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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오르는 사람들 ㅣ 사람들 시리즈 1
장다영 지음, 최지규 외 그림 / 탐구인간 / 2021년 10월
평점 :
절판
벽을 오르는 사람들
지은이 장다영 선생이 에필로그에 적었던 것처럼 이 책<벽을 오르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품 내적으로 이야기의 흐름이 유기적으로 잘 됐나 하는 문제를 스스로 지적한 지은이는 벽을 오르는 사람들이라는 하나의 모형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세상을 설명하려 했으나, 담고 싶은 게 많았고, 그걸 꾹꾹 눌러 담다 보니 이음새가 어색하고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부분들이 많이 발견됐다고 했다.
그런데 왜 고치지 않고, 내놓았을까? 지은이는 이 대목에서 솔직히 답변하고 있다. 한 번 손을 대면 이 작품은 영영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말았을 것이라는 말. 충분히 이해한다. 공부 한번 제대로 해 보자고 코피 터지게 읽고 쓰고 했는데, 막상 정리하려다 보면, 오만 것들이 다 기어 나온다. 씨줄과 날줄을 잘 잡아야지 하면 어느덧 짜임이 엉망이 돼버린다. 다시 쓰고 고치고 해도 영 신통치 않다. 그런데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글쓰기 안내를 하는 작가는 그의 책에서 힘주어 말하고 있다. 이게 다 거쳐야 할 통과의례인 듯 말이다.
벽을 오르는 사람들은 누군가?
벽은 무엇인가, 사회, 경제적 사다리를 의미하는가, 지위, 계급상승을 노리는 하나의 장벽, 이른바 절망의 벽, 넘사벽과 같은 개념인가, 그림이 있는 책이라 쉬이 다가갔지만, 나올 때는 헷갈린다. 산 넘어 산, 벽 넘어 벽, 그렇다면 그 벽의 밖은 무엇인가, 자연인가, 제도인가, 체제인가, 너무 심오하게 생각하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서 82쪽을 보자.
벽들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이 복잡한 생각에 잠기던
찰나에, 온 세상을 뒤덮는 거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바람이 불어도 벽 안쪽에 있는 사람들은 걱정이 없었습니다. 벽이
바람을 막아주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안쪽에 있는 사람들은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을 전혀 체감하지 못했습니다.
벽들로 둘러싸인 세상(규제와 억압, 착취의 장과 그 경계에 세워진 장벽들)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사람들, 복잡한 생각이란 벽 안에서 살았다면 큰 시련을 겪지 않았을지도 몰랐다는 생각일 것이다.
벽은 동심원처럼, 안으로 들어갈수록 좋다. 말 그대로 온실이다. 자원도 풍부하고 그렇지만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벽을 넘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벽을 넘어 들어가도 그 구성원들로부터 배제, 소외, 차별을 받는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본디 그 벽 안쪽에 있었던 이들보다 더 안쪽에 있던 사람들처럼 언행을 해야 한다. 그럼 반대로 왜 벽으로부터 멀어지는가, 멀어지면 무엇을 얻을 수 있나? 가능성, 희망 등인가?,
다시 한번 제대로 읽어봐야겠다. 벽이란 무엇인가, 동심원으로 그려 안으로 들어가면 행복해지는지 불행해지는지, 아마도 이런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 작가가 말하려는 핵심은 모험과 도전을 하라는 말이 아닐까, 바깥세상의 모험을 통해 예상치 못한 엄청난 행운을 만날 수도 있다. 그럼 도대체 그 행운의 정체는 뭐란 말인가? 세상은 온통 벽이다. 헤어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더 큰 벽이 가로막힌다.
애초 이 책은 탐구 인간, 사람들 시리즈의 하나로 <줄을 당기는 사람들>, <저울 위에 오르는 사람들>, <뿌리로부터 뻗어나가는 사람들>로 이야기가 이어져 나간다.
다시 앞으로, 사람들 사이에는 힘의 차이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큰 힘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세상에 있는 자원을 최대한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보다 힘이 약한 사람들로부터
자원을 빼앗았습니다(18쪽) .
-인류발전의 과정-도구의 등장, 잉여생산물, 권력과 지배-
동료? 배신? 웃기는 소리…. 짐승들을 몰아낼 때 누가 더 애썼는지 생각해보라고
더 고생한 사람, 덜 고생한 사람이 자원을 똑같이 나눠 갖는 건 공정하지 못한 거
아닌가? 어차피 나한테 힘으로 이기지도 못하면서. 자원을 얻고 싶으면 나한테
달라고 빌어보든지! (19쪽)
- 부익부 빈익빈의 불공정 세상의 도래-
얇지만 깊이는 깊고 내용은 두툼하다. 원시공산제를 꿈꾸는 게 가능한 일인가? 벽은 여전히 존재한다. 도달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목표는 또 저 멀리 가 있는 게 아닌가,
<출판사에서 도서를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