 야구, 축구, 농구, 배구와 올림픽과 격투기, 프로골프 선수 시장을 다룬다. 9장에서는 문헌과 미, 일의 사례를, 10~11장 분쟁 사례를, 12장에서는 에이전트에 대한 6가지의 궁금증에 대한 답을, 13~14장에 서는 에이전트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제언을 담아, 스포츠 에이전트란 무엇이며, 한국 사회에서 에이전트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논한다. 


우리 사회에 스포츠 에이전트란 개념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1990년 중반에 나왔던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제리 맥과이어>를 통해서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의 스포츠산업 시장 규모는 78조(스포츠 산업백서, 2022년 기준)다.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된 곳은 프로야구, 축구, 농구, 배구 정도인데, FIFA 인증의 에이전트는 100명 수준이다. 농구와 배구는 사실상 외국 선수에 대해서만 인정한다. 물론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구체적인 자격 규정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국내시장의 협소함과 에이전트로 인한 불협화음(사기, 횡령의 경제적 범죄, 사례소개로 10~11장 참조)도 작용하지만, 이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말처럼 황당하게 들린다. 


한국형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 필요성의 명암


한국 프로야구선수협의회는 2009.12. 노조결성을 결정했지만, 여전히 선수협으로 활동하고 있다. 프로선수도 노동자이긴 마찬가지이고, 이 책에서도 저연봉(고용불안의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일하는 사람으로서 프로선수의 생명은 그리 길지 않아, 평균 8.5년 정도이며, 비교 대상으로 삼는 직장인들의 평균 근속연수 15.8년(2023)이다. 


최저연봉은 3천만 원이다. 자, 이렇게 보면, 정규직 직장인들이 대략 16년 동안의 수입은 8억 원, 프로야구 최저연봉으로 9년을 일하면 2.5억 원, 프로야구 국내 선수의 평균으로 보자면 12.5억 원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프로야구 선수의 연봉은 상위 0.01%에 드는 수십억 원과는 거리가 꽤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에이전트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에이전트 제도는 여느 사회활동과 마찬가지로 동전의 양면, 즉 명암이 존재한다. 첫째 연봉협상 때 구단주와 면대면으로 진행하는 데서 오는 심리적 부담감, 내가 왜 이 정도 금액의 연봉을 받아야 하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선수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둘째, 금지 약물 복용 등 곤란한 상황에서 자신의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지, 이때 도움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변호사만 대리할 수 있고, 2명 이상의 선수 계약에는 관여할 수 없다고 규정했지만, 부칙에 대리인제도 시행을 유보하고 있어, 사실상 에이전트 제도는 인정하지 않는다. 


셋째, 연봉 이외의 수입원이 없는 선수에게 광고 계약, 스폰서십 계약의 기회가 생겨 잠재적으로 스포츠산업 시장의 체인 효과(프로야구선수 김병현/소속사,KX엔터테인먼트, 피겨스케이팅선수 김연아/소속사, 올댓스포츠, 리듬체조선수 손연재/소속사, 리프스튜디어) 발생, 광고시장에서 스포츠 선수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 넷째, 다른 직업군과 비교하여 생명이 그리 길지 않아, 제2의 경력계발 등과 진로선택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 등이 긍정적으로 보인다. 선수의 권익 보호와 경제활동, 은퇴 후 직업선택 등, 토탈케어라는 측면에서 법률, 마케팅, 회계, 재정 등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은이들의 분석은 긍정적이다. 


원론적으로 보는 위와 같은 긍정적인 요소가 있지만, 국내시장, 아마추어든 프로든 에이전트 제도를 어떻게 생각할까,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현실, 연봉의 상한과 구단의 재정, 선수층 등 종목과 현장의 사정이 달라서 찬반양론은 여전히 존재한다. 


스포츠 에이전트 산업발전을 위한 제언


지은이들은 문헌과 실태조사 등을 바탕으로 에이전트 제도에서 “자격”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음으로 프로스포츠 선수협회 활성화가 먼저, 선수협은 선수들의 권리보호단체다. 임금협상과 경기운영 등에 관한 교섭 등을 해야 하지만, 실제로 축구, 야구만 있을 뿐이다. 노조든 선수협이든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이런 제도를 규율하는 법정비가 따라야 한다. 신사협정이 잘 지켜지면 좋지만, 이 역시 이해관계가 얽히면 힘의 논리가 작용하기에,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법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스포츠산업의 전체적인 이미지와 에이전트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한편 에이전트 제도의 한계와 문제점 또한 균형 있게 다루고 있다. 스포츠산업에서도 여전히 정규, 비정규, 불완전 고용, 1년 계약직, 최저연봉, 자유계약선수 등, 다양한 문제가 있다. “프로니까” 이전에 이들은 직업으로서의 스포츠 선수라는 점에 무게들 두고 봐야 할 듯하다. 스포츠 선수의 “인권”과 “노예제도”와의 경계선에서 지속적인 자구 노력을 요구하는 건 무리다. 이는 또 다른 쟁점이기도 하겠지만.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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