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해석 - 세상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인간사
서보경 지음 / 더로드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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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반복되는 인간사, 인간본능

작가 서보경의 에세이<인간 해석>, 에세이일까 사회평론일까 모호한 구석은 있지만, 전하려는 이야기는 세상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인간사 이해에 긴장감을 느끼자는 말이다. 달리 말하자면 자기성찰을 하라는 말로 들린다. 인간 본질의, 뿌리가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의 본질에 터 잡은 사회, 가정, 거기에 개인의 삶은 인간의 본질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음을 간과하고 사는 게 아닌지, 마치 물과 공기처럼 말이다. 지은이는 이 점을 강조하면서 인간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고 한다.

이 책은 4장으로 이뤄져 있고, 첫 장에서는 세상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질, 두 번째 장에서는 인간사를, 세 번째 장에서는 관계의 본질, 네 번 째장은 인간 해석의 결론 편으로 급변하는 사회에서 자기중심을 잡고 살아가는 방법, 방황과 시련의 연속인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회복탄력성과 삶을 대하는 태도의 유연성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급변하는 사회 환경, 문화, 종교, 정치, 경제, 교육 등 각 부문에서 변화 역시 인간사의 끊임없는 반복, 결국 인간의 본질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자고 제언하는데, 글쎄다. 인간사, 인간 본질과 그 위로 겹겹이 쌓여 층을 이룬 현상 밑에 숨겨진 것들, 현상에 관한 지은이의 이해와 인간 본질을 이야기하는 대목은 상충하는 듯하다. 소유와 욕망하는 인간의 본능, 역사이래 생겨난 계급문제와 경제주체와의 관계, 소외 등의 현상나열, 산업화, 도시화, 개인화는 어떤 관련성을 갖는지. 물론 이 책의 서술 목적은 방향을 잃고 헤매는 인간 군상에게 전하는 메시지라는 점에서 보면 자기계발, 자기성찰에 가까운 이야기일 듯싶다.

변하지 않는 인간, 세상, 관계, “자중자애”

인생사, 인간의 삶이란 성악설, 성선설의 논쟁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인간의 본질 문제를 따져 물을 수 밖에 없는 인간사, 인간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본질적으로 반복의 연속이다. 현상은 과학기술 발달로 아주 많이 혹은 전혀 달라졌다고 하더라도 본질은 같다. 인간관계 역시 인간사, 이런 역사를 다룬 유명한 책 사마천의 <사기>열전편에서 보여주는 "인간관계론와 리더십" 또한... 그렇다.

인간이 사는 사회인 세상의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上善若水), 물처럼 사는 삶, 가면에 갇힌 사람들, 가면은 페르소나다. 한 사람이 사회생활 하면서 갖는 얼굴은 장면마다 다르다. 때로는 아버지, 아들, 남편, 일터에서는 상사로 부하로서 다양한 가면을 갖는다. 지은이는 경제활동을 비롯한 사회적이고 이차적인 관계에서 가면에 갇히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역할 속에 파묻히거나 매몰되면 자신의 모습을 잃을 수도 있다는 말을 남긴다. 간과 쓸개도 서로에게 보여주는 간담상조가 본래는 거짓 우정을 나무라는 표현이었는데. 그 뜻이 바뀌고 말았듯이. 나이 들면서 깊은 인간관계를 가져가기 어렵다는 표현도 또한….사회병리현상이다.

사회재난 안전불감증의 사회 현상을 끊임없이 일어나는 사건과 사고들에 관한 사회심리학적 처방까지도…. 말 많고 탈 많은 세상살이 끝에, 불확실하기에 두렵고 불안한 미래에 자기중심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심리적 회복 탄력성, 삶을 대하는 유연성, 인정 강박에서 벗어나는 길, 풍파 속에서 살아내는 힘은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자중자애”의 길이지 않을까, 물같은 삶 “상선약수”라. 불완전한게 인간이고, 인간세상의 본질인 것을...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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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짧고도 사소한 인생 잠언 - 마흔,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처방
정신과 의사 토미 지음, 이선미 옮김 / 리텍콘텐츠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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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촌철 아포리즘


일본 정신과 의사 토미 시리즈 2, <지극히 짧고도 사소한 인생 잠언>은 인생, 인간관계, 고민에 관한 마음 치료제, 이 책의 열쇳말이다. 한 세대 이상 일본 사회의 디플레이션 불황 속에서, 같은 시기에 국제은행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신자유주의 질서를 받아들였던 한국, 개인의 삶은 양극화와 고용불안, 정규와 비정규로 자본주의 최대의 효율화와 성과주의 앞에 무너졌다.


”우리”라는 공동체는 산산이 깨지고, 그 파편 속에서 자신의 삶 ”나“를 찾는 방향을 상실해버린 각자도생의 시대. 이 시대의 표상은 미래에 대한 “불안, 두려움”이다. 인생 설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만큼, 이 불안과 두려움 사이를 파고든 지금, 이 순간만을 위한 욜로, 지금을 즐겨라. 평균수명이 늘어난 만큼 길어진 ”청년 시대“ 지은이가 이 책을 마흔, 이제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인생 잠언이라는 표현한 것은 놀랍게도 기나긴 청년 시절(청년기본법의 대상 나이를 34세에서 39세까지 늘린다고 할 정도)의 끝자락에서 어떻게 어른 삶을 살 것인가, 청년기 졸업기념사처럼 다가온다.


 


토미의 제안은 4장 221의 아포리즘, 1장, 네 인생의 주인공은 너라는 말을 조언한다. “다른 사람을 실망시켜도 괜찮아요“,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그 누구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것은 아니니, 내 걸음걸이만큼만, 내 힘닿는 만큼만, 남의 잣대가 아니라 내 잣대로, 노자의 ”자중자애”를 풀어놓은 듯하다. 내려놓기에서 안락까지 47개의 잠언이, 나란 존재에 느끼도록 해준다. 내려놓기와 시선, 과장, 침묵, 자아긍정감, 판단, 가치관 등 아주 익숙한 듯하면서도 늘 거북스럽고 익숙지 않은 것들이 실려있다. 


2장 ”인간관계는 사실 개선되지 않아도 괜찮아요“ (59개의 잠언), 자기 효능감, 행복, 열등감, 친구, 보상, 신경끄기, 열등감과 겸손, 친소관계, 자기방어, 경계 등 나와 다른 사람(타자)의 관계를 다룬다. 가스라이팅, 휘둘림, 나르시시스트와는 거리를, 자신만의 경계(바운더리) 세우기 등을 말이다. 그리고 3장, 사실 자중자애하면서 자신의 경계를 제대로 세우면, ”사실 진짜 고민해야 할 일은 그리 많지 않아요“, 인생 목적, 털어놓기, 분위기, 여유, 이해력, 미소, 놓아버림, 어리석음, 고정관념, 부드러움, 소망, 감사 등 59개의 잠언이, 


자 이제 1장에서 3장까지의 흐름을 이해한다면 4장 불혹, 이제는 흔들림 없이 강해져야 한다. “강해지는 방법은 집착을 줄이는 거예요” 과소평가, 단순함, 진리, 간담함, 따뜻함, 될 대로, 좋은 사람, 멈춤, 다가감, 불만, 흘림, 가치, 마음, 잠과 밥. 56개의 잠언이. 221개의 생각해보기, 한 주에 5일 동안. 토, 일은 이를 되새김질하며, 1년 동안 마음의 공부를 할 수 있다. 지극히 짧고도 사소하지만, 지극히 길고 중요한 사유의 ”화두“


지은이가 생각한 인생에서 이것만이라도 잘 정리한다면,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아니다. 오히려 지은이는 적어도가 아니라 이 정도면 당신은 훌륭한 삶을 이미 시작한 거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내려놓아야 할 것들


이 책의 열쇳말로 1~4장을 일관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단 하나의 방법은 ‘내려놓기’입니다.“

집착을 내려놓고 ‘이래야만 해’라는 생각을 접어두고, 다른 사람을 조종하고 싶은 마음을 내려주세요. 

내려둘 수 있는 것들은 많습니다.

내려놓을수록 마음은 편안해지죠.

그렇게 내려놓다 보면 마지막에는 내려놓기 어려운 것만 남습니다. 이것이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왜 내려놓기가 인생의 아포리즘 중 으뜸일까?


내려놓기 즉 방하(放下)는 불교에서 수련, 마음을 다스릴 때 내려놓기란 의미이기도 하지만, 욕심과 과대망상, 불안, 자만 등 모두 번뇌를 일으키는 것들이다. 또 이래야만 해라는 당위, 목표 설정은 이미 내가 아닌 그 누군가가 혹은 내 안의 타자가 아니면 또 다른 내가 정한 잣대다. 누구를 모델로 따라 배우기 이른바 군자 흉내 내기에 지쳐 늘 열등감과 피배감에 자신을 향해 공격해대던 역사 속 인물과 사건들…. 문화, 역사, 종교, 사회, 교육, 경제와 내 삶까지 이어지는 모든 것들에 해당하는 말이다. 다른 사람을 조종하고(가스라이팅, 나르시시스즘), 


모든 것을 내려놓다 보면 진짜 내려놓지 않아야 할 것들만 남을 것이다. 이렇게 읽어보는 것이다. 이어지는 ”002의 시선“ 즉 두 번째 새겨야 할 낱말이자 개념인 시선으로, ”다른 사람의 시선은 신경 쓸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실망을 줄 수도 있습니다. “로 꼬꼬무가 된다. 221개가 전혀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모두 연결됐다. 다만, 어느 열쇠로 접근하는가 하는 점만 다를 뿐이다. 하나를 깨우치면 열을 알게 된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싶다.





비난(032/221) ”누군가 타인을 비난하고 있을 때는 ‘이 사람은 시간이 많은가 봐.’라고 생각하고 지나가세요. “보통사람들은 자기 일만으로도 벅차다는 현실, 여기에 신경을 동조를 공감을 표하지 않더라도 관심을 두지 않더라도 좋다. 지은이는 자기 일로 가득 찬 일상을 보낸다는 사실은 자신에게 충실하다는 것이라고, 이러한 태도는 이기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이를 곱씹어 보고 사유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 지은이의 생각에 찬성과 반대를 할 수 있고, 자기 생각을 정리할 기회, 오늘 하루의 화두로 삼고 ”비난“에 관한 사유를, 아울러 ”공격”을 쌍으로 하여 생각해보는 것도, 공격(033) ”마음을 평온하게 유지하는 원칙은 ‘공격하지 않는다’와 ‘공격적인 사람에게 가까이 가지 않는다’입니다. “자, 여기에도, 자신의 경계(바운더리)를 설정하라는 의미, 다른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것으로 내 마음의 평온을 지키는 것이라는 말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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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 협동조합 - 한 사람에서 시작해 한 사람에게 향해 가는 협동조합
김기섭 지음 / 들녘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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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 협동조합


지은이 김기섭은 최근 고인이 된 농업경제학자다. 1986년부터 일본에서 협동운동, 유기농업 운동을 이끌던 은사에게 사사, 일본의 다양한 사회 시민운동을 접했다. 1993. 생활협동조합에서 일하며,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에 관한 연구를 했던, 현장활동가이면서 연구자<한국 사회적경제의 역사>(공저:한울아카데미, 2016), <인간연대 자본론>(들녘, 2018), <사회적 경제란 무엇인가>(들녘, 2018> 등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 


한 사람의 의미와 한 사람을 향해 가는 협동조합


한 사람은 두 가지 의미, 즉, 주체로의 사람인 개인을 의미하고, 그 한 사람은 세상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존재라는 것이다. 이런 사고 틀에서 그는 한 사람 협동조합, 한 사람에서 시작해 한 사람에게 향해 가는 협동조합을 이야기한다. 협동조합의 “정의” “가치”와 “원칙” 여기서 정의(定意)는 외부에 협동조합의 목적을 알리는 것이고, 그 운영에 관한 내용을 역할에 담는다. 우리나라의 협동조합을 규율하는 개별법(농업, 수산업, 생산자, 소비자, 사회적, 노동자 등의 협동조합), 기본법을 마련해두고 있다. 법률에 따른 협동조합은 본래 취지를 왜곡시킬 잠재적 가능성과 목적에서 금융 등을 부각, 자유, 자율이라는 가치가 몰각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협동조합의 역사에서 방향성을 잃어가는 협동조합, 즉 “가치”를 새롭게 되새겨야 한다는 말과 정체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이미 기업의 형태를 취하는 등의 복잡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고. 협동조합은 비영리법인이 아니다. 다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을 뿐인데 여기서 혼란이 생겨 무늬만 협동조합인 조직이 들고 있으니…. 세계에 300만 개가 있다는 협동조합이 말이다. 


이 책은 위와 같은 내용으로 5장 체제이며, 1장에서는 협동조합의 정체성에 관하여(국제협동조합(ICA) 서울대회) 2~4장에서는 협동조합이 무엇인지 “정의”, 협동조합과 조합원의 자기신념인 “가치”와 협동조합 운영에 필요한 7가지 지침인 “원칙”의 자세한 설명과 해설 그리고 지은이의 관점과 견해를 싣고 있다. 5장에서는 개인화 시대, 협동조합의 길을, 개인주의 협동조합을 향해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를 담고 있다. 


협동조합의 정체성?


협동조합, 신용협동조합(신협), 농업협동조합(농협) 등이 떠오를 것이다. 협동조합은 모두 여·수신 기능을 기본으로 하지만, 그렇지 않은 협동조합, 소비자(한실림), 생협(아이쿱) 서비스(의료협동조합) 등, 그런데 조합원이 기본인 협동조합이 조합원을 소외시키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으로, 엉거주춤한 상태, 우리 귀에 익은 농협은행, 수협은행 등 도대체 왜 이런 “은행”이란 용어를 쓰는가?, 단위농협은 또 뭐고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마치, 사회복지사는 행정의 하부로 사회서비스를 하는 것처럼 인식되듯, 하지만 본래는 말 그대로 사회복지사다. 즉, 활동가이면서 시민운동가처럼 복지권리를 위해 소수자가 약한 자를 대변하고 제도개선과 구제 활동을 하는 등, 행정관청을 상대로 싸우기도 한다. 마치 길거리 변호사처럼 말이다. 그런데 한국의 사회복지사는 뭔가 빠져있다. 즉 정체성이, 가치 인식이 모자랐다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협동조합 또한 중요한 기능이랄까,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협동조합 운동의 중요한 저작이 바로 이 책이지 않을까 싶다. 


협동조합은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리” 대신에 “나”


사대의 변화와 함께 말도 사람도 마음도, 혼란을 겪고 있다. 협동조합의 위기는 쉽게 말할 수 있다. 19세기 말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만, 앞으로 어떻게 미래를 모습을 짐작할 수 있을지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한때 대기업의 타도를 외치던 노동자들은 지금은 그 주식을 사면서 주가가 오른 같은 노동자를 보면서 배 아파한다. 즉 “우리” 대신에 들어선 “나”, 신자유주의적 각자도생이라 할 수밖에. 공동체에서 개인화, 인간으로서의 권리보장은 상당한 수준, 물론 상대적이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말이다. 


또한, 협동조합을 사회주의적 시각에서 이해하려는 사람도 적지 않으나, “사회주의적”이란 점을 인식해야 한다. 마음 또한 불안상태다. 미래의 불확실성은 불안을 증폭시키니, 그렇다면 협동조합의 위기를 어떻게 새겨야 할까? 협동조합이 하나의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자유’와 ‘평등’(존립조건), 그리고 ‘의미의 창출’과 ‘희망의 분배’(사회의 존재이유)라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문제는 실재에서 제도로 추락했다. 가입과 탈퇴의 자유와 1인 1표의 원칙만 남아있을 뿐, 의미창출과 희망의 분배는 이미 협동조합의 몫이 아니다. 이는 조합원의 소외다. 말을 잃어버린 것이다. 


위기의 본질, 의미 창출과 희망의 분배의 상실


반박의 여지는 물론 있다. 지은이는 협동조합의 이념적 위기를 진정 극복하려면 먼저 조합원이 자기 말을 되찾고 다른 조합원과 다시 관계를 맺도록 돕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협동조합의 정체성은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체성부터 그 깊이를 더해야 한다고. “일인은 만인을 위하여, 만인은 일인을 위하여”라는 공동연대의 정신은 개인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이 정신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시대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자는 제언이다. 박제화된 협동조합은 “은행”이란 이름으로 정체성을 드러낸다.조합원 대신에 불특정다수의 사람과 통장을 매개로 한 금융기관인 은행으로의 변신은 개인이 말과 관계를 잃어버리고 대상화됐다는 말이다. 이는 왜 협동조합을 새롭게 이해하는지를 그 이유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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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빛, 청자 1
정찬주 지음 / 불광출판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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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빛, 청자


작가 정찬주는 1983년 <한국문학>신인상으로 등단,  법정 대선사의 재가 제자(법명, 무염(無染))로 불교에 정통한 소설가이기도 하다. 우리 시대의 큰 스승 성철 스님 이야기<자기를 속이지 말라>, <다산의 사랑>, <아소까대왕>, <이순신의 7년>, <소설 무소유> 등 많은 유불선의 시대적 인물들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그려냈다. 

 

이 소설<깨달음의 빛, 청자>은 비색(翡色) 고려청자가 주인공이다. 2권 체제이며, 1권은 당구(당나라 출신의 해적)와 싸우려는 궁복, 탐진(옛 강진의 지명)의 가리포소의 군관이 되기 위해서 대구소의 무예 시합에 참여하면서 시작된다. 궁복과 대구소의 족장인 정 씨의 아들 정년과의 만남, 그리고 산둥반도의 신라소 촌장인 신라왕가출신 김시방 등과의 연으로 출중한 활 솜씨에 더해 검술과 말타기를 익히는 과정을 그린다. 이후 당나라로 들어간 장보고와 정년은 당시 고구려의 후예 이정기와 그 후손이 절도사로 당 황제에 도전하는 것 막기 위한 군사조직인 무령군에 들어가 무예실력을 인정 받아 군관을 거쳐 군중소장이 되어 조정에 반기를 드는 세력을 소탕하는데. 무령군은 정규군이 아닌 토벌을 위한 임시군대로 해산될 상황, 장보고는 신라사람들의 추대로 신라소 대사가 되고...


월구청자에서 얻어온 비색.


당구에게 끌려가 노예로 팔린 신라인들은 당 황실에서 사용하는 월구청자 가마에서 일하기도…. 탐진의 토기, 큰 장사꾼이 되면,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 장보고의 눈에 월구청자를 탐진에서 만들 수 있다면 이란 생각이 미치게 되고…. 신라로 돌아온 장보고는 월구청자가마의 도공으로 일했던 최녹천을 데려와 청해진을 만들고 탐진 가마에서 청자를 구워내기 시작하는데. 결국, 역사에서 보듯, 장보고는 염장에게 죽고, 청해진 사람들은 노비로 김제로 가게 되고, 200여 년이 흐른 뒤, 10세기 고려 광종의 노비안검법으로 해방된 청해진 사람들은 다시 탐진으로 되돌아와서, 청자를 빚기 시작하는데….


지금까지 알려진 고려의 청자는 단순히 강진 땅에서 갑자기 어느 순간 태어난 게 아니었다. 당나라의 황실에서만 썼다는 최고의 색 푸른(翡)빛 감도는 청자(靑瓷)는 “문화”의 아이콘이었다. 하늘과 닿는, 하늘을 대신에 천하를 다스린 천자(天子)가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썼던, 청동기 대신에 월구청자를. 월구를 빚는 장인들은 청자의 유약 제조비법을 신라 출신 도공들에게는 비밀에 부쳤다. 


2권은 수많은 무명의 도공이 강진 청자를 빚어내는 탄생의 역사를 그린다. 걸출한 몇몇 도공들이 순전히 개인기로 만들어 낸 게 아니라 수많은 도공과 강진이라는 지역의 환경과 자연이 만들어 낸 고려의 독특한 예술품이었다고, 중국은 비색(秘色)과 다른 고려의 비색(翡色), 송나라대에는 도기는 고려청자가 으뜸이었다고 평할 정도였다. 당시 세계의 중심은 중국이며 중국에서 천하제일로 쳤다면 당대 최고라는 말이다. 


보통 소설은 주인공과 주요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이 소설의 주인공은 “청자”다. 장보고가 나오는 것은 아마도 당대의 시대 흐름과 정세 왜구 대신에 당구(당나라 해적)들이 설치던 상황과 월구청자가 신라로의 도입을 흥미 있게 다루기 위한 요소였던 듯하다. 당대의 고려 국교였던 불교의 승려들을 통해서 개성으로 퍼져갔던 청자, 찻잔으로, 술잔으로…. 그리고 무신정권의 정치자금줄이 됐던 청자공급. 아무튼, 청자는 문화예술품이라는 이미지가 아닌 화폐 대체기능도 했던 점 또한 흥미롭다. 


신라의 에밀리 종의 탄생 배경처럼 신화적 요소는 없지만, 장마다 이름 없는 도공들의 궁리와 지혜로 빚어낸 독창적인 “청자”, 후대에 이르면 상감청자가 나오지만.


작가는 고려청자의 천년 비원을 품은 역사를 K-컬쳐의 원조, 한류의 시초라고 평한다. 보통 한반도의 문화교류나 전래, 전파의 경로는 동북아로 보는데, 작가는 북방은 물론 남방까지 K-컬쳐가 퍼져나갔다고, 세계적인 도자기예술품으로서 “고려청자”가 아닌 강진 청자가 만들어지게 된 기나긴 여정, 수많은 사람의 피와 땀, 그리고 꿈이 서려 있는 하나의 “문화”였다고, “한류의 시초 강진 청자”라는 말은 작가가 지어진 말이 아니라, 미국 위스콘신주에 살면서 동아시아 고대 역사를 가르쳤던 SNS 친구 메티 베게하우프트 선생이 한 말이라고. 우리보다 먼저 강진 청자를 이해했던 외국인 연구자가 있었다는 말이다.


“깨달음의 빛” 이란 비밀스러운 색(秘色)은 비밀을 품고 있는 색, 아무래도 좋다. 하지만 이를 비색(翡色)으로 만들어 낸 것이 깨달음의 빛이었다는 것일 거다. 색 자체를 만들어내는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탓도 있겠지만, 지혜로 빚어낸 색이란 의미로 새겨두련다.


작품해설을 한 문학평론가 이경철은 우리 민족 특유의 심성과 자연에서 우러난 청자를 주인으로 한 최초의 본격소설로 청자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더욱 고조시켜줬으면 한다고. 자칫 국수주의로 이해될 수도 있는 강진 청자 이야기는 이름 없는 민초들이 온 힘을 다해 만들어 낸 문화의 결정이라는 차원에서 이해해달라는 말로 받아들이면 어떨까 싶다. 아쉽게도 지금은 강진 청자라는 문화적 존재가 미미한 듯하여 씁쓸하지만….


작가의 손 끝에서 새롭게 태어난 강진 청자, 그저 국보급, 세계적인 예술품이란 대상으로서만 봤던 청자가 살아서 걸어온다. 천년세월을 이렇게 살아왔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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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데이터 리터러시 -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모든 사람을 위한 교양서
송석리 외 지음 / 길벗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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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리터러시, 데이터를 읽는 능력은 세상을 읽는 능력


정보와 데이터. 데이터는 의미 있는 정보를 가진 모든 값, 사람이나 자동 기기가 생성 또는 처리하는 형태로 표시된 것을 뜻한다. 어떠한 사실, 개념, 명령 또는 과학적인 실험이나 관측 결과로 얻은 수치나 정상적인 값 등 실체의 속성을 숫자, 문자, 기호 등으로 표현한 것이며 데이터에 특정한 의미가 부여될 때 정보가 된다.


데이터는 내가 궁금하고 알고 싶었던 대상에 대한 흔적과 힌트를 모은 것으로 데이터를 탐구는 이런 힌트를 통해 숨어 있는 사실을 알아낸다. 데이터의 우연성, 오류 가능성 때문에 발생하는 다양한 착각의 함정을 수학과 확률을 통해 논리적으로 피해야 하는데, 이 책은 이런 착각을 다루고 있다. 


책의 구성 또한 3단계로, 데이터 리터러시 감각을 익히고, 리터러시(읽기 능력) 기르기, 활용하기 순으로 1부에서는 데이터 리터러시 시작하는 시간, 여기서는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지하철은 어느 역의 이용객이 가장 많을까? 꽤 흥미로운 접근인데, 데이터를 가지고 이를 알아보는 것이다. 데이터 분야의 트렌드 분석하기, 시간, 이용객 수 등의 데이터를 보면 대략 어느 역에서 승객이 많이 타는지가 보인다. 2부 데이터 리터러시 기르는 시간, 여론조사 결과에 휘둘리지 않기와 그 너머의 무언가를 보기, 그리고 영화가 어떻게 추천되는지 추천시스템 현명하게 사용하기, 확증편향 줄이기, 아울러 평균함정 조심하기와 데이터 속에 숨어 있는 관계 찾기, 데이터를 깊게 보고 오해에서 벗어나기 등, 즉, 통계의 오류나 여론조사에서의 함정 등을 살펴본다. 그리고 3부 활용하는 시간에는 데이터를 활용하여 표시하기, 실천하기에서는 질문부터 통찰까지 꿰뚫는 설문 조사 만들기, 코탑활용 설문 응답 데이터 분석, 그리고 마지막으로 데이터 윤리에 관한 책임 등,


어떻게 배우고 활용할 것인가? 


통계학이라하면 겁부터 먹는 사람들, 통계학은 너무 어려워, 그래프도 그렇고 데이터를 분류하고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 등이 앞선다. 마치 수학포기자들이 수학이라면 지레 겁먹듯 말이다. 이 책은 이런 두려움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돌리고 있다. 그저 최근 넘쳐나는 정보와 실제로 그런가, 어떻게 그런 것을 계산해서 알려주는지, 평소 궁금해하는 사안이나 문제에서 출발하여, 데이터를 읽는 능력을 기르자는 취지의 접근이라면... 통계학이란 이름은 언급하지 않아도 되니까, 


이 책은 인공지능을 사용하든, 엑셀, 오렌지 3, 파이썬 등을 사용하여, 설문 조사에서부터 데이터 생성, 결과보기 등을 해보는 것이다. 키가 180센티라도 평균 수심 1미터 인 계곡이 위험한 이유는, 채상병사건처럼 물살은 세더라도 평균수심이 그리 깊지 않아 사람 키를 넘는 곳이 없을텐데 어떻게 익사 사고가 났을까?, 이런 현상들을 이해하려면 평균함정에서 벗어나야...


맛집 별점 4.5와 4.7중 어느 쪽을 가는게 좋을까? 당연히 평점이 높은 쪽을 선택하겠지 그런데 왜 이런 질문을 하지, 뭘 물어보는 것일까? 바로 여기서 필요한 것은 단순히 데이터 분석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현명한 선택을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한다. 


또 다른 측면을 보자. 정치, 선거여론조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이해함으로써, 그리고 우리 사회의 이슈, 기후위기, 쓰레기양의 증가 등의 현상을 조사하는 실태조사와 여론조사의 차이 등 실생활 속에서 접하는 여러 현상에 과학적인 접근을 해봄으로써, 수학, 확률, 등 기초 통계학은 물론 논리학까지, 종합적인 이해가 가능한 경로를 만드는 것이다. 꽤 효과적인 학습방법이라는 여겨진다. 책은 최소한의 데이터 리터러시라는 제목이 붙어있지만, 실제로는 기초 통계학의 내용을 담고 있다. 맛집 평점을 어떻게 주는지를 알아야.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일상에서 일상의 데이터를 가지고 재미있게.


이 책의 지은이들은 일선 학교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다. 중, 고생은 물론 일반인의 실용통계학습서로서도 충분하다. 다만, 피어슨 상관계수, 확증편향, 회귀분석, 표본오차, 표준편차, 중앙값, 가중값, 분산, 빈도, 산포도 등, 통계학에서 알아야 할 개념 정리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아무튼 내용 설명은 그림과 도표 등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쓰고 있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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