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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전기 단편선
다자이 오사무 지음, 하정민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5년 8월
평점 :
#2025년9월3일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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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전기 단편선》을 펼치면, 문학이 인간의 내면을 얼마나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다자이는 일본 문학사에서 고독과 방황의 상징처럼 언급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누구보다 치열하게 인간을 탐구한 작가였다.
이 책에는 <잎>, <추억>, <그는 옛날의 그가 아니다>, <장님 이야기> 네 편의 전기 단편이 실려 있다. 꽃이라는 상징을 중심으로, 아름다움보다는 상처와 기억, 죽음, 슬픔 등 삶의 무게를 드러낸다. 그 외에도 사진, 붓글씨와 그림, 작품 해설, 작가 소개를 함께 실어 작품과 작가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글은 소설의 형식을 빌렸지만, 그 안에는 작가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래서 읽다 보면 작가의 삶과 작품의 경계가 어디인지, 궁금증으로 이 작품들을 더욱 깊고 흥미롭게 들여다보게 한다.
『지식을만드는지식 고전선집』시리즈답게 충실한 번역과 깔끔한 편집에 작품 본연의 문장을 담백하게 만날 수 있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서 다자이의 세심한 감각과 문체의 힘이 살아 있다. 특히 그의 생애가 반영된 단편들을 접하면, 한 인간이 삶을 견디며 내면을 드러낸 과정에 공감할 수 있다.
다자이의 글은 인간 내면의 갈등과 상처를 숨김없이 기록한다. 나약함과 고통마저 솔직하게 드러낸 그의 문학은 인간 존재의 복합성과 연약함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기록 덕분에 다자이는 여전히 매혹적인 작가로, 그의 작품은 읽는 이를 사유하게 만든다.
책을 덮고 나면 다자이는 더 이상 '비극적 천재'가 아니라, 상처와 혼란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복합적이고 인간적인 존재로 다가온다. 문학이 인간을 이해하는 방식이라면, 그의 작품은 우리의 상처와 연약함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 죽으려고 생각했다. 올 설날, 이웃에게 옷감 한 필을 얻었다. 새해 선물이었다. 옷감은 삼베였다. 쥐색 잔줄무늬 였다. 이건 여름에 입는 옷이군. 여름까지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3쪽)
● 안락한 삶을 살고 있을 때는 절망의 시를 짓는다. 힘겨운 삶을 살 때는 생의 기쁨을 적는다.(24쪽)
● 눈물이 났다. 눈물이 볼을 타고, 벌거벗은 가슴까지 흘러내렸다. 처음으로 창피를 당했다. 부채폴 화단. 그리고 히아신스그란드메메, 꼴좋다. 이제 돌이킬 수 없다. 이 화단을 보는 사람은 모두 내 가슴속에 꼭꼭 숨겨진 촌스러움, 둔함을 눈치채고 말 것이다 부채꼴. 부채꼴. 아 이 바로 앞에 펼쳐진 지극히 나를 닮은 잔학무도한 풍자화.(1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