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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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에 추천사를 읽지 않는다. 책에 대한 작은 선입견이라도 드는 것이 싫어서다. 대신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추천사를 꼭 읽는다. 내 생각과 느낌이 같은 글을 만나면 반갑고 다른 생각과 공감을 만나면 더 반갑다.

이 책은 추천사라는 말 대신 '이 책을 향한 찬사'라는 단어를 선택해서, 책을 읽은 작가들과 언론 매체들의 글들을 담았다. 기대가 더 커졌다. 그리고 완독 후 다시 읽어 봤다. 한 마디, 한 문장이 모두 다 맞는 말이었다. 편집자가 왜 '찬사'라는 단어를 써야 했는지 알게 되었다. 읽기 전에는 기대감을 줬지만 다 읽고 난 후 가슴 벅찬 감동과 아름다움을 선사해 줬다. 그러니 이 책을 다 읽고 반드시 찬사의 글을, 꼭 다시 읽어 보길 바란다.

● All the Beauty in the World
● 가장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사랑하는 형을 잃고 그는 화려한 뉴요커의 생활을 뒤로하고 세계 3대 미술관 중에 하나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 된다. 10년 동안 수없이 많은 그림을 보면서 가족을 잃은 상실감과 슬픔을 감내하는 시간을 보내며 그림을 통해 위안을 얻는다. 그리고 마침내 메트로폴리탄을 넘어 바깥세상으로 나아 간다. 힘든 시간을 자포자기하지 않고 부정적인 시각이 아닌 미술관에서 그림을 마주하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천천히 흐르는 시간을 보낸 저자를 말없이 안아 주고 싶다.

미술관에서 보낸 그의 오랜 시간이, 10년이, 일 년이, 한 달이, 하루가, 한 시간이, 일 분 일초가 숭고하고 아름답지 않은 시간이 없다. 누군가를 위해 이토록 아낌없이 내어주는 마음으로 긴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감동을 넘어 숙연해진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기보다는 조용히 흐르게 뒀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책이다. 슬프다는 감정보다는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은 책이다.

저자를 따라 메트로폴리탄의 전시실 여러 곳을 방문할 때마다 나는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두 눈을 크게 뜨고 조사하나 빠지지 않게 읽으려고 했다. 그냥 천천히 호흡하며 가다 보면, 봐야 할 것들을 보게 되는 이치를 깨닫지도 못한 욕심이었다. 그래서 책의 마지막 장을 읽고도 다시 첫 장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그림을 마주하는 나의 일상에 언제나 패트릭 브링리의 그림 설명과 통찰이 떠오를 것이다. 만약에 그와 함께 본 그림을 만나게 된다면 나는 즐겁게 작품과 대화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날을 기다리며 이 책에 온 마음을 담아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책 속 문장 중에서 가장 위로가 되었던 문장은 저자가 경비원을 그만두는 날 미술관에 오는 관람객들에게 해 줄 조언이었다. 그 조언은 자신과 자신의 아이들을 포함한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는 좋은 메시지였다. 필사하면서 다시 한번 마음에 담아 본다.

● 먼저 그 광대함 속에서 길을 잃어보십시오. 인색하고 못난 생각은 문밖에 두고 아름다움을 모아둔 저장고 속을 자유롭게 떠다니는 작고 하잖은 먼지 조각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즐기십시오.(322쪽)

● 여러분은 예술이 제기하는 가장 거대한 문제들에 대해 의견을 피력할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니 아무도 자기 생각을 들을 수 없다는 사실에 기대어 용감한 생각, 탐색하는 생각, 고통스러운 생각, 혹은 바보 같을 수도 있는 생각들을 해보십시오. 그것은 맞는 답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가 늘 사용하는 인간의 정신과 마음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함입니다(3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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