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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파와 현실파 넘어서기 - 새로운 녹색 운동을 위하여 ㅣ 그린풋 문고 3
신승철.정유진.최소연 지음 / 알렙 / 2024년 2월
평점 :
현실주의적 환경주의와 근본주의적 생태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녹색운동
이 책<근본파와 현실파 넘어서기>은 새로운 녹색운동을 위하여 아이디어다.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 조합원인 지은이들, 책이 출간되기 전 돌연 세상을 떠나 생태철학자 신승철과 여성주의와 생태주의, 퀴어 이론을 연구하는 정유진, 예술-정동-사회의 삼각 구도를 연구하는 최소연, 이렇게 세 명의 공동작업의 결과물이다.
시급한 녹색 의제를 현실 정치 안에서 정책적으로 관철하자는 “현실파”, 반대로 풀뿌리 민주주의에 터 잡아 여러 생태주의적 목소리를 내면서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근본파”는 대항이다. 생태주의론 출현 이후, 줄곧 평행선을 달려왔다. 생태주의(ecology)는 산업 자본주의의 진전으로 인해 지구 자연이 급속도로 오염되고 파괴되는 상황 속에서 인류가 저지른 잘못과 미래의 대안을 제시하는 생태 중심적 흐름을 의미한다. 현대 사회의 자연파괴와 인간 소외 문제 등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근본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은이들은 근본파와 현실파를 넘어서는 새로운 녹색운동의 가능성을 고민하다, 프랑스 철학자 펠릭스 가타리의 경계인의 삶에 주목했다. 근본파와 현실파의 사이에서 살면서 좌·우 어느 쪽도 아닌 녹색이라는 근본파의 견해를 지키는 녹색당 활동가로, 녹색당과 사회당의 연정을 주장하는 현실파의 견해를 가진 생태세대에도 이중 가입해 활동했던 가타리가 제안한 새로운 녹색운동을 들여보고자 한다. 학술논문처럼, 서론 본론 등의 체계 있게 논의를 전개하면서 주장을 하기보다는 읽는 사람과 함께 생각을 해보자는 독특한 방식으로 구성됐다. 4장 체제이며 1장 자연주의는 생태주의가 아니다, 2장 근본파와 현실파의 논쟁, 3장 근본파와 현실파를 넘어서는 펠릭스 가타리의 윤리-미학적 패러다임, 4장 근본파 현실파 논쟁에서 가타리의 세 가지 생태학의 의미, 5장 펠릭스 가타리의 “세 가지 생태학”의 미적 재전유 순으로 실렸으나, 관심 있는 분야부터 읽어도 된다. 즉, 어느 곳을 우선 혹은 중점적으로 읽을지는 독자 마음대로 라는 것이다.
자연개념에 관한 재고
자연(自然)이란 단어에 얽매일 필요는 없지만, 이 낱말을 듣고 생각나는 것들과 실제 자연을 고정불변의 것이 아닌 구성적 자연에 관해 정유진이 정리했다. 자연은 인간의 ‘인간다움’을 미리 규정하는 힘으로서, 인간보다 선행하는 자연성의 힘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생태주의에 활용됐다. ‘자연’의 이미지는 여성운동이나 퀴어 운동을 생태 운동과 결합하는 데 일정한 제약을 주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자연개념은 여성의 임신과 출산, 육아가 여성의 자연성이자 원초적 숙명으로 부과, 여성 운동가들에게 자연은 전혀 다른 의미로, 기성의 생태주의를 낡은 가부장주의를 반복하는 보수적인 관점으로 본다. 따라서 자연은 변경 불가능한 근본적인 실체로 바라보는 태도를 경계하면서 자연을 생명체들의 자기 구성활동, 공동생산 활동(공산)으로 보는 관점을 검토하고 있다. 이른바 구성적 자연이다.
근본파와 현실파의 논쟁
구성적 자연에 대한 논의는 이 양 파를 넘어선 새로운 녹색운동의 실마리를 제공하는데, 이 논쟁에서는 n 분절의 생태주의, 스펙트럼으로서의 생태주의, 과정형적이고 재특이화 과정으로서의 생태주의라는 대안을 다시 살펴본다. 생태주의 이론을 주창한 아르네 네스의 심층 생태주의와 대비되는 머레이 북친의 사회 생태주의 등 생태주의를 둘러싼 여러 문제점과 한계를 살핀다. 지은이들은 이런 구분법보다 환경 위기에 대응하는 두 가지 길은 생태 민주주의와 에코 파시즘의 경계라 생각한다. 가타리는 근본파와 현실파를, 근본생태주의와 사회생태주의를 넘나들며 지도 제작 방식의 생태주의 운동을 주장한 것처럼, 생태주의 여러 흐름을 긍정한다. 이를 토대로 현재 생태주의 운동 내에서 상호보완적 형태로 나타나는 임박한 위기파, 모두의 책임파, 기후 정의파, 체제 전환파 등의 주장점과 배치구도를 정리하고 있다.
펠릭스 가타리의 생태 철학과 “세 가지 생태학”, 윤리-미학적 페러다임
가타리는 1980년대 말 당대의 생태주의 운동을 세 가지 구도로 분석했다. ‘마음상태와 근본생태주의’, ‘자연생태와 환경관리주의’, ‘사회생태와 사회생태주의’, 가타리는 이를 구분하는 데 의미를 두는 게 아니라 이들을 넘나들면서 각각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있었다. 그의 “윤리-미학적 패러다임”이 바로 그것인데, 이런 패러다임을 통해 예술의 방식처럼 돌연변이적 좌표를 발명하고, 예측 불가한 존재의 특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게 내재되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세 가지 생태학은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실천으로서 서로 구별되지만 동시에 하나의 공통적인 윤리-미학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생태주의에 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다면 꽤 흥미로운 내용이다. 인간의 무절제한 욕망으로 생태계를 파괴했지만, 인간의 손으로 회복할 수 있는 능력(특별함)과 윤리적인 접근, 하지만, 이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풀뿌리 민주주의에 터 잡아 자각한 개인들이 집단을 이루고 점진적으로 바꿔나가자는 이른바 근본파(민중파,원칙파)와 현실적으로 정치의 장에서 대안을 찾고 정책으로 해결해나가는 현실파, 모두 일리가 있어 평행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지은이들은 이런 평행 지속 자체가 소모적이지 않을지라도 이 둘의 초월하는 새로운 그 무엇을 가타리의 철학을 바탕으로, 새로운 녹색운동을 전개해가자는 것이다.
기후위기라는 시대의 "화두" 그 심각성을 우려하는 많은 사람이 생태주의를 이해하는 흐름들은 제각각이다. 마치 열사람이 모이면 열가지 이해가 있듯, 백가쟁명이나, 각각의 논의 과정에서 근본적 원칙과 현실의 불일치는 크게 나타났다. 지나친 근본주의 흐름은 인간을 배제해 버리는 에코파시즘으로까지 변이되기도, 현실파적 적용에서는 운동의 주요 흐름 주변부로 흩어지거나 뒷전으로 밀리기도 한다. 생태주의는 현재 진행형이다. 근본파든 현실파든 서로 이념적 완결에서 출발한 게 아니기에 늘 배치의 재배치 과정 속에 놓여있기에 그렇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