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내가 그토록 힘들었던 이유, 관계심리학에 묻다
이헌주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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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심리학, 혼자 있으면 외롭고, 같이 있으면 괴로울까?


최근에 세간의 관심을 받는 유발 하라리나 마르쿠스 가브리엘, 특히 가브리엘은 개인에는 ‘신실재론’ 공동체에는 ‘윤리’라는 개념을 통해서 함께 살아가는 법, 나답게 살아가는 법을 <지나치게 연결된 사회>(메가북스, 2022)에 담았다. 그의 또 다른 저서 <마르쿠스 가브리엘 vs>(사유와공감, 2022)에서 차이와 분열의 극복 철학을 논하는데, 이 역시 같은 맥락이다. 우리가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 산다는 것은 인간의 내재한 무리 본능 때문이듯 세상을 “혼자 살아갈 수 없다” 무리를 지어 살 수밖에 없는 게 인간이고, 무리 속에서 관계를 맺으려다 보면, “타자에 대한 이해가 기본이자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갈파한다. 


이 책을 쓴 이헌주의 생각이 아마도 위와 같지 않을까 싶다. 그는 사람들이 모이면 어떤 이야기를 가장 많이 나눌까? 라고 묻고 답한다. 아마 사람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원래 인간은 그런 동물이다. 무리생활이 늘 평화롭지만은 않으니까, 갈등과 오해도 충돌도 또 화해와 화목의 평화도, 이렇게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사는 것이 인간 사회의 특징이다. 자 그럼 왜 혼자 있으면 외롭고, 같이 있으면 괴로울까, 이미 이에 관한 답은 위에서 적어둔 내용 안에 다 들어있다. 바로 “관계 맺기에 관한 것” 때문이다. 불가근 불원근, 너무 가까이도 너무 멀리하지도 말라는 고전의 말씀처럼, 지은이가 이 책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무례한 사람에게 상처받지 않고, 불편한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는 관계의 기술”을 익혀두자는 것이다. 나만의 경계선 심적 바운더리를 쳐두자는 것인데, 구체적으로는 소통의 기술도 들어간다.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도 내 영역을 지키는 것 말이다. 


“인간관계가 바다와 같다면 바다를 배우고 이해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수영도 배우고, 돛도 올리면서 도전하는 항해술도 필요하다.”라는 말을 책을 읽기 전에 그리고 읽고 난 후에는 관계는 어렵다. 그러나 희망은 ‘관계’ 속에 있다는 말을 꼭 유념해 둘 필요가 있다. 


지은이는 7장에 걸쳐서 관계 심리를 설명하고, 나만의 바운더리를 구축하자는 말이다. 1장은 우리 사회의 현상, 초연결사회에서의 관계 맺기가 어려운 환경을 설명한다. 2장. 불안의 공동체, “혼자 있으면 외롭고, 같이 있으면 괴로운 이유를” 상처 이면에 숨겨진 불안, 3장, 마음을 알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증거 ‘의사소통’ 도저히 이해 안 되는 사람의 심리와 마음이 남긴 강력한 흔적으로서 의사소통, 이 책의 핵심이자 본문 내용이다. 4장에서 다섯 가지 의사소통의 패턴을 톺아본다(회유, 비난, 초이성, 산만, 일치), 그리고 5장에서 인간관계가 만든 그늘 ‘과대기능’과 ‘과소기능’을 정리해본다. 6장에서는 관계맺기의 연습, 나와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자기돌봄과 저널링을, 그리고 관계 개선을 위한 네 가지의 실천과제를 알려준다. 7장. 일치형의 의사소통. “헤아림의 언어”를 찾아서, 


저히 이해가 안 되는 그 사람의 심리와 헤아리는 열쇠 ‘의사소통’


우리는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 산다고 전제하고 관계 맺기를 주저한다면, 인간 사회는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인간본능에 역행하는 것이기에 말이다. 서로 부대끼고 살다 보면 어떤 연유로든 서로가 불편해지면서 갈등이 표면화되기 시작한다. 늘 우리가 경험하는 일이다. 여기서부터 출발해보자. 불편, 갈등의 밑바탕에 흐르는 것은 “불안”이다. 이 불안이 낯선 존재면 어색함으로, 친숙한 관계가 되면 사라지는 듯 보이지만, 갈등이 생기면 불안은 곧바로 증폭된다. 불안에 대응하는 패턴을 보자, 신경이 예민해지면서 싸우거나, 회피하거나, 얼어붙는 세 가지 행동 방식이 나타난다. 관계가 불안을 덜어주는 안전한 장소인 동시에 불안을 오히려 증폭시키는 장이기 때문이다. 관계에서 생기는 큰 상처는 대부분 가까운 사람에게서 일어난다. 


마음을 이해하면 관계라는 게 쉽다. 하지만 마음의 고약한 특성 때문에 쉽게 알 수 없게 된다. 우선 보이지 않는다. 계속 변한다. 또 복합적이다. 이러니 마음을 헤아린다는 게 쉬울 수 없는 일이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다행히도 그 사람의 언어를 보면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의사소통이 마음을 아는 열쇠가 된다는 것이다.


의사소통의 세계의 다섯 캐릭터, 다른 사람에게 맞춰주는 회유형(아무거나요. 죄송해요, 괜찮아요를 자주 쓰는 타입, 104쪽), 인류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들 주변에는 회유형 인간이 많이 있었다. 그다음으로 분노와 억울함으로 가득 찬 비난형(제발 잔소리 그만해, 화 좀 그만 내, 네 말이 너무 아파라는 말을 자주 듣는 타입, 113쪽), 차갑고 억압이 강한 초이성형, 합리적이지만 감정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 타입, 129쪽), 웃고 있지만 웃고 있는 것이 아닌 산만형, 너는 아무 걱정도 없을 것 같아, 넌 참 유머러스하다, 넌 항상 활기차다는 말을 듣는 타입, 137쪽), 이런 타입의 사람이라면 조금 더 자기돌봄이 필요할 듯하다. 속마음과 감정 표현이 일치하는 ‘일치형’을 지향하자. 기실 감정노동이 문제가 되는 것은 속마음과 겉으로 표현하거나 상대에게 보여줘야 하는 특정 표정이, 자신의 감정과 일치가 되지 않는 데서 오는 부적응과 스트레스, 이른바 마음에 병이 생긴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나만 모르는 나를 알기


결국 이 책의 결론은 나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려는 데 있다.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휘둘리지 않고, 상대에게 맞춰주거나, 속마음과 겉으로 만들어 내는 모습 사이에서 생기는 괴리는 내면의 감정과 전혀 들어맞지 않아, 마음을 병들게 하는 것이라고, 자기돌봄이라는 것 또한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내 준비다. 인간관계에 관한 고민이 이 책 한 권을 읽는다고 해서 해소될 것이라 기대는 하지 않지만, 적어도 노력해 볼 그 어떤 것은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의 자세라도 말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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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시대 지방정부 외교와 공공외교 - 전략적 소통과 지역 브랜딩의 방법과 사례
송기돈 외 지음 / 오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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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시대, 지방정부 외교와 공공외교


일반적으로 공공외교란 국가의 중앙정부가 국익을 위해서 외국 대중과 소통하면서 자국에 유리하도록 그들의 생각, 감정 및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이며, 여기서 활용하는 자원의 종류를 기준으로 문화외교, 교류외교, 기여외교 및 매체외교로 나눌수 있다. 공공외교의 실행 주체는 국가의 중앙정부를 떠올리기 쉬운데, 국민 개개인, 기업, 비정부조직 등으로 다양하다.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봉준호 감독이나 2021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단독 공연을 한 방탄소년단의 예가 공공외교라 할 수 있다. 최근 유행처럼 회자되는 글로컬(지방이 곧 국제화란 뜻)시대, 글쎄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생존전략인지 모르겠지만, 갈수록 축소되는 국내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경제전략은 물론, 국제교류와 개발지지 연대 등, 좁은 의미의 국가간 외교간들이 만나는 그런 외교의 이미지를 벗어나 훨씬 크고 넓은 범위를 말하는 외교다. 


이 책은 외교부 밑에 있는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2016년 “공공외교법”에 따라 공공외교의 공식기관으로 지정된 뒤, 대학, 대학원 수준의 고등교육 기회를 마련할 목적으로 2018년부터 공공외교 역량강화 시범대학으로 수도권의 6개 대학과 지방 한 곳(전북대학교)을 선정, 온라인 강의교재와 대학원 과정에 “지방정부 공공외교론”과목을 운영했다. 연구결과는 서울대에서 2019년 발간됐고, 2020년 전북대 <공공외교:이론과 사례>에 이어서 나온 책으로 14명이 집필했다. 3부로 구성됐고, 1부는 지방정부 외교 및 공공외교의 개념 이해와 이론을 3장으로 나누고, 지방정부의 공공외교와 지역브랜딩이라는 이 책의 핵심내용을 다룬다. 2부는 수행주체별 지방정부의 외교와 공공외교를 다루는데, 4~10장까지 유럽연합, 스페인, 전북 지방정부의 공공외교와 뉴욕과 브뤼셀, 서울의 도시외교와 공공외교를, 3부는 문제영역별 지방정부의 외교와 공공외교로 11장~15장으로 평화협력, 국제개발협력과 지방정부 공공외교를 비롯하여, 문화교류헙력으로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의 사례, 국제도시협력으로 일본 요코하마 등을 사례를 다룬다. 


이 책의 열쇳말인 “지방정부의 공공외교”인데, 한국에서 지방정부, 즉 지방분권이 이뤄진 상태에서 재정 등의 독립 등, 정부라 부를 수 있는 여러 요소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이나, 국제비교를 위해 편의상 “지방정부”로 통일해서 쓰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전략적 소통과 지역 브랜딩의 방법과 사례


이 책이 다루는 범위와 내용은 넓지만, 핵심은 지방정부가 공공외교를 효과적으로 밀고 나가기 위해서는 나름의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에 연구자들은 지역을 브랜드화하는 안을 내놓는다. 지역이란 공간을 브랜드라고 전제하고 그곳의 특징에 따라 농촌 혹은 도시 브랜딩, 여행목적지 브랜딩으로 부르지만 “지역 브랜딩”은 기업의 브랜딩 관점과 기법을 활용, 지역 브랜드 자산을 구축, 측정, 관리하는 활동이라 정의한다. 지방 정부가 실행 주체가 되고, 다양한 이해당사자들로 만들어진 인적 네트워크다. 브랜딩의 목표 대중은 외국 대중, 자국민 및 지역 이해당사자들인 지역 브랜드 소비자들이다. 브랜딩의 포지셔닝 활동 유튜브 채널 운영(이미 모두 지자체가 운영하는 중)하여 지역 브랜드 소비자(도시민에게 어릴 적 추억의 장소로 시간여행을 하듯, 국외교포에게 고향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등)에게 알리는 것이다. 이른바 사회적 마케팅이다. 여기에는 브랜드 심리학, 도시학, 디자인학 등 학제 간의 융합으로 지금까지와 다른 오래되고도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공공외교, 도시외교


공공외교가 무척 거창하고 추상적으로 다가오지만, 실상 지역 브랜드, 지역 브랜딩이란 관점에서 접근하면, 이미 내 고장 알리기, 지역의 역사유물 홍보하기 관광객 유치 등의 활동을 해오고 있었던 것인데, 이를 공공외교라는 관점에서 지방정부가 실행 주체가 되어 다른 여러 나라에 자기 고장 알리기를 하는 것이다. 수도권 일극 집중 해소 지역으로 인구 분산 등의 국내 인구정책과 지방경제 활성화 등이 총체적으로 얽힌 상태에서 다만, 어느 곳, 어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문제를 생각하고, 그 해결방안을 찾고 풀어낼 것인가 하는 관점에 서면, 그 전체의 맥락과 흐름이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힐 듯하다. 인구감소, 지역 공동(空洞)화와 연결돼있으니 말이다. 지속가능발전법과도 닿아있다. 어떤 식으로 표현하든 한국의 미래와 직결된 사대와 교린, 이른바 공공외교라는 영역에서 지방 정부가 어떤 식으로 참여할 것인가, 하는 점에서는 아주 중요한 방안을 담고 있다. 


관광이라는 부문 혹은 분야에서의 접근은 단절적, 파편적인 성과밖에 얻을 수 없지만, 지역경제 활성화, 고령인구의 일자리 창출, 인구감소 혹은 소멸 위기에서의 탈출방안 등으로 접근하자면 지역의 사활이 걸린 문제일 수밖에 없다. 특히, 전북대학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내놓은 방안(10장, 이영호 집필, 373쪽 이하), 그리고 “생각해볼 문제”로 제시된 7개 항 또한 크든 작든 17개 시, 도가 기본적으로 안고 있는 고민이다. 국제교류 면에서도 중앙정부와 지방 정부 민간 등이 상호유기적인 연관이 없이 독립적으로 각각 진행했을 때의 문제점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이민규(서울연구원)의 한중외교, 서울베이징통합위원회 등은 도시외교 모델의 하나로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다. 양국관계사의 부침 속에서 특히 중요하다. 


이 책에 담긴 구상과 문제의식과 접근 방법들을 독자들에게 공개하고 공유함으로써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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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뷰오브북스 14호
한승훈 외 지음,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부 엮음 / 서울리뷰오브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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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북 “믿음, 주술, 애니미즘”과 “고전의 강”


창간 준비호에서 시작, 열다섯 번째 발행된 “서울 리뷰 오브 북스”(2024.여름호)의 특집 리뷰 “믿음, 주술, 애니미즘”(6편의 리뷰)과 새롭게 들어선 ‘고전의 강’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고전으로서 꼭 읽어보고 생각해봐야 할 책을 다루는 코너, 그리고 이마고 문디와. 북&메이커에 실린 서평 4편(이승철 “사소한 것들의 힘”<경계를 넘는 공동체>, 김지훈의 영화이론과 영화, 물질적 유령, 홍제환 북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은 아니다. 그리고 박진호의 한 언어학자의 삶을 통해 본 남북분단 ?북으로 간 언어학자 김수경-, 고전의 강 “도덕은 왜 유전자와 싸우나” 2003년에 번역된 로버트 라이트의 <도덕적 동물> 등이 실려있다. 


2019년 영화<곡성>과 2024년 영화<파묘>는 한국의 무당과 일본 음양사의 대척 혹은 대립 구도다. 이들 영화의 배경은 일본의 전근대 악이 자리한다. 전자에서는 우리 땅 지킴이(산신령), 후자는 무당과 지관이 등장한다. 임진왜란 때 일본의 장수(정령이다. 우리 것이 아닌 남의 땅의 것이다)의 혼령과 일제강점기 때, 조선의 맥을 끊으려는 쇠말뚝, 악질 친일파의 후손들은 그냥 부자였다. 미국으로 건너가 살지만, 묫자리 수가 좋지 않아 죽음의 그림자가 일가를 따라다닌다는 데서. 이 영화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글쎄다, 설정 자체가 한일관계의 해묵은 것들이 아직도 한반도 곳곳에 정령으로 남아있는 건 아닌지, 반일 종족주의에 대한 반작용에서 나온 것인지, 


특집 리뷰는 믿음, 왜 이상한 것을 믿는지, 무당, 여성, 신령들, 한국 무교의 문화인류학, 최창조의 한국의 풍수 사상과 인간 공양을 했던 상나라 정벌의 고대사, 애니미즘의 세계 등이 실려있다. 어느 하나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종합선물상자처럼 여겨지는 서리북, 지난 봄호에서는 특집 리뷰로 “민주주의와 선거” 지역당 건설의 문제가 흥미로웠지만, 이번 호는 모든 리뷰가 다 흥미롭다. 읽고 또 읽고 생각하고, 새로 나온 책들까지 모두 훑어보고 책을 주문하고. 아마도 이번 호는 서리북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 듯하다. 적어도 나에게서는 말이다. 


무당, 풍수, 미신


한승훈은 “지적대상으로서의 기괴한 믿음”이란 제목으로 이창익의 <미신의 연대기>를 리뷰했다. 음과 양, 과학과 미신, 바로 그사이에 존재하는 무당, 이 세상과 저세상 사이에 존재하는 잇는 특수한 능력자들이다. 파묘의 지관은 “대한민국 상위 1퍼센트에게 풍수는 종교이자 과학”이라고, 모르는 것은 신비하다. 묘하다. 눈에 보이지 않기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뭔가 절대적인 힘이 작용하는 것인지조차 모른다. 신비한 현상, 물론 여기에는 사람들의 태도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기꾼들이 끼어들 여지가 충분하다.


또 보자, 오성희가 쓴 “여성 인류학자들이 만난 무속의 현장들”은 로렐 켄달<무당, 여성, 신령들>과 김성례의 <한국 무교의 문화인류학>을 통해서, 전자는 경기 북부에서 후자는 제주도에서 4.3을 통해 여성들의 삶이 중심이 되는 무속 민족지, 켄달은 전통가옥, 마을 공동체가 살아있는 1970년대의 경기 북부를, 


김성례는 1980년 중반 제주를, 굿판은 어떻게 역사적 ‘사실’을 드러내는 장으로 기능을 할 수 있는가,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굿판에서는 이들이 돌아와 증언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이 무당의 입을 통해서, 영화<혈의 누>에서처럼, 억울한 죽음을 사람들 앞에서 밝힌다. 나를 죽인 건 누구라고. 무속은 무교가 되고, 일제강점기 때, 민간신앙을 낮춰 부르던 무속을 무교의 반열로 되돌려 놓는 작업 또한 필요해 보이기도 하지만, 오늘날 다양한 종교를 믿는 가운데서도 무교의 실천이 그들의 삶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특히 김성례의 제주 무교는 그곳 여성의 자아정체성을 구성하는 언술행위로 봤다. 4.3사건으로 희생된 원혼들의 비극적 이야기를 공표하는 장으로 굿판이 기능하며, 이들의 죽음과 관련된 역사를 회복하고 이에 대한 민중 기억을 주도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혀내기도 했다. 그것이 무속이든, 미신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 말할 수 없는 것들을 시원스레 토해내는 정화의 장이 굿판이다. 


최창조의 풍수, 도선국사의 자생풍수, “어머니로서의 땅에 대한 사랑”을 핵심으로, 중국의 이론 풍수, 즉 죽은 자의 묫자리를 잘 써야 후대에 복이 닥친다는 믿음(아마도 조선왕 중에서 세종의 묘터가 그러했던 것으로 전해져, 문종이 죽고, 그의 장자인 단종이, 세조의 장자가 죽어 나가는 비극의 전승), 살아있는 대원군 이하응은 아버지 남연군의 묫자리를 명당이라 칭하던 그 자리에 슬그머니 묻었다. 이러한 연유로 운이 틔어 그의 둘째 아들이 고종이 됐다는 말이다. 최창조는 지리학자이면서 자생풍수를 연구하는 외로운 연구자였다. 죽은 사람을 위한 풍수가 차가운 이론이었다면 그의 풍수지리학은 어머니로서의 땅에 대한 사랑, 즉, 살아있는 사람을 위해 통풍이 좋고 양기가 서린 땅을 즉, 양택을 찾는 것이다. 


대학교수 자리를 박차고 나와 풍수 연구자로서 삶, 풍수를 떠나 그의 연구자로서 열정과 책임 굳은 신념이 오히려 존경스러울 뿐이다. 풍수와 현대 지리학 사이에서 풍수를 현대 학문으로 자리매김하려 했던 그의 이중전략, 죽은 선조의 유해와 후손 사이의 감응에 관한 속신에 따라 오로지 후대의 영달만을 노렸던 음택 대신에 도읍지, 마을, 주택의 입지를 고르는 양기, 양택 풍수를 “학”으로, 


특집 리뷰 외에도 매우 중요하고 흥미로운 샹바오<경계를 넘는 공동체>(글항아리,2024)는 베이징 저장촌 생활사다. 900여 쪽의 방대한 책, 베이징의 호적법을 넘어서 저장성 원저우 출신들이 그들의 집단 주거, 생산, 사업, 소비공간인 “저장촌”을 만들었는데, 이들이 어떻게 탈법과 불법의 외줄 타기를 하면서 중국사회의 개방, 개혁의 물결 속에서 베이징에 10만 명이 활동하는 그들의 커뮤니티를 만들었는가를 추적하면서 네트워크와 관계에 주목했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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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변의 역사 - 확장판, 쿠데타·혁명에 의한 ‘정치상 대변동’
최경식 지음 / 갈라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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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변(政變)의 역사


지은이 최경식의 역사시리즈 중 하나인 이 책<정변의 역사>은 고구려 연개소문을 비롯하여 12.12까지 천 사백 년이 넘는 역사 가운데 일어났던 정변을 다룬다. 고려 거란전쟁의 빌미가 됐던 “강조의 정변” 또한 정치상의 대변동에 속한다. 이 책은 4부 체재이며, 1부는 정치상 대변동이라는 주제로 고구려의 연개소문, 고려 태조 왕건, 이자겸, 묘청, 무신정변을 다룬다. 2부에서는 지배체제 변혁이라는 열쇳말로 여말선초의 혼란 정국 속을 들여다본다. 공민왕의 피살, 위화도 회군, 무인정사, 조사의의 난, 계유정난을, 3부는 극적인 상승과 몰락으로 주제로 조선 시대의 종중, 인조반정과 정조의 암살설, 갑신정변 그리고 동학농민혁명을, 4부에서는 고난과 좌절의 역사 구한말의 명성황후시해사건, 고종암살설, 5.16쿠데타, 10·26사태, 12.12쿠데타를, 부록으로 중국의 당 태종과 청의 영락제, 명나라를 멸망 늪으로 몰아간 이자성의 난 등을 다룬다. 지은이는 서문에서 드라마틱한 인간사 "정변"에 대한 탐구라고 이 책의 목적을 밝힌다. 한 편의 드라마, 그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바꾼 역사적 순간과 배경을... 권력의 유한성을 흥망성쇠의 파노라마로 그려낸다.


이 책에서는 역사적 전환기를 만들었던 사건 중에서 당대의 국제정치 흐름과 국내 정치세력 간의 갈등, 체제 전복과 유지 등 여러 장면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642년 당의 이세민의 고구려 압박과 화평 파와 자주파(일찍이 한반도 역사에서 늘 되풀이되어온 현상들이다, 고려거란전쟁 그러했고, 몽골과 고려가, 조선과 청이) 연개소문은 고구려는 천자의 제국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양만춘과 함께 당으로부터 고구려를 지켰다. 태조 왕건의 정변, 혁명인가 쿠데타인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역사는 항상 승자의 기록이니, 당연히 궁예는 역량이 안되는 그저 그런 하수에 불과했다고 해야 맞겠다. 


지배체제 변혁


정권 주류의 몰락과 비주류의 부상, 공민왕의 개혁, 원나라에서 벗어나 자력갱생의 시도도 예기치 못한 몰락, 그리고 조선의 건국 신호탄 위화도 회군은 뒤에서 볼 이방원의 형제의 난, 세조 반정, 중종반정, 인조반정 그리고 5.16 군사쿠데타, 12.12에 이르기까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누가 키를 잡고 어느 때 결정타를 먹이는가, 일련의 흐름은 놀랍도록 닮아있다. 승패의 갈림길에서…. 여기에 더해지는 왕들의 암살설, 구한말 급진개화를 꿈꾸던 청년들의 삼일천하 그리고 동학농민혁명은 지는 조선의 외세의존, 아래로부터 반봉건, 반외세를 외쳤지만, 결국 미래의 흐름을 보지 못한 탓에, 아니 열강의 침략 의도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 국내 정치의 미숙은 저무는 조선을 더는 어떻게 해볼 도리없이.


지은이는 연개소문의 재평가를, 태조 이성계, 당고조 이연, 그리고 그의 아들들, 한 산에 호랑이 두 마리가 살 수 없듯, 권력 앞에서는 부모도 형제도 모두 적일 뿐, 세조와 청의 영락제, 전자는 계유정난으로 이미 시위를 벗어난 화살은 과녁을 향해 날아갈 뿐, 후자의 정난의 변 역시, 누구든 왕의 피를 이어받은 자들을 멸족시켜야만 사는 시대, 청의 이자성의 난과 동학농민혁명 또한 시대의 물길을 바꿔놓은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역사의 사이클, 반복


당대 역사의 도도한 흐름은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역사가 E.H.카가 말했듯이 역사란 흥망성쇠의 사이클을, 새로운 기운은 전 체제에서 배태된 모순의 확산과 확장이며, 이를 키운 환경은 오만과 자만이었다. 개혁 군주가 구체제의 모순을 척결하고 이상향으로 되돌리려는 시도였지만. 광해의 자주노선 등거리 외교는 철저한 자국의 역량과 국내 정치 질서를 냉철하게 꿰뚫어 본, 리더의 결단이었다. 극적인 상승과 몰락에서 다룬 중종, 인조, 정조암살과 갑신정변, 동학농민혁명, 연산에 왕좌에서 끌어내린 반란, 중종반정으로 이미 조선은 끝났다. 뒤를 이은 조선, 광해의 자주독립과 강역 수호를 위한 노력은 유교 질서에서 용납될 수 없는 대비의 서궁 유폐 사건이라는 패륜으로, 이를 패륜이라 할 수 있을까, 이미 새로운 권력이 자리한 즈음에, 역사는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을 때도 있다. 인조의 어리석음으로 백성을 전란의 소용돌이 한가운데로 몰고 갔던 사대주의자들이 득시글거리는 지배층, 인조의 사례에서 권력은 자식과도 나눌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한다. 


지은이가 이 책에 소개하는 정변이 다는 아니다. 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때 “정변”이라 할 수 있는 비정상적인 권력 교체, 때로는 명분이 있어, 백성들의 암묵적 지지를 받았고, 때로는 식자들의 항거를 불러일으키기도, 역사상 어느 사건도 그 배경에는 깨진 균형과 반목, 갈등, 기득권과 새로운 권력 지향이 한데 어우러져 일어난 것이다. 


이 책에 실린 20건의 사례가 우리에게 전하는 바는 무엇인가, 대한민국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진보와 반동의 일진일퇴 속에서…. 역사는 이런 의미에서 반복된다고 한 것일까, 우리는 오늘을 살지만, 역사를 들여다보면, 위기 언제 어떤 식으로 닥쳐올지 추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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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PD - 어느 방송국 프리랜서 PD의 고백
정영택 지음 / 하모니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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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PD 어린이프로 뽀뽀뽀에서 케이블TV 야동을 틀어주는 정사원PD, 대한민국 방송의 세계 생태계에서 20년 동안 살아온 프리랜서 PD의 좌충우돌의 청춘 기록, 3D업종이지만 방송국 피디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전하는 말, 직업으로서의 PD란 어떤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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