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듣는다
루시드 폴 지음 / 돌베개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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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다시 만나는 음유 시인, 루시드 폴의 에세이,
<모두가 듣는다>를 읽기 전에 그의 두 번째 앰비언트 앨범 Being-with 듣고 있었다. 우리를 둘러싼 다양한 소리와 공존을 생각하며 담았다는 음악은 신비롭고 몽환적이다.


책을 읽는 동안 제목의 의미를 계속 생각하게 했다. 모두가 들으니 흔하고 익숙하며 편한 것. 하지만 소중한 것으로 다가왔다.


다양한 소리에 멜로디를 입혀서 음악이라는 것을 탄생시키는 루시드 폴만의 음악 세계관은 새롭고 신기하다. 그동안 일상에서 나오는 소리 중에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고 했던 나를 발견했다. 듣고 싶지 않은 소리는 모두 하나의 잡음이라고 무의식중에 생각했던 거 같다. 이런 나에게 그는 소리가 가진 고유함에 집중하고 그것은 아름다운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아날로그 감성을 지닌 그의 음악과 글이 좋다. 빠르고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조금이나마 숨을 고르고 잠시 동안의 정적에 조급해 하지 않고 주위의 소란스러운 소리에도 미소 지을 수 있도록 나를 이끈다.


편안하다.
소리가 음악이 된 날!




● 내가 들었던 나무의 소리는 누가 뿌려둔 소리였을까. 세상 어디를 거쳐 무엇이 내게 들려온 걸까. 내 음악을 머금은 땅에 우뚝 선 나무들은 또 어떤 소리를 들려줄까. 나무의 소리든 사람의 소리든 나를 잠시 멈춰 놓아야 들을 수 있다. 듣지 못하면 느낄 수 없다. 우리는 듣는 만큼 보고, 듣는 만큼 느낀다.(29쪽)



● 인간이 금을 그어 규정한 12개의 소리 계단을 생각 해본다. 그러나, 무지개에는 7가지 색깔만 있을까? 흐르는 물을 나눌 수 있을까? 무한한 연속체를 ’나눈다‘는 건 인간이 발명한 도구일 뿐, 보편 법칙은 될 수 없다.(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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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15주년 기념 리커버 에디션)
윌리엄 폴 영 지음, 한은경 옮김 / 세계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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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써 본 적 없는 남자가 자녀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지인들에게 복사본 원고를 선물했다가 좋은 반응에 책 출간 권유까지 받게 된다. 출판사들의 외면으로 웹사이트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출간 후,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TOP 100에 선정됐고, 전 세계 46개국 출간, 뉴욕 타임지 70주 연속 1위, 2천만 부 판매 돌파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만들어 낸 소설, <오두막>이다.

맥은 세 아이와 함께 왈로와 호수로 아영을 갔다가 6살 딸 미시가 연쇄살인범에게 납친된다. 근처 오두막에서 미시가 입고 있던 빨간 원피스와 핏자국을 발견한다. 하지만 미시는 찾지 못하고 범인도 못 잡은 채 3년 반이라는 시간 앞에 사건은 종결된다. 일상은 흘러가지만 가족의 시간은 멈춘 상태다.

어느 날 맥에게 날아온 편지.
《매켄지, 오랜만이군요. 보고 싶었어요. 다음 주말에 오두막에 있을 예정이니까 날 만나고 싶으면 찾아와요. - 파파》
아내에게 말하지 않고 맥은 혼자서 오두막으로 간다. 그곳에서 파파(아내 낸이 하나님을 부르는 호칭)와 예수, 사라유를 만난다.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슬픔이, 자식을 잃는 것이 아닐까? 예전에 서울국제도서전에 갔다가 딸아이를 10분 정도 잃어버린 일이 있었다. 다행히도 무사히 찾을 수 있었지만 그 10분의 시간이 너무 끔찍했다. 하물며 맥은 미시를 되찾지 못했던 그 시간이 얼마나 괴롭고 무섭고, 자신이 원망스러웠을까? 맥이 자신을 향해 휘두르는 날카로운 죄책감에 마음이 아팠다. 할 수만 있다면 미시를 돌려주고 나쁜 기억은 지워주고 싶었다. 간절히.

파파는 말한다. 살인마를 용서하라고. 가능할까? 왜 그렇게 해야만 하지? 도대체 왜? 파파에게 따져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 방법만이 맥이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맥은 파파의 도움으로 미시의 시신을 찾고 오두막으로 돌아오는 길에 계속 말한다. "당신을 용서한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싸늘한 죽음으로밖에 마주할 수 없는 딸아이를 안고 용서할 수 없는 자를 말로써라도 뱉어내야 하는 비통한 마음이 느껴져서 펑펑 울 수밖에 없었다.

소중한 아이를 잃은 아빠가 상실의 어둠 속에서 죄책감으로 짓눌린 시간을 파파는 스스로 어둠을 걷어 내고 걸어 나올 수 있도록 지지해 준다. 자신을 조금씩 포용하며 현실 세계로 돌아오는 그 과정은 너무나도 가혹한 아픔이었고 뼈를 깍아내는 슬픔이었다. 하지만 결국은 힘든 시간을 받아들이며 현실 세계의 남은 가족에게 돌아와 삶을 계속 이어간다.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크고 작은 어두운 오두막을 가지고 있다. 그럴 때 외면하며 도망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회피하면 어둠의 그림자가 더욱 짙어진다. 그 시간은 멈춰진 시간이다. 두려움을 완벽히 떨치지 못하더라도 두려움을 안고서라도 한 발짝 앞으로 나오면, 분명 삶은 이야기가 열린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야 한다. 멈춘 시간은 우리를 병들게 하니까.

주제가 무겁고 눈물도 쏟겠지만 가족과 친구들에게 꼭 추천해 주고 싶다. 이 책이 마음속 어두운 오두막에, 밝고 따스한 빛을 비추어 주면 좋겠다.



● "가끔 눈물을 흘리는 것도 영혼에 좋아요. 치유의 눈물이니까요."(131쪽)


● "꿈은 때때로 중요하죠. 창문을 열고 나쁜 공기를 내보내는 방법이 될 수 있으니까요."(193쪽)


● "선한 것과 악한 것을 식별하는 당신의 능력에 대해 어느 정
도나 확신하죠?"(221쪽)


● "당신이 벌을 받아야 한다고 믿는 사람은 온 우주에서 당신밖에 없어요."(283쪽)


● "대가 없는 자유란 없단다."(380쪽)


● "그 사건은 그냥 일어났을 뿐이고 우리는 그 사건을 버터 내며 살아가는 법을 배울 거야. 우리 모두 함께. 알겠지?"(4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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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지는 마음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3
김멜라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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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핀 에세이 3번 째 책, 『멜라지는 마음』
빨강, 초록, 파랑, 검정, 휜색, 회색, 노랑 색깔의 표지가 예쁘다. 그대로 축소해서 책갈피로 만들고 싶다. 색깔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됐다.

'멜라'라는 뜻이 뭘까?
'멜라 지는 마음'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이 책은 작가가 한 달에 한 번씩 월간지 '현대문학'에 연재한 글을 담았다. 어렵지 않고 무게 잡지 않아서 술술 읽힌다. 진솔하다. 내가 만약 에세이를 쓰게 된다면 김멜라 작가처럼 쓰고 싶다. 쉽고 과장되지 않고 솔직하게, 유난 떨지 않고.

좋아하는 것, 연인 온점, 가족, 어린 시절, 학창 시절, 친구, 이사하고 만난 이웃들, 일상의 이야기들로 꽉 채웠다. 작가의 담담하고 담백한 고백에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된다.

글 하나하나에 상대에 대한 마음과 이해와 배려가 담겨 있어서 읽는 나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세상과 타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마음을 닮고 싶었다.

작가가 좋아하는 수박에 관한 이야기는 계속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결정하지 못하는 친구의 음식 메뉴를 흔쾌히 골라주고 힘들 때 두꺼운 평전으로 삶을 다독이며 한없이 다정하고 힘이 되어주는 온점의 점프를 계속 받았으면 좋겠다.

'멜라지다'는 제주도 방언의 '찌그러지다'라는 뜻이었다. 오래전에 제주도에서 글을 쓰는 게 힘들 때마다 그 괴로움만큼 온점의 빰에 멜라를 가했다고 한다. 그 시간이 작가는 기쁘고 충만해서 평생 소설가가 못 되어도 된다고, 자신을 위해 기꺼이 멜라를 당해 주는 온점 덕분에 감사한 마음까지 들게 했다는 이야기는 내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어떻게든지 소설가가 될거야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 멋졌다. 찌그러지다라는 단어에 좋은 의미를 부여하고 바라보는 시선이 예뻤다.

이렇게 예쁘게 찌그러지는 것이라면 거부할 이유가 없겠다. 멜라 지는 마음은 결국은 있는 그대로의 것을 바라보고 포용해 주는 순수하고 좋은 마음이었다.

찌그러지거나 구겨지는 걸 싫어하는 내게 작가는 말한다.
"괜찮아, 멜라져도 돼."(305쪽)
'찌그러지다'의 선입견을 벗어던진 날, 예쁜 단어를 배웠다.




● 나는 누군가와의 사이에 말하지 않은 부분이 남아 있는 게 좋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소중히 여긴다. 그렇게 말하지 않는 것들이 내 안에 쌓여 문장이 된다. 나는 그 고인 물을 다 퍼내고 싶지 않았다.(12쪽)


● 서툴게나마 사랑을 말하는 나의 이야기가 또 다른 사랑의 말로 이어지기를 바란다.(19쪽)


● 이유를 말하는 대신 그 이유에서 점프할 순 없을까.(45쪽)


● 시간이 흘러도 생생한 슬픔을 홀로 견뎌야 하는 누군가를 위해.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먼저 다치는 어둠의 나락에 내가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107쪽)


● 사람들이 좋아하는 물건과 헤어지지 않을 수 있게 고장 난 물건을 고쳐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140쪽)


● 어떤 방향과 속도로 떨어진다 해도 그 불규칙한 추락들도 결국 우리에게 돌아와 하나의 이야기가 될 테니까.(3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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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 숲속의 우드 와이드 웹
수잔 시마드 지음, 김다히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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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바라보고 있으면 예쁘다, 아름답다는 말 넘어 뭔가를 숨기고 있는 비밀스러운 신비로움이 느껴졌다.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라는 제목에 또 한 번 호기심이 생긴다. 나무에도 어머니 나무라는 것이 존재하는 걸까?

이 책은 숲에는 어린 나무들을 돌보고 크고 오래된 나무들과도 땅속 깊은 곳에 줄기로 서로 연결시켜 소통하고 공감하며 함께 성장시키는 지혜로운 어머니 나무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숲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고 경이롭다. 어머니 나무에 대해 알아갈수록 그 숭고함에 마음이 울린다.

저자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 산림학과 산림 생태학 교수이다. 삼림 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삼림 생명 다양성에 영향을 미치는 나무의 연결성과 소통에 관한 연구를 했다.

그녀는 자연이 숲을 통해 제공되는 솔루션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2015년 다가올 300년 동안의 어머니 나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어머니 나무를 보존하면 숲 바닥의 취약성이 지켜지고 지상과 지하의 탄소 저장고도 보호된다. 이 프로젝트는 어머니 나무를 보호하면서 산림을 관리하면 탄소 흡수원, 생물 다양성, 삼림 재생 능력까지도 보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렇다면 어머니 나무는 어떻게 찾으면 될까? 그건 숲에서 가장 큰 나무를 찾으면 된다. 어머니 나무가 숲을 기르고 숲을 되살리는 지혜가 된다. 더 나아가 인간에게 최적의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방법이라는 것을 말한다.

● 숲은 지혜와 감성, 치유의 능력이 타고났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인간이 나무를 살릴 수 있는가에 대한 책이 아니다. 이 책은 나무가 어떻게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가에 대한 책이다.(18쪽)

책을 읽기 전에는 인간이 나무를 살리고 숲을 보존해야 하는 이유를 나열한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후 18쪽 저자의 글에 동감하게 된다. 나무가 어떻게 숲을 이루고 인간을 구원했는지를 보여줬다. 결국 인간이 자연을 지배한다는 오만한 생각을 버리고 인간의 입장이 아닌 자연의 입장에서 숲을 바라보고 나무의 생각을 읽으며 함께 소통하고 교감하며 공존해야 하는 일임을 일깨워 준다.

얼마 전에 산림청에서 소나무와 참나무 등을 베어서 관광객을 위한 자작나무를 심었다는 기사를 봤다. 무려 70년이나 되는 나무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여러 종의 나무가 함께 살아가는 숲을 한 종의 자작나무로만 숲을 형성하면 기후 측면에서 숲의 다양성을 파괴하는 일이고 숲의 생태적 기능을 무시하는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걱정을 한다. 더 늦기 전에 보여주기 위한 숲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숲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에게 숲과 나무는 묻는다. "우리가 없어도 괜찮겠냐고?"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는 나무의 숨겨진 능력에 대해 알게 되었다. 숲에는 어머니 나무가 존재하며 나무들을 지혜롭게 돌본다는 것. 오래된 숲에는 탄소 중 50~90퍼센트가 지하에 저장되고 이산화탄소의 흡수도 훨씬 더 많기 때문에 나이 든 나무를 무조건 어린 나무로 교체하면 안 된다는 것. 숲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 인류와 지구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 이 책을 통해 숲과 나무에 대해 새롭게 배워보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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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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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에 추천사를 읽지 않는다. 책에 대한 작은 선입견이라도 드는 것이 싫어서다. 대신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추천사를 꼭 읽는다. 내 생각과 느낌이 같은 글을 만나면 반갑고 다른 생각과 공감을 만나면 더 반갑다.

이 책은 추천사라는 말 대신 '이 책을 향한 찬사'라는 단어를 선택해서, 책을 읽은 작가들과 언론 매체들의 글들을 담았다. 기대가 더 커졌다. 그리고 완독 후 다시 읽어 봤다. 한 마디, 한 문장이 모두 다 맞는 말이었다. 편집자가 왜 '찬사'라는 단어를 써야 했는지 알게 되었다. 읽기 전에는 기대감을 줬지만 다 읽고 난 후 가슴 벅찬 감동과 아름다움을 선사해 줬다. 그러니 이 책을 다 읽고 반드시 찬사의 글을, 꼭 다시 읽어 보길 바란다.

● All the Beauty in the World
● 가장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사랑하는 형을 잃고 그는 화려한 뉴요커의 생활을 뒤로하고 세계 3대 미술관 중에 하나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 된다. 10년 동안 수없이 많은 그림을 보면서 가족을 잃은 상실감과 슬픔을 감내하는 시간을 보내며 그림을 통해 위안을 얻는다. 그리고 마침내 메트로폴리탄을 넘어 바깥세상으로 나아 간다. 힘든 시간을 자포자기하지 않고 부정적인 시각이 아닌 미술관에서 그림을 마주하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천천히 흐르는 시간을 보낸 저자를 말없이 안아 주고 싶다.

미술관에서 보낸 그의 오랜 시간이, 10년이, 일 년이, 한 달이, 하루가, 한 시간이, 일 분 일초가 숭고하고 아름답지 않은 시간이 없다. 누군가를 위해 이토록 아낌없이 내어주는 마음으로 긴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감동을 넘어 숙연해진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기보다는 조용히 흐르게 뒀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책이다. 슬프다는 감정보다는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은 책이다.

저자를 따라 메트로폴리탄의 전시실 여러 곳을 방문할 때마다 나는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두 눈을 크게 뜨고 조사하나 빠지지 않게 읽으려고 했다. 그냥 천천히 호흡하며 가다 보면, 봐야 할 것들을 보게 되는 이치를 깨닫지도 못한 욕심이었다. 그래서 책의 마지막 장을 읽고도 다시 첫 장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그림을 마주하는 나의 일상에 언제나 패트릭 브링리의 그림 설명과 통찰이 떠오를 것이다. 만약에 그와 함께 본 그림을 만나게 된다면 나는 즐겁게 작품과 대화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날을 기다리며 이 책에 온 마음을 담아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책 속 문장 중에서 가장 위로가 되었던 문장은 저자가 경비원을 그만두는 날 미술관에 오는 관람객들에게 해 줄 조언이었다. 그 조언은 자신과 자신의 아이들을 포함한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는 좋은 메시지였다. 필사하면서 다시 한번 마음에 담아 본다.

● 먼저 그 광대함 속에서 길을 잃어보십시오. 인색하고 못난 생각은 문밖에 두고 아름다움을 모아둔 저장고 속을 자유롭게 떠다니는 작고 하잖은 먼지 조각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즐기십시오.(322쪽)

● 여러분은 예술이 제기하는 가장 거대한 문제들에 대해 의견을 피력할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니 아무도 자기 생각을 들을 수 없다는 사실에 기대어 용감한 생각, 탐색하는 생각, 고통스러운 생각, 혹은 바보 같을 수도 있는 생각들을 해보십시오. 그것은 맞는 답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가 늘 사용하는 인간의 정신과 마음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함입니다(3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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