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L에 어서 오세요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19
클레이븐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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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FTL에 어서 오세요>는 31세기를 무대로 펼쳐진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자유자재로 옮겨 다닐 수 있는 과학의 발달 속에서도 여전히 인류, 인간의 크게 발전하지 못한 듯, 사고의 진작이나 개념, 철학 등, 즉 31세기 인간의 가치관은 무엇인지, 뭐 이렇게 생각하면, 너무 깊이 그리고 많은 걸 기대한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SF, 과학 공상 소설의 아이작 이시모프의<아이, 로봇>, 지능을 갖춘 로봇에게 생활의 모든 편의를 받으며 편리하게 생활하다가 예기치 못한 난관에 부딪힌다. 인간이 정한 로봇이 지켜야 할 법칙에 모순이 있음을 로봇이 인지한 것이다. AI시대 자율주행, 순간이동 등의 상상력은 기존의 기술을 바탕으로 확장시키고, 질적 변화...

 

31세기의 사회 모습, FTL은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올바른 회사다?

 

이 소설은 내용보다는 나오는 기구, 기계, 시스템에 쏙 빠져들었다. 패스트푸드점 FTL , 온 우주의 음식을 독점한다. 시간 중첩 공간(이 시간에서 저 시간으로 자유롭게 왕래한다는 발상, 타임 패러독스 상황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지만, 흥미롭다)을 통해 고객이 원하기 1시간 전에…. 여기서 1시간 전원하는 음식이 무엇인 줄을 어떻게 파악했을까?, 어떤 원리도 작동되는 것일까?

 

과거를 지배해서 미래를 얻는 방식으로 우주 시장을 장악한다. 이 대목은 아주 중요해 보였다. AI 시대가 어떤 방향을 나아갈지, 바둑두는 알파고는 초보일 것이고, 기계가 스스로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가 발전을 한다면, 마치 터미네이터처럼,

소설 속 설정은 인간은 인격체로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 항상 뒤처진 정부, 독식하려는 기업, 마치 지금의 우리 사회의 구도와 흡사하다. 부의 편중과 양극화, 뒷북치는 정부의 모습이 말이다.

 

아무튼 이야기의 전개는 주인공 이채란이 21세기(2021년 7월) 어느 날 잠을 자다가, 깨어보니 31세기에 와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설거지한 압력밥솥이 떨어지면서 머리를 다쳤다. 21세기에는 이 사고로 죽은 것이다. 31세기에 중첩된 시공간에 있는 FTL에 강제 채용 프로그램, “라자루스 프로젝트”, 일을 잘하면 21세기로 되돌아갈 수 있다. 능력테스트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서빙에서부터 주차장에서 대형 사고를 치고, 좌절할 때, 우주 해적들이 들이닥치면서….


 

음모와 조작,

 

31세기의 일의 세계, 로봇 노동법이 있어 로봇에게 하찮은 일을 시키지 못하고 인간이 대신한다. 홀로 사이트라는 게 있어 이걸 장착 혹은 내장하면 손가락으로 뭐든 만들어 낼 수 있다. 디자인을 머릿속으로 그리면 된다.시공간 속에서 음식공급을 독점하는 FTL을 규탄,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그들의 지도자 아소플라민은 암살되고 무고한 노숙자차도르슈머가 흉악한 테러리스트가 됐다. 이런 파괴 공작에 투입된 이들이 채란과 릭 은 가짜 아소플라민하고 FTL매장 계약 등을 성사시킨다. 엄밀히 말하면 지금의 아소플라민이 아니라 암살당하기 전의 아소플라민을 데려온 것이다.

 

“우리는 지금 뭘 하고 온 거지?”

“아무것도” “정말로? 우리는 아무것도 안 한 거야? ...이건 범죄야...

릭은 말한다.

 

시공간을 왔다 갔다는 시간 여행, 이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 않을까, 터키 드라마 ‘수호자’처럼 과거로 돌아가 대상을 죽이면, 현재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로 돌아가는 것처럼, 딱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세계 현실 그것이다. 미국과 중국에서 벌어진 일들처럼 말이다.

 

         


 

너무나도 큰 유혹이다. 지금이 맘에 안 들면 바꾸면 그만이다. 과거로 돌아가서 말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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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즘의 오징어게임
빅토 비안코 지음, 김진욱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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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의 양면 중 뒷면의 시좌로 사물과 현상을 해석하는 게 흥미롭다. 마키아벨리즘과 오징어게임의 적자생존, 강자생존의 최후의 1인이 되라는 메시지, 깊이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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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즘의 오징어게임
빅토 비안코 지음, 김진욱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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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즘의 오징어 게임

 

이 책은 10장 체제다. 적자생존론에 터잡은 듯 강자생존의 시대, 최후의 1인 되라고 한다(서장). 오른빰을 맞으면 양쪽 빰으로 때려라(1장), 자극과 파괴 그리고 강함을 즐겨라(2장), 훔쳐라 화려하게(3장), 방해가 되면 죽여라 밟아라 그리고 다시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마키아벨리즘의 실천(4장), 마음껏 비판하고 혹평하라, 자기 존재를 드러내라(5장), 완전한 권모술수(6장), 불효예찬론, 부모로부터 얻을 것은 얻어라 이상한게 아니다(7장), 분노하라, 그리고 동력으로 삼아라(8장), 이 시대는 모든이들이 다 라이벌이다(9장), 많이, 맛있게 먹어라, 먹는 게 힘이다(10장), 동전의 양면처럼 목차처럼 쓰고 반대로 읽는다면, 이 책을 읽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은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영문판에 대한 정보가 없다. 원전 명이 무엇이며, 판권에 관해서도 설명이 없다. 그리고 그 흔하디흔한 지은이 빅토 비안코가 누구인지, 직업이 무엇인지에 관한 정보가 전혀 없다. 옮긴 이가 영어판을 보고 옮겼다고 보기에는 합리적 의심이 가는 문장과 구절들이 눈에 띈다.

리뷰와 서평은 그 성격이 조금은 다르기에 리뷰라는 방법으로 접근하기에는 위와 같은 기본 정보가 없어 황당하다.

 


 

이 책은 일본어판을 한국어로 옮긴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뭘까?

 

단적으로 “재판관”(114쪽) “경시청”(115쪽), “수상” 그리고 ~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일본어 번역투의 문장이 그러하다. 또 하나 “고사성어”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물론 영어권의 동양학(일본학, 중국학, 한국학) 연구자라면 모르되 적절하게 고사를 인용하는 점도 적이 당황스럽다.

 

“남편은 28세로 지방공무원이며 대학을 졸업했다. 아내는 25세로 판사의 딸이었으며 전문대학을 졸업했다.” 이어서 보자 “남편은 재산가의 집에서 자란 장남으로 밑으로 여동생이 둘이다. 교육열이 대단하여 아들을 일류 사립대학 부속 중학교에 입학시킨 이내 일류 고등학교와 대학교까지 스트레이트로 입학시켰다.”(65쪽) 는 보통 일본의 중산층 이상의 재력을 가진 집안의 자녀 교육방식과 매우 흡사하다.

 

경찰이 손을 대거나 세무서의 사찰이 들어가게 되면 영업정지에 이어 탈세 추징금이라는 이중 펀치(80쪽), 세무서, 사찰은 일본어에서 온 표현이다. 또한, 영업정지에 이어 탈세 추징금 또한 우리와 일본의 제도다.

 

부하의 공적을 훔치라는 이야기다(88쪽), 이번 계약을 성립시킨 데는 부원(중략)이 성공은 모든 게 그의 공적이라고 말하며 잘난 체하고 겸양의 미덕을 발휘하는 사람이 있다. 모든 게 그의 공적이라고 말하면서 잘난 체할 수 있는가, 그리고 겸양의 미덕? 오역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문맥은 도요타 자동차의 간부론과 아주 흡사하다. 영어판에서 이른 뉘앙스가 나올까, 혹시 지은이 빅터 비얀코는 일본인이 아닐까, 그리고 번역자 역시 일본어를 아는 이가 아닐까 싶다. 도요타의 간부론은 자신 부하의 업적을 살리고, 크게 보이게 하여, 나는 이런 부하들을 길러내고 지도해왔다. 자신의 몫을 다하는 이런 부하를 둔 나는 얼마나 리더십이, 그리고 판단력이 뛰어나냐는 어필 포인트가 된다.

 

검사, 재판관 3명, 변호인(114쪽), 어느 나라 사법제도인지 대충 짐작 간다. 영미 제도는 아니다. 재판관은 일본식 명칭이다. 3명이면 합의부다. 또 보자 그는 경시청 수사본부(115쪽) 역시 일본의 경찰, 우리 경찰청에 상당한 기관이다.

아무튼, 빅터 비얀코가 오징어 게임을 즐겨본 모양이다. 그리고 오징어 게임 구도에서 마키아벨리즘을 확인했다고 보이는데, 마키아벨리를 현대라는 시대의 기점으로 보는 연구자도 있을 정도다. 즉, 신이 아닌 인간의 시대가 현대의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비얀코는 마키아벨리 이전에도 이런 식의 사고와 태도는 존재했다고 말한다.

 

그럼,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보자

 

이 책은 동전의 양면, 즉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은 한 쌍을 이룬다. 음과 양처럼, 보통 우리는 양의 측면에서 말하기를 즐겨한다. 될 수 있으면 어두운 이야기는 꺼내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은이는 새로운 관점, 즉, 고정관념을 거꾸로 뒤집고, 관점이 아닌 시좌를 달리해서 어두운 면으로 해석을 하는 점이 대단히 흥미롭다. 아울러 비교적 확인된 사실을 들을 소개하고 있다. 아울러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에 관한 연구도 상당히 한 듯 보인다.

 

오징어 게임이 어떻게 마키아벨리즘과 통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글쎄다 적절치 않아 보이기도 하다.

위와 같은 여러 당황스러운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아주 흥미롭다. 시좌의 반전이란 측면에서다. 내용을 긍정하거나 부정하거나 하는 가치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그의 해석이 독특하다 할까, 아무튼 다양성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이 책에 관한 서평 중에는 혹독하게 비판하거나 서평단이어서 적당하게 타협하는 투로 좋다는 식으로 평가했다거나 하는 언사들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적확하게 표현하자면, 원저자와 번역자에 대한 정보가 없어, 의아스럽다는 점, 이 책의 미국에서 수백만 부가 팔렸다는 말은 선뜻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이 책은 이 책 나름의 독특한 시좌에서 사물과 현상을 보고 있으며(뒤표지에 실린 구절들- 강자 생존의 시대, 오른쪽 뺨을 맞으면 양쪽 뺨을 때려라, 성적 강함의 매력, 화려하게 훔쳐라, 마키아벨리즘의 실천, 마음껏 비판하고 혹평하라. 완전한 권모술수. 불효 예찬론, 분노의 미학, 만인의 라이벌 시대, 미식 권유 등 참조), 이를 반도덕적 처세론? 어떤 의미에서 반도덕적인가?, 이 점에 관해서는 판단을 유보한다. 조금 톺아봐야 할 대목은 있지만, 어떤 맥락에서 반도덕적 처세론으로 단정하는지에 관한 반대, 항변의 논리가 없으니…. 파라독스 아닌가?

 

<출판사에서 도서를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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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오르는 사람들 사람들 시리즈 1
장다영 지음, 최지규 외 그림 / 탐구인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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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벽을 오르는 사람들

 

지은이 장다영 선생이 에필로그에 적었던 것처럼 이 책<벽을 오르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품 내적으로 이야기의 흐름이 유기적으로 잘 됐나 하는 문제를 스스로 지적한 지은이는 벽을 오르는 사람들이라는 하나의 모형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세상을 설명하려 했으나담고 싶은 게 많았고그걸 꾹꾹 눌러 담다 보니 이음새가 어색하고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부분들이 많이 발견됐다고 했다.

 

그런데 왜 고치지 않고내놓았을까지은이는 이 대목에서 솔직히 답변하고 있다한 번 손을 대면 이 작품은 영영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말았을 것이라는 말충분히 이해한다공부 한번 제대로 해 보자고 코피 터지게 읽고 쓰고 했는데막상 정리하려다 보면오만 것들이 다 기어 나온다씨줄과 날줄을 잘 잡아야지 하면 어느덧 짜임이 엉망이 돼버린다다시 쓰고 고치고 해도 영 신통치 않다그런데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글쓰기 안내를 하는 작가는 그의 책에서 힘주어 말하고 있다이게 다 거쳐야 할 통과의례인 듯 말이다.

 

벽을 오르는 사람들은 누군가?

 

벽은 무엇인가사회경제적 사다리를 의미하는가지위계급상승을 노리는 하나의 장벽이른바 절망의 벽넘사벽과 같은 개념인가그림이 있는 책이라 쉬이 다가갔지만나올 때는 헷갈린다산 넘어 산벽 넘어 벽그렇다면 그 벽의 밖은 무엇인가자연인가제도인가체제인가너무 심오하게 생각하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서 82쪽을 보자.

 

벽들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이 복잡한 생각에 잠기던

찰나에온 세상을 뒤덮는 거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바람이 불어도 벽 안쪽에 있는 사람들은 걱정이 없었습니다벽이

바람을 막아주었기 때문입니다가장 안쪽에 있는 사람들은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을 전혀 체감하지 못했습니다.

 

벽들로 둘러싸인 세상(규제와 억압착취의 장과 그 경계에 세워진 장벽들)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사람들복잡한 생각이란 벽 안에서 살았다면 큰 시련을 겪지 않았을지도 몰랐다는 생각일 것이다.

 

벽은 동심원처럼안으로 들어갈수록 좋다말 그대로 온실이다자원도 풍부하고 그렇지만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벽을 넘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벽을 넘어 들어가도 그 구성원들로부터 배제소외차별을 받는다살아남기 위해서는 본디 그 벽 안쪽에 있었던 이들보다 더 안쪽에 있던 사람들처럼 언행을 해야 한다그럼 반대로 왜 벽으로부터 멀어지는가멀어지면 무엇을 얻을 수 있나가능성희망 등인가?,

 

다시 한번 제대로 읽어봐야겠다벽이란 무엇인가동심원으로 그려 안으로 들어가면 행복해지는지 불행해지는지아마도 이런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작가가 말하려는 핵심은 모험과 도전을 하라는 말이 아닐까바깥세상의 모험을 통해 예상치 못한 엄청난 행운을 만날 수도 있다그럼 도대체 그 행운의 정체는 뭐란 말인가세상은 온통 벽이다헤어났다고 생각하는 순간더 큰 벽이 가로막힌다.

   

애초 이 책은 탐구 인간사람들 시리즈의 하나로 <줄을 당기는 사람들>, <저울 위에 오르는 사람들>, <뿌리로부터 뻗어나가는 사람들>로 이야기가 이어져 나간다.

 

다시 앞으로사람들 사이에는 힘의 차이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큰 힘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세상에 있는 자원을 최대한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그들은 자신보다 힘이 약한 사람들로부터 

자원을 빼앗았습니다(18.

-인류발전의 과정-도구의 등장잉여생산물권력과 지배-

  동료배신웃기는 소리짐승들을 몰아낼 때 누가 더 애썼는지 생각해보라고

더 고생한 사람덜 고생한 사람이 자원을 똑같이 나눠 갖는 건 공정하지 못한 거 

아닌가어차피 나한테 힘으로 이기지도 못하면서자원을 얻고 싶으면 나한테 

달라고 빌어보든지! (19)

부익부 빈익빈의 불공정 세상의 도래-

 

얇지만 깊이는 깊고 내용은 두툼하다원시공산제를 꿈꾸는 게 가능한 일인가벽은 여전히 존재한다도달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목표는 또 저 멀리 가 있는 게 아닌가,

   

<출판사에서 도서를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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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뷰티 (완역본) 나와 모두의 클래식 1
애나 슈얼 지음, 위문숙 옮김 / 도토리숲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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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뷰티

 

지은이 애나 슈얼은 시인이자 작가였다. 28살 하고 몇 개월 더 살다 죽었다. 요절인 셈이다. 그는 어릴 적,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리를 심하게 다쳤는데, 치료를 잘 못 하는 바람에 평생 불편한 채로 살았다. 다리를 다친 후로 말을 타고 다니면서 말에게 깊은 관심과 사랑을 가지게 됐다. 1871년 얼마 살지 못할 거라는 선고를 받고 말을 위한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 아픔 몸으로 6년에 걸쳐 어머니에게 말로 하여 대신 적게 하거나 가끔 몇 자씩 적어 탈고, 5개월 후에 세상을 떴다.

 

 

주인공은 주인이 까망이라 부르는 혈통마, 이른바 족보 있는 말이었다. 망아지 눈에 비친 세상, 엄마(공작부인=더치스)가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세상을 배워나간다. 소설은 4부 49 에피소드로 돼 있다.

 

까망이는 엄마와 함께 주인의 쌍두마차를 끈다. 엄마는 침착해서 낯선 말보다는 나를 더 잘 가르쳐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는 내게 바르게 행동하며 주인의 마음에 들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현명한 태도라고 알려주었다.

 

엄마는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 주인처럼 착하고 사려 깊다면 어떤 말이라도 자랑스럽게 섬길 거야. 그렇지만, 말이나 개를 가질 자격이 없을 만큼 고약하고 잔인한 사람들도 있어, 또한 어리석고 허영심에 무식하고 부주의한 사람들도 많은데, 생각하기를 싫어하는 사람들, 생각이 짧아 말을 망쳐 놓기 일쑤다. 엄마의 이 말이 앞으로 까망이의 인생 항로가 될지는 누구도 몰랐다.

 

버트윅 영지에서 행복스런 나날을

 

까망이는 고든 대지주에게 간다. 이를테면 팔려가는 셈이다. 나를 돌봐주는 이는 존이다. 마방에 들어가니 수컷 조랑말 메리레그스, 밤색 암말 진저(생강)가 있었다. 이제부터 버트윅 생활이 시작된다. 주인마님이 블랙뷰티라 이름 지어준다. 나는 까망이에서 블랙뷰티가 됐다.

 

씩씩한 메리레그스, 진저, 다른 마구간에 사는 땅딸막한 저스티스와 주인의 사랑을 받는 늙은 갈색의 사냥말 올리버 경, 우리는 종종 방목장에 모여 잠깐씩 이야기를 나눈다.

 

거칠고 험한 런던의 길위를 거쳐 돌고 돌아, 마지막 집으로

 

주인마님이 몸이 좋지 않아 치료를 해야 하기에 주인은 그곳 생활을 정리해야 해서 그의 친구인 백작에게 블랙뷰티를 팔았다. 마차를 몰고 짐을 나르는 노동이 시작됐다. 한 적한 방목장에서 맛있는 귀리를 먹고 여유롭게 산책하면 달리던 시절을 뒤로하고서 말이다. 블랙뷰티는 그저 이름뿐, 이제는 마차를 끌고 승객용 마차를 끌거나 짐을 나르는 말일 뿐이다. 그의 친구들도 뿔뿔이 팔려나갔다. 좋은 주인을 만나면 그야말로 팔자가 펴는 셈이지만, 다들 그렇지 못했다.

 

블랙뷰티의 새로운 이름은 “잭‘이다. 새로운 주인 제리를 만나, 그의 마차를 끈다. 주인의 의도대로 재빠르게 움직인다. 대형마차, 합승 마차, 짐마차, 수레, 승객용 마차가 뒤엉킨 도로, 한낮 런던도로를 빨리 빠져나가려면 민첩하게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 19세기 영국 런던의 이동이나 운송수단은 마차다.

 

진저의 마지막

 

가여운 진저를 만났다. 어느 날 공원에서 악단 공연이 열리는 중이라 마차들은 손님을 태우기 위해 그 앞에 대기해 있었다. 허름하고 초라한 승객용 마차가 한 대가 우리 옆에 왔다. 남루한 밤색 말, 털이 부수하고 뼈는 앙상하다. 내가 먹던 건초가 바람에 날려 그쪽으로 몇 줄기 떨어지자 불쌍한 말은 길고 가느다란 목을 내밀어 건초를 주워 먹고는 더 없는지 찾는 모습이다. 어디선가 본 듯한 말, 바로 진저였다. 블랙뷰티와 헤어진 후, 진저는 여러 주인을 떠돌다가 마지막에 마부들을 상대로 마차와 말을 빌려주는 사람에게 팔려왔다.

 

주인은 진저가 몸이 아프다는 걸 알아 싸구려 승객용 마차라도 끌게 해서 끝까지 써먹어야 한다고…. 지금은 쉬는 날 없이 매일같이 일하고 있다. 블랙뷰티가 말했다. “넌 학대받으면 가만히 안 있었잖아” 아, 전에는 그랬지. 그런데 아무 소용없더라 사람들은 최고로 강하거든, 그런 사람들은 감정도 없어, 잔혹해지면 할 수 있는 게 없어, 참고 또 참으며 끝까지 버텨야 해라고 했던 진저는 얼마 후 고개 축 늘여 뜨린 채 죽었다.

 

블랙뷰티 속에 비친 불행들...

 

블랙뷰티는 런던에서 말들이 어떤 고통을 겪는지를 보게 됐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제대로 대우를 받으면 고된 일도 기꺼이 해낼 수 있다. 나는 은으로 만든 마구를 두르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백작의 마차를 끌고 다닌 적이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모는 말 중에서 예전에 나보다 훨씬 행복하게 살아가는 경우도 아주 많다.

 

블랙뷰티는 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마구간 일꾼이 잘 볼 봐주어 12일째 되던 날에 나는 런던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말 시장으로 보내졌다. 새로운 주인 농부 서러굿과 손자 월리는 나를 잘 돌봐줬다. 그들은 나를 이제 조용하고 편안한 집을 찾아서 보내려 한다. ”이 말을 소중히 여길만한 곳 말이다“. 서러굿은 월리에게 말했다.

 

이렇게 돌아 돌아 블랙뷰티는 옛 인연을 찾게 됐다. 서러굿은 집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집에 블랙뷰티를 보여주러 간다. 그 집의 말 사육사 조 그린은 사고로 다리에 흉터가 남은 블랙뷰티를 처음에는 못 알아보다가, 오래전 블랙뷰티가 어렸을 때, 피를 뽑으며 생겼던 자그마한 흉터를 발견하고 뷰티를 알아본다. 뷰티도 조를 알아본다. 그 집의 아가씨들은 고든 부인께 편지를 써서 블랙뷰티가 여기에 와있다는 걸 알려야겠다고 했다. 블랙뷰티는 옛 이름을 찾고 이 행복한 집에서 어느덧 1년이 됐다. 조는 훌륭한 사육사다. 서러굿씨가 조에게 말한다.

 

”자네가 있으니 저 말은 스무 살 넘도록 거뜬히 살 걸세“라며….

 

소설을 읽는 동안 19세기의 영국으로 여행을 해 본다. 당시의 이동, 운송수단이던 마차, 조랑말도 혈통마도 모두 거리에서 일한다. 한적한 농장에서 한가롭게 뛰노는 말도 있다. 블랙뷰티 눈에 비친 인간 세상, 이는 아마도 산업혁명 당시 도시로 몰려든 노동자의 모습이지 않겠는가, 공장에서 일하는 아동들의 모습과 블랙뷰티의 친구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주인공은 말이다. 이 소설을 죽을힘을 다해 썼던 애나 슈얼은 말을 사랑하기에 말의 눈으로 당시 영국의 세계를 그렸을지도 모르겠다. 그가 말에게 동정심과 이해심과 배려를 베풀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고 말하지만, 이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말에게 동정심과 이해심과 배려라기보다는 인간과 자연, 생명을 고귀하게 여기라고 했던 걸 아닐까?,

 

이 소설 속 말은 플랫폼 노동자로, 오토바이를 타는 배달 라이더로 길 위를 위험스럽게 달리는 말들처럼, 사고의 위험 속에 초를 다투는 런던 거리를 달려야 하는 말들처럼, 그렇게 다가온다. 깊은 여운을 남긴다. 블랙뷰티 엄마 더치스가 어린 까망이에게 들려주던, 사람 세계의 천태만상….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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