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스페이스 실록 - 너의 뇌에 별을 넣어줄게 파랑새 영어덜트 4
곽재식 지음, 김듀오 그림 / 파랑새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장원에 별이 떨어지다

중국에는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즉 유비,관우,장비 삼총사의 “삼국지”가, 프랑스에는 <삼총사> 국왕 총사대가, 이렇게 동서고금의 것들을 장난삼아 비교해보면 무척이나 비슷한 구석이 있지만, 해석은 제각각, 물이 다르고 땅과 하늘이 다르면 해석 또한 달라지는 법, 오장원에서 죽은 제갈량(제갈공명)은 살아있는 사마의(사마중달)를 괴롭힌다. “별”이 떨어진다는 말, 별은 당대의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 최고 권력자, 지배자 혹은 위인이 태어나고 죽을 때, 별이 떨어진다고, 제갈량이 죽던 날 하늘에서 별이 떨어졌다. 떨어진 별을 본 위(魏)의 군사들은 사기가 오르고, 촉(蜀)의 군사는 그 반대다. 미리 앞을 내다본 제갈량은 군사들에게 연에 불을 붙여 하늘로 띄워 올린다. TV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의 영웅 강감찬이 태어난 날, 별이 떨어졌다 해서 붙여진 이름 “낙성대”….

이렇게 말하면 그야말로 삼국지, 여기에 등장하는 “별”과 제갈량이 이용했던 “바람”의 변화는 하늘의 조화라고 믿지만, 이를 곽재식의 언어로 풀면 과학 현상일 뿐이다. 태양과 달, 지구의 각각의 공전과 자전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니 하나도 신비로울 게 없다. 하루에도 수많은 별이 떨어지니 "별" 스타는 흔히디 흔한 그런 것이다. 이제 시간으로 한 번 보자, 태양과 지구의 거리를 계산해보면 지금 우리가 현재 쬐는 햇볕은 태양이 발한 열의 과거형이다. 짧게는 몇 분 전 길게는 몇십 분 전에 일어난 현상이다. 빛의 속도로 날아가는 물체라는 말 또한 그러하다. 별자리 이름은 유럽에서 붙인 걸 따라 부르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동양적 사고는 하늘의 이치는 천자만이, 그래서 기상관측을 하는 부서를 둘만큼, 농사에 쓰는 달력은 세상의 중심인 천자의 나라에서 받아와야 했다. 즉, 땅의 최고 지배자가 하늘을 대신한다는 것이다.

곽재식 작가의 <슈퍼 스페이스 실록> 역시, 우주와 한반도의 역사 속 사건을 다룬 실록이다. 실제 기록인지 아닌지는 별론으로 하고, 제목이 참신하다. 모르면 신비롭다. 우주에 관한 지식을 바탕으로 우리 역사 속 남은 자료를 보면, 우주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 수 있으니 말이다.

동양에서 “하늘”은 꽤 의미가 깊다. 종교에서 말하는 하느님, 하나님이 있으신 곳이 하늘이다. 하늘에는 옥황상제가 지하에는 염라대왕이 그리고 지상에는 천자가, 또 하늘에는 해와 달과 별이, 여름날 늦은 밤 평상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면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별이. 그중에서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이 존재하는 것 또한 흥미롭다. 생활 속에 녹아든 우주와 사람들,

첨성대 그게 뭐야?

신라의 달밤 노래처럼 달밤에 별을 보려고 지어놓은 천문대일까?, 아래는 원형이고 위에는 사각이니 (상방하원), 하지만, 당대의 사람들은 하늘은 둥글다, 해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반원을 그리며 떨어지니, 천원지방 하늘은 둥글고 땅은 사각이다. 지동설과 천동설처럼. 시간이 갈수록 헷갈리기만 한 첨성대, 그저 밤하늘의 별을 관측하던 곳이라던 단순한 설명은 설득력보다는 의문을 키운다. 조그만 데서 별을 본다고, 아마도 하늘과 관련된 의식을 치르는 상징이 아닐까, 지금까지 답은 아무도 모른다.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조선 숙종 때 사람 김석문의 지동설

갈릴레오가 활동하던 시기와 크게 차이 나지 않던 때, 김석문은 지구, 달, 태양 모두 둥근 물체이며 우주에서 허공에 뜬 채로 이리저리 돌고 있다고, 박지원은 <열하일기>에서 김석문의 학설을 소개하면서 삼대환공부설(三大丸空浮說)이라 했다. 역사에 ~라면, ~였다면 이란 가정법은 아쉽게도 통하지 않으니, 조선이 좀 더 세상을 향해 열려있었다면, 뭐 당연히 중국이 개입했을 수도 있겠지만, 왜냐고, 김석문의 사고는 지구는 둥글고 둥근 지구가 우주를 돌뿐이었으니, 중국이나 황제가 세상의 중심일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니.

별이 빛나는 밤에, 별은 왜 빛을 낼까?

독일 출신의 미국 과학자 한스 베테는 별이 빛나는 이유를 밝혔는데 이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1930년대 그는 수소 같은 가벼운 물질을 강한 힘을 누르면 여러 개의 조각이 서로 뭉쳐 전혀 다른 물질로 바뀔 수 있는데 이때 빛과 열이 함께 뿜어져 나오는 “핵융합”이 별이 빛나는 밤에의 풍경을 연출한 것이다. 영국의 과학자 세실리아 페인도 그렇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수성에 윤선도 땅, 정철 땅이 있다고

한국 과학기술의 성장을 뜻한다. 수성에는 우주에서 운석이 떨어져 생겨난 구덩이가 여럿 있다. 그 구덩이 중 하나에 붙은 이름이 “윤선도”다, 예전에는 이런 것은 유럽학자들이 적당한 이름을 붙였는데, 이제 한국도 이렇게 이름을 붙였을 수 있는 대열에 들어섰다는 말이다. 또 정철의 이름을 붙인 지형도 있다고 하니. 격세지감, 작가는 수성에 사람이 살 수 있다면 이라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땅속에 굵직한 금속 덩어리가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되니, 그 이름은 금성이 더 어울리겠다는 농담을 진지하게 한다.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아시나요?

이름은 들어봤을 듯한데, 조선사람들이 하늘의 여러 별을 지도로 정리해 놓은 것이 “천상열차분야지도”다. 고대 중국인들은 별을 보고 점을 치기 위해 밤하늘의 별들이 땅의 지역과 연결됐다고 보았다. 이런 생각을 분야(分野)라고 한다. 하여 중국의 오나라, 연나라 지역을 나타내는 별들은 위 지도에 오, 연으로 표기한 것이다.

오늘의 운세를 점치는 것, 고려 팔만대장경의 황도12궁으로 점치는 방식이 실려있는데 800년이 지난 오늘, 외국 잡지의 오늘의 운세에 실리는 황도12궁 별점과 비슷한 점, 길흉화복을 점치는 그것은 오늘날에도 변함이 없는가,

은하수, “미리내”라는 순우리말

미리내는 은하수를 뜻하는 제주 방언이라 했다. 그런데 훈몽자회에는 용을 미르라고 표현한다. 요즘 학자들은 미리내는 미르의 냇물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밤하늘에 뿌옇게 물이 흐르는 듯한 모습으로 빛나는 은하수를 보고 그곳을 용이 사는 강물이라고 생각하거나 그 자체가 용이 되는 강물이라고.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녀들의 감정 수업 - 21세기 젊은 여성을 위한 생존 심리학
타라 포터 지음, 백지선 옮김 / 또다른우주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청소녀들의 감정 수업


영국 NHS(국민 보건 서비스-국영 의료서비스 시스템)의 임상심리학자. 타라 포터의 이 책<소녀들의 감정 수업>은 지은이가 25년 동안 임상 현장에서 고통받는 청소년들을 만나며, 그들 또래나 이전 세대가 얻은 집단적 지혜와 임상 지식, 두 개의 렌즈를 통해 청소녀들 마음과 기능, 특히 주어진 맥락에서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 애착, 신체 이미지, 자존감, 과잉양육, 외로움, 가족, 우정, 사회불안, 교육과 가치, 섭식장애 자해, 비교, 성과 사랑, 매력을 주제로 젊은 여성 개개인이 자신의 내면세계를 탐색하고 이해하도록 돕고자 한다. 물론 남성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다. 


청소녀들의 사회참여와 감정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기후 위기에 대한 정보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학교에서의 농성에서 십 대 소녀들과 젊은 여성들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을 목격한다. 스마트폰과 SNS의 유해 논란을 변론으로 하고, 한 세대 전 여성들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자유와 플랫폼을 쥐고 청소녀기를 보낸다.


이 책은 청소녀들의 행동에 미치는 것들을 각각의 장(9징체제)으로 설정하여 설명하고 있다. 유명한 존 볼비의 애착이론을 바탕으로 좋은 애착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1989년 루마니아의 보육원 사례를 통해 애착의 중요성은 더욱 각인됐지만, 10대들의 애착, 보호자와 자녀의 전형적인 애착은 불화, 회복과 관계가 깊다. 적정 거리를 어떻게 유지하는 것이 좋을까, 꽤 똑똑한 아이들이 시험이나 인간관계, 인생의 실패는 물론 은행 통장을 만들거나 쇼핑하는 일상적인 일조차 두려워하기도 한다. 왜?, 사회경제 활동을 할 나이가 훨씬 지나도 보호자에게 기대는 캥거루족, 이런 맥락에서 애착 형성을 다시 되돌아 봐야 한다는 것이다. 가족과 친구, 우정


10대는 질풍노도의 시기, 수시로 변하는 마음 상태,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이며, 24시간 연결된 인터넷과 스마트폰, 자극이 정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가치관과 인터넷 등을 생각해보라고, 여기에 외모지상주의의 영향, 건강한 식습관이란 함정과 바람직한 다이어트를 언급한다. 


감정, 느낌, 생각이란? 


정신건강이 토대가 되는 감정을 잘 다루는 법과 부정적인 감정의 악순환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무엇이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감정인지를 밝히는 게 중요한데, 이에 관한 학계의 논쟁은 여전히 존재한다. 아무튼 감정과 느낌의 차는 일상 생활 속에서는 전혀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도 좋겠다. 지은이는 감정은 동물적인 신체적 반응에 가깝고, 느낌은 생각,맥락, 신체적 반응을 포함하는 감정 경험 전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감정과 사고가 합쳐지는 것을 “감정적인 마음”,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이성적인 마음”이다.


자신이 뚱뚱하다고 느낀 레나의 이야기, 그녀의 행동과 생각의 전제는 자신이 뚱뚱하다는 증거를 찾는 데 맞춰져 있다. 온통 모든 생각이 나는 비만이다. 팔 두께도 허벅지도 거울에 비친 옆 모습도 그렇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다리와 자신의 다리를 비교하기도, 결국 거식증(음식을 거부), 부정적인 감정의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 것이다. 이성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감정적인 마음이 이성적인 마음을 눌러버렸다. 자신이 뚱뚱하다는 사실이 드러날까 봐, 거식증을 겪고 있는 게 알려질까 봐, 자신이 미쳤다고 판명될까 봐, 이런 불안, 없는 것도 만들어 내는 것이 생각, 상상이며 그 속에 자리한 두려움이 현실과 전혀 다른 괴물을 키우듯, 


최고 대신에 최고의 삶을 살기


지은이 이야기의 핵심은 “최고 대신에 최고의 삶을 살기”다. 불안과 걱정의 원인은 다양하다. 이를 잘 숨기면 나중에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거나, 이해하는데 오히려 힘들어진다. 불안이 일면 하나의 증상은 다른 증상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연쇄의 고리에, 불안 요인이 다양한 만큼 이의 관리도 다양하다. 크게 생리적, 인지적, 행동적 등 세 가지 차원에서 문제 대응을 할 수 있다. 거기에 친구, 학교, 사회활동 등 사회적 맥락에서 만드는 주변의 것들을 바꾸려는 노력도 해볼 수 있다. 


이 책에 실린 내용은 10대 소녀, 청소녀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청소년, 젊은 여성, 남성 모두 해당하는 내용이다.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랄까, 여기서 살펴보는 9개의 주제는 따로 떼어내어 논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청소녀들이 유아 시절부터 학령기에 걸친 세대 구분과 생활 속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심리적 변화와 반응 속에서 살펴본다. 각 주제 속에서도 개개인에 따라 영향이 달라진다. 어릴 때 홍역, 볼거리 등 각종 바이러스에 노출되면서 면역력이 강해지듯, 통과의례처럼 겪는 일상의 것들이 모두에게 같은 정도의 스트레스와 부하는 주지는 않는다. 때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때로는 심각하게, 또, 아주 심각해 성년이 되어서도 이어지는 등, 그 증상은 다양하다. 


여기서 다루는 감정(emotion)은 느낌(feeling)과 구분 지어 언급하기도 하지만, 사회영역에서 사용하는 감정은 감정에 느낌까지를 포괄하는 것이어서, 결이 다르다면 다르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점이다. 


심리적 안정을 어떻게 감정적 마음과 이성적 마음의 조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는 일반화시키기에는 인간은 너무 다양하다.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 문화, 교육 등의 제도적 요인과 육아 방식 등 개인적이고 심리적인 요인이 함께 작용하기에 그렇다. 이 책은 십대 소녀들, 청소녀시기에 나타나거나 일어나는 마음의 변화, 정작 나는 왜 이런 마음이 드는지 모르겠다, 누구와 이런 것들을 이야기해야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 찾는 바로 그런 책이다. 각 주제별로 묶여있기에, 우선 찾아보고 싶은 곳부터 읽어도 된다. 이런 맥락에서는 <21세기 젊은 여성을 위한 생존 심리학>이란 강의 제목이 어울릴 듯하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좋아요
    댓글
    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마터면 엄마로 늙을 뻔했다 - 인생 쫌 아는 여자들의 공감 수다
    조금희 지음 / 행복한작업실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생 쫌 아는 여자들의 수다를 “공감”한다


    이 책<하마터면 엄마로 늙을 뻔했다> 은 사회에서 통용되는 전통적인 “엄마”라는 관념은 돌봄의 아이콘이다. 유독 자식을 껴안고 사는 한국 사회, 성인이 되어 엄마 품을 떠나 독립하더라도 결혼할 때까지, 이런 기준도 점차 깨져, 결혼적령기란 말도 사라지고, 만혼화, 길어진 청년 시대에, 엄마 되기도 어렵지만, 엄마 노릇, 역할에서 벗어나는 졸업도 해방도 힘든 세상이 됐다. 거기에 손자들까지 봐야 할 처지가 된다면 언제까지 엄마로 늙으라고, 이제 엄마라는 닻을 걷어 올리고, 다시 내 인생의 나의 것 모드로 돌아와 항해를 시작하자고.


    지은이 조금희는 일러스트 작가라서 그런가, 책 속에 실린 그림도, 글도 푸근하게 느껴진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50대, 한국 사회의 전형적인 핵가족구성 4인 가족도 있고, 돌싱도, 보험회사 모집인으로 일하는 사람, 모두 학창 시절 친구들이다. 


    “가장 아름다운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 지은이는 아직은 빈 페이지로 남아있는 인생의 여백에 내 이야기를 그려볼까 한다고. 가장 아름다운 날은 희망의 날일까, 아니면 또 다른 의미가 있는 그 어떤 날일까?


    지은이는 내 인생이 잠시, “결혼”이란 항구에 정박해 있는 걸로 생각했다. 그러나 최종기착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길을 나선다. 기 드 모파상의 소설<여자의 일생>의 주인공 잔느처럼, 딸, 아내, 엄마…. 물론 한국 사회의 빼놓을 수 없는 “고부(姑婦)로 시작되는 시집)”에 관해서는 미뤄두자. 이 이야기만으로도 한국사회의 특징으로서의 “시(媤)”는 책 한 두 권도 모자랄 판이라서, 아무튼 지은이는 나이 들면서 시집(媤家)과 허물없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만큼 편해진다고. 아무튼 딸, 아내, 며느리, 엄마를 지나서 다시 나로 돌아오는 “내 이야기”의 주인공들의 수다를 들어보자. 


    책 속 이야기는 8꼭지다. 2박 3일 우리끼리 제주도 여행, 평생 엄마로 살아야 할까?, 누구에게나 가보지 않은 길이 있다. 여행하기 딱 좋을 나이, 가슴에 담아둔 저마다의 사연, 모든 것이 허용되는 시간, 추하지 않고 아름답게 나이 먹기.


    2박 3일의 제주도 여행하기, 그냥 훌쩍 떠날 수 없다. 가정 울타리가 걱정이다. 혼자 지낼 남편을 위해 늘 하던 대로 냉장고에 반찬을 만들어 넣어두고, 남편에게 아내의 부재 동안의 행동 지침을 일러둔다. 이쯤이면 애정이 아닌 의리로 사는 것이다. 고분고분 말 잘 듣는 남편을 뒤로하고 화려하게 변신한 모습으로 공항으로 향해가는데, 공항 맞이방에서도 걱정이다. 천상 어쩔 수 없는 수다다. 조건반사가 아니라 무의식 수준의 걱정들….


    평생 엄마로 살아야 할까? 


    반창회, 건전한 모임이라면 가끔이라도 반창회에 참가하잔다. 학생 때의 친구를 만나면 속절없이 흘러 가버린 시간과 마주하게 되지만, 까맣게 잊고 산 ‘나’를 만난다. 엄마 노릇의 모순과 역설, 사랑스럽고 인자한 모습은 그저 이미지고 현실의 엄마는 악역과 악당이다. 참으로 딱 이 대목이다 싶을 만큼, 핵심을 찌른다. 

    “엄마라는 역할의 가장 지독한 점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악당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모순된 배역의 가장 주의할 점은 지금 잠시 악역을 맡고 있을 뿐임을 끊임없이 상기하고 확인시켜야 한다는 것. 감정에 휘말리는 순간, 진짜 악당이 되고 만다.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엄마 되기의 어려움, 세라 놋의 책 <엄마의 역사>(나무옆의자,2024)의 추천사를 쓴 정희진은 인간의 역사는 엄마의 역사이고, 인간의 조건은 엄마의 조건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엄마 이후의 삶에 관하여


    무언가를 잃어야만 그 반대로, 무언가를 찾아야만 될 수 있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있다. 엄마가 되느라 하나씩 내려놓아야 했다. 이제 엄마 이후의 삶을 위해 무엇을 회복하고 찾을지 계획해야 한다. 여정이란 것도, 부부라는 것도, 얼굴이라는 것도 결혼생활이란 것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루라는 것도,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중간중간에 끼어 있는 시적 표현들은 이 책을 아주 입체적으로 만들어놓았다. 에세이이면서, 엄마에서 이제는 나를 찾는 연습을 시작하자고, 남은 인생의 여백에 당신은 어떤 그림, 혹은 글을 써 내려갈 생각이냐고 묻는 대목은 한 편의 시처럼, 마음의 색깔 풍경 의 삽화처럼, ‘내 이야기’를 쓰고 있지만, 모두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 것처럼, 시와 그림 그리고 글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지은이는 엄마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아직은 뚜렷한 답을 못 찾은 듯, 그래서 여정과 얼굴, 그리고 부부, 결혼생활 이런 배경과 거기에 남은 흔적들을 세심히 들여다본다. 과거 젊은 날의 초상에서 현재를 찾고, 미래를 그려가려는 듯.


    이 책은 우선 제목이 맘에 들었다. 이야기도 시원하다. 솔직하다. 거기에 어울리는 색깔이 있어 또 마음에 들었다. 지은이가 읽는 이를 위해 생각의 여백을 마련해두었다는 점까지 마음에 든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 -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윤슬 지음 / 담다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신적으로 힘들 때, 일기를 써보세요. 글의 힘은 어떤 것일까, 마음을 열어주고 새로운 곳을 향해 이끌어준다. 글은 변화의 힘이자 성장이다. 글의 쓴 사람의 생각과 세계관에 들어있다. 사람은 글이고, 글은 그 사람의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 -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윤슬 지음 / 담다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


    이제 당신이 이야기할 차례입니다. 기록디자이너라고 자신을 밝힌 작가 윤슬의 에세이집이다. 작가를 알게 된 것은 그 책<Best를 버리니 Only가 보였다>이었다. 윤슬이라는 필명, 최고를 버리니 단지 내가 해야 할 그 무엇이라는 기억으로 다가왔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은 나다. 아닌가, 이 책 역시, 제목이 불러오는 궁금증이랄까, 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시작된 곳일까, 이야기의 내용은 뭐지. 아마도 기록디자이너라서 그런가 싶을 정도로 책 제목을 잘 붙였다. 그의 지난 번 책처럼 "Best, Only" 말이다.


    모든 이야기의 시작에 들어가면서 그는 말한다. 열 권이 넘는 책을 쓰고도 아직도 쓸 게 있냐는 질문에 아니 쓸게 생긴다고, 생각이 넘쳐 흘러 사유의 강을 이루고 흘러 흘러 주체할 수 없을 만큼의 양이 되면 봇물 터지듯 글로 지면을 채우는 모양이다.

     



    이 책은 2부다. 1부는 절대 변화가 생기지 않으리라 믿었던 것들 사이로 보이는 틈, 감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씩 좋아졌습니다”라는 제목에 담았다. 2부는 누구에게나 한 가지의 진심은 있듯, 작가에게 진심은 “글쓰기”다. 숨겨진 진짜 삶의 표정은 무엇일까?, 그는 날마다 새로운 종이를 펼쳐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는 마음으로 아침을 시작한단다. 똑같은 일을 20년째 하고 있다는 글로 시작하는 “글쓰기에 진심입니다”에 쓴다는 것에 관한 생각을 담았다. 


    “글은 무엇이라도 하게 만들어요”라는 글에 눈길이 멈춘다. 

    .....“우울증, 공황장애로 힘들 때, 지인이 일기를 써보라고 권유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구원의 손길이었다.” 우연히 시작한 일기 쓰기를 지금도 하고 있으며, “그 사실이 저를 이곳으로 이끌었어요.”(150쪽)




    글을 쓰는 것은 내 안에 있는 어떤 것을 밖으로 남김 없이 다 토해내 버리고 난 후의 시원함처럼, 마치 고해성사를 하는 것처럼, 거꾸로 자기 암시나 최면을 걸듯, 목표를 향한 나의 원대한 계획을 잊기 않고 날마다 다짐하기 위해서... 누구에게 전하고 싶은 것들도 있겠다. 글을 쓰는 것과 자기암시라는 대목에서는 늘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고 김영삼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다. 전자는 중학 시절부터 나는 커서 대통령이 될꺼야라고 일기장에 쓰고, 그것도 모자랐던지 책상 앞에 턱하니 붙여놓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반기문 또한 대통령은 아니지만, 어릴 적 부터 자신의 꿈을 계속해서 썼다고 한다. 그 힘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름을 남길 정도 유명인이 됐고 아동도서의 주인공이기도 하니... 


    도대체 글에는 어떤 힘이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글에는 어떤 힘이 담겨있는 걸까?, 지은이는 마음을 열어주고, 변화의 힘과 성장을 가져다준다고 했다. 첫째로 글은 마음을 열어주는 역할, 낯선 세계를 향해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 들어가도록 도와준다. 둘째로 글에는 변화의 힘이 있다. 누군가의 글을 읽다 보면 열정에 불이 붙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샘솟는 듯한 생각들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아마 책일 읽는 이들이 공통으로 경험하는 일이지 않을까 싶다. 세 번째는 성장이다. 마을 열고 새로운 곳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궁극, 무한대로 이끌어 주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온갖 생각들이 떠오른다. 어제의 일, 그리고 오늘의 사건, 내일 일어날지도 모를 그 어떤 불안함까지도, 누군가의 글을 읽고 간접경험을 얻으며, 새로운 정보, 지식을 얻고 그렇게 알게 모르게 넓어지고 깊어지는 현상은 성장이다. 한 뼘 더 자란 내 생각, 한자쯤 더 깊어진 내 생각과 사유들, 이렇게 글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글을 쓰게 된다. 내 성장일기처럼, 또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은 것들….






    글은 역시 감각적이어야 하나? 


    지은이는 감각적인 글이 좋은 글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어떤 글이 감각적이냐는 질문에는 이거라고 답하기 어렵다. 그저 암묵지다. 읽는 사람에게 상상할 여지를 만들어 주는 글이라면 답이 될까, 

    글이 사람을 만들고, 때로는 사람이 글을 만든다는 작가의 말, 맞다. 글은 쓴 사람의 생각이며, 세계관과 가치가 담는다. 그래서 글이 곧 사람이며, 그 사람이 곧 그의 책이다. 꽤 멋진 말이다. 





    글쓰기가 뭘까를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선생님이 되어줄 듯하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