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즘의 오징어게임
빅토 비안코 지음, 김진욱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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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즘의 오징어 게임

 

이 책은 10장 체제다. 적자생존론에 터잡은 듯 강자생존의 시대, 최후의 1인 되라고 한다(서장). 오른빰을 맞으면 양쪽 빰으로 때려라(1장), 자극과 파괴 그리고 강함을 즐겨라(2장), 훔쳐라 화려하게(3장), 방해가 되면 죽여라 밟아라 그리고 다시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마키아벨리즘의 실천(4장), 마음껏 비판하고 혹평하라, 자기 존재를 드러내라(5장), 완전한 권모술수(6장), 불효예찬론, 부모로부터 얻을 것은 얻어라 이상한게 아니다(7장), 분노하라, 그리고 동력으로 삼아라(8장), 이 시대는 모든이들이 다 라이벌이다(9장), 많이, 맛있게 먹어라, 먹는 게 힘이다(10장), 동전의 양면처럼 목차처럼 쓰고 반대로 읽는다면, 이 책을 읽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은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영문판에 대한 정보가 없다. 원전 명이 무엇이며, 판권에 관해서도 설명이 없다. 그리고 그 흔하디흔한 지은이 빅토 비안코가 누구인지, 직업이 무엇인지에 관한 정보가 전혀 없다. 옮긴 이가 영어판을 보고 옮겼다고 보기에는 합리적 의심이 가는 문장과 구절들이 눈에 띈다.

리뷰와 서평은 그 성격이 조금은 다르기에 리뷰라는 방법으로 접근하기에는 위와 같은 기본 정보가 없어 황당하다.

 


 

이 책은 일본어판을 한국어로 옮긴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뭘까?

 

단적으로 “재판관”(114쪽) “경시청”(115쪽), “수상” 그리고 ~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일본어 번역투의 문장이 그러하다. 또 하나 “고사성어”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물론 영어권의 동양학(일본학, 중국학, 한국학) 연구자라면 모르되 적절하게 고사를 인용하는 점도 적이 당황스럽다.

 

“남편은 28세로 지방공무원이며 대학을 졸업했다. 아내는 25세로 판사의 딸이었으며 전문대학을 졸업했다.” 이어서 보자 “남편은 재산가의 집에서 자란 장남으로 밑으로 여동생이 둘이다. 교육열이 대단하여 아들을 일류 사립대학 부속 중학교에 입학시킨 이내 일류 고등학교와 대학교까지 스트레이트로 입학시켰다.”(65쪽) 는 보통 일본의 중산층 이상의 재력을 가진 집안의 자녀 교육방식과 매우 흡사하다.

 

경찰이 손을 대거나 세무서의 사찰이 들어가게 되면 영업정지에 이어 탈세 추징금이라는 이중 펀치(80쪽), 세무서, 사찰은 일본어에서 온 표현이다. 또한, 영업정지에 이어 탈세 추징금 또한 우리와 일본의 제도다.

 

부하의 공적을 훔치라는 이야기다(88쪽), 이번 계약을 성립시킨 데는 부원(중략)이 성공은 모든 게 그의 공적이라고 말하며 잘난 체하고 겸양의 미덕을 발휘하는 사람이 있다. 모든 게 그의 공적이라고 말하면서 잘난 체할 수 있는가, 그리고 겸양의 미덕? 오역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문맥은 도요타 자동차의 간부론과 아주 흡사하다. 영어판에서 이른 뉘앙스가 나올까, 혹시 지은이 빅터 비얀코는 일본인이 아닐까, 그리고 번역자 역시 일본어를 아는 이가 아닐까 싶다. 도요타의 간부론은 자신 부하의 업적을 살리고, 크게 보이게 하여, 나는 이런 부하들을 길러내고 지도해왔다. 자신의 몫을 다하는 이런 부하를 둔 나는 얼마나 리더십이, 그리고 판단력이 뛰어나냐는 어필 포인트가 된다.

 

검사, 재판관 3명, 변호인(114쪽), 어느 나라 사법제도인지 대충 짐작 간다. 영미 제도는 아니다. 재판관은 일본식 명칭이다. 3명이면 합의부다. 또 보자 그는 경시청 수사본부(115쪽) 역시 일본의 경찰, 우리 경찰청에 상당한 기관이다.

아무튼, 빅터 비얀코가 오징어 게임을 즐겨본 모양이다. 그리고 오징어 게임 구도에서 마키아벨리즘을 확인했다고 보이는데, 마키아벨리를 현대라는 시대의 기점으로 보는 연구자도 있을 정도다. 즉, 신이 아닌 인간의 시대가 현대의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비얀코는 마키아벨리 이전에도 이런 식의 사고와 태도는 존재했다고 말한다.

 

그럼,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보자

 

이 책은 동전의 양면, 즉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은 한 쌍을 이룬다. 음과 양처럼, 보통 우리는 양의 측면에서 말하기를 즐겨한다. 될 수 있으면 어두운 이야기는 꺼내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은이는 새로운 관점, 즉, 고정관념을 거꾸로 뒤집고, 관점이 아닌 시좌를 달리해서 어두운 면으로 해석을 하는 점이 대단히 흥미롭다. 아울러 비교적 확인된 사실을 들을 소개하고 있다. 아울러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에 관한 연구도 상당히 한 듯 보인다.

 

오징어 게임이 어떻게 마키아벨리즘과 통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글쎄다 적절치 않아 보이기도 하다.

위와 같은 여러 당황스러운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아주 흥미롭다. 시좌의 반전이란 측면에서다. 내용을 긍정하거나 부정하거나 하는 가치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그의 해석이 독특하다 할까, 아무튼 다양성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이 책에 관한 서평 중에는 혹독하게 비판하거나 서평단이어서 적당하게 타협하는 투로 좋다는 식으로 평가했다거나 하는 언사들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적확하게 표현하자면, 원저자와 번역자에 대한 정보가 없어, 의아스럽다는 점, 이 책의 미국에서 수백만 부가 팔렸다는 말은 선뜻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이 책은 이 책 나름의 독특한 시좌에서 사물과 현상을 보고 있으며(뒤표지에 실린 구절들- 강자 생존의 시대, 오른쪽 뺨을 맞으면 양쪽 뺨을 때려라, 성적 강함의 매력, 화려하게 훔쳐라, 마키아벨리즘의 실천, 마음껏 비판하고 혹평하라. 완전한 권모술수. 불효 예찬론, 분노의 미학, 만인의 라이벌 시대, 미식 권유 등 참조), 이를 반도덕적 처세론? 어떤 의미에서 반도덕적인가?, 이 점에 관해서는 판단을 유보한다. 조금 톺아봐야 할 대목은 있지만, 어떤 맥락에서 반도덕적 처세론으로 단정하는지에 관한 반대, 항변의 논리가 없으니…. 파라독스 아닌가?

 

<출판사에서 도서를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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