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하는 인생에 행복은 없다
송영우 지음 / 바른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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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하는 인생에 행복은 없다


이 책은 늘 곁에 두고 읽어야 하는 시대의 어른이 이야기다. 현란한 이론도 강한 자기주장(?)도 별로 없다. 그저,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번쯤 생각해 본 적이 있었을 법한 고민을 놓치지 않고, 건드린다. 세대에 따라 늘 있는 술자리나 차 한잔의 수다판에 올라올 소재들에 관해 지은이 송영우 선생은 말한다. ~자왈, OO 가라사대로 시작하는 훈계조의 말이 아니라, 그저 차 한잔 마실 동안 이런저런 이른바 ”인생 담론“인 셈이다. 


이 책은 글을 쓴 이와 읽는 이의 대화집이라는 상상하면서 읽는다면 꽤 재미있다. 글 속의 문장을 들어, 당신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하고 묻고자 하는 궁금함의 답이 장을 달리하는 곳에 적혀있다. 앞으로 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책 앞표지에 ”수준 높은 독자가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을 위한 메시지”라는 말은 지은이의 의도와는 다른 듯하다. 뒤표지에 적힌 ”악서는 아무리 조금 읽어도 많이 읽은 것이요, 양서는 아무리 많이 읽어도 조금 읽은 것”이라는 쇼펜하우어의 말을 인용했는데, 이 대목이 이 책의 성격과 내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문장이다. 


지은이 소개는 옥에 티(?) 이런 소개를 하지 않아도 될 듯한 데-베스트셀러를 지향하기보다는 스테디셀러가 어울린 듯한데…. 아무튼 보통의 독법이 아닌 톺아보기, 전체를 읽으면서, 흥미로운 주제나 관심사를 집중해서 읽어보고 생각해보고 다시 읽어보는 방법으로 읽으면 지은이와의 대화가 가능하다. 물론 나만의 생각이지만.


이 책은 11장에 걸쳐, 인간의 모습을 비롯하여 태도, 사람의 마음, 행복과 불행, 고독과 외로움, 앎과 깨달음, 대화와 글쓰기, 독서와 인생, 문화산책, 마지막 자기 구원 이란 명제에 관하여 지은이의 생각을 담았다. 읽는 이의 관심사에 따라 어느 한 장만을 읽어도 되는 구성이다. 


인간의 모습


사람들은 누구도 나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착각하지 말라, 이른바 인정욕구 때문에 자신을 놓치지도 말며, 나를 잃어버리지도 말라. 사람들은 살면서 몇 개쯤 ”가면”을 쓰고 산다. 이른바 페르소나, 하지만, 가면에 갇혀 악행을 하는 것은 나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가면이라는 열쇳말로 마키아벨리즘을 논할 수 있고, 공, 맹의 왕도정치를 논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아를 늘 확인하는 자기 성찰의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말이다. 어느 영화배우의 자살, 배역에 몰입돼 현실의 자신과 괴리를 견딜 수 없었다는 뒷이야기도 있지만 말이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 있게 마련이고, 어느 누군가를 기준 삼는 것조차 어리석은 짓이다. “군자”를 본보기로 삼던 과거의 유학(자)들이, 입신출세 후에 자신의 의지대로 살았던가, 삶의 겉보다는 알맹이를 들여다보라는 지은이의 메시지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인격이란 뭐지, 인간의 품격. 고맙다, 미안하다로 시작하면


대단히 철학적으로 생각하기, 이런 것은 없다. 우리 생활 속에서 주변을 둘러보면서, ”양심이 무엇인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로 시작되는 지은이의 말, 내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모략한 적은?, 내 생각과 다른 말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반응을 살펴보는 일은 없었는가?, 암중모색하면서 선한 웃음을, 놀 때만 친구로 살지 않았는가, 밥도 한 번 안 사면서 큰소리쳐 실망을 주지 않았나, 대화하면서 상대방의 말을 듣기보다 언제나 ‘나’를 앞세우며 추한 이기심을 내보이지 않았는가?, 말해야 할 때, 침묵하고, 침묵할 때 말하지 않았는가, 조그만 도움에도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는가?, 남의 애경사 부조 떼어먹고도 내 애경사를 알리지 않았는가? 받기만 하고 주는 일은 외면했는가? 


뭐 이쯤 하면 우리 일상생활에서 고민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불편함이 망라된 듯하다. 이것이 사람 사는 세상의 모습이다. 나는 이런 물음에 몇 개쯤 실천하고 있을까?를 생각을 반성하고 이렇게 해보라는 충고는 사실 어렵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다만, 적어도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자. 예절은 지켜야 한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내 처지에서 감당할 여력이 없을 때 느껴야 할 부채감은 그것대로 놓아두고, 최소한의 인사 늘 ”고맙다“ 는 표현과 ”미안하다“는 상비약처럼 가지고 다녀도 좋을 듯하다. 


일본사람의 이미지, 이 사람들은 맨날 뭐가 미안한지, ”스미마센“(미안합니다)을 연발한다. 길을 걸으며 내 잘못으로 상대방 어깨와 부딪쳤는데도, 사과는 상대 쪽이, 아이고 미안합니다. 라고, 뭐가 그리 미안한지. 진짜로 미안해서 그럴까?, 아니다. 어쨌든 나도 이런 일이 일어난 데 책임이 있다는 생각, 일방적인 것은 없다는 생각일까, 


우리 사회는 감정표현이 대단히 서툴다. 그저, 고맙다. 미안하다는 한마디에 내 감정을 전달하는 데 익숙해지자,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내가 누구에게 꿀리는 것도 아닌데. 인격은 바로 이런대서 드러나는 것이다. 배려, 공감, 소통, 모든 것이 담겨있다. 


이 책의 제목<비교하는 인생에 행복은 없다>처럼, 인생은 내 것이고, 내 색깔로, 내 생각으로 채워지는 것이지만, 인간은 본능적으로 무리생활을. 무리라는 집단 안에서 함께 살아가려면,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세다고 힘으로 무리를 장악하는 것의 어리석음, 무리의 대표자로 뽑혔다 하더라도 그의 모든 행동과 생각은 무리의 안전, 평안, 행복추구에, 그런데 이런 게 제대로 작동이 되더라도 좀 더 높은 곳을 향하여, 라는 인간의 또 다른 욕망이, 부족하면 부족하다고 넘치면 넘친다고, 늘 떠들고 악쓰고 하는 게 민주주의의 모습이다. 다만, 우리는 여전히 대화에 서툴고, 배려가 부족하고 공부가 부족하다.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끊임없이“다. 아주 작다고 생각하는 그 모든 것에서 시작하자고, 우리가 안고 있는 고민들, 뭐 이런게 아닐까요라는 물음 끝에 적어도 우리는 누군가와 비교하는 인생은 살지맙시다. 비교하는 인생은 절대 행복하지 않아요. 행복이란 대단히 주관적이라서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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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인생을 살고 있는가 - 운명을 바꾸는 현인들의 인생 질문
마쓰다 미히로 지음, 민경욱 옮김 / 드림셀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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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인생을 살고 있는가? 


이 책은 마법의 질문, 질문만으로도 마법에 걸린 듯 의욕과 능력이 생기고 행동하게 된다는 의미에서 ”마법의 질문“이다. <Q 누구의 인생을 살고 있는가>, 현자들은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하며 위업을 달성했다. 지은이는 자신을 질문활동가라고 밝힌다. 명언의 이면에는 그 명언을 낳은 질문이 존재한다. 명언을 낳은 질문은 사고방식과 행동을 변화시킨다고, 당신의 운명을 바꿀 질문이 틀림없이 이 책 속에 있을 것이라고 적은 지은이, 질문의 세계와 여기에 등장하는 사람들, 10장에 걸쳐 장 폴 사르트르를 비롯한 98명이 각각 삶의 방식, 성공과 일, 사랑과 열정, 행복과 꿈, 신념과 결단, 그리고 행동 등에 관한 질문을 했다. 자기암시, 자기최면인가 싶기도 하지만. 지은이는 운명을 바꾸는 현인들의 인생 질문으로 자리매김한다. 


이 책은 질문과 함께 지금, 여기서, 무슨 생각을 떠오르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표제의 ”누구의 인생을 살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답변한 스티브 잡스는 ”당신의 인생은 한정되어 있다. 그러므로 타인의 인생을 살며 낭비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다. 조언해 주는 사람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는 있지만, 그다음에 스스로 결단해야 자신의 인생을 위한 거라고. 말을 물가까지는 데리고 갈 수 있지만, 물을 마실지 말지를 정하는 것은 "말"이다. 제 아무리 안타깝다고 강제로 말에 물을 먹일 수 없는 법이니... 


소크라테스는 먹기 위해서 살아서는 안 된다고, 


소크라테스는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 무엇을 하려 하는가? “라는 질문에 살기 위해서 먹어야 한다. 먹기 위해서 살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뭔가 시작하려는 대부분은 이걸로 생활비를 벌 수 있을까, 이 일로 먹고살 수 있을까, 에 초점을 두는 데 이런 식의 생각은 먹기 위해서 무엇을 하려는 게 된다. 그리고 이상하게 먹기 위한 돈만 벌게 된다. 


지은이 ”살기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열심히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이런 식으로 이어지는 98개의 질문, 소크라테스의 질문에 공감한다. 실제, 그렇게 사는 사람이 적지 않다. 먹고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념, 무엇을 해야 한다는 자신의 결정, 노동이 아닌 활동을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어떻게 살고 싶나, 당신이 사는 목적은 무엇인가, 이렇게 자문자답을 하다 보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가 떠오를 것이다. 마치, 누군가와의 상담에서 용기를 얻는 듯, 


다른 사람의 꿈을 비웃은 적은 있는가


H. 잭슨 브라운 주니어는 ”다른 사람의 꿈을 비웃지는 않았는가? “라는 질문에 스스로 꿈이 있는 삶을 그리지 못하는 사람이 다른 이의 꿈을 비웃는다. 그렇다. 내가 내 삶을 그리지 못하기에 남도 그럴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 속이 편하다. 내게 꿈이 있었다면 꿈이 실현될 가능성이 있음을, 희망을 품는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도 알았을 테니까, 남의 꿈을 비웃었다면, 거꾸로 자신에게 ”내 꿈은 뭐지?”라고 자문자답해보는 것도 성숙한 삶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 게 될 것이다. 


자기 꿈이 무엇인지, 지금 나는 무엇을 하는 것인지, 제자리를 잃어버린 것인지, 먹고살기 위해서 자기합리화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계기를 마련해준다. 지금 내가 누구 인생을 사는 것인가, 남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 때문인가, 자신이 정한 목표를 향해가고 있는 것인가, 내가 하는 활동이 어떤 가치가 있는가? 등, 자신과 그 안에 있는 또 다른 자신과 대화를 끊임없이 묻고 생각하고 답하고, 또 묻는. 이런 걸 자기 수양법 혹은 자기 성찰이라고 불러도 될 듯하다. 자기암시와는 또 다른 차원이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질문을 받은 사람들이 답하는 것일뿐,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대답 속에서 여러분이 느낀 점이 있는지, 있다면 무엇이었는지, 그 무엇은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인가, 이른바 꼬꼬무, 끊임없이 묻고 답하노라면... 자신의 문제를 자기 자신이 해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 책은 이른바 현명한 사람들의 생각과 그들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지를 배울 수 있는 기회와 사고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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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질서 - 인간과 자연 세계를 둘러싼 돈의 철학적 탐구
로이 세백 지음, 윤춘송 옮김 / 알파미디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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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철학적 탐구


이 책<돈의 철학적 탐구>은 거시경제학에 관한 날카로운 고찰이라는 평가는 받는다. 지은이 로이 세백은 화폐가치에 대한 새로운 의견을 제시한다. 경제학의 ABC인 자본, 부채, 이자, 가치, 부와 같은 특정 경제용어가 역사적인 경제문제와 관계를 잃었고, 결과적으로 그 의미를 상실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용어들이 적절한 맥락으로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자연 자체의 기본 문법에서 출발하는 돈에 관한 이론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론은 주류경제학과 방법론이 다름을 언급한다. 이 책은 10장 체제이며 부록 1, 2가 붙어있다. 1장은 자연의 이치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 “시간”과 “열역학 시스템” “에너지 구현체- 협력”, “측정과 보상의 자연 기준”, “생태계의 책임”, “돈”, “자연 희소성”, “ 2장 시간, 3장 자연은 열역학 시스템, 


자연질서, 돈, 시간의 삼각 역학, 삼위일체


지연 질서와 돈과 시간은 본질에서 묶여있어 하나라도 빠트린다면 이 세 개 요소 중 어떤 것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 시간이란 무엇일까? 지은이는 모든 존재가 복종하는 주인이다. 인간 삶과 자연 세계가 함께 펼쳐지는 최상위 자연의 근본적인 법칙으로 본다. 자연 전체는 근본적으로 열역학 시스템이다. 즉 우리는 인간의 협력 관계 자체를 식량, 연료, 기본 원소에 시간적, 에너지적으로 의존하는 열역학 시스템으로 이해해야 한다. 에너지와 엔트로피의 열역학 법칙에 관한 탐구의 핵심 결과는 음식, 연료 및 기본 물질이 자연질서 내에서 생명과 운동의 원천으로서 에너지를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성이라는 큰 맥락에 놓인 이런 이해는 굶주린 사람이 왜 죽는지, 연료가 떨어진 자동차가 왜 주행하지 못하는지.


실물경제와 서비스 경제, 인간의 협력 시스템


경제가 이루어지는 인간의 협력 시스템, 자연과 협력하여 식량, 연료, 원소 물질을 조달하는 사람들이라는 현실적 에너지 의존의 사슬이다. 실물경제는 에너지 구현체(자연 세계와의 직접적인 협상을 통해 생산된 인간 활동의 산물로, 음식, 연료 및 기본 원소로 구체화한다. 이런 제품은 무게를 측정해서 나누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 에너지 구현체는 인간 협력의 기본 통화다)를 생성하고 서비스 경제는 이를 소비할 뿐이다. 시간적 법칙과 열역학 법칙 모두 모든 경제 체제 내에서 개인이 우위를 차지하도록 강제한다. 식량을 생산하려는 노력을 통해 경제적인 또 다른 활동이 시작, 지속하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과 활동에 필요한 식량은 농부가 현재와 미래에 걸쳐 자연과 반복적으로 힘들고 끈질기게 협상한 직접적인 결과물이다. 


지은이는 현대 경제를 실물경제와 서비스 경제로 나눈다. 주류경제학과는 다른 관점의 접근이다. 그는 현대 경제학이 광범위한 생태 환경에서 벗어난 수학적 진공 상태에서 헛된 논리를 전개한다고 주장하면서 자신만의 관점으로 실물 경제화 서비스 경제를 조사했다. 서비스 경제가 자연과 직업 작용하는 실물경제와 괴리되어 생태적 책임(협력 시스템의 모든 구성원은 자연의 측정 및 보상 기준에 따라 책임을 진다. 실물경제는 이 표준의 직접적인 적용을 받지만, 서비스 경제는 그 구성원들이 실물경제의 활동에 시간적, 에너지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간접적으로는 표준의 적용을 받는다)을 다하지 않고 폭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은이는 세계 경제의 조화로운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신뢰할만한 수단으로서 무엇이 돈이 되어야 하는지를 탐구한다.


무엇이 돈이 되어야 하는지 ”금본위“?


지은이의 문제의식은 생태적 책임을 위한 화폐제도, 무엇이 돈이 되어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금융자본주의 시대, 과도한 통화공급에 따른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돈이 사라지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돈의 주요한 역할은 가치의 교환과 저장 수단이다. 내가 힘들게 모은 재산을 어떤 돈으로 혹은 화폐로(그 가치를 온전히 보존할 수 있을까) 저장해둘 것인가는 쉽지 않은 문제다. 중앙은행이 혹은 발권은행이 집권 세력의 눈치를 보면서 화폐 발행을 남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볼리비아를 비롯한 남미의 통화가치 하락 현상을…. 금본위 제도의 부활로 화폐가치를 담보할 수 있을까?


금과 은이 저축, 상업, 투자에 사용되는 복잡한 귀금속 돈의 체계를 보여주는 함무라비 법전에 주목한다. 궁극적으로 귀금속 돈을 통해 자연스러운 측정과 보상의 기준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확대되어 경제 체제 내부와 전체에서 공평한 협력을 실현할 수 있는 공유 수단을 도입한다. 법전의 맥락에서 객관적인 돈의 기준이 질서 확립, 평등주의의 발전, 성실하고 합법적인 행동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정의의 증진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이바지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생태적 책임의 관점에서 경제 구조를 분석하고 이를 담보해 낼 수 있는 화폐는 무엇이 되어야 할지를 주장한다. 지은이는 본래 책의 10분의 1 정도 줄여 펴냈다. 기존의 경제학에 관한 설명에 어느 정도 익숙한 이들에게는 다소 이해하기 곤란한 대목도 없지 않다. 역자는 이 책을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과 두 가지 관점에서 비슷한 면이 있다고 한다. <공산당선언>이 나올 무렵, 모두가 주목하지 못했던 자본주의의 내재적 문제점을 지적, 새로운 차원의 경제 구조를 제안했듯이 이 책 또한 주류경제학과 다른 생태적 책임을 새롭게 제기한다. 또 다른 하나는 책의 형식 면에서 10분의 1 정도로 줄였다는 점이 공통점이라고, 돈의 질서는 법정통화이든, 비트코인이든 중요한 것은 가치저장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역사적으로 귀금속으로 그 가치를 측정했는데, 왜 그랬을까?, 희소성 때문인가?, 우리가 그저 역사 속의 사실로서 지나칠 게 아니라 측정과 보상 기준의 공평, 투명성, 즉, 객관적인 돈의 기준이 질서 확립, 평등주의의 발전, 성실하고 합법적인 행동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정의의 증진이라는 목적을 달성했다고 본 것이다. 은행이 이자수입으로 막대한 돈을 벌었다는 것 자체에 별다른 의문을 갖지 않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는 제안이기도 하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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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올해의 문제소설 - 현대문학 교수 350명이 뽑은
한국현대소설학회 엮음 / 푸른사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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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올해의 문제소설


문제소설이란 제목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사회문화 현상의 명암과 그 안에 담긴 메시지, 이른바 시대 담론과 사회적 이슈를 다룬 소설을 그렇게 관념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최근 사회의 초상이랄까, 돌봄, 여성, 청소년(학생), 페미니즘, 세대, 가족, 노인, 자살, 욜로, 영끌투자족 청년, 노동, 직장내 괴롭힘, 성희롱, 노숙자,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있을까? 대중문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듣기”기능부전 사회 등 생각의 실타래를 잡아당기자 이렇게 풀려나온다. 


푸른사상이 기획하고 한국현대소설학회가 현대문학을 강의하는 350명의 전문가가 선정한 2024년 문제소설추천우수작 12편을 엮어낸 것이 이 소설집이다. 단편소설의 사전적 의미는 “인생의 단면을 독자적 관점으로 날카롭게 파악하여 간결하게 표현하면서 단일 주제로 단일 효과를 노린다.”라고 정의한다. 단편소설의 재미는 독자에 따라 제각각이겠지만, 아마도 활자화(소설 밖) 되지 않은 전반부와 후반부를 이어가기는 상상하기일지도 모르겠다. 한 사람 이야기의 배경은 적게는 너, 가족, 우리, 학교, 지역과 사회 동심원을 그리면서 나가는 흐름 속에서 담긴 현상과 느낌, 그리고 등장인물의 사고와 관념 등을, 소설을 통해 사회를 배운다. 


문제소설로 추천된 작품 모두 머리와 가슴 속에 뭔가 일어나는 듯한 느낌을 준 수작들이었다. 그 중, 권여선의 <안반>과 기준영의 <신세계에서>, 박솔뫼 <투오브어스>,성해나의<혼모노>가 인상에 남는다. 


권여선의<안반> 소설은 주제가 돌봄과 여성, 대물림, 아동학대를 당한 어머니는 후일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당한 그대로를 반복하고 있음에 스스로 놀란다는 심리적 유전이라는 틀을. 할머니에서 어머니로 그리로 나와 동생으로 이어지는 무겁고도 소름 끼치는 것들, 권여선의 작품을 읽는 동안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 것들에 나 자신도 놀랄 정도다. 유대인 학살 현장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후예가 살아남은 이들을 인터뷰하면서, 후천적 유전이라는 현상을 실제 의료현장에서도 보고된 것들이기는 하지만, 트라우마는 유전된다고, 


기준영의 <신세계에서> ,박솔뫼<투오브어스> 이른바 소통이다. 듣기(聞)기능 부전의 사회, 서로 대화하지만 그 말의 의미는 정작 모르는 사회현상을 바탕에 깔고 있는 듯하다. 이 역시 사회병리이기는 하지만, 이런 것들 집어내서 작품으로 내놓은 두 작가의 감각에 감동….


성해나의 <혼모노> 일본말이다. 진짜배기라는 뜻인데, 만신의 추락과 선무당의 도약, 혼모노적 삶의 분출이라는 민선혜의 작품해설이 눈에 띈다. 만신(구세대)와 선무당(신세대)로 몸주를 옮긴 장수 할멈의 모습은 신,구교체와 갈등으로 읽힌다. 박수무당 문수와 신애기, 박수무당은 몸주를 잃어버렸기에 혼모노(진짜배기,本物)에서 니세모노(가째배기,위조품,?物)로 전락하는 순간, 진짜배기의 눈이 뜨이고, 질투와 원망의 대상이었던 신애기가 무당으로 살아가야 할 인생이 처량하게 여겨지는데, 이 한편으로 현실의 삶은 지옥이다. 


장수할멈은 가지고싶은 것은 꼭 손에 넣어야하고 듣고싶은 말은 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문수에게 "무형문화재"라는 구체적이고 세속적인 욕망을 부추기고, 이를 동력으로 신령은 인간을 통해 원하는 바를 얻는, 공생관계다. 마지막 장면에서 혼모도든 니세모노든....신애기는 칼춤으로 신령을 불러들이고, 문수는 칼춤으로 신령을 떠나보내는...세상의 이치를, 이 소설집은 소설집이라기 보다는 작품과 해설이 곁들어져 있는 문학텍스트 같은 느낌을 준다. 작품해설 없이 작품을 읽고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도, 작품해설을 읽고 작가의 작품세계를 탐험하는 것도 좋으니.

뒤표지에 실린 문장 "초연결 시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여 서사의 활기를 회복하고 역진하는 소설들"이란 표현은 촌철살인이다. 다 읽고서야 의미를 되새김질한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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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파와 현실파 넘어서기 - 새로운 녹색 운동을 위하여 그린풋 문고 3
신승철.정유진.최소연 지음 / 알렙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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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주의적 환경주의와 근본주의적 생태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녹색운동


이 책<근본파와 현실파 넘어서기>은 새로운 녹색운동을 위하여 아이디어다.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 조합원인 지은이들, 책이 출간되기 전 돌연 세상을 떠나 생태철학자 신승철과 여성주의와 생태주의, 퀴어 이론을 연구하는 정유진, 예술-정동-사회의 삼각 구도를 연구하는 최소연, 이렇게 세 명의 공동작업의 결과물이다. 


시급한 녹색 의제를 현실 정치 안에서 정책적으로 관철하자는 “현실파”, 반대로 풀뿌리 민주주의에 터 잡아 여러 생태주의적 목소리를 내면서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근본파”는 대항이다. 생태주의론 출현 이후, 줄곧 평행선을 달려왔다. 생태주의(ecology)는 산업 자본주의의 진전으로 인해 지구 자연이 급속도로 오염되고 파괴되는 상황 속에서 인류가 저지른 잘못과 미래의 대안을 제시하는 생태 중심적 흐름을 의미한다. 현대 사회의 자연파괴와 인간 소외 문제 등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근본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은이들은 근본파와 현실파를 넘어서는 새로운 녹색운동의 가능성을 고민하다, 프랑스 철학자 펠릭스 가타리의 경계인의 삶에 주목했다. 근본파와 현실파의 사이에서 살면서 좌·우 어느 쪽도 아닌 녹색이라는 근본파의 견해를 지키는 녹색당 활동가로, 녹색당과 사회당의 연정을 주장하는 현실파의 견해를 가진 생태세대에도 이중 가입해 활동했던 가타리가 제안한 새로운 녹색운동을 들여보고자 한다. 학술논문처럼, 서론 본론 등의 체계 있게 논의를 전개하면서 주장을 하기보다는 읽는 사람과 함께 생각을 해보자는 독특한 방식으로 구성됐다. 4장 체제이며 1장 자연주의는 생태주의가 아니다, 2장 근본파와 현실파의 논쟁, 3장 근본파와 현실파를 넘어서는 펠릭스 가타리의 윤리-미학적 패러다임, 4장 근본파 현실파 논쟁에서 가타리의 세 가지 생태학의 의미, 5장 펠릭스 가타리의 “세 가지 생태학”의 미적 재전유 순으로 실렸으나, 관심 있는 분야부터 읽어도 된다. 즉, 어느 곳을 우선 혹은 중점적으로 읽을지는 독자 마음대로 라는 것이다. 


자연개념에 관한 재고


자연(自然)이란 단어에 얽매일 필요는 없지만, 이 낱말을 듣고 생각나는 것들과 실제 자연을 고정불변의 것이 아닌 구성적 자연에 관해 정유진이 정리했다. 자연은 인간의 ‘인간다움’을 미리 규정하는 힘으로서, 인간보다 선행하는 자연성의 힘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생태주의에 활용됐다. ‘자연’의 이미지는 여성운동이나 퀴어 운동을 생태 운동과 결합하는 데 일정한 제약을 주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자연개념은 여성의 임신과 출산, 육아가 여성의 자연성이자 원초적 숙명으로 부과, 여성 운동가들에게 자연은 전혀 다른 의미로, 기성의 생태주의를 낡은 가부장주의를 반복하는 보수적인 관점으로 본다. 따라서 자연은 변경 불가능한 근본적인 실체로 바라보는 태도를 경계하면서 자연을 생명체들의 자기 구성활동, 공동생산 활동(공산)으로 보는 관점을 검토하고 있다. 이른바 구성적 자연이다. 


근본파와 현실파의 논쟁


구성적 자연에 대한 논의는 이 양 파를 넘어선 새로운 녹색운동의 실마리를 제공하는데, 이 논쟁에서는 n 분절의 생태주의, 스펙트럼으로서의 생태주의, 과정형적이고 재특이화 과정으로서의 생태주의라는 대안을 다시 살펴본다. 생태주의 이론을 주창한 아르네 네스의 심층 생태주의와 대비되는 머레이 북친의 사회 생태주의 등 생태주의를 둘러싼 여러 문제점과 한계를 살핀다. 지은이들은 이런 구분법보다 환경 위기에 대응하는 두 가지 길은 생태 민주주의와 에코 파시즘의 경계라 생각한다. 가타리는 근본파와 현실파를, 근본생태주의와 사회생태주의를 넘나들며 지도 제작 방식의 생태주의 운동을 주장한 것처럼, 생태주의 여러 흐름을 긍정한다. 이를 토대로 현재 생태주의 운동 내에서 상호보완적 형태로 나타나는 임박한 위기파, 모두의 책임파, 기후 정의파, 체제 전환파 등의 주장점과 배치구도를 정리하고 있다. 


펠릭스 가타리의 생태 철학과 “세 가지 생태학”, 윤리-미학적 페러다임


가타리는 1980년대 말 당대의 생태주의 운동을 세 가지 구도로 분석했다. ‘마음상태와 근본생태주의’, ‘자연생태와 환경관리주의’, ‘사회생태와 사회생태주의’, 가타리는 이를 구분하는 데 의미를 두는 게 아니라 이들을 넘나들면서 각각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있었다. 그의 “윤리-미학적 패러다임”이 바로 그것인데, 이런 패러다임을 통해 예술의 방식처럼 돌연변이적 좌표를 발명하고, 예측 불가한 존재의 특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게 내재되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세 가지 생태학은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실천으로서 서로 구별되지만 동시에 하나의 공통적인 윤리-미학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생태주의에 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다면 꽤 흥미로운 내용이다. 인간의 무절제한 욕망으로 생태계를 파괴했지만, 인간의 손으로 회복할 수 있는 능력(특별함)과 윤리적인 접근, 하지만, 이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풀뿌리 민주주의에 터 잡아 자각한 개인들이 집단을 이루고 점진적으로 바꿔나가자는 이른바 근본파(민중파,원칙파)와 현실적으로 정치의 장에서 대안을 찾고 정책으로 해결해나가는 현실파, 모두 일리가 있어 평행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지은이들은 이런 평행 지속 자체가 소모적이지 않을지라도 이 둘의 초월하는 새로운 그 무엇을 가타리의 철학을 바탕으로, 새로운 녹색운동을 전개해가자는 것이다. 


기후위기라는 시대의 "화두" 그 심각성을 우려하는 많은 사람이 생태주의를 이해하는 흐름들은 제각각이다. 마치 열사람이 모이면 열가지 이해가 있듯, 백가쟁명이나, 각각의 논의 과정에서 근본적 원칙과 현실의 불일치는 크게 나타났다. 지나친 근본주의 흐름은 인간을 배제해 버리는 에코파시즘으로까지 변이되기도, 현실파적 적용에서는 운동의 주요 흐름 주변부로 흩어지거나 뒷전으로 밀리기도 한다. 생태주의는 현재 진행형이다. 근본파든 현실파든 서로 이념적 완결에서 출발한 게 아니기에 늘 배치의 재배치 과정 속에 놓여있기에 그렇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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